국가가 원하는 사진의 규격 강홍구 (사진가) 영구 미제로 남을 것 같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특정되어 잡힌 지 꽤 되었다. 무기징역으로 수감 중인 이춘재가 범인이었고, 여죄가 많다는 것도 드러났다. 그가 저지른 사건을 뒤집어쓴 윤 아무개씨의 억울한 사연도 알려졌다. 윤씨는 누명을 벗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이춘재의 과거 사진과 몽타주, 현재 사진도 공개되었다. 언론은 이 과정에서 그의 과거 사진과 몽타주가 닮았다고 보도했다. 이춘재가 이렇게 닮은 얼굴인데도 당시 수사망을 벗어난 것은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과 혈액형 감정 결과 때문이라고도 했다. 즉 과학적 검사 법으로 무장한 비적 중의 비적 김형민(SBS Biz PD) 1967년 10월17일 밤 부산 보수동 근처를 지나던 택시가 커다란 상자를 든 청년을 태웠어. 뚜렷한 목적지 없이 바닷가로 가자고 주문하는 청년을 밀수꾼이라 여긴 택시 기사는 청년을 내려준 뒤 바로 파출소에 신고했어. 신고를 받은 순경이 출동해 청년을 검문했는데, 순경이 상자 속 물건에 신경을 쓰는 사이 범인은 달아나버렸지. 상자 안 내용물을 확인한 경찰은 소스라치고 말았어. 안에 든 것은 소년의 시신이었거든. 과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사라진 열한 살짜리 소년 김근하였어.사건 2주일 뒤 경찰은 범인을 체포해 자백 일체를 받아 저 몸짓과 표정에 어찌 미치지 않으리오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백희나는 그림책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작품 내적인 면에서도, 외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나는 그의 첫 그림책 〈구름빵〉이 나온 2004년을 그림책 역사에 하나의 분기점을 찍은 해라고 생각한다.〈구름빵〉은 획기적으로 자유로운 책이었다. 어떤 교육적 목표, 문화적 의도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연하게 아이다운 상상력과 즐거움이 넘쳤다. 그림책의 그림은 종이에 그려진다는 통념을 깨고, 귀엽고 섬세한 입체 캐릭터·모형 배경과 절묘하게 빛을 이용한 사진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 이 폭발적인 해방감에 독자들이 열광한 건 당연한 결과였다.매출 40 ‘생존’이 아닌 ‘삶’이어야 한다 엄기호 (문화 연구자) “조선소에서 돈 모아서 유럽 여행도 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피렌체예요. 두오모 성당이 되게 유명하거든요. 노을 질 때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다 주황색이에요. 성당 위에 올라가서 노을 질 때까지 기다렸어요. 하늘도 주황색, 지붕들도 주황색, 정말 아름다웠어요. 원래 이틀만 있으려고 했는데 일주일을 있었어요. 매일 저녁 올라가서 노을을 봤어요. 지금도 눈 감으면 그 장면이 기억이 나요. 그리워요(〈나, 조선소 노동자〉).”최근 글을 읽고 쓴다는 사람에게 가장 충격적이며 감동적인 글은 11월21일 〈경향신문〉 1면이었다. ‘오늘도 매일 ‘견뎌내야’ 하는 약자들의 삶 읊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언제나 고민한다. 몇 개월이 지난 뒤에도 이 첫 느낌이 유효할 것인지 속으로 되묻는다. 나는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잦아드는 성격이다. 음악 듣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음반 앞에서 나는 심장박동이 저절로 빨라진다. 마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어떻게 하면 이 앨범의 탁월함을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글쎄. 이번만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알아서 주목받고, 알아서 널리 퍼질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 콜드플레이(Coldplay)다. 이 세상 하등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고 ‘우주비행 고양이’ 펠리세트 이야기 위민복 (외교관) 1957년 11월 스푸트니크 2호에 개 한 마리가 실려 지구궤도까지 올라갔다. 그 개의 이름은 라이카다. 고열과 스트레스로 인해 임무 수행 수시간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의 우주훈련센터가 있던 모스크바 외곽 스타시티에 세워진 우주개발 기념비에는 라이카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08년에는 인근 군사연구소에 라이카를 기념하는 동상도 세웠다. 그 후에도 소련은 우주 실험에 개를 많이 사용했다. 개 외에도 소련은 달 탐사에 거북이를 투입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별도 장비가 필요 없었고, 오랫동안 안 먹고도 생존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좋은 유치원을 찾는 세 가지 방법 이정민 (필명·어린이집 교사) 지난 11월, 올해 네 살 아이(2016년생) 엄마들이 바빠졌다. ‘유치원 추첨’ 때문이다. 11월1일 유치원 입학관리 시스템 ‘처음학교로’ 학부모 서비스가 개통되었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의 입학 정보를 열람하고 유치원에 지원·추첨·선발 여부 확인까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2020학년도 입학부터는 전국 모든 유치원이 의무적으로 ‘처음학교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각종 홍보자료를 내놓고 유치원 교직원들을 위한 ‘처음학교로’ 관련 연수도 진행했다. 