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은 왜 칸 영화제 외면할까 위민복 (외교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아니 세계적인 영화제다. 칸 영화제가 1946년부터 시작됐으니, 당연히 프랑스 대통령도 참석한 적이 있지 않을까? 칸 영화제 이후 집권한 프랑스 대통령은 10명이다. 이들이 칸 영화제에 참석해서 연설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1946년 개최된 제1회 칸 영화제부터 보자. 당시 개막식 개회사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연사는 로베르 라코스트 당시 프랑스 산업생산부 장관. 그때는 문화부 자체가 없었고 문화도 산업생산부에서 관장하던 시절이었다. 칸 영화제에 ... 삐딱한 음악가의 날카로운 유머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토이 스토리 4〉를 봤다. 랜디 뉴먼의 ‘유브 갓 어 프렌드 인 미(You’ve Got a Friend in Me·넌 나의 친구야)’를 또 들었다. 아,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노래가 다 있을까. 1995년 〈토이 스토리〉가 공개됐을 때 나는 랜디 뉴먼이 주제가를 불렀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체 왜?”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이렇다. 랜디 뉴먼은 미국이라는 로컬에서는 유명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따지자면 좀 덜 알려진 축에 속한다. 반면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기획된 작품 아닌가. 이유는 하나 ... 대한민국 정부의 어이없는 오보 김형민(SBS Biz PD) 2010년, KBS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정희 당시 민주노동당 대표는 시청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주 짤막하고 요점이 확실한 질문이었지. “6·25가 남침인가요, 북침인가요?” 대답은 영 미지근했다. “그 문제는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서 나중에 답을 드리는 것으로 하겠다.” 명색이 ‘진보 정당’ 대표가 저런 대답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단다. 남침이냐 북침이냐의 문제는 이미 논쟁의 반열에 들지 않는, 판가름 난 지 오래된 ‘팩트’였기 때문이야. 1950년 당시 남한 산간지대에는 빨치산들이 ... 늘어나는 병원 감염 이유가 있었다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 6월4일 비정규직 노동자 30여 명이 서울대병원 앞마당에 모여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도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자격으로 연대 발언을 하기 위해 참석했다. 서울대병원의 모태인 ‘대한의원’ 개원 행사에 이토 히로부미도 참석했다는데 그 대한의원 본관의 유서 깊은 시계탑 건물, 그리고 올해 3월 문을 연 최첨단의 ‘대한외래’ 입구 사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이 역사적 현장에서 110년째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해온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병원의 청소와 조리, 환자 이송, 설비 유지처럼 드러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꼭 해... 트럼프의 ‘전가의 보도’ 이란을 베지 못하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미국-이란 충돌 상황이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소 50% 이상은 된다.” 1970년대 이란 정부에서 에너지 자문위원을 맡았고 지금은 에너지 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페레이둔 페샤라키가 미국 CNBC 방송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요즘 미국 주요 언론에서는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다. 미군은 최근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가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격추된 직후 군사 보복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판 중단 결정으로 가까스로 무력충돌은 피했다. 미국은 보복 공격을 멈췄지만 이란 ... “백범 김구 지지한 ‘죄’로 처형당했다” 정희상 기자 해마다 6월이면 경기도 일산에 사는 전술손씨(73)는 마산 앞바다로 향한다. 한국전쟁 개전 초기에 희생된 아버지 전호극 소령을 기리기 위해서다. 전호극은 1946년 2월 입대해 1948년 진해 해군통신학교 교장이 되었다. 하지만 전호극은 여순사건 직후인 1948년 11월께 진해 해군통신학교장 관사에서 가족이 보는 가운데 특무대에 붙잡혀 갔다. 이른바 ‘해상의용군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그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마산형무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1950년 7월 그는 군 헌병대에 끌려가 학살당했다. 