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분열시키는 내부의 칼날 3개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7세기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의 확장 속도는 놀라웠다. 지중해에 연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를 평정하고 기독교권까지 퍼져나갔다. 유복자로 자랐고 글조차 모르던 선지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이 이렇게 파장을 일으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척박한 사막 한구석에서 시작된 종교가 제국 로마의 기독교와 겨루며 이토록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기독교권은 점차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존 종교와 신흥 종교가 맞부딪친 힘의 충돌이 일어났다. 일련의 충돌은 십자군 전쟁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미증유의 성장을 보여준 이슬람의 힘을 축령산 편백나무 숲은 그의 땀으로 자랐다 김형민(SBS Biz PD) 어려서 재미있게 들었던 전래동화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직업이 뭘까? 아마 나무꾼일 거야. 고려 시대에 고려를 방문했던 중국인 서긍은 이런 기록을 남겼어. “고려는 삼림이 풍부해서 나무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은 없고 소년이나 장년들이 한가할 때 힘닿는 대로 나무를 해 쓴다.” 즉 전문적으로 나무를 베어 파는 나무꾼이란 한참 뒤에 나온 직업이라는 뜻이야. 호랑이의 포효가 끊이지 않았을 만큼 높은 산과 깊은 숲으로 뒤덮인 한반도였지만 조선 후기로 가면서 양상이 급변하게 돼. 일단 인구가 늘고 또 서민들에게까지 온돌이 보급되면... 피식 웃으며 보다가 찔끔 눈물을 흘리는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소년이 전화를 받는다. “어디냐?” 물어보는 소녀. “집.” 대답하는 소년. 그때 전화기 너머로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년이 핀잔을 준다. “너, 또 똥 싸면서 전화하냐?” 열네 살 여학생이 아무렇지 않게 똥 누면서 남학생에게 전화할 때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사정. “아주 더운 여름날, 화곡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4.4㎏의 우량아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머리가 너무 커서인지 아이의 엄마는 출산 중 사망하였고, 아이를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던 아버지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과 푸른 잎사귀를 보... ‘실패한 사이보그’들이 활보하는 도시 김초엽 (SF 작가·〈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내가 다닌 대학은 자연과학과 공학 단과대학만 있는 학교였다. 재학생 다수가 연구직을 고려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교양수업에서도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주제를 흔히 다뤘다. 로봇, 실험동물, 키메라, 인공지능, 그리고 무인 자동차와 지구환경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은 주로 ‘기술문명의 설계자로서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어떻게 사유하고 책임질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마주했다.그날 강의도 그랬다. 과학기술에 의해 탄생할 새로운 인간, ‘포스트휴먼’이 주제였다. 기계와 결합한 인간의 예시 자료로 인공 귀와 제3의 팔을 단 행위예 북한 미사일 사진을 ‘해독’하는 방법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쏘았다. 발사체,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여러 설이 분분하다. 어떤 신문은 이 미사일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방어체계가 필요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어쨌든 이 미사일은 북한이 쏘아 올린 발사체이다. 동시에 미국과 한국을 향한 복잡한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애써 이 발사체에 대한 정치적 의미를 축소하는 반응을 보였고,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런 복합적인 의미는 짐작이 가지만 불명확하고, 북한 스스로도 한국과 미국에 불만이 있지만 일단 너무나 현실적인 미래의 잔혹 동화 김문영 (이숲 편집장) 〈파더 판다〉는 일종의 우화지만 우리의 불안하고 슬픈 미래를 가늠해보게 하는, 그래서 외면하기 힘든 다소 기이한 만화다.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마지막 장의 제목이기도 한 파더 판다(Father Panda)는 영어 대신 우리말의 ‘판다’의 의미로도 읽혀 재미있다. 