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질문 기발한 대답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바람은 왜 이렇게 세차게 불까? 천둥은 왜 칠까? 시간은 어떤 때 빨리 가고 어떤 때 한없이 느리게 갈까? 밤은 어떻게 오는 걸까? 나는 왜 잠들지 못할까? 인생을 살아가며 마주치게 되는 의문은 끝이 없다. 자연현상, 나의 감정과 감각, 인간관계 등 종류도 한이 없다. 우리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얻을까? 그 답은 만족할 만할까? 아니, 최근 뭔가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나? 다시 의문이 솟는다.의문이 생기는 것은 건강한 생명현상이다. 세상을 파악하여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을 잡게 만드는 삶의 방향타이다. 의문이 없어지면 성 명태 ‘밸따기’ 하던 그녀들의 노동 김만석 (독립연구자) 올해 초 명태가 강원도 고성 인근 바다에서 잡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 대구를 잡기 위해 쳐둔 그물에 명태가 걸렸던 것이다. 2008년 어획고 ‘0’을 기록하면서 한반도 동해 바다에서 명태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는데, 10년 만에 명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2014년 해양수산부가 벌인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치어 방류와 양식 사업)가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명태의 귀환’이 확실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명태는 아직 되돌아오지 못했고 올해부터는 아예 명태잡이 자체가 전면 금지되고 있 예술, 모든 이들을 위한 공공재 심보선 (시인·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최근 문화정책 키워드는 ‘문화민주주의’이다. 문화민주주의의 목표는 예술에 대한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회학적 연구들은 입장료를 낮추고 ‘소외지역과 계층’에 예술을 보급하는 것만으로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예술은 나와 무관한 것이다. 그것은 어차피 나와 다른 사람들, 경제적 여유와 시간이 있고 어릴 때부터 예술에 친숙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내게 돈과 시간이 주어진다면 예술이 아니라 다른 데 투여할 것이다.문화민주주의는 예술을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자아의 20세기 최고 사진가의 완전히 새로운 사진 이상엽 (사진가) 가끔은 ‘아메리카’ 그 자체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 ‘본 인 더 유에스에이’는 레이건 시대 위대한 미국 칭송으로 오해된다. 사실은 미국 노동자 계급의 고달픈 삶을 노래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진집 〈디 아메리칸스〉의 로버트 프랭크가 지난 9월9일 캐나다 노바스코샤 브레턴섬의 작은 병원에서 아흔넷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디 아메리칸스〉도 제목 탓인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직후 번영을 구가하던 미국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그대로 포착해 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곡해되기도 한다 과연 인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인류의 기원에 대한 질문은 자의식과 역사학, 철학의 시작과 때를 같이합니다. 나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지듯, 우리를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집니다. 이 질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것은 19세기 말부터입니다. 다윈은 1859년에 나온 역작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에서 일반적인 진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지만, 인류도 진화했다는 주장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1871년에야 나온 책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 2019년 대한민국 ‘고롱고사’는 어디인가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아프리카 남동쪽에 위치한 모잠비크에서 내전이 시작된 것은 1977년이었습니다. 포르투갈 식민지로 5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 독립을 쟁취한 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 간 싸움을 대신한 ‘냉전의 대리전’이기도 했던 모잠비크 내전은 이후 15년간 계속됩니다. 전쟁은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이 종결된 1992년에야 끝났습니다. 병원과 학교를 비롯한 수많은 시설이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100만명 넘는 사람들이 기근과 전쟁으로 사망한 뒤였습니다.