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 가는 걸 두려워 마세요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여름 감기 끝에 왼쪽 귀가 먹먹해지더니 소리가 잘 안 들리기 시작했다.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아 간단한 문진을 마쳤다. 기구를 준비하는 의사를 보며 ‘귀를 들여다보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한 손이 내 턱을 잡더니 다른 손으로 쥔 내시경이 내 콧구멍 속으로 쑥 들어왔다. 순간 펄쩍 뛰어오르고 싶었지만 온몸이 얼어붙고 힘이 들어가 의사가 더 기구를 집어넣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자, 힘 좀 빼볼게요. 옳지 잘한다, 착하다.”내 코 안에 금속을 집어넣고 있는 사람에게 차마 아무 말도 못하고 결국 마취와 재검까지 받는 동안 끝나지 않는 대마도 수난사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대마도(쓰시마섬)는 일본 본토보다 한반도와 거리가 더 가까운 섬이다. 규슈까지는 82㎞이지만 부산까지 거리는 50㎞가 채 안 된다. 날씨가 좋을 때면 부산에서 육안으로 대마도를 볼 수 있다. 부산항에서 불꽃놀이라도 벌어지는 날에는 대마도에서 폭죽 불빛에 비친 광안대교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아예 ‘한국 전망대’라는 망루까지 세워 관광 상품으로 홍보하고 있을 정도다.이렇게 한국에서 가깝다 보니 한국 관광객이 많고 지역경제 상당 부분도 그에 의존한다. 대마도는 최근 일본 불매운동의 성패 여부를 가름하는 바로미터 같은 존재가 참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김형민(SBS Biz PD) 몇 달 전 아빠는 어느 술자리에서 객쩍은 말을 했다가 무안을 당한 적이 있어. “솔직히 우리 때는 공부 안 해도 대충 취직은 됐잖아.” 호기롭게 이야기하는 아빠의 뒷덜미를 잡아채듯이 누군가 이렇게 찔러왔거든. “너희는 그랬는지 몰라도 우리는 그때도 힘들었어.” 이른바 ‘인 서울’ 아닌, 지역 소재 대학을 나온 친구였지. 경기가 좋았던 시절 ‘대충 취직’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많았지만, 그때도 직장 고르는 일에 목을 맸으나 끝없이 좌절해야 했던 사람들은 부지기수였단다. 그러니 “우리 때는” 운운했던 아빠가 얼마나 어처구 강남 좌파든 강북 좌파든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개천에서 용 나는 것보다 따뜻하고 살기 좋은 개천을 만들자고 하더니 자기는 저 높은 은하수에서 용을 기른 것 아닌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을 보고 누군가 던진 말이다.조국 장관 가족의 재산은 약 56억원인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2년 전보다 약 6억5000만원 증가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자산이 약 40억원 이상이면 2013년 기준으로 성인 자산 상위 0.1%에 들어간다. 물론 그의 말대로 큰 부자라도 사회와 제도가 공평하길 바라는 ‘강남 좌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해왔던 말과는 다른 사진 한 장에 담긴 대한민국의 현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모든 사진가는 각각 독특한 방식으로 사진 작업을 한다. 인물을 촬영하는 사진가는 촬영 대상과 거리를 철저히 유지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상과 상황에 개입해 작업할 수도 있다. 피사체와 ‘거리(distance)’에 대한 상이한 해석을 하는 두 가지 작업 방식은 판이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어떤 방식이 더 뛰어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사진에서 친밀감은 피사체와 거리를 두기보다 피사체에 개입하는 경우 더 잘 드러난다. 사전적으로 친밀감(intimacy)은 매우 농밀한 관계에서 드러나는 관계성을 의미한다. 사진에서 친밀감이라 하면 아마도 ‘재즈광’을 위한 선물이자 보물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리처드 하버스의 〈블루노트:타협하지 않는 음악〉 (태림스코어, 2019)은 타블로이드 판형보다 조금 작은 가로 22㎝, 세로 28㎝ 판형으로 제작된 400쪽짜리 책이다. 시선을 흡입하는 대형 화보가 본문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책은 재즈광이 소유해야 하는 보물이다. 나는 지금 〈시사IN〉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만을 위해서, 그리고 재즈 애호가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서글을 쓴다.흑인 노예들이 불렀던 영가에서 발전한 재즈는 유일하게 미국에서 발생한 음악 형식이다. 무도장의 반주 음악으로 오랫동안 명성을 날린 재즈가 미 미국이 떠난 중동, 러시아가 꿰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중동 분쟁을 이해하는 세 축을 따라 연재를 이어왔다. 국가, 지역, 그리고 세계라는 세 층위가 그것이다. 나라 안에서 싸우고, 중동 전체의 구조적 갈등이 만연하며, 중동 밖 외세의 개입으로 더욱 어지럽다. 