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경찰보다 무서운 ‘저작권’ 위민복 (외교관) 동독이라고 해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없었으랴. 동독은 서독과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 유입도 동유럽 내 다른 나라보다는 좀 수월한 편이었다. 아예 ‘장벽’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게임을 할 수야 있지만 동독에는 사회 내 모든 일을 감찰하는 비밀정보기관 슈타지(Stasi)라는 게 있었다.동독은 1961년 서베를린 경계에 장벽을 세운 뒤 동독 경제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을 마련했다. 은행과 운송, 중공업, 그리고 특히 컴퓨터 개발에 매진했다. 1977년 제6차 중앙당위원회는 전자제품 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고, 그에 따라 197 ‘따옴표 저널리즘’의 폭력성 양정민 (자유기고가) 흰 화면 위에 검은 글자가 떠오른다. “그는 말했다(He said).” 그 뒤에 “그녀는 말했다(She said)”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같은 패턴이 지루하게 반복되다가 갑자기 끝없이 “그녀는 말했다”의 행렬이 화면을 뒤덮는다. 30초 남짓한 영상은 이렇게 끝난다. “진실은 힘이 있다. 진실은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목소리를 갖고 있다.”2018년 1월,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중간에 방송된 미국 〈뉴욕타임스〉 광고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10월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혐의를 최초로 보도했다. 특별한 만남 더욱 특별한 공연 나경희 기자 정신질환 약은 감정을 무디게 한다. 우울감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앗아간다. 퇴원한 환자를 관리하는 각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수준별 교육을 제공해야 하지만 쉽지 않다. 지체장애를 겪는 사람과 조현병을 앓는 사람이 한 교실에 앉아서 ‘지하철 카드는 어디에 찍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조현병이나 양극성장애 등을 가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만든 예술창작단 ‘안티카’ 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6월 직접 팟캐스트를 만들기 전까지는.당시 재활교육의 일환으로 그들에게 팟캐스트 제작을 가르쳤던 안티카 대표 심명진씨(34·앞줄 맨 오른쪽) 산불 이재민의 오늘 속초·조남진 기자 번듯한 명패 대신 유성매직으로 갈겨쓴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조학구 할아버지(86·사진)는 강원 속초시 장전마을에 마련된 임시주택에 산다. 지난 4월 강원도 속초와 강릉 등 5개 시군에 걸쳐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로 이재민이 되었다. 산불이 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복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나마 조 할아버지는 9월3일 기초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피해 지역에는 아직 철거조차 못한 가옥이 상당수 방치되어 있다. 장화 속 모래를 떨어낸 조 할아버지가 외출 준비를 마쳤다. 임시주택에서 보내는 첫 추석이다. [라이온 킹]에 나온 그 노래의 사연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곧 아프리카로 출국한다. 나는 지금 존 콜트레인의 걸작 ‘아프리카’를 감상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아프리카, 당연히 낯선 땅일 수밖에 없다. 아니다.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음악을 들어왔으니 정서적으로는 좀 가깝다고 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부디 호기심이 두려움을 잘 다스려주길 바랄 뿐이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다.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노래를 조사한다면 어떨까. 두 곡 중 하나가 1위를 먹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토토의 ‘아프리카’, 그리고 저 유명한 ‘더 라이온 슬립스 왜 산에 오르는 걸까? 나경희 기자 대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빌렸던 책이다. 캠퍼스에서는 날마다 환영회 술자리가 이어졌는데 왜 제목에 ‘고독’이, 그것도 두 번이나 들어간 책을 골랐는지 모르겠다. 취미 동아리가 취업 준비 동아리에 점차 밀리던 때였다. 산악회 같은 곳은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 나도 이 책을 읽고 산악회 동아리방 앞을 몇 번 서성이다 되돌아온 기억이 난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세계 최초로 8000m급 봉우리 14개를 등정한 이탈리아 산악인이다. 8000m부터 지상 대비 산소 농도가 3분의 1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메스너는 산소통을 메지 않고 오직 자 이 작은 물고기에 깃든 역사 오창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멸치에도 역사가 있다. 멸치는 현대 한국인의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물고기 중 하나다. 