이 비극으로 인해 희생된 것은 인간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어떤 지금 페미니즘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하미나 (페미당당 활동가) 조국 법무부 장관 이슈로 떠들썩했던 근래 계급 이슈는 다른 많은 사람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자극했다. 우리 부모는 둘 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나는 농어촌전형으로 대학 입시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대학 시절 내내 너무 외로웠다. 동기 부모 중 대다수는 전문직·관리직이거나 최소한 ‘배운 사람’이었다.대학에 들어와 지식인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나는 시장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곳에는 음모와 배신이 넘치고 온갖 인생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토록 거친 공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리를 지키는 사람의 대부분은 킬리만자로에 어울리는 음악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어쩌면 나는 여행을 믿지 않았던 것 같다. 높게 쳐줘봐야 주말의 확장 정도라고 할까. 그렇다. 나에게 여행은 일하는 상태의 반대말에 불과했다. 아프리카 대륙을 밟기 전까지 ‘재방문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는 여행지 역시 없었다. 다시 가도 좋을 게 뻔하지만 간절하진 않았다는 의미다. 물론 처음엔 좀 무서웠다. 그럼에도, 영화 〈그녀(Her)〉의 다음 대사를 부여잡고 〈시사IN〉의 ‘함께 걷는 길-나의 첫 아프리카 여행’에 동참했다. “가끔씩 앞으로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한 듯싶어. 새로움을 느끼지도 못할 것 같고, 그 와야 할 세상 위해 삶을 갈아넣다 김형민(SBS Biz PD) 젊음이란 무엇일까? 중천에서 빛나는 태양이기도 하지만 폭풍처럼 종잡을 수 없는 질주이기도 하겠으며 갈 길 모르는 방랑이기도 하고 거침없는 행진이기도 하겠지. 2020년대에 20대가 될 네 젊음은 어떤 느낌일지 아빠는 사실 이해하지 못할 거야. 며칠 전 아빠의 대학 동창 단톡방에 1980년대 풍경을 올리니, 대번에 “북한 같다. 왜 이렇게 촌스럽냐”라는 반응이 나오더구나. 이미 스스로의 젊은 시절마저 낯설게 된 아빠와 아빠 친구들이 어찌 너희들 청춘의 색깔을 가늠할 수 있겠니.그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빠가 젊었을 때에도 어쩐지 멜론 노래가 귀에 거슬리더라 고재열 기자 디지털 시대 음악산업에서 온라인 음악 서비스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음원 수익의 배분과 관련한 큰손이다. 5월27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는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 현 카카오M)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4개월 동안 수사를 마치고 9월25일 검찰은 로엔이 저작 권리자들로부터 182억원의 저작 권리료를 편취했다며 당시 신 아무개 전 대표이사와 이 아무개 전 부사장, 김 아무개 전 정산담당 본부장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업계에서는 이 편취 금액 역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음악산업은 크게 세 축으로 구 공정을 넘어 ‘공공’으로 엄기호 (문화 연구자) 이른바 ‘조국 사태’로 나라가 시끄럽다. 여기에 나경원 의원의 아들 문제까지 겹쳐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기득권층의 특권의식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며 실망한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교육과 입시 문제이기에 반감이 더욱 크다. 교육과 입시는 계층 이동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고등학생이 무슨 논문이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고등학생도 우수한 논문을 쓸 수 있다. 우수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잘 갖추어진 실험실과 그 실험을 함께 수행할 우수한 ‘동료’가 필요하다. 결정적으로 실험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음식 경제사권은중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과 실천을 아우르고 표현하는 예술이며 철학이다.”“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라는 말을 한다. 저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이 사는 문명의 역사다”라며 인류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특정한 음식 이야기를 들려준다. 칼로리 열등 지역이었던 서구가 어떻게 칼로리가 넉넉했던 동양을 앞설 수 있었는지 음식을 중심으로 탐구한다.기자 출신으로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주로 활동했던 저자는 요리사가 된 뒤에는 음식을 통해 사회와 경 74년 동안 가라앉은 수천 명의 죽음 정희상 기자 1945년 8월24일 오후 5시께,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 항구 300여m 지점에 조선인 강제징용자와 가족 등 수천명을 태운 우키시마호가 천천히 멈춰 섰다. 