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시를 읽는가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1929년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발레단 무용수였던 올가 코클로바와 결혼을 하고 아들 파울로를 얻었지만, 한 여자로 만족하지 못했다. 올가는 이혼을 원했으나,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은 〈게르니카〉를 그렸던 피카소의 이혼을 허용하지 않았다. 피카소는 올가와 20년 넘게 별거 생활을 하는 동안에 마리아 테레즈 발터와 딸 하나를 낳았고, 프랑수아즈 질로와 아이 둘을 낳았다. 피카소는 일흔두 살 때인 1953년, 스물일곱 살 난 이혼녀 자클린 후탱을 만났다. 피카소는 올가가 사망한 뒤인 1961년, 무려... 트와이스의 제2막 열어젖히는 다현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다현의 얼굴은 기본적으로 즐거워 보인다. 웃을 때 입을 양 끝으로 쭉 벌리고, 짓궂은 장난기를 가득 담아 눈을 초롱초롱 빛낸다. ‘케이팝 아이돌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라는 익숙한 이야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어쩌면 다현일지 모른다. 다만 그가 등장하는 만화는 좀 더 유쾌하고 즐거운 세계일 것 같다. 2015년 데뷔 당시 트와이스가 경이로운 ‘미녀 그룹’으로 위용을 떨칠 때도 그는 조금 다른 ‘그림체’로 툭 튀어나와 보였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이 있었다. 어느 기독교 찬양 팀의 공연 중, 댄서가 상체를 깊이...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잘 지내나요 정남준 지음, 빨간집 펴냄 “호단 인나마(스리랑카 말로 ‘잘 지냅니다’라는 뜻).” 부산 영도구 대평동에는 10여 곳의 수리조선소와 200여 개에 달하는 선박 공업사·부품업체가 있다. 정남준 사진가는 2017년 봄부터 이곳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부산을 상징하는 노동이 뭘까, 그중에서도 고된 노동이 뭘까’ 생각했다. 조선소의 여러 작업 중 ‘깡깡이’이란 게 있다. 왁싱 작업을 해도 선박 외판에서 떨어지지 않는 갑각류나 녹슨 철판을 망치나 그라인더로 긁어내 도장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노동이다. 저임금 중노...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오보 김형민(SBS Biz PD) 언론의 오보는 항상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헛소문조차 몇 명의 인생을 망가뜨릴 만큼 심각할진대 대중에게 사실을 말(言)하고 진실을 논(論)하는 언론이 미필적 고의로든 실수로든 오보를 낸다는 건 사회문제가 되고 나아가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니기 때문이야. 우리 현대사에서 터져 나왔던 숱한 오보 가운데 최악의 오보를 들라면 역시 1945년 12월27일 미군정 아래의 ‘남조선’을 강타한 ‘조선 반도에 대한 신탁통치 결정’ 보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구나. 이날 아침 각 신문... ‘여성’ 방문 노동자가 날마다 겪는 일 박수현 (다큐멘터리 감독) 바깥이 소란스러워 잠에서 깼다. 옆집에 누가 온 모양이었다. 잠결에 들리는 말들로 짐작하건대 이웃이 맡긴 매물의 재개발 건을 이야기하러 부동산에서 나온 듯했다. ‘서명을 해주셔야 하는데 자꾸 전화를 안 받으셔서 직접 찾아왔다’고 설명하는 직원의 말을 옆집 남자가 한사코 들으려 하지 않아 승강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직원이 성실하게 설명을 반복하는데도 남자는 자꾸 “왜 왔냐”라고만 묻다가 끝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여자가 왜 혼자 왔어! 내가 무슨 짓 하면 어떡할 거야!” 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벽 건너의 여성은 일본 경제 미스터리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일본 경제는 흔히 거시경제학의 무덤이라 불린다.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하고 부채가 많으면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결론은 일본에서 맞지 않는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돈을 빌리려 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는 높아진다는 것이 거시경제학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국가채무 비율은 199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 이제 GDP의 240%에 이르지만, 금리는 오히려 떨어져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가장 큰 미스터리는 여전히 낮은 물가다. 거시경제학은 재정적자가 커지면 인플레이 신탄의 사수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5·18 묘역 다녀온 중국인을 만나다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2011년의 일이다. 