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의 깊은 사유 한눈에 읽기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실패로 점철되었던 발터 베냐민(1892~1940)의 삶은 오늘날 그가 누리는 영향사적 명성과 놀라운 대조를 이룬다. 그는 그리 긴 생애를 산 것은 아니었으나, 오늘날 많은 이론가와 비평가들이 그가 시도했던 문화 비평·매체 철학·언어철학· 역사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영감을 길어 올리고 있다. 김진영의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포스트카드, 2019)는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드높고 폭넓게 흩어져 있는 베냐민의 사유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기술해놓아서, 그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좋은 선물이 된다.베냐민은 당대 독일의 수도였던 베를린의 매 다큐멘터리 사진의 비판적 저항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촬영했던 사람들이 10년, 20년, 아니 50년이 지난 시점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 그들의 자녀들은 어떤 모습일까? 가끔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다큐멘터리 사진과 사진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사진가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책무는 촬영 당시 그들의 모습을 담는 것으로 끝날까? 이런 질문에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는 사진집이 있다.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마이클 윌리엄슨과 데일 마하리지는 1980년대 미국 중부지방에 거주하던 중산층의 몰락을 취재해 〈어디로도 갈 빛나지 않는 곳에서 누구보다 찬란하게 김형민(SBS Biz PD) 1981년 5월. 전두환이 제5공화국을 선포하고 12대 대통령이 된 지 석 달. 온 나라가 군홧발에 짓밟히고, 사람들 입에는 투명한 재갈 하나씩 물려 있었다. 빙산 같은 폭압에 깔려서도 맨주먹으로 얼음을 깨고 숨을 쉬고자 하는 몸부림은 새어나왔어. 학생들은 단 몇 분, 아니 몇 초 동안 ‘살인마 전두환,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부르짖는 데 자신의 인생을 걸었어.1981년 5월27일 서울대학교 도서관 앞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단다. 도서관에 앉아 있던 학생 하나가 벌떡 일어나 쩌렁쩌렁 고함을 지른 거야. “전두환 물러가라! 전두환 절단술의 역사 보철구의 미래 박성표 (작가) 〈127시간〉이라는 영화가 있다. 2003년 등반 도중 바위에 팔이 끼여 조난한 애런 랄스턴이 팔을 자르고 살아 돌아온 실화를 다뤘다. 아무 도움도 없이 팔을 부러뜨린 후 무딘 등산용 칼로 잘랐다. 정말 비인간적으로 끔찍하지만, 한편으론 불굴의 의지가 더없이 인간적이다. 그는 이제 집게 모양 의수를 달고 산다. 애런 랄스턴은 살기 위해 스스로 외과 의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인류 역사에서 이런 신체 절단 의료술은 언제부터 있었으며, 의수와 같은 보철물은 어떻게 발달했을까?〈만화 트랜스휴머니즘〉은 이런 의문을 고대에서부터 차근차근 ‘낙원의 씨앗’ 찾아 바다로 바다로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왕자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라면 누구보다 좋아했다.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어린 시절부터 동경을 키워오고 있었다. 1415년, 지금의 지브롤터와 마주 보고 있는 세우타 항구가 포르투갈 차지가 되었을 때, 꿈은 많지만 직접 몸을 쓰는 일은 싫어하는 왕자는 세우타의 총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바로 ‘항해 왕자’로 알려진 엔히크 왕자(1394~1460)다.젊은 시절부터 즐겨 먹던 마니게트(후추 맛이 나는 서아프리카 원산의 향신료)의 향기는 그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다. 어디에서 자라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서유럽까지 오는지 알 길이 없었던 이 11년 전처럼 또 그냥 그렇게? 양정민 (자유기고가) 10개월 전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를 상습적인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을 때 세상은 두 번 놀랐다. 우선 미성년 선수에 대한 폭행과 성폭력이 3년간 지속적으로, 그것도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던진 충격이 컸다. 이미 11년 전인 2008년 KBS 〈시사기획 쌈〉이 ‘스포츠 성폭력’ 문제를 보도하면서 여러 대책이 나오는 듯했지만, 아무 진전이 없었다는 점도 새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심 선수의 폭로 직후 국회는 이번에야말로 체육계 성폭력을 뿌리 뽑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지난 1월 이후 국민체육진흥법 ‘흙 묻은 신발’로 돌아보라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영국 외무부는 왜 혁명을 예측하지 못했는지에 관해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따르면 테헤란의 영국 외교관들이 엘리트 말고 보통 사람을 별로 만나지 않은 게 하나의 이유였다. 