결국 돈이 최고의 가치이고 생산성이 곧 구원이자 선으로 인식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 작품의 배경은 미래의 어느 시점이다. ‘임신 가능’으로 판정된 여성들은 정부가 정해놓은 일정한 나이까지 출산을 해야 한다. 남성의 정자 확... 이데올로기가 출산을 지배한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지난 2월2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출생아 수는 전년 (35만7800명)보다 8.6% 감소한 32만6900명이다. 이에 따라 작년 합계출산율(0.98명)은 역대 최저였던 전년(1.05명)보다 더 낮아졌다. 이 수치는 1970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2016년 평균 1.68명) 중 합계출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곳은 한국 이외에 아직 없지만, 저출산 적신호는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백인의 경우 대체 수준의 자녀(2.1명)를 생산한 것은 1971년까지였고, 미국... 거울 속에 비친 나와 당신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2009년 제90호 표지는 흑백사진에 노란 넥타이. 2019년 제610호 표지는 거울 콘셉트에 노란 테두리. SNS에서 화제가 된 노무현 10주기 추모 특집호 디자인의 주역 이정현 미술팀장.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박광운 제작판매팀 직원도 소환. 제610호 첫 표지 시안과 조금 달라졌는데? 이정현:2009년 서거 당시를 담았던 제90호 표지에서 차용한 노란 넥타이가 원래 있었죠. 노란 넥타이 위에 독자 얼굴을 비춰보는 콘셉트였죠. 최종적으로는 노란 넥타이를 삭제했어요. 독자들이 넥타이를 못 알아볼까 봐. 또 깔끔하게 보이려고. 거... 아찔하게 무모했던 최초의 태평양 횡단비행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인간이 최초로 배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것은 1521년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 때였다. 비행기로 태평양을 건넌 것은 그로부터 410년이 더 흐른 뒤였다. 1929년, 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공군의 비행교관으로 활약했고 이후 곡예비행사로 이름을 날린 클라이드 팽본은, 부조종사이자 그의 재정적 지원자이기도 했던 휴 헌든과 함께 세계일주 비행 신기록 수립에 도전하기로 한다. 둘은 ‘미스 비돌’이라는 이름이 붙은 붉은색 벨란카 스카이로켓 기체를 몰고 뉴욕 공항을 이륙했다. 하지만 시베리아에서 신기록은 물 건너가고 만다. 중간기착지인... 더 이상 민원을 넣을 수 없었다 심보선 (시인·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태어나서 민원을 넣은 적이 없다. 참여한 예술 행사가 민원의 대상이 되어본 적은 있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춤을 추며 행진을 하는 행사였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참여 시민들과 팔짱을 끼고 곱지 않은 표정으로 춤추는 무리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대비가 뚜렷했던 기억이 난다. 행사를 관리하는 단체의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곧 정리가 되니 조금만 더 양해를 해달라며 연신 사과를 했고, 시민들에게는 진행 요원들의 지시를 따라 정해진 루트를 이탈하지 말아달라고 연신 부탁을 했다.나는 당시 생각했다. 이 도시에는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몸을 움직 고교 시절 그 선생님을 생각하며 이창근(쌍용자동차 노동자) 선생님은 쉬는 시간이면 차 안에 있었다. 점심시간에도 차 안에 머물렀다. 좌석을 젖혀놓고 책을 읽거나 교정 한가운데 있는 300년도 넘은 은행나무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했다. 그의 동선이 눈에 들어온 건 고등학교 2학년 5월 이맘때였다.사립재단에 속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알 수 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으나 어떤 상황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고 차 안에 홀로 있는 모습도 점점 잦았다. 2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선생님은 학교를 떠났다. 하루아침에 윤리 선생님이 바뀌었지만 정확하게 무슨 일 노래, 춤, 랩 모두 최고였던 채리나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요즘 엠넷의 〈프로듀스 101〉 새 시즌이 한창이다. 101명의 연습생이 열한 개의 데뷔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누가 춤을 잘 추나, 노래를 잘하나, 랩을 잘하나 등 분야를 나눠 자기 특기를 뽐낸다. 각자 나름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많은 사람 중에서도 이 모두를 다 잘하는 이는 흔치 않다. 그만큼 전천후 댄스 가수란 드문 재능이다. 전천후 댄스 가수라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채리나다. 채리나는 ‘춤·노래·랩 다 되는 아이돌’의 원조 격이다. 