군 특무대(CIC)에 체포돼 저... 67676 - 이 주의 그래픽 뉴스 최예린 기자 설치 후 21년 이상 지난 수도관이 6만7676㎞로 전체 수도관(20만9034㎞)의 32.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6~20년이 지난 수도관은 2만6896㎞(12.9%), 11~15년은 3만3527㎞(16.0%), 6~10년은 4만5066㎞(21.6%), 5년 이내는 3만5869㎞(17.2%)였다. 인쇄된 사진, 사진의 본질을 묻다 이상엽 (사진가) 요즘 사진계에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있다. 사진 프린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매장이나 전시 이벤트가 늘고 있다. 젊은 사진가와 기획자들이 모여 열었던 〈더 스크랩〉이라는 전시는 사진가 100명한테 열 장씩 사진을 받아 익명으로 전시했다. 관람객은 다섯 장에 3만원, 열 장에 5만원을 내고 사진을 구입할 수 있었다. 사실 판매 수익을 노린 전시라기보다 ‘사진이란 어떻게 유통되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실험이었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은 서울 잠실점에 ‘291 photographs’라는 매장을 열고 이 전시의 형식을 빌려 아예 과거사를 정리한다는 것 김인회 (변호사·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경의 과거사 정리가 일단락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6월25일 검찰의 과거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고통당한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사죄했다. 경찰 과거사 정리는 거의 마무리 단계다. 경찰은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과거 논란이 되었던 사건을 다시 조사했다. 최종적인 조사 결과는 7월 말에 나온다고 한다. 경찰청장의 사과와 입장 표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과거사 정리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과거 국가 공권력의 잘못을 국 호랑이 머리 위에서 물구나무서기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그림책 〈아무 일 없었어〉의 표지는 참 순진한 얼굴 같습니다. 아주 순진하고 커다란 호랑이 표정이 표지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로 치켜뜬 호랑이 눈동자가 아니었다면 호랑이 머리 위에 뭐가 있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겁니다. 살며시 미소 짓는 호랑이가 바라보는 건 자신의 머리 꼭대기입니다. 호랑이 머리 꼭대기에는 두 꼬마가 있습니다. 한 꼬마는 팔베개를 하고 옆으로 누워 있습니다. 또 한 꼬마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참 순진하고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그럼 본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까요... 공동체는 사회를 구원하는가 엄기호 (문화 연구자) 〈단속사회〉를 내고 나서 사람들은 종종 나를 ‘곁의 인문학자·사회학자’라고 소개한다. 상찬 같아서 감사하지만 그 자리에서 늘 우려를 전하곤 했다. 곁은 곁일 뿐 사회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곁으로 사회의 문제를 대체하거나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시도를 위험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제인스빌 이야기〉는 공장이 문을 닫고 난 다음 지역사회가 서로의 곁을 지키고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제인스빌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미국 최대 공장이 있던 곳이다. 금융위기 이후에 GM은 미국 내 많은 공장의 문 산 자로서 쓴 죽음이 시작되는 순간 임지영 기자 “땡스 돈미.” 김혜순 시인이 가장 먼저 찾은 이름은 최돈미, 자기 시를 번역한 번역가이자 시인이었다. 6월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그리핀 시문학상 시상식에서 “최고의 번역가, 나의 번역가”로 최 시인을 언급한 데 이어 한국어로 말했다.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간 많은 불쌍한 영혼들에게 이 수상의 영광을 드릴게요.”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호스피스 병원에서 병과 싸우고 있는 어머니를 차례로 호명한 뒤 다시 한번 ‘땡스’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6월25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그의 자기소개는 간단했다. “김혜순입니... 광장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왕좌의 게임]과 [소오강호] 이종태 기자 지인들이 열광하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늦게 입문했다. 한번 빠져드니 억제할 수 없었다. 가끔 ‘빨리 돌리기’를 감행했지만 초고속으로 마지막 시즌에 도달했다. 