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비극 김문영 (이숲 편집장) 세상의 작은 별들.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작은 존재들은 이유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난다.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짧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이념에 맞서 싸우는 전사가 되고 전쟁의 상처로 고통 속에 머물다 가기도 한다. 역사가 바뀌고 변하고 진화한다 해도, 인류사에서 전쟁 없는 역사를 기록하기는 힘든 일이다.여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 그러나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주는 그래픽노블이 있다. 1970년대 말, 바르셀로나. 스페인 내전을 주제로 한 영화의 촬영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자는 할머니 이사벨의 삶을 재현하는 손녀다. 나만의 시각으로 나만의 표현을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누구도 촬영하지 않은 주제가 세상에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찾아보면 찾을 수도 있다.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이다. 결국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특정한 주제를 찾고, 자기 목소리를 통해 그 주제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다.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사진 찍을 만한 것이 없다”라고 불평한다.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수많은 찍을 거리를 그냥 스쳐 지나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바라봐야만 그 물건은 그곳에 있는 것이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다.그들은 우리가 바라보고 발견해주길 늘 기다리고 있다.사진은 태생적으로 카메라 우리가 왜 아픈지 알아낸다는 것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얼마 전 다른 일 때문에 만난 노무사가 답답한 일이 있다며 하소연을 했다. 전자산업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여성 노동자가 유방암에 걸려 산재 보상을 청구했는데 산재 승인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두 가지가 쟁점이었다. 교대근무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고,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야간작업을 포함하는 교대근무가 ‘인체발암성 추정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실험 동물에서는 발암성의 충분한 근거가 확인되었고, 인간에게서는 그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일주기(circadian) 리듬의 혼란으로 마겐브로트 향 속에 담긴 대양의 역사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한입 크기의 조각으로 잘려 있는 빵은 볼품없다. 입안에 넣는 순간,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이국적인 향기가 풍겨온다. 혀를 감싸는 초콜릿의 진한 단맛과 어우러져, 오래 지나도록 가시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이 맛과 향기는, 독일과 스위스 사람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왔음을 의미한다. 마겐브로트 (Magenbrot)라는 빵 이야기다.스위스의 아름다운 호반 도시 루체른의 가을은 로체르너 메에스(Lozärner Määs)라는 축제와 함께 시작된다.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이 축제의 상징은 호반을 따라 늘어선 임시 상점들이다. 차가워진 날 늙은 피터팬의 나라 대한민국의 초상 황두영 (자유기고가) 사모펀드와 재개발 투자는 불법행위의 경계를 넘나들기 쉽고 은밀한 정보에 좌지우지되는 투자다. 제기된 모든 의혹이 다 오해라고 하더라도, 왜 굳이 고위 공직에 재직하면서 인생을 건 수십억원짜리 투자를 하는지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얘기다.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바로 재산 흐름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신의 재테크를 딱히 숨기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물론 불법이 아니고 그만큼 떳떳하니 숨길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애초 그런 투자를 안 했다면 수많은 의혹과 실망 일본은 왜 소비세를 올렸을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10월1일 일본 정부가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렸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의 공약대로 인상을 단행했다. 아직 초기라 경제적 영향 평가는 이르지만 우리가 눈여겨볼 중요한 대목이 있다. 바로 세금과 복지를 결합하는 ‘복지 증세’이다.소비세를 올리는 당일, 일본에서 무상보육이 시작되었다. 이날부터 3~5세 유아의 수업료가 무상화되고, 저소득층 가정의 0~2세 영아에게도 보육료가 지원된다. 내년 4월부터는 대학 학비도 감면될 예정이다.이는 2012년 소비세율 인상을 결정할 때 이미 정해진 방식이다. 