쓰촨성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주자이거우로 가는 길이었다. 버스표를 끊었는데, 내 앞에는 웬 지프가 서 있었다. 내가 타야 하는 버스에 손님이 너무 적어 지프로 대체했다고 한다. 인도를 오래 경험한 나는 매사 의심병에 걸려 있었다. 버스가 정말로 지프로 대체된 게 맞는지 기사랑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그때 옆에 있던 중국인 남녀가 나를 말렸다. “믿어도 돼. 우리도 그 버스를 예약했는데, 지프로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걱정하지 마.” 지프가 출발하자 아까 그 중국인 남녀가 말을 걸어왔다. 둘은 신혼여행 중이고 광... 굶주림에 신음하는 사람들의 표정 김은지 기자 작가 이름에 내용 불문 책을 집었다. 1982년생 지성호는 고난의 행군 시절 팔과 다리를 잃고 탈북한 뒤, 국제사회에서 그 실상을 증언했다. 탈북자 인권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쉽게 도구화되는 이슈지만, 장강명 작가는 한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해 우리가 마주했고 마주할 현실을 풀어낸다. 1장부터 아찔하다. 소제목은 ‘굶을 때 생기는 일에 대하여’. 각 문단의 첫 문장만 일부 옮겨보면 이렇다. “우선 매우 배가 고파진다” “먹을 수 있는 대상에 대한 모험심도 커진다” “그러면서 윤리감각이 무너진다” “사람은 굶으면 굶을수록 미래를 대... 잘 넘어지는 법을 가르쳐주는 마을 김문영 (이숲 편집장) 살면서,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친구나 먼 친척, 혹은 이웃 중에서 지적장애인을 만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간다. 지적장애도 그런 다양한 성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그래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장애가 없는 비장애인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 아닐까. 그림책 〈넘어진다는 건〉의 책장을 한두 장만 넘겨보면 주인공 ‘노엘’이 좀 별난 사람임을 알게 된다. 말은 어눌하고 대화는 쉽지 않다. 생일을 맞은 노엘은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생일 선물... 언제 어디에서나 엄지로 집필한다 임지영 기자 ‘나의 iPhone에서 보냄.’ 배우 봉태규의 에세이집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의 머리말은 이렇게 끝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써서 책 한 권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없어서 메모하듯 써내려갔다. 아이가 잠들었을 때 짬을 냈다. 핸드폰으로 쓰니 분량을 가늠하기 어려워서 평소보다 길게 쓸 수 있었다. 최근 〈딸에게 들려주는 한국사 인물전〉을 펴낸 김형민 PD도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쓴다. 매주 〈시사IN〉에 연재하는 200자 원고지 15장 분량의 원고 절반을 스마트폰으로 쓴다. 책상 없이도 쓸 수 있다는 게 ... 맨땅에 헤딩 〈시사IN〉 유튜브 [프리스타일] 김은지 기자 시작은 늘 그랬듯 단출했다. 1월의 어느 날 〈시사IN〉 편집국 회의실에 네 사람이 둘러앉았다. 기자와, 차형석 디지털콘텐츠 팀장, 윤원선 온라인 에디터, 김연희 사회팀 기자다. 인쇄 매체 〈시사IN〉이 디지털콘텐츠팀을 본격 꾸리며 시험방송을 준비했다. 장비라고는 와이어 달린 이동형 마이크 4개, 그리고 맨입뿐이었다. 일단 시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실험해보자’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시대를 거쳐 유튜브가 콘텐츠 플랫폼 패권을 잡는 게 눈에 보이는 때였다. 유튜브용 동영상, 팟캐스트용... 마감 때 어디선가 혼잣말이 들리고…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아이~” “뭔 말이야” “하~” “미치겠네”. 대화가 아닙니다. 야단치는 소리도 아닙니다. 혼잣말, 독백입니다. 마감 때마다 들리는 ‘자학 ASMR’ 달인. 주변 기자들에게는 이어폰 착용 유발자. 택시업계와 타다의 논쟁을 다룬, ‘혁신인가 약탈인가’ 커버스토리를 쓴 전혜원 기자입니다. 양쪽 갈등 줄일 대안은? 다른 나라에서도 정확한 해법은 못 내놓고 있습니다. 우버 등을 아예 합법화해, 승차할 때마다 ‘교통 인프라 기여금’을 부과하기도 했지만 갈등은 여전합니다. 국내도 아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죠. 취재한 결과, 타다는... 황폐한 진실 알려주는 세련된 거짓말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이탈리아 시골 마을 인비올라타에서 가장 많이 들려오는 소리. “라짜로!”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2층에 옮겨놓을 사람이 필요하면, 라짜로! 돌아다니는 닭을 잡아 닭장에 넣을 사람이 필요해도, 라짜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궂은일이 아닌 일 역시 도맡는다. 