너무 흔하고 일상적이어서 별다른 관심이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가 삶아서 말린 멸치나 멸치로 우려낸 국물이 일본에서 왔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멸치볶음이나 멸치육수가 일본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다소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실제로 마트나 건어물 시장에 가보면, 멸치를 크기에 따라 ‘지리멘’ ‘가이리’ ‘고바’ ‘주바’ ‘오바’로 부르기도 한다. 이 같은 용어는 일본에서 유 앤디 워홀 뺨치는 돈 광고 전단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한국의 길거리만큼 광고가 많은 곳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홍콩에 비견해도 별로 뒤지지 않아 보인다. 건물과 하늘과 길바닥에도 명함 크기 광고 전단이 지천으로 깔린 나라는 별로 많지 않다.길바닥에 깔린 명함 크기 광고 전단은 대개 두 종류다. 하나는 성매매 광고로 의심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대부업 광고 전단이다. 이들을 언젠가 작업에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중 눈에 띄는 광고 전단을 모아 보관 중이다.성매매로 의심되는 마사지 광고 전단은 대개 일본이나 다른 나라 젊은 여성들 사진을 차용했다. 대부업 광고 전단은 더 다양하 다문화가정 아이 향한 동정과 혐오의 화살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다문화 사회를 실감하려면 시골로 가야 한다. 내가 근무하는 강원도의 경우 매년 다문화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2017년 현재 3897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다. 전체 학생의 2%, 초등학생만 따지면 3.4%나 되는 수치다. 나도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여럿 가르쳤다. 모두 어머니가 외국 출신이었다. 대부분 남편과 나이 차이가 열 살 이상 났고, 한국 출신 학부모에 비하면 어렸다. 이건 내가 강원도 벽지에 근무하기 때문에 경험하는 특수한 상황일 수도 있다.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한국어만 썼다. 어머니가 중국, 필리핀 출신이라고 해서 이중 언 두 교사가 일으킨 ‘교육 혁명’ 엄기호 (문화 연구자) 〈독서 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학교도서관저널 펴냄)는 홍천여고 서현숙·허보영 교사가 독서토론 교육을 이끈 3년을 기록한 책이다. 책 부제(함께 읽고 토론한 홍천여고 3년의 기록)에 ‘기록’이라고 적혀 있지만 연대기적 서술은 아니다. 두 교사가 제안하는 방식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매뉴얼’ 형태로 기술됐다. 중간 중간에 두 교사의 조언도 실려 있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 교육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교육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교사가 한 일은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교사 둘째 임신하자 직장은 지옥이 되었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 해.” 이 한마디가 두 노동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15년 한 종교단체 관련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던 ㄱ씨는 당시 상사에게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린 터였다. ㄱ씨의 면접관이기도 했던 상사는 “면접 때는 둘째 안 낳는다고 했었다”라며 ㄱ씨를 뻔뻔한 사람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을 전해들은 ㄱ씨는 고민 끝에 상사와 복지관 관장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문제 제기가 직장 내 왕따, 해고, 손해배상 소송 등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질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동료들은 ㄱ씨와 상사의 갈등이 뒤처진 저 꼬마 낙오자? 자유인?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달은 아름답습니다. 바라만 봐도 참 좋습니다. 어려운 하루를 보낸 날도 둥근 달을 보면 힘이 납니다. 달에 사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꿈을 키우고, 달을 달님이라 부르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1969년 7월20일, 마침내 우리는 달에 직접 가보았습니다. 하지만 달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토끼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도 없었습니다. 달은 그냥 달이었습니다. 달은 자신의 존재만으로 우리를 키우고 다가오게 만들었습니다.이 책의 영어 제목은 〈Field trip to the Moon〉입니다. ‘field trip’ 모든 사람에게 사이보그 속성 있다 임지영 기자 ‘지난 몇 년 동안, 기다리는 줄도 모르면서 김초엽을 기다려왔던 것만 같다.’ 김초엽 작가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다. 지난봄, 김원영 작가도 비슷한 말을 했다. “기다려왔다.” 단행본이 출간되기 전이었고 의미는 좀 달랐다. 김원영 작가는 지체장애인, 법률가, 공연예술가, 남성이다. 김초엽 작가는 청각장애인, 공학 전공자, 소설가, 여성이다. 두 사람이 뭔가 일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올해 초, 김원영 작가에게 연재를 제안하면서였다. 