당시 민주당 유재석도 하는데 당신이 못할 리 없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음악을 뚝딱 창조할 수 있는 세상, 그럼에도 누군가는 악기를 잡고 연주한다. 기타를 잡건, 베이스를 손에 쥐건, 드럼 세트에 앉건, 연주할 때의 쾌감을 즐겨서일 터다. 그렇다. 신체의 연장으로서 악기의 유효성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거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2010년대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비단 한국만의 현실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메인 차트에 밴드가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못해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악기를 둘러메고 자신이 속한 세상을 연주하 “대법원 위상 높이려 판결문 수정” 김연희 천관율 기자 방창현(46) 대전지방법원부장판사2015년 전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 행정소송 1심 재판장. 법원행정처는 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이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에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도록 이 재판을 관리하는데, 방창현 판사는 부당한 개입을 그대로 수용한다. 2015년 9월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학 동기인 심경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건의 진행 경과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했다’고 하자, 판결 선고가 나기 전인데도 재판부의 심증을 알려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판 사람을, 세상을 크게 사랑한 선생님 김형민(SBS Biz PD) 아빠가 대학 2학년이던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줄여서 전교조가 창립되었어.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어 있던 교사 노동조합이 1989년 한국에서는 엄금되어 있었지.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말하던 이들이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일 수 있느냐”라며 반대했고, 정부는 그저 노동조합일 뿐인 전교조가 무슨 반국가단체라도 되는 양 ‘발본색원’하려 들었지. 천신만고 끝에 전교조가 출범했지만 참여 교사들은 온갖 협박과 회유에 시달렸단다. 교사 1500여 명이 그 직을 박탈당하는 비극이 벌어졌어. 전국 곳곳의 학교에서 선생님을 지키겠다며 아우성치 ‘진짜 기자’ 우에무라를 위하여 문성희 (<슈칸 긴요비> 기자) 지난 9월16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하노이의 아침’에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원로들이 모였다. 일본의 한 저널리스트를 후원하기 위해서다. 이날 임재경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회장,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보도지침을 폭로한 신홍범씨, 안중근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 김수옥 우사김규식연구회 회장 등 1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우에무라 다카시를 생각하는 모임(우생모)’이 만들어졌다.1991년 8월11일 〈아사히 신문〉 우에무라 다카시 기자(61)는 일본군 ‘ “내 상처에 언어가 생긴 것 같다” 임지영 기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울어서 눈이 부었다고 김보라 감독이 말했다. 인터뷰 전날인 10월2일 〈벌새〉의 ‘10만 파티’가 있었다. 우롱차와 떡을 나눠 먹었다. 영화를 지지하는 ‘벌새단’이 극중 나오는 노래를 ‘떼창’했다. 김 감독은 ‘수많은 은희가 여기에 있어요’라고 쓰인 피켓을 기억했다.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27개나 받았지만 가장 기쁜 순간은 이럴 때다. 관객들에게 손 편지를 쓰기도 했다. ‘저는 제 자신을 견딜 수 없던 밤들에 〈벌새〉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나와 같은 밤을 보낸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길 바랐습니다. 영 “박정희는 죽이고 박근혜는 은폐했다” 정희상 기자 1979년 10월18일 오후 6시께, 경남 마산시 봉암동에서 목수 일을 하던 유치준씨(당시 51세)는 평소처럼 퇴근길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산호동 네거리에 이르렀을 때 시위대를 만났다. 시위대는 “유신헌법 철폐하라” “독재 타도하자” “언론자유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유치준씨는 집으로 가는 길이 경찰에 막히자 자연스레 시위대에 합류했다.이날 저녁 경찰은 강제진압에 나섰다. 분노한 시위대는 공화당 마산지구당사와 파출소에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마산경찰서장은 39사단에 병력 지원을 요청했다. 밤 11시 장갑차 4대가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돌베개 펴냄“정보의 민주화는 또한 허위 정보와 상대주의의 폭주로 이어졌다.”