각각의 갈등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 분쟁 해결이 어려운 이유다.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레바논 내전, 시리아 내전 등 1차 세계대전 이후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선 안에서 벌어진 국가 내부의 갈등은 헤아릴 수 없이 목도했다.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무시하고 임의로 만들어진 국가가 평화롭게 유지되기는 무리 노무현의 균형발전 1.0 김경수의 균형발전 2.0 천관율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더불어민주당)가 재미있는 구상을 다듬는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지난 7월이었다. ‘부산을 축으로 하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이라는데, 질문이 당장 꼬리를 물었다.첫째, 부산이라니? 경남지사가 왜? 그러고 보니 김 지사는 꾸준히 “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재검증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었다. 부산·울산과 보조를 맞춰, 사실상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염두에 둔 얘기다. 두 번째가 더 궁금했다. 메가시티라니? 균형발전은 어디 가고 대도시 집중 전략이 나왔지? 균형발전은 노무현 정부를 상징하는 노선이다. 김 지 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한민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한국인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실제로 지옥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행복은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SNS를 많이 이용할수록 행복감이 줄어든다는 연구를 보면 역시 행복은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국의 행복지수가 매년 하위권에 머문다는 연구를 보면 행복은 외국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N포 세대, 달관 세대부터 소확행, 욜로까지 우리의 불행을 진단하는 수만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가 그걸 몰라서 불행한가? 이 책이 흥미로운 부분은 문화 불의 신화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태양 같은 아이 ‘유나’의 에너지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효과가 있다. 스토리 전개상 중요한 인물이 처음 등장하거나 결정적인 장면에 나타나는 영웅을 묘사할 때 보이는 의문의 빛. 보통 웅장한 음악이나 슬로모션과 함께하는 이 커다랗고 찬란한 빛을 우린 흔히 후광이라 부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빛은 종종 현실에도 등장한다.올해 초 JYP엔터테인먼트가 트와이스 이후 3년4개월 만에 선보인 5인조 신인 걸그룹 ‘있지(ITZY)’의 데뷔 무대를 본 사람 가운데 적지 않은 이가 그 빛을 목격했으리라 믿는다. 있지는 다섯 멤버의 각기 다른 개성으로 201 카슈미르 들끓게 한 인도의 ‘힌두투바’ 이유경 (프리랜서 기자) 9월16일 인도 최북단 잠무카슈미르주 장관을 지낸 파룩 압둘라가 공공안전법(Publci Safety Act·PSA) 위반 혐의로 구금됐다. 지난 8월5일 인도가 카슈미르의 특별지위를 명시한 헌법 제370조 및 35A항을 폐기하며 그를 가택 연금에 처한 바 있다. 파룩은 82세로 인도 연방정부 장관까지 지낸 카슈미르 출신의 대표적 친인도계 정치인이다. 그는 지난 4~5월 총선에서 스리나가르(잠무카슈미르 주도) 지역구에서 당선했다. 이런 거물 정치인조차 PSA 위반 혐의로 재판 없이 2년 동안 구금당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카슈미르 어항에 어울리는 물고기는 없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어느 병원 엑스레이실에서 남몰래 사랑을 나누는 커플이 있었다. 찰칵, 누군가 촬영 버튼을 눌렀고 엑스레이 한 장이 출력되었다. 빳빳하게 고개를 든 남성의 성기가 선명하게 찍혔다. 병원 앞마당 성모 마리아 조각상에 누군가 그 사진을 걸어두었고, 모든 환자와 직원이 달려와 일단 한번 크게 웃고는 삼삼오오 모여 쑥덕거렸다. ‘누가 찍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누가 찍힌 건지’ 알고 싶은 사람만 넘쳐날 뿐.아무래도 자기들이 찍힌 것 같다고, 간호사 윤영(이주영)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고심 끝에 사직서를 나와 세상을 키워준 돌봄의 힘 임지영 기자 여덟 살 딸아이가 엄마의 책을 읽었다. “다 내 얘기잖아.” 모르는 단어를 아빠에게 물어가며 재밌어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벌레 공장이 아니라 벌레 창고라고 했어.” 자기가 한 말이라 기억이 정확했다. ‘눈 밝은’ 최연소 독자다. 김희진 반비출판사 편집장은 서른여덟에 아이를 낳았다. 한국 사회에서 ‘늦깎이 워킹맘’으로 사는 건 피곤하고 구질구질한 일이지만 돌봄의 기쁨과 고충을 알리기로 했다. 