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잡던 사내 물고기를 지키다 김만석 (독립연구자) 이윤길은 원양어선 선장이었다. 1959년 강원도 주문진에서 태어나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부모덕에 밥 굶는 일은 면하고 살았다. 가난을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 원양어선을 타는 일이라고 믿은 그는 1975년 주문진수산고등학교 어업과에 입학한다. 1977년 뱃사람에게 여권이나 다름없는 ‘선원수첩’을 발급받았다. 그는 어선 면장(5급 항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1979년 남아메리카 북부 수리남공화국의 새우 트롤선에 승선해 원양어선에 첫발을 들인다. 배고픔과 가난을 넘어 자유롭게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들뜨면서 말이다.배에 오 핵 동결에 화들짝 볼턴의 잠 못 드는 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지난 6월 북·미 판문점 회동 때 트럼프 대통령 옆에 마땅히 서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 ‘사건’을 둘러싸고 볼턴 보좌관의 입지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그치지 않고 있다. 판문점 회동 이후 미국의 대북 ‘핵 동결’ 방안이 급속히 힘을 얻으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의 초강경 대북 매파인 볼턴 보좌관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요구한 빅딜, 즉 ‘전면 비핵화’의 존엄사 논쟁 일으켰던 어느 프랑스인의 죽음 파리∙이유경 통신원 7월11일 아침, 11년간 프랑스에서 존엄사 논란을 일으켰던 뱅상 랑베르가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최고재판소인 파기원(Cour de Cassation)의 최종 판결에 따라 랭스 대학병원에서 영양 및 수분 공급을 중단한 지 9일 만이었다.평범한 가정의 아버지였던 그는 존엄사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나아가 종교계까지 가세하며 그의 존엄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지난 5월20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와 관련해 “신의 선물인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야 한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7월11일 그가 숨지기 직전까지 마음 따뜻해지는 ‘한여름의 풍경’ 김문영 (이숲 편집장) 책의 배경은 1976년 여름, 미국 플로리다. 지금으로부터 40년도 더 지난 시대적 배경, 게다가 우리와 별 인과관계가 없는 머나먼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열 살 소녀 써니(썬샤인 르윈)의 ‘그해 여름’이 왜 하나도 멀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아니, 이 총체적 공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뉴베리 상’ 3관왕에 빛나는 작가의 작품답게 촘촘하면서도 풍부한 스토리라인을 보여준다.가볍게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대사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심은 작가 제니퍼 홀름의 〈써니 사이드 업〉은 단순하면서도 재치 있게 묘사한 매슈 홀름의 일러 동성애 목사를 인정할 수 있는가 장정일 (소설가) 여행 중에는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책이 없다. 제주 애월도서관에서 읽게 된 〈기독교사상〉 2019년 6월호는 그런 한계가 낳은 선물이다. 이 잡지에 실린 여러 글 가운데 가장 먼저 눈길이 간 글은 김정호 뉴욕 플러싱제일교회 목사(전 연합감리교회 한인교회 총회장)가 기고한 ‘동성애에 관한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자세와 향방’이다.지난 2월3~26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에서 열린 연합감리교회 특별총회에서는 ‘동성애자 목사 안수 허용’ 찬반을 놓고 찬성파와 반대파 사이의 표 대결이 있었다. 그 결과 동성애자 목사 안수 허용을 찬성하는 ‘ 세상을 바꾸는 과학 사진의 힘 이상엽 (사진가) 사진이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사람의 눈으로 도저히 볼 수 없는 세계를 펼쳐 보일 때다. 영월에서 열리는 동강국제사진제(7월5일~9월29일)에서도 이런 사진을 보았다. 독일 예술대학에 처음으로 사진학과를 창설한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베어학파) 출신 작가들의 사진이 전시된 국제주제전에 걸린 클라우디아 페렌켐퍼의 사진에 나는 압도당했다. 소형 곤충 사진인데, 눈으로는 관측 불가능한 영역이 거대하게 확대되어 포착되었다. 