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백정’을 무죄로 풀어준 군 검찰관 김형민(SBS Biz PD) 지난 두 달 남짓 대한민국이 반으로 갈리다시피 했던 사실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신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대한민국을 논쟁과 시비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으니까. 이 문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넘어서 사람들은 검찰이라는 조직에 대해 다시금 주목하게 되었단다. 법무부 산하의 한 외청이지만 그 장(長)은 유일하게 장관급이며, 차관급인 검사장들이 40여 명이나 버티고 있는 강력한 조직.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틀어쥔 무서운 권부(權府), 그게 검찰청이거든.귀밑머리 새파란 20대 청년이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사법연수원을 거쳐 삶과 죽음의 엄숙한 표정이여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아주 오래전 책이라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어쩌다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다. 해바라기 씨앗 열 개가 자라는 과정에서 쥐와 비둘기와 달팽이에게 먹히고, 강아지와 고양이와 야구공 때문에 줄기가 꺾이고, 꽃 피우기 직전 진딧물 떼에 스러진다. 남은 단 하나의 꽃. ‘생명의 탄생과 성장이라는 대자연의 신비’를 담은 자연 관찰 테마에 숫자 세기라는 덤까지 얹힌 쓸모 있는 책으로 칭찬을 받았다. 루스 브라운의 세밀하면서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그림은 말할 것도 없다. 마침내 활짝 펼쳐진 해바라기 꽃의 눈부신 노란색이라니! 십수 년 전에는 그 사다리인가, 미끄럼틀인가 엄기호 (문화 연구자) 곧 발간될 〈특권〉이라는 책에 추천사를 썼다. 이 책에 ‘과거의 특권계층은 세상을 피라미드로 인식했다면 현재의 특권층은 사다리로 인식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세상을 사다리로 인식하면 위계의 의미는 달라진다. 피라미드에서 위계가 불평등을 의미했다면 사다리에서 위계는 기회다. 세상이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개인이 재능과 노력을 통해 그 사다리에 오를 수 있기에 나쁘지 않다. 능력주의를 정당화하고 작동시키는 방법이다.이 내용이 흥미로워 경희대 교육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는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자고 제안했다 전쟁사진의 본질은 각성과 극복 이상엽 (사진가) 지난 10월26일 밤 시리아 모처에 은신 중이던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자살했다. 미국 특수부대 델타포스와 레인저가 합동으로 급습하자 알바그다디는 자식 3명과 함께 터널에서 자폭했다. 여러 명이 사살됐으며 10여 명이 포로가 되었다. 이 작전명은 ‘케일라 뮬러’였다. 인권운동가인 뮬러는 국제구호단체에 속해 난민을 돕던 중 IS에 납치되어 포로가 됐다가 살해당했다.그런데 우리는 이번 작전의 실체를 모른다. 전투행위를 한 당사자들 외에는 목격자도 없고 기록사진도 없다. 작전 후 폭격으로 폐허가 된 알바그다 여럿 중 하나이면서 무척 드문 한 사람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치명적인’ 콘셉트의 아이돌은 많다지만, 염세적인 아이돌도 있을까. 아이돌이라고 단정하기는 좀 뭐할지 모르나, 방용국이 있다. 조금 불길하게 들릴 정도로 낮게 울리는 저음의 랩을 하는 그는 가슴 철렁할 만큼 어두운 테마를 내리 털어낸다. 보이그룹 B.A.P의 멤버로 활동하다 지난해 탈퇴하고 올해부터는 솔로 아티스트로 지내고 있다. 아이돌이 되기 몇 년 전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에서 활동했으니, 래퍼에서 아이돌 래퍼로, 다시 래퍼로 돌아온 셈이다.올해 발매된 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은 이런 가사로 시작한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조선의 클럽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경고. 혹여 이 글을 읽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있다면 스킵해주길 바란다. 지금부터 어떤 밴드를 설명할 생각인데 그들의 음악이 중독성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수능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며 감언이설하는 어른들을 믿지 마라. 성적이 잘 나오면 어쨌든 행복하다. 게다가 며칠 정도는 음악 안 들어도 사는 데 지장 없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이 글 읽지 마라. 장정일 소설가의 ‘독서일기’처럼 빼어난 글도 아니다. 진심으로 충고하건대 자칫 호랑이가 수십 마리 내려올 수 있다.호랑이. 순우리말로 하면 ‘범’이다. 지금부터 “범 내 ‘언덕 위의 붉은 성’ 그 기구한 운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이런저런 나라를 다니는 게 직업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다들 끝내주는 풍경이 있는 멋진 은신처를 기대하지만, 나는 희한하게도 고도(古都)에 끌린다. 