일과 돌봄이 양립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좋은 학생, 좋은 편집자, 좋은 시민이 되고 싶었던 적은 있지만 좋은 엄 “독재 체제 가해자들 여전히 떵떵거린다” 베를린·남문희 기자 옛 동독의 악명 높은 정보기관 슈타지 수장의 집무실치고는 의외로 소박했다. 목재 책상 위에 구식 전화기 세 대와 인터폰, 회의용 테이블이 전부였다. 뒷문으로 연결된 별실 역시 회의용 테이블에 의자 다섯 개만 덜렁 놓였다.안내인 토마스 루코 씨(60)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 중인 이 ‘하우스 1’ 건물에만 요원 7500명이 근무했고 동독 전역에 요원 9만1000명이 있었다. ‘인구밀도 기준 세계 최대 정보기관’ 수장의 집무실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슈타지 본부 내 이 사무실은 통일 후에도 한동안 공개되지 않다 비행기 타는 게 부끄러운 독일 청년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지난 8월 항공기 이용객이 급증하는 휴가철을 맞아 독일에서는 ‘플루크샴(Flug-scham)’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비행기를 뜻하는 독일어 ‘플루크(Flug)’와 부끄러움을 뜻하는 ‘샴(Scham)’을 결합한 신조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비행기 여행의 부끄러움’이다. 항공기 이용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탑승객들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뜻한다. 이 신조어는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플뤼그스캄(Flygskam)’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신조어와 함께 기차를 뜻하는 독일어 ‘추크(Zug)’와 자랑스러움을 뜻하 ‘뺑뺑이’로 대학에 가자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밤 11시. 아이의 카카오톡이 위잉, 위잉 울려댄다. 어지간한 어른도 잠자리에 들 시간에 아이들의 사교활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대부분 학원 마치고 집에 와서 한숨 돌리는 이 시간이 유일하게 짬이 맞는 때다. 수다 떨고 바로 자면 모르겠으나, 일부는 그러고 또 눈 비비며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 고작 중학교 1학년생이 이렇다. 자유학년제 기간이라 학교 시험 부담은 없지만 이참에 ‘바짝 달려놔야’ 하는 것이다. 상당수는 초등 고학년부터 이런 일과를 이어오고 있다.미용 관련업에 종사하는 그이는 아이를 동남아시아의 한 국제학교로 보낸 남북 대화를 준비하되… [프리스타일] 남문희 기자 북·미 관계가 예정된 순서를 밟기 시작했다. 10월이 오면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대로다.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 스케줄에 맞추려면 적어도 이때쯤 시작하는 게 적당하리라는 합리적 추론에 따른 것이다.외교는 타이밍이다. 늦어도 안 되지만 너무 일러도 좋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가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내용적으로만 보자면 하노이 회담은 완전한 결렬은 아니었다. 반걸음 정도는 나아갔고 나머지 반을 채우지 못한 회담이었을 뿐이다.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내놓겠다고 한 것은 북·미 협상 본격 속도내나?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상당한 걱정거리다. 게다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매우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다. 북한 문제는 공화·민주 양당의 초당적 대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9월11일 전격 경질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로버트 오브라이언 신임 보좌관이 한 말이다. 그는 그동안 국무부 인질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로 활동해왔다.워싱턴 외교가는 오브라이언 신임 안보보좌관의 임명을 계기로 북한·이란을 포함한 주요 외교 현안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극우적 이념에 치우친 볼턴 전 보좌관과 달 당신이 취업할 때 피해야 할 사업주 김민아 (노무사) 노무사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많다. 노동 상담이나 강연을 하다 보면 노동법이 적용되는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 부당해고가 아닌, 취업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돈을 많이 벌까요?” “어떤 직장을 다녀야 좋을까요?” 같은 질문이다. 직업 특성상 단체교섭 조언이나 체불임금 진정 사건을 하다 보면 질문에 대한 답을 대략 알게 되지만 공인노무사로서 직업윤리와 위임계약상의 의무 등을 이유로 답변해줄 말을 찾지 못하곤 한다. 다만, 어떤 직장이 좋은지 말할 수는 없어도 구직 과정에서 어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