이런 사진을 ‘포토 매크로그래피’라 부르는데 요즘 유행하는 예술적인 과학 사진의 가장 흔한 형태 중 아르바이트생 98% “외모 품평을 들었다” 양정민 (자유기고가) “외모 평가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예인 설리가 7월12일 JTBC 〈악플의 밤〉에 출연해서 던진 말이다. 의아해하는 사회자를 향해 설리는 “칭찬도 계속 들으면 기분이 썩…. 평가잖아요”라며 외모에 대한 언급에 곧 “너는 이게 나아. 이렇게 해”라는 평가가 따라온다는 점을 지적했다. 늘 아름답고 순종적일 것을 요구받는 여자 연예인으로서 “칭찬이라도 평가이기 때문에 달갑지 않다”라고 말하는 데는 꽤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평범한 우리의 일상도 외모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텔레비전을 켜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잠정적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복지국가를 주제로 강의할 때마다 이야기해왔다. 2010년 무상급식 논란을 계기로 태풍처럼 복지 의제가 등장하더니 이듬해 보편복지 담론이 부상하고 2012년 대선에는 모든 정치권이 복지국가를 주창하게 이르렀다고. 급식을 소재로 촉발된 논의가 겨우 2년 만에 복지국가론까지 급상승했으며, 그 덕택에 이렇게 복지국가도 시민 강좌에 오르게 되었으니, 참으로 역동적인 대한민국이라고.근래 새로운 상황을 종종 접한다. 수강생이 묻는다. “복지국가도 좋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 문제가 해결될까요?” “복지국가는 모든 게 호조건이었던 20세기 서구 나 신체와 감각이 변형된 우리들의 질문 김초엽 (SF 작가·〈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스물세 살의 가을 어느 날, 나는 포항에서 서울까지 가는 기차를 탔다. 장애 대학생 기업 채용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컨벤션 센터에 도착했을 때 설명회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홀 아래층에서 열리는 보조공학기기 박람회였다.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신기하다거나 놀랍다는 감정이 아니라 ‘낯설다’는 감정이었다. 보조공학이라니, 그런 기계들이 있다고는 알았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휠체어용 차량, 특수 모니터와 특수 키보드, 의족과 의수, 점자 단말기를 지나 전시장의 구석진 곳으로 향하자 보청기를 ‘옆집 사는 퀴어’ 제대로 보여주다 임지영 기자 소나기가 쏟아지자 2층 카페의 지붕이 무서운 기세로 소음을 냈다. 박상영 작가(31)가 기자의 핸드폰을 본인 쪽으로 끌어당겼다. 음성 녹음이 잘 되는지 신경이 쓰였다며 웃는 그도 한때 잡지사 기자 생활을 했다. 대화 도중 잠깐이라도 말이 끊기면 등에 땀이 나고, 진지해질 것 같으면 웃기려는 방어기제가 발동한다는 작가의 근황은 핑클이 출연하는 JTBC 〈캠핑클럽〉의 ‘열혈 시청자’였다. 두 번째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에도 핑클의 노래를 결혼식 축가로 부르는 화자가 나온다. 서울 청계천 인근에서 그를 만났다. 비가 올 때와 그쳤을 기책 마니아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시사IN〉에 말걸기 김연희 기자 〈시사IN〉 홈페이지 ‘〈시사IN〉에 말걸기’ 게시판에 가족사진이 올라왔다. 제613호 ‘예멘 난민 1년 보고서’ 표지를 든 김인경씨는 딸 원지 양, 아들 동민 군과 함께 사진을 찍어 올렸다. 초등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그와 수업 사이 막간을 이용해 수다를 진행했다.지난해 제주 예멘 난민 이슈를 접하면서 김씨는 “내적 갈등”을 느꼈다. 그는 평소 인도적인 차원에서 난민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제주도 예멘 난민 뉴스를 보며 마음속에 떠오른 감정은 거부감이었다. “난민 문제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기사 후~폭풍 김연희 기자 ‘갭투자로 세입자 등친 화곡동 강씨 추적기’가 공분을 샀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주택 100채 이상을 가진 ‘큰손’ 강 아무개씨가 돌연 자취를 감춰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을 김동인 기자가 취재했다. 한 독자는 “정서적으로 동요하며 읽었다. 물려받을 재산 없이 빚지고 살아야 하는 처지인지라”라며 기사를 공유했다. 남 일 같지 않은 이 기사는 페이스북(facebook.com/ sisain)에서 많이 공유되었다.장일호 기자가 쓴 ‘MBC 12층에 이상한 방이 있다’ 기사도 빠르게 퍼졌다. 부당해고 소송 중인 MBC 16·1 트럼프가 궁금해? 김연희 기자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사에 기록될 판문점 회동은 여느 주말 약속을 떠올리게 했다. “내일 판문점에 가기로 했는데 시간 되면 너도 올래? 집에서 가깝잖아.” 방한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긴 트위터는 마치 이렇게 읽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답했다. 6월30일 만난 이들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물밑 협상이 있었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이 지극히 사적인 수단을 통해 성사되었다.