망한 나라의 도읍들은 특유의 쓸쓸함이 있다. 식민지가 독립하기도 했지만, 여태 식민지로 남은 경우도 있다. 살아남은 이들이 과거의 왕국을 잊고 잘 산다면 다행이겠으나 대부분 언어, 인종 혹은 극심한 내부 차별로 인해 끝끝내 동화되지 못하는 예도 있다.일본인이냐고 물으면 손사래를 치는 오키나와는, 아직 일본에 동화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지역이 연쇄살인이 아니다 ‘페미사이드’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유엔에 있는 누군가가, 아마도 당신은 믿기 어렵겠지만, ‘페미사이드(femicide)’에 관한 협약을 제안했어. 마치 탈취제 스프레이 이름처럼 들리지?” 미국 작가 앨리스 셀던(필명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이 1977년 발표한 단편소설 〈체체파리의 비법〉 (아작, 2016)의 한 구절이다. 해충 박멸 연구 때문에 콜롬비아 오지에 체류 중인 과학자 남편에게, 미국에 있는 (역시 과학자인) 아내가 다급하게 편지를 보낸다. 현재 남성들에 의한 조직적 페미사이드가 유행병처럼 퍼져나가는 중이라고. 걷잡을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 두렵다고. 현생인류 기원에 대해 다시 쓴 논문이 있다고?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국제 학술지 〈네이처〉 10월28일자에는 현생인류가 남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떠들썩했습니다. 논문의 공동 저자 12명을 이끄는 교신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 가반 연구소의 버네사 헤이스 교수입니다. 헤이스 연구팀은 흔치 않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1217개를 수집해서 분석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를 통해 유전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분석으로 추정된 인류의 조상은 모계 조상인 ‘이브’라는 별명이 붙기도 합니다. 분석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하플로그룹(haplogroup) 가운데 가장 오래된 조상형이라고 볼 수 공원에서 군자를 만나다 심보선 (시인·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큰일”에는 분개하지 못하면서 “작은 일”에는 법석을 떠는 소시민성에 대한 풍자이다.그런데 나는 이 시를 달리 해석하려 한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그럴 만하니까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서 “공정하지 못함” “합리적이지 못함” “인간답지 못함”을 발견한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들의 연쇄와 누적을 통해 자신이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라이프 트렌드 2020김용섭 지음, 부키 펴냄“느슨한 연대라고 해서 관계를 포기하는 게 아니다. 다만 관계를 대하는 관점이 변한 것이다.”거의 사회학 보고서다. 저자의 말마따나 결혼하는 사람보다 결혼 안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혼하는 것이 비주류가 된다. 나이 든 기성세대마저 졸혼 등에 이끌리는 중이다. 결혼제도에 부과되던 강제성과 끈끈함 대신 자율성과 느슨함을 원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직장에서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스포츠팀이지 가족이 아니다”라는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가 상징적이다.‘느슨한 연대’를 키워드 삼아 자본주의를 구하러 온 어느 ‘급진 좌파’의 공약 이종태 기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흔히 ‘급진 좌파’로 불린다. 대기업 및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증세, 독점기업 해체, 전 국민에 대한 건강보험 등 ‘좌파적’ 정책 공약을 잇달아 발표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수백억 달러를 운용 중인 거대 금융기업이나 페이스북 같은 ‘테크 자이언트’들은 ‘워런 반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민주당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 중이다.워런 의원은 자신을 좌파나 사회주의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7월 보스턴의 한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다시 ‘출장검진’을 시작한 이유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16년, 한 청소업체 노동자들이 특수건강진단을 받으러 병원에 왔다. 특수건강진단은 사업주가 법이 정한 유해인자 노출 작업자에 대해 정기적으로 건강문제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제도이다. 한 수검자가 청소 일을 시작한 지 1년째인데 피부, 눈, 코, 목 자극 증상, 기침 등이 비행기 기내 청소작업 이후 발생했다고 했다. 특히 비행기 전체를 소독한 뒤 바로 들어가야 할 때, 밀폐된 곳에서 작업을 할 때 증상이 심해진다며 증상이 더 악화되면 퇴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 만난 수검자들도 작업환경에 대해 일관된 이야기를 했다. 