두 사람은 각각이 겪은 장애의 경험을 희토류 자석 능가할 새로운 자석이 온다 이진오 (〈밥벌이의 미래〉 저자) 2010년 세계 사람들이 희토류 원소의 전략적 가치를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이 심해지던 와중에 내린 조치였다. 세계 희토류의 90%를 공급하던 중국의 결정에 일본은 크게 당황했다. 이 사건은 자원과 소재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자석 산업 분야도 충격을 받았다. 자석 산업은 생산된 희토류의 20%가량을 사용할 정도로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산업 분야다. 자석 산업의 최첨단에 네오디뮴 자석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 ‘로봇 배송’이 문 앞까지 와 있다 전혜원 기자 ‘로봇 배송’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지난 1월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교외에서 로봇 ‘스카우트’로 배송을 시작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아마존은 빠른 편이 아니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과 노던애리조나 대학의 캠퍼스, 그리고 영국 일부 지역에는 ‘스타십 테크놀로지스(스타십)’의 배송 로봇이 돌아다닌다. 스타십 로봇은 지금까지 피자 6000개, 커피 8000잔, 바나나 1만5000개를 배달했다. 누적 배달 건수가 10만 건을 넘었다.두 로봇은 모두 바퀴가 여섯 개 달린 아이스박스처럼 생 로봇은 어떻게 ‘인간의 역할’ 할까 이종태 기자 두뇌를 갖고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기계(로봇)는 20세기 초 이후 전 세계 공학자들의 끈질긴 꿈이었다. 2010년대 이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실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로봇으로부터 두뇌를 빼내버리는 ‘발칙한’ 꿈을 꾼다. 그 두뇌 없는 로봇이 부엌으로 걸어가 무채를 가늘게 썰어나가는 모습도 보고 싶다. 로봇이 쥔 칼은 도마에 빠르고 가볍게 부딪치며 타다다닥 경쾌한 소리를 낼 것이다. 이런 꿈을 이루려면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석 대표에 따르면, ‘공간 정복’이다. 로봇이 자유롭게 탈북 여성들의 트라우마 [프리스타일] 나경희 기자 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팔로하는 사람은 300명이 넘는다. 날마다 그들이 올리는 사진 몇십, 몇백 장을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엄지로 한두 번 슥슥 화면을 내리다 보면 어느새 내 시야의 초점은 흐려지고, 엄지만 움직이고 있다. 말 그대로 강물처럼 흘러가는 이미지 속에서도 색상이 화려하거나 구도가 특이한 사진이 시선을 끈다.2016년 10월16일 ‘세계보도사진상(World Press Photo)’ 계정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은 눈에 띄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평소 세계보도사진상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던 사진에 비해 밋밋했다. 1980년대를 살았던 빛나는 청춘들에게 김형민(SBS Biz PD) 아마 너도 ‘586 세대’라는 소리를 들어봤을 거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라는 뜻으로 25년쯤 전 최신형 컴퓨터 사양이었던 ‘386’ 컴퓨터에 빗대 나온 이름이야. 민주화 투쟁의 중심이 됐던 386 세대는 나이를 먹어 486이 됐고 어느덧 586까지 올라갔는데 최근 이들은 일종의 ‘공공의 적’ 급으로 취급받는 일이 잦단다. “노력에 비해 큰 혜택을 누리면서도 배려가 없다(〈한국일보〉 고재학 칼럼)”라거나 “후배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시대는 빠르게 변해가는데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을 제시하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라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8월 말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연금개혁특위가 활동을 마쳤다. 사회적 대화로 합의안을 만들자며 발족했으나 3개 복수안을 제출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2개,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은 4개, 연금개혁을 두고 복수안의 행진이다. 1년이 지나도 제자리걸음이니 이러다간 연금개혁이 실종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그럼에도 연금개혁특위가 합의한 ‘권고안’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 지급 보장의 법적 명문화’이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92%가 찬성했다며 정부가 자신의 연금개혁안에 포함한 항목이기도 하다. 나 역시 국민연금법 개정에 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엑시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대체로 걸그룹 래퍼에게 기대되는 이미지는 어느 정도 전형성이 있다. 공격적인 ‘센 언니’이거나 ‘앙칼진 목소리’ 같은 것이다. 그에 비해 우주소녀의 엑시는 굳이 말하자면 ‘청순’이 두드러지는 얼굴을 가졌다. 그렇다고 유약한 랩을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앞으로 뛰쳐나갈 필요가 없다는 듯, 부릅뜨지도 않는 그의 눈빛처럼 차라리 거만한 듯한 목소리다. 가사 전달은 확실하면서도 조금은 웅얼거리는 특유의 발음도 마치 사색하며 중얼거리는 듯한 독특한 느낌을 담는다.무해한 걸그룹 세계에서 공격성이 허용되는 포지션이 래퍼라지만, 뒤로 한 발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