서울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양분된 ‘직접행동’은 절단 난 여론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민주주의가 맞닥뜨린 가장 큰 도전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말마따나 오늘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정보 세계에서 움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이상 진실을 ‘합의’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거나 시간을 쏟지 않는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불리는 저자는 트럼프 정권의 시대정신, 대학 표창장이 부끄러움에 스치운다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여느 기관장이 그렇듯 대학 총장에게도 학내 각종 현안에 대한 보고 서류와 크고 작은 정보가 온종일 쉴 새 없이 전달된다. 그중에서도 부서장이 “그 건은 총장님 결재까지 올리세요”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결재 클릭을 통해 총장이 한번 더 인지하게끔 해야 하는, 책임성이 큰 중요 사안이라는 뜻이다.“표창장을 준 일도, 결재한 적도 없다”라는 한 대학 총장의 말은 그래서 틀림없이 사실일 것이다. 외부의 유명 인사에게 주기로 한 상이거나 그 상을 처음 만들기로 결정하는 내부 결재가 아니라면, 총장 명의의 상장이나 표창장을 준비하는 업무에 총 노인과 바람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권력, 책임으로부터 도망가다 엄기호 (문화 연구자) 위험이 만성화되고 일상화된 사회에서 권력은 위험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권력은 재난으로부터의 거리다. 홍수가 나면 만성적으로 침수되는 곳에 사는 사람과 그 홍수를 텔레비전으로 보며 “걱정이야” 하고 읊조리는 사람의 차이가 바로 재난 시대에는 권력의 차이다. 물론 가끔 이런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닥치기 때문에 지금이 진정으로 재난의 시대이지만 말이다.〈나, 조선소 노동자〉는 2017년 5월1일 노동절, 경남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에서 벌어진 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집이다. 밀양에서부터 유튜브는 넓고 이상한 놈은 많다 변진경 기자 지난 2월18일 유튜브 채널 매츠왓잇이즈(MattsWhatItIs)를 운영하는 맷 왓슨은 “유튜브는 아동 성 착취를 촉진하고 이를 수익화한다”라는 제목의 20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왓슨은 몇 번의 검색과 마우스 클릭으로 유튜브에 소아성애자들을 위한 ‘웜홀(wormhole)’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비키니 하울(haul, 품평)’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다음 단 두 번의 클릭으로 유튜브 페이지는 여자아이들의 비키니 영상으로 가득 찼다. 사용자의 기호와 관심을 반영하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한 결과이다.유튜브 알고리 ‘말’에 관심 있다면 이 책 놓치지 마시라 이상원 기자 〈Secret Sunshine〉이라는 미국 영화가 있다면 제목을 한국어로 어떻게 옮겨야 할까? 비밀스러운 햇빛? 숨은 빛? 으슥한 빛? 사실 이것은 한국 영화 〈밀양〉의 영어 제목이다.〈번역의 탄생〉에서 저자 이희재씨는 이 사례를 영어 형용사를 번역하는 한 방법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secret sunshine’에서 ‘밀양’을 떠올리지 못한 독자 가운데에는, “‘밀양’은 ‘secret sunshine’과 다른 의미를 담는다”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사례는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전히 풀이하는 어려움을 드러내기 ‘화성 8차 사건’ 윤씨, 무죄 주장 30년 만에 재심 시작 화성·김영화 기자 동네 주민들에게는 경운기 수리를 잘하던 인물로 통했다. “다리는 절어도 손재주가 좋았거든.” 백발이 된 이웃 유 아무개씨(81)가 회상했다. 지금의 화성시 진안동이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로 불렸던 1988년, 그의 옆집에 윤 아무개씨(당시 21세)가 살았다. 윤씨는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를 절었다. 부모 없이 혼자 사는 그를 딱하게 여기던 이웃이 많았다. 동네 농기구 수리 업체 사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윤씨는 그곳에 묵으며 경운기를 수리했다.경찰들이 윤씨가 사는 진안2리 사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88년 가을이었다. 19 그때 ‘화성 8차 사건’ 윤씨의 말을 귀담아들었더라면 신호철 (〈시사IN〉 전 기자) 그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고 했다. 몇 번이고 물어도 같은 답이었다. 16년 전 일이다.2003년 5월은 영화 〈살인의 추억〉이 막 개봉한 때였다. 영화의 완성도를 볼 때 흥행할 가능성이 높았고, 잊혔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다시 국민적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필자가 화성 현지 르포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였다.당시 화성경찰서에는 1차에서 10차에 걸친 연쇄살인사건을 총괄하는 수사본부가 남아 있었다. 1987년부터 화성경찰서 수사계에서 일하며 직접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도 강력계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8차 사건도 맡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