그 후 영국 외교관들은 현장에서 보통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관한 조사를 강조했다. 영국의 이란 주재 대사는 언제나 부하의 신발에 흙이 묻었는지 살펴보았다고 한다.외교관만이 현실을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실행하는 관료들과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바로 그런 때를 기다리는 ‘재능 부자’ 헨리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헨리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연주 장소가 낯설었다. 그는 열 명도 넘는 장정들과 치솟는 불기둥에 휩싸여 있었다. 불필요할 정도로 비장한 선율에 맞춰 격렬하게 관절을 꺾는 이들을 배경으로 헨리 역시 춤을 추며 바이올린을 켰다. 데뷔 2년째에 막 들어섰던 그룹 슈퍼주니어의 ‘돈돈(Don’t Don’t)’ 무대에 선 객원 연주자 헨리였다.아직 연습생 신분이었는데도 정식으로 무대에 난입해 바이올린 연주를 난사하던 그때도, 〈나 혼자 산다〉 〈비긴 어게인〉 등에 출연해 가수보다는 예능인으로 인지도를 높인 지 가족의 상처 가족의 치유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아들아 너무 보고 싶다. 엄마가. 파주 병원에서.” 집 나간 지 17년 만에 보내온 엄마의 글치고는 너무 짧았다. 엽서를 손에 쥔 둘째 경환(태인호)이 망설이는 사이 앞장서는 건 큰딸 미정(장혜진)이다. 미정의 딸 규림(김진영)까지 태우고 막내 재윤(이가섭)이 사는 부산에 들른다. 미정은 생글생글 웃는다. 가족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마냥 좋았기 때문이다.“우리 재윤이까지 다 같이 어디 가는 거 처음이지?” 휴게소에서 미정이 물었다. “재윤이 부대 면회 갔을 때 빼고는 처음일걸?” 경환이 대답했다. “아, 맞다, 맞다. 탈출구 없는 브렉시트, 도대체 뭐가 문제야? 이종태 기자 2192년이다. 영국 총리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를 방문한다. 물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연기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매년 전 세계의 관광객이 이 ‘전통적 행사’를 보기 위해 브뤼셀을 방문한다. 그러나 누구도 이 전통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한다.불가리아의 전 환경부 장관이며 유럽기후재단(ECU) 자문위원인 줄리앙 포포프가 10월20일 트위터에 올린 우스개 이야기다. 영국인들이 2192년까지도 브렉시트 연기를 계속 협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비웃음. 그러나 뼈 있는 조롱이다. 영국은 올해 들어 지난 10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아무튼, 기타이기용 지음, 위고 펴냄“병원과 학교를 오가던 내게 기타를 안았을 때 물리적으로 느꼈던 안도감과 포근함은 위로가 됐다.”‘음악이 처음 만들어지던 순간의 목격자이고, 음악으로 향하는 길고 먼 여행에서 나와 함께하며 온갖 순간들을 헤쳐 나온 동반자.’ 기타를 두고 뮤지션 이기용씨가 한 말이다. 과장이 섞인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가 쓴 열두 개의 기타 이야기를 읽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병실에서, 문 닫은 새벽녘 클럽에서, 일하러 내려간 제주의 펜션에서 지은이는 기타를 품에 안고 어루만졌다. 중고 기타를 사고팔며, 기타의 ‘대학원생 유머’의 씁쓸한 뒷맛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 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 간다.” 요즘 유행하는 ‘대학원생 유머’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대학원생을 ‘잘못된 선택을 한 자들’로 묘사한 이후, 대학원생에 대한 유머가 넘쳐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원생’을 검색하면 수많은 ‘짤(이미지)’을 볼 수 있다. 구글에서 ‘graduate meme’을 검색해도 만만치 않은 검색 결과가 쏟아지는 걸로 봐서 영미권이라고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대학원생 노동조합 운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기사의 부족함 채워주는 독자님 [프리스타일] 장일호 기자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종이를 보여주세요’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시사IN〉을 내밀 것이다. 얇고 가벼운 종이 위에 얹은 글자에는 내가 궁금한 세상이 거의 다 담겨 있다. 염색공예 작가 유노키 사미로 씨는 여행지에서 만난 냅킨이나 커피설탕 봉투 등을 포켓 파일에 한 장씩 넣어 보관한다. 유노키 씨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그림은 죽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충격이었습니다. 