유치원은 처음 도입하는 시스템의 모집요강을 계획·준비하느라 바빴고, 학부 내 몸을 돌보는 삶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피부과는 피부관리 상품을, 산부인과는 질 성형 상품을, 치과는 교정과 미백 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사회에서 내 몸 곳곳에 염증이 난다고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는 의사와 병원은 없었다. 한두 번의 병원 방문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과 병원에 또 가기는 싫은 자잘한 증상이 남을 때면 검색 엔진을 돌렸다. 아플 때 신뢰 속에 적정 의료를 권하는 의사와 의료기관이 없는 환경에서 지내는 건 아픈 몸을 관찰하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잃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올해는 몸을 쓰고 돌보는 경험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살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퍼펙트 스톰’ 예고한 빅터 차 틀렸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이른 새벽, 경제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조선일보〉 11월30일자에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기고한 ‘퍼펙트 스톰’이라는 제목의 칼럼 링크였다.칼럼 요지는 대략 이렇다. 올겨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북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을 이유로 주한 미군 축소 혹은 완전철수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핵 정책에 공조를 취하면서 워싱턴 내 지지 세력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주 연예인이 아닌 ‘상식인’ 같은 지호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한때 포털 사이트에서 오마이걸 지호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지호 눈빛’이 나오곤 했다. 그만큼 그의 눈빛은 특별하다. 그가 출연한, 벤의 ‘헤어져줘서 고마워’ 뮤직비디오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의미심장한 눈빛이기도 하다. 커다랗고 동그란 눈망울이 가장자리는 날카로워서, 가만히 있을 때에도 뚜렷하게 응시하는 듯한 눈빛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카리스마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도도해 보이기도 하고, 자아가 단단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지호는 오마이걸의 리드보컬이자 리드댄서다. 가녀리고 곰살맞은 인상의 멤버가 많은 이 그룹에서 나 하나로 지구가 달라진다 나경희 기자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부모는 그를 헌신적으로 지지한다. 어머니 말레나 에른만은 스웨덴 왕세녀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를 만큼 인기 많은 국민 오페라 가수이지만, 딸의 뜻을 존중해 해외 공연을 중단했다.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스반테 툰베리도 유럽 여행을 떠나며 비행기가 아닌 전기차를 고집했다.비행기로 몇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몇 날 며칠 동안 자동차로 이동하던 스반테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화물차와 고속도로, BMW로 가득 찬 그곳에서 그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가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장일호 기자 시멘트 범벅 된 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른 아침 갈아입을 작업복과 안전화가 담긴 큰 가방을 둘러메고 나갔던 아버지가 병원 응급실로 퇴근했다. 갓 스무 살을 넘긴 유일한 보호자에게 병원은 중환자실 입원비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연대보증인을 세우라고 했다. 담당자는 쉽게 ‘친척’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있으나 쓸모없는 관계였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빌려준 이는 아버지의 동료인 일용직 노동자였다. 만에 하나 병원비를 못 갚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던 그는 자신의 질문이 못마땅한 듯 대답을 듣지 않고 빠르게 원무과로 앞질러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초연결사회와 보통사람의 시대이정전 지음, 여문책 펴냄“사회가 약간만 바뀐다면 과거처럼 생각하고 행동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획기적으로 바뀐다면 그래서는 안 된다.”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된 시대. 낙수효과는 이미 철 지난 얘기고, 소득주도 성장 또한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경제학자인 저자의 주장이다. 소득 증가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디스토피아를 얘기하려는 책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대량실업’을 넘어선 ‘완전실업’의 세상은 재앙이 아닌 축복일 수 있다. ‘밥벌이의 지겨 말뫼의 기적 뒤 ‘말뫼의 눈물’ 흐른다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스웨덴의 항구도시 말뫼는 한국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 언론은 말뫼를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 ‘이노베이션 도시’ ‘앵커 도시’ ‘도시재생 모델’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한 첨단 도시’라고 화려하게 조명한다.