그래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걸 보면, 제목처럼 정말 행복한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가 맞지 싶다. 이 마을 주민 전부를 소작농으로 부리는 후작 부인 알폰시나(니콜레타 브라스키)가 아들 탄크레디(루카 키코바니)와 함께 인비올라타에 온다. 폐병으로 짐작되는 아들의 요양을 위... 기사 후~폭풍 김은지 기자 홍콩에서 울려 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냈다. 현지 취재에 나선 이명익 사진기자가 드론으로 홍콩 시위를 촬영했다. 시위 규모를 짐작하게끔 하늘에서 담은 홍콩 현장 모습에 김솔아 디지털콘텐츠팀 인턴이 광둥어와 한국어 버전 노래를 삽입해 편집했다. 그 밖의 다양한 홍콩 현지 영상은 〈시사IN〉페이스북(facebook.com/sisian), 유튜브(youtube.com/sisaineditor) 및 인스타그램(instagram.com/sisain_editor) 에서 볼 수 있다. 영상에는 홍콩 시민을 응원하는 ... 한국 축구 비주류의 성공과 리얼타임 영웅의 탄생 배진경 (〈포포투〉 편집장) 6월9일 새벽, 제주 출장 일정으로 들른 김포공항은 조용했다. 떠나는 이도, 돌아오는 이도, 심지어 게이트 오픈을 대기하던 항공사 직원들까지 숨죽이게 만든 건 운명의 승부차기. 대형 텔레비전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이들은 양 팀의 키커와 골키퍼가 바뀔 때마다 탄식과 함성을 교차하며 ‘어떤 역사’를 목격하는 중이었다. 마침내 세네갈 주장의 마지막 슈팅이 크로스바를 벗어나고, 한국 골문을 지키던 이광연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며 달려 나왔다. 큰 환호성과 함께 ‘일시정지’ 버튼이 해제된 공항도 그제야 다시 자신의 길을 바삐 ... “게임과 인생이 왜 비슷한지 아세요?” 김동인 기자 황종현씨(22)는 10년을 맞은 ‘미국 대학 한인학생회와 함께하는 〈시사IN〉 청소년 글로벌 리더십 포럼(이하 리더십 포럼)’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황씨는 2013년(춘천), 2014년(원주) 두 차례 리더십 포럼에 강연을 듣는 청소년으로 참석했다.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던 ‘강릉 소년’은 리더십 포럼을 통해 대관령을 넘는 대신 태평양을 건너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17년과 2019년 리더십 포럼에 강사로 초청받아 연단에 올랐다. 강연을 지켜보던 청소년들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그... 도시인의 속마음 홀려버린 두메산골 무주·고재열 기자 캠핑을 자주 하는 편이다. 처음 캠핑을 할 때는 캠핑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깨달았다. 캠핑은 자연으로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 도시로 돌아오는 일이라는 것을. 캠핑이 캠핑일 수 있는 것은 돌아올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모닥불을 우두커니 지켜보는 ‘불멍’도 좋지만 집에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샤워하며 느끼는 ‘물멍’도 좋았다. 바꿔 말하면 캠핑은 ‘자연인’이 되는 게 아니라 ‘도시인’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캠퍼들을 보니 자연으로 도시를 옮기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 투박하게, 쿨하지 않게 장애인으로 살기 김초엽 (SF 작가·〈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처음 ‘연사’로서 초청받은 때는 2016년이었다. 재학 중이던 대학에서 TEDx 강연회가 열렸는데, 당시 대학원생인 나를 섭외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왜 평범한 대학원생인 나를 초청했지?’ 의아함을 느꼈다. 강연회 주제를 듣고 의문이 풀렸다. 주제는 ‘Unlimited(한계를 넘어선)’였다. 기획자는 내가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대학 시절 다양한 학내외 활동을 해왔던 경험을 말해주기 원하는 것 같았다.당시 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에게 ‘역경을 극복한 경험’을 듣기를 원하는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담당자에게 “학습권 침해하는 스포츠 체계 바꿔야 한다” 김연희 기자 세월이 무색했다. 11년의 세월을 건너왔지만 변한 건 없었다. 지난 1월8일 뉴스를 보면서 참담함에 가슴을 쳤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상습적 폭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스포츠계 미투 이후 정부는 1월25일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그에 따라 2월25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에서 위원들의 추천으로 문경란 위원장이 선출됐다. “우리가 11년 전에 이미 알았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저 선수가 저런 모습으로 나타나는구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