캐릭터들 대부분이 제각기 나름의 선악 원칙 위에서 부단하게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세련된 정치극이다. 마니아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던 결말 역시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합격점을 줬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남성 캐릭터는 당초부터 정치적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권력에서 소외당하고 변방으로 떠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일종의 ‘해방’. 〈왕... [기생충] 신드롬, 칸을 넘어 프랑스로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는 유럽에서 영화 관람객이 가장 많은 나라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매년 2억명 이상이 영화관을 찾는다. 프랑스 국민은 연평균 3.3회 영화를 관람하며, 전국에 5909개 상영관이 운영 중이다. 정부는 26세 미만 청년에게 관람료를 할인해주고, 매월 20유로(약 2만6000원)로 영화를 무제한 관람할 수 있는 카드를 발급하는 등 영화산업 진흥책을 펴고 있다.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도 프랑스 영화산업 정책의 자랑이다. 칸 영화제는 1946년 프랑스 교육장관 장 자이가 만들었다. 매년 ‘계급장’ 떼고 토론하고 논쟁으로 시끄러운 대학 이대진(필명∙대학교 교직원) 간단한 산수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120-(3×5)-(2×15)-10-(6×10)을 계산하면? 정답은 5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회에서 실제 ‘토론’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했다. 5시간이 아니라 5분이다. 다음은 문제풀이.토론회를 위해 계획된 시간은 통상 120분 정도다. 참석자 등록이 끝나고 예정된 시각에 행사를 시작했다면, 이제 ‘말씀’이 기다리고 있다. 개회사·환영사·축사·격려사 등을 위해 총장이나 부총장, 연구소나 학회 등 행사 주최 측의 장(長), 국회의원, 지자체장, 원로 같은 외부 한 죽음이 묻는다 ‘용산참사는 끝났는가’ 장일호 기자 1년은 11개월이었다. 달력 속 1월을 애써 외면했다. 잊으려고 애쓸수록 또렷했다. 꾸역꾸역 눌러둔 기억은 매년 1월이 돌아오면 기어코 비집고 나와 삶을 흩어놓곤 했다. 몸살처럼 새해를 앓고 나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쌓였다. 배달로 생계를 잇는 동안 높은 건물에 들어설 때면 겁이 덜컥 났다.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이 몸을 휘감았다. 병원 상담을 받고,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 좀체 말을 듣지 않는 몸으로는 일을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생계와 일상 사이 시간은 자주 토막 났다. 그런 그늘을 내색하지 않는 이였다. 드물게 모... 노회찬 떠난 지 1년 ‘새벽 버스’는 여전하다 김영화 기자 새벽 3시57분 버스에 시동이 걸렸다. 전광판에 ‘146 상계 7단지-강남역’ 글자가 선명해졌다. 이 시간 146번 버스 종점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7단지 영업소에는 매일 같은 사람들이 모인다. “저 밑에서 타면 벌써 사람들이 꽉 차. 앉아서 가려고 여기까지 20분을 걸어온다고.” 박영숙씨(63)는 첫차를 타기 위해 새벽 2시30분에 일어난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공기가 박씨에게는 익숙했다. 146번 첫차를 타고 다닌 지도 벌써 7년째다. 반대편 종점인 신논현 구교보타워사거리가 그의 행선지다. “매일 끝에서 끝까지 다녀... 미봉책 되어가는 성폭력 예방교육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성폭력의 가장 근본적 대책을 생각하다 보면 교육에 이르게 된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관별로 한 해에 한 번씩은 시행하게 되어 있는 교육의 이름은 ‘성희롱 성폭력 예방교육’이다. 미투 운동 이후 각 분야의 피해자 연대는 해당 분야에 성폭력 예방교육을 철저히 실시할 것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그러나 지금 나는 미심쩍다. 성폭력이 ‘성’의 문제라기보다는 ‘폭력’의 문제라고 할 때, 어떤 것이든 피해와 가해를 둘러싼 권력 구도 전반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문화 전반을 제대로 뜯어보지 않는 무대 위 후이의 결연한 눈빛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아이돌의 꽃은 무대다. 노래하고 춤추고 싶어서, 때로는 유명해지거나 성공하고 싶어서. 아이돌 100명에게 물으면 이 직업을 택한 100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그 모든 꿈과 욕망과 성취감이 모여 궁극적으로 그려내는 큰 그림은 오로지 무대에서만 펼쳐진다. 결코 짧지 않은 인내와 시련 끝에 아이돌은 무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적어도 내가 아는 좋은 아이돌은 다 그렇다. 이렇게 구구절절 무대 찬양을 늘어놓고 바로 이어 쓰기는 머쓱하지만 사실 펜타곤의 후이가 처음 눈에 띈 건 무대 위가 아니었다. 이들이 데뷔하던 2016년 즈음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