이틀 전 아오모리현 오미나토 항구를 떠나 부산으로 향하던 이 배는 해방 후 첫 귀국선이었다. 승선자 대부분은 오미나토 해군 시설부 군무원 또는 노무자 신분으로 비행장과 철도공사장, 하역 작업장 등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인들이었다.“육지가 보인다.” 경남 거창의 한 동네에서 나란히 일제에 징용당했다가 이 배를 탄 유경수씨(당시 28세)가 갑판에 먼저 나와서 아래 선실에 있던 후 직업병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까닭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어느 날 밤늦게 대학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멀리 남쪽 바닷가에 사는, 한 대학병원의 내과 교수였다. “제 환자가 중피종인데, 조선소에서 일했대요. 산재 신청 안내를 해도 될까요?” 중환자 치료만 하는 것으로도 바쁠 텐데, 직업성 호흡기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환자의 직업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물어보곤 한다. 이번에는 “양식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천식이 포름알데히드 취급과 관련성이 있을 것인가, 산재 신청 안내를 해야 하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포름알데히드는 냄새를 맡는 등 호흡기로 흡입했을 때 작업자에게 천 서열화한 학벌 체제에서 공정한 노력은 없다 해달 (필명·대입 학원 강사) 수능이 50여 일 남았다. 내가 가르치는 재수생들은 점점 기대치를 낮춰가는 중이다. 피 말리며 보낸 지난 1년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학창 시절에 열심히 안 살아서 이 꼴로 산다”라고 자조하면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불평할 거리가 수없이 많은 이 제도를 두고 학생이 “제 능력이 부족하다”라며 노력이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담담히 수용할 때, 나는 계속 미안해진다.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단지 열심히 공부하는 노력만은 아니기 때문이다.공부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말은 일 타국은 지옥이다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스포츠 만화 주인공 같은 효정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오마이걸의 효정은 꼭 만화 주인공 같다. 캐릭터 같은 동그란 얼굴과 웃음기 밴 목소리, 그리고 풍부한 표정이 특징이다. 멤버들은 효정을 ‘캔디 리더’라고 부른다. 눈물이 많은 편이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고 웃으라며 만들어준 별명이란다.효정은 늘 웃는 상이다. 요즘 출연 중인 엠넷(Mnet)의 〈컴백전쟁 퀸덤〉 (이하 퀸덤)만 봐도 사전 인터뷰나 무대 연습 동안 언제나 웃으며 멤버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사람은 아니다. “오마이걸이 이렇게 잘하는 팀이라는 걸 보여주자”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박상기 전 장관은 왜 ‘시사IN’을 택했을까?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화요일이죠? 오늘 국무회의 있는 날인데, 오전 10시부터 국무회의인데…. 평생 살면서 소속이 없는 날이 9월10일부터네요.” 9월17일 〈시사IN〉 편집국으로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출근’ 시킨 장일호 기자입니다.어떻게 섭외?네? 왜 나한테 물으세요. 국장이 했잖아요.장 기자가 최종 확정했으니.네에? 이거 다 취재 뒷담화에 쓰려고 하죠(맞습니다)? 국장 지시로 제가 연락했을 때 인터뷰 의사 확인했고 마음 변하기 전에 서둘러 확정.2시간 가까이 인터뷰했는데?검찰개혁 중심으로 심층 인터뷰.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서 개혁의 오카와 초등학생들은 왜 쓰나미로 목숨을 잃었나 임지영 기자 ‘2011년 3월11일 두 번의 대재앙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했다.’ 하나는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가 녹으면서 시작됐고 그보다 먼저 쓰나미가 있었다. 영국 〈더 타임스〉의 일본 주재 기자인 리처드 로이드 패리는 그날 이후 일본 동북부의 작은 마을 가마야에 있는 오카와 초등학교 학부모들과 긴 시간을 보낸다. 모두 유족이었다.왜 오카와 초등학교일까. 80여 명의 죽음은 어떻게 달랐던 걸까. 3월11일 당일, 어린이 75명이 선생님의 보호 아래 사망했는데 그중 74명이 오카와 초등학교에서였다. 많은 죽음 중에서도 예외적이었다. 파도에 휩쓸린 교육 ‘개편’ 말고 교육 ‘개혁’ 변진경 기자 이른바 ‘조국 대란’을 겪으면서 교육 불평등 문제가 논의되는 영역은 전에 없이 넓어졌다. 교육 불평등 이슈가 사회·경제·정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늘 공기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던 교육 불평등의 얼굴이 처음 그려졌기 때문이다. 눈 따로, 코 따로, 귀 따로 묘사되기 일쑤였던 교육 불평등의 민낯이 한 장의 몽타주로 완성됐다. 형상화된 교육 불평등 앞에서 국민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어떤 개혁인가? 이 질문 앞에서 교육 불평등 문제는 또다시 좁은 영역 안에 갇혀버렸다. 대입제도 개편, 그중에서도 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