그럼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건 묘지에서 하는 운동회 같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종이의 신 이야기〉, 책읽는수요일, 2017) “내가 만든 이야기 나보다 씩씩하고 멀리간다” 임지영 기자 장류진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 그의 SNS에 ‘새 글’이 떴다. ‘리뷰 읽으며 눈물 줄줄인 나날들.’ 작가의 근황을 요약하는 문장이었다. 책에 대한 리뷰를 읽을 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정도로 눈물이 난다고 했다. 맺히는 정도가 아니고 단어 그대로 줄줄 흐른다고.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이 등단 1년 만에 나왔다. 1, 2쇄 합쳐서 1만 부를 찍었고 일주일도 안 되어 5000부를 추가로 인쇄했다. 갓 등단한 소설가로서는 이례적인 숫자다. 단기간의 성취라고 볼 수만은 없다. 소설을 처음 쓴 건 10여 년 전이었다.표제작인 ‘ 유혈 참사 막은 ‘죄’로 고문받고 파면되고… 정희상 기자 이향진씨(62)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목포 지역 치안 책임자였던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의 둘째 딸이다. 그는 지금도 39년 전 아버지가 고문당하던 보안사 근처에 속옷을 전달하러 갔다가 받은 충격으로 불안증에 시달린다.전두환 신군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직후 1980년 6월 초 이준규 목포경찰서장을 보안사로 연행했다. 90일간 감금하고 고문했다. 5·18 시위에 강경 대처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신군부는 그를 파면하고 군법회의에 회부했다. 계엄보통군법회의는 그에게 징역 1년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90일 동안 온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5대 핵심 정리 김민아 (노무사)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누구를 어떻게 처벌하느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위해 제정됐다. 최근 교육이나 상담 요청이 가장 많은 분야 역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다. 얼마 전 여성 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에서 열린 노동법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정리해보았다.예전에는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전혀 없었나?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 7월16일 시행되었다. 이전에는 ‘직장 내 괴롭힘 Don’t Cry For You Argentina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민주노총 군산지부는 왜 상생 일자리에 참여했나 전혜원 기자 ‘군산형 일자리’가 첫발을 내디뎠다. GM 군산공장이 있던 자리에 현대차 1차 협력업체 엠에스오토텍의 자회사 명신이 들어섰다. 새만금단지에 에디슨모터스 등 중소기업 4곳이, 군산국가산단 내 유휴 공장에 부품업체 11곳이 입주한다. 이 프로젝트의 현재 목표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공장을 가동해 2022년까지 4122억원(KDB산업은행 융자 포함)을 투자해서 일자리 1900여 개를 만드는 것이다. 같은 기간에 전기차 17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군산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여섯 번째 ‘상생형 지역 일자리’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란 지 트럼프, 탄핵 면하고 재선에 성공한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정치적 사면초가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의회의 탄핵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방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조지프 바이든 전 부통령을 음해할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9월24일부터 비공개로 탄핵 조사를 진행해왔다. 마침내 11월 중순에 공개 청문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청문회를 마치는 순간 하원 법사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권남용을 근거로 탄핵안을 작성해 통과시킨 뒤 본회의에 부치려 할 것이다.10월 들어 시행된 여론조사 ‘언젠가 속초’에 가시려거든 장일호 기자 언제나 몸보다 마음이 먼저 여행을 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고심을 거듭해 가이드북을 고르고 해당 지역 이름이 들어간 다른 책도 살펴본 후 구입하곤 한다. 이를테면 몇 해 전 일본 오키나와에 가기 전에는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효형출판)를 가이드북과 함께 읽었다. 정작 내가 방문한 날은 헌책방 ‘울랄라’가 쉬는 날이라 들어가보지 못했다. 여행은 사진으로도 남지만 이렇게 책으로도 남아 기억의 두께를 더한다.2017년 봄 〈당신에게 말을 건다〉(알마)를 낸 저자 김영건씨를 만나기 위해 김씨가 3대째 대를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