검진 일단은 억지로 낙관론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늙고 병든 ‘유령’ 품에 안은 그녀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일본 오사카시 이쿠노구 쓰루하시 역에 내리면 미로 같은 코리아타운이 보인다. 그 한쪽에 국적을 불문하고 고령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NPO 법인 ‘바다’가 있다. 바다의 전신은 옛 식민지 조선 출신 고령자들의 생활 지원을 목적으로 1997년에 만들어진 시민단체 ‘재일 코리안 고령자 복지를 추진하는 모임·오사카’다. 바다의 대표 송정지씨가 고령자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일 조선인 상이군인 정상근씨와의 만남이었다.제주도에서 태어난 정상근은 1942년 ‘천황의 적자’라는 미명 아래 일본 해군의 군속으로 마셜군도에 끌려가 비 양진호 회사가 여전히 승승장구한다고? 오수경 (자유기고가) “양진호의 위디스크가 개인방송 채널을 신설했대.” 후배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거기 망한 게 아니었어?” 양진호는 구속되었으나 디지털 성범죄 카르텔에 기반을 두고 성장한 위디스크는 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채널을 신설하며 확장하고 있다. 개인방송이란 유튜브나 아프리카TV처럼 실시간 방송을 하는 플랫폼이며 당연히 성인 전용이다.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곳에 접속해보았다. 회원 가입부터 성인 인증을 통해 개인방송에 접속하게 되는 모든 과정이 신속하고 순조로웠다. 그 후 내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차마 지면에 옮기지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 천관율 기자 “내가 정치팀 첫 발령이 난 초짜 기자고, 출근 전에 단 한 권만 읽을 수 있다면, 이걸 보겠다. 결정의 엣센스. 첩보 스릴러처럼 읽히는 쿠바 핵 위기 막전막후. 라쇼몽이 떠오르는 삼중 구조. 감탄만 나오는 이론적 모델링. 권력의 작동원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2013년엔가, 〈결정의 엣센스〉를 읽고 얼떨떨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트위터에다 이런 글을 끼적거린 적이 있다. 주위에다 틈나는 대로 추천도 했다. 그러다가 곧 절판이 됐고(안타깝게도 이런 중요한 책이 절판되는 일이 한국에서 드물지는 않다) 나도 한동안 잊고 살았다. 노인의 마지막 삶을 기록하다 임지영 기자 삶의 끝에 선 사람들 곁엔 누가 있을까.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관리사로 일했던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마지막 3년을 기록했다. 조카 손자를 키우며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은주 번역가도 노인과 만나는 하루하루를 적었다. 요양보호사는 죽음을 누구보다 자주 대면하는 직업이다. 결은 다르지만 이들의 경험은 한국 사회 노인 돌봄의 현재를 증언한다. 사적이지만 사회적인 기록이다.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상기시킨다. 누구나 죽는다.어머니의 마지막 3년을 기록하다차차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체온 저하로 두 차례의 얕은 진저 온라인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극우주의자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옛 동독 지역 도시인 할레에서 발생한 극우 테러로 독일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10월9일 슈테판 B(27)라는 남성은 유대교 최대 명절을 맞아 유대교 회당에 사제 폭발물을 던졌다. 회당 진입에 실패한 그는 미리 준비한 총으로 행인들과 케밥 가게에 총격을 가했다. 범인의 차량에서는 사제 폭발물 4㎏이 발견되었다. 이 테러로 두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다쳤다.독일 사회를 더욱 충격에 빠트린 건 범인의 테러 생중계였다. 전 과정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를 통해 약 35분간 생중계된 것이다. 슈테판 B는 이날 낮 12시 렌트한 멧돼지 사냥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막을 최선입니까? 김동인 기자 371번 지방도를 따라 군사분계선을 향해 달리다 보면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초입에 접어든다. 도로를 따라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려면 이곳에서 방역을 거쳐야 한다. 약품을 적신 밀짚 위로 자동차 타이어가 몇 바퀴 구른 뒤에야 북쪽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으로 향할 수 있었다. 민통선과 맞닿은 이곳에서 몇몇 마을 주민들은 개울가 인근에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11월6일 방문한 마을 목장에는 소만 가득할 뿐 돼지는 보이지 않았다.9월17일, 이곳에 위치한 한 돼지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돼지 폐사체가 발견되었다. 첫 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