말뫼는 스웨덴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1870년 설립되어 조선업을 이끌었던 코쿰스 조선소가 1987년 문을 닫았다. 말뫼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만여 명이 실직했다. 2002년 코쿰스 조선소 15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한국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말뫼 시민들은 떠나는 크레인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스웨덴 불안해진 ‘레포’ 시장 이러다 큰일 난다 이종태 기자 자금 공급이 줄어드는 반면 수요는 늘어나는 연말로 접어들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레포 시장’에 대규모 초단기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12월3일)에 따르면 그 규모가 955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중 778억 달러의 만기는 하루다. 나머지 177억6000만 달러의 만기는 14일이다. 레포 시장에서 자금 수요가 공급을 크게 뛰어넘어 ‘레포 금리’의 폭등을 초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연준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레포 시장이란 무엇인가? 은행과 보험사, 펀드 등 금융기관 전두환 반란군에 맞서다 스러져간 군인 김오랑 김해·정희상 기자 1979년 12월12일 밤,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특전사령부. 2층 집무실에서 정병주 특전사령관이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다. 그는 휘하 부대에 반란군을 진압하라고 명령했다. 12월13일 0시30분, 중무장한 군인 10여 명이 사령관실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왔다. 맨 앞에 선 이는 12·12 쿠데타에 가담한 특전사 3여단(최세창 여단장) 휘하 15대대장 박종규 중령이었다. 이들은 사령관실에 붙은 비서실로 밀고 들어갔다. 10여 분간 콩 볶는 듯한 M16 소총 소리가 건물을 뒤흔들었다. 12월12일 오후 6시30분 한남동에 있던 정 ‘위안부’ 피해자 진실을 기록한 일본인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두 사람 다 72년의 삶을 참 ‘열심히’ 살았다. 1924년 식민지 조선의 대구에서 태어난 문옥주는 열여섯 살이 되던 1940년 가을에 중국 동북부 만주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소로 징발되어 갔다가 2년 뒤인 1942년 멀고 먼 미얀마(당시 버마)의 일본군 위안소까지 끌려갔다. 생지옥이라 불리는 버마 전선에서 살아남은 문옥주는 예순일곱 살이 되던 1991년 ‘위안부’ 피해 생존자로 자신을 드러냈다. 그는 1996년 10월26일 세상을 떠났다(〈시사IN〉 제475호 ‘일본인이 기록한 위안부의 악몽’ 기사 참조).1947년 3월 후쿠오카현 차라리 고마운 그의 무심한 눈빛 [프리스타일] 나경희 기자 마트에서 망고를 볼 때마다 ‘망고’가 생각난다. 망고는 우리 집 옆 건물에 터를 잡고 사는 길고양이다. 노란 줄무늬가 있는 치즈 고양이인데, 동네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많다. 매일 아침 사료를 챙겨주는 건물 주인, 계절에 맞춰 집을 지어주는 젊은 부부, 매일 밤 아픈 곳은 없는지 약을 챙겨주는 아래층 할머니, 그리고 만날 때마다 간식을 주는 나까지 최소 4명이다. 각자 망고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하루에 한 번은 망고를 봐야 마음이 놓이는 건 다르지 않다. 망고를 찾다 주차장에서 마주치면 서로 멋쩍게 웃곤 한다.배곯을 일이 없는 망 미얀마 잔혹한 인종청소 국제법정에 선다 이유경 (프리랜서 기자)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제노사이드 범죄가 국제법정에 서게 됐다. 11월11일(현지 시각),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인구 200만명의 감비아는 이슬람 국가기구(OIC) 57개국을 대표해 미얀마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AP 보도에 따르면 감비아의 아부바카르 마리 탐바두 법무장관은 “미얀마와 국제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 잔혹상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이 세대의 크나큰 수치다”라고 말했다. 탐바두 장관은 과거 르완다 제노사이드를 다룬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검사 특별보좌관을 쌍용자동차 손배 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쌍용자동차 2009년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경찰청 인권침해조사 결과가 나온 지 1년이 되었다. 지난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은 쌍용자동차 강제진압을 비롯해 자체 인권침해조사가 마무리되었다며, 국가폭력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국가폭력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지연된 사과는 희생과 상처만 남겼다. 이 기간에 쌍용차 노동자들은 서른 명의 희생자를 떠나보냈다. 지연된 사과조차 온전한 사과는 아니었다.국가폭력 피해자인 쌍용차 노동자들이 강제진압에 저항한 일은 여전히 대법원 판결을 받아야 할 족쇄로 남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