트위터 정치를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누구일까. 미뤄두었던 독서를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가 프랑스가 미국보다 훌륭한 것 중의 하나 위민복 (외교관) 2007년 한국에 〈애프터 미드나잇〉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된 이탈리아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토리노에 있는 영화박물관 직원인데 무성영화광이다. 이 영화는 치정극이기는 하지만 그가 자정 넘어 트는 무성영화가 영화 안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성영화 시대를 다룬 또 다른 유명한 영화로는 2012년 아카데미상을 휩쓴 〈아티스트〉가 있다.현대 영화 속에서 이렇게 재연되는, 진짜 무성영화의 보존이 실은 엉망진창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1912~1929년 미국 무성영화 필름 보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만들어진 무성영화 원본의 김일성이 죽었다고? 적반하장 그 신문 김형민(SBS CNBC PD) 1994년 12월 대법원은 특이한 결정을 내렸다. “1995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국민학교(초등학교) 학생에 한하여 개명 허가 신청만으로 이름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학교 아동에 대한 개명 허가 신청사건 처리지침’을 발표”한 것이지. 한번 신고된 이름을 바꾸는 건 매우 어려웠거든. 빗발치는 개명 신청 속에서 대상이 된 이름들은 지금 읊어도 웃기고 슬프다. “나죽자, 김창녀, 박쌍연, 한시만, 조방구, 이무식(〈경향신문〉 1994년 12월27일).” 여기에 출석부를 부를 때마다 놀림감이 되는 범상치 않은 이름 하 남의 인생 보러 갔다, 내 인생 들여다보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전기 영화는 뻔하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실존 인물’ 이야기는 다르게 만들 여지가 별로 없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그려야지, 달리 뭘 어떻게? 그걸 알면서도 또 보게 된다. 또 감동받게 되어 있다. 그것이 실화의 힘, 전기 영화의 미덕. 조금 덜 뻔한 캐스팅에 조금 덜 뻔한 대사 몇 마디만 있어도 ‘잘 만든 전기 영화’ 소리를 듣는다. 내가 〈돈 워리〉에 기대한 것도 딱 그만큼이었다. 잘 만든, 뻔한 영화.거스 밴 샌트 감독이라니 믿을 만했다. 〈굿 윌 헌팅〉(1997)과 〈파인딩 포레스터〉(2000)를 본 이상, 이른바 장벽 붕괴를 기록한 사람들 베를린·남문희 기자 30년 전 베를린 장벽 붕괴를 목격하고 기록한 이들이 있다. 분단 당시 동독의 동베를린에 주재했던 서독 언론 특파원, 동서독의 언론학자, 그리고 동독 기자 등이다. 이들을 직접 만나 분단 독일과 통일 과정, 언론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지난 호 ‘부활한 공룡, 공포 몰고 오나(제618호)’ 기사에서 지적했듯 독일인들에게 통일은 ‘과거의 역사’일 뿐이다. 한국인들에게 통일은 ‘현재진행형’이다.■ 본명 대신 가명을 쓴 서독 언론의 동독 특파원칼 하인츠 바움 씨(78)가 서독 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의 특파원으로 동베를린에 파견된 장자연 수사 기록을 다시 읽는 이유 [프리스타일] 김연희 기자 장자연 사건을 취재하면서 3000쪽 분량의 검경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을 여러 번 들춰보았다. 고 장자연씨가 속한 기획사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김종승, 장씨에게 일명 ‘장자연 문건’을 받은 소속사 매니저 유장호만큼 빈번하게 나오는 이름이 ‘윤애영’이었다. 가끔은 ‘이순자’라는 가명으로 등장할 때도 있었다. 그는 장자연씨와 같은 해인 2007년 두 달 차이로 같은 기획사와 계약한 신인 배우였다. 김종승 대표의 요구로 장자연씨와 함께 술자리에 불려가는 날이 많았다. 경찰은 그런 윤애영을 조사하고, 조사하고, 또 조사했다. 당... ‘겨울의 맛’ 찾아 떠나는 여름 여행 러시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고재열 기자 한여름의 온천 여행이었다. 평범한 러시아인들이 이용하는 오제르키 온천, 온천수로 수영장을 만든 파라툰카 온천, 캠핑촌에 딸린 말키 온천 그리고 헬기 투어 때 들르는 호둣카 온천까지, 여행 일정을 짤 때 매일 마지막 일정으로 온천 체험을 배치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트레킹하며 쌓인 피로를 온천으로 풀 수 있었다. 온천이 효과적이었던 것은 캄차카반도 지역의 날씨 때문이었다.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이하 캄차츠키, 캄차카의 주도) 공항에 내렸을 때 거대한 실외 에어컨을 켠 듯한 느낌이었는데 여행 기간 내내 이 지역의 기온은 10~15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