그는 1995년 열일곱 살의 나이로 당시 큰 인기를 얻... 5·18 발포 명령 거부한 한 경찰관 정희상 기자 5월17일 전남지방경찰청 앞뜰에는 ‘안병하 공원’이 조성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안병하 치안감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치안책임을 맡은 전남경찰국장(현 전남지방경찰청장)이었다. 안병하 공원 조성식에 참석한 아들 안호재씨(60)는 “경찰의 본분을 지켰을 뿐인데 영웅이 되는 나라가 서글프다”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7월23일 강원도 양양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안병하는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입학해... 기사 후~폭풍 시사IN 편집국 역시, 사랑이 이긴다. 〈시사IN〉 제609호 커버스토리 ‘새로운 가족’에 소개된 다양한 분자가족이 독자들의 큰 응원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FTM 트랜스젠더 커플인 송영민· 임은비 커플의 이야기에 독자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사위가 원래 여성이었다는 걸 알게 된 장모가 했다는 한마디가 울림이 컸다. “뭐가 어때서. 둘만 잘 살면 되지.” 독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시사IN〉 페이스북 (facebook.com/sisain)에는 “이성애자라고 해서 다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사는 거 아닙니다 (강철)” “아름답고 용기 있는 두 분,... ‘n포 세대’가 포기하지 않은 것 [프리스타일] 장일호 기자 몇 년 전 애인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 후 처음 서로의 가족을 만났을 때 우리는 각자의 가족에게 분명한 선을 그어줬다. “30년 넘게 존재도 모르고 살던 사람들과 갑자기 가족이 되는 걸 납득할 수 없으니 남처럼 대해달라”고 당부했다. 며느리와 사위라는 지위를 거부한 셈이다. 내가 생각한 결혼의 장점 중 하나는 ‘주어진’ 원가족과 달리, 내가 ‘선택한’ 가족과 산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결혼이 집안의 일이 아닌 ‘두 사람의 일’이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결혼식 대신 술집을 빌려서 연 파티에는 양가 가족을 일절 초대하지 않았다. 나...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김정운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슈필라움.” 저자의 아지트 세 곳을 모두 가보았다. 첫 번째 아지트는 서울 논현동의 건물 지하에 있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외부와 단절된, 도심 속의 섬 같은 곳이었다. 두 번째 아지트는 여수의 바닷가 마을에 있었다. 책, 그림, 음악과 커피. 구성 요소는 같았다. 그런데 더 호젓했다. 시간이 좀 더 느리게 흘렀다. 저자도 더 느긋해진 듯 보였다. 세 번째 아... 70주년 독일 기본법이 역사에 던지는 교훈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5월8일은 독일 현대사에서 뜻 깊은 날이다.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Grundgesetz)이 제정된 날인데, 특히 올해는 70주년이다. 기본법은 2차 세계대전의 패배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1949년 만들어졌다. 패전 후 독일은 연합국 점령 지역(서독)과 소련군 점령 지역(동독)으로 분할됐다. 기본법은 연합국 점령 지역에서 탄생했다. 주 의회에서 선발된 대표 65명이 기본법을 논의할 평의회를 구성했다. 독일 정치에서 좌우를 대표하는 정당인 기독교민주당과 사회민주당에서 각각 콘라트 아데나워와 카를 슈미트가 평의회에 참여해 주축이 되... 아름다움 너머 예술이 된 공예 고재열 기자 ‘좀비와 정말 멋진 모자들에 대한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킹덤〉에 대한 외국인들의 한 줄 요약이다. 외국인들이 단 댓글은 우리 전통 쓰개에 대한 감탄과 다양한 질문으로 채워졌다. 특히 양반들이 쓰는 챙 넓은 갓이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통 쓰개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런 반응은 낯설지 않다. 이미 한 세기 전에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도 가장 인상적인 조선의 풍물로 갓을 꼽았다. 전통 쓰개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예를 표하기도 하고 신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통 쓰개 중 챙이 있는 것을 ‘입’ 또는 ‘갓... 보수 유튜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김동인 기자 3단 삼각대에 손잡이가 달린 영상용 조정 장비(볼헤드)를 조립하고, 그 위에 스마트폰 두 대를 꽂을 수 있는 거치대를 고정시킨다. 마이크 선을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필수다. 여기에 보조배터리까지 장착하면 그럴싸한 ‘1인 방송 시스템’이 구축된다. 5월22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장비를 갖춘 50~60대 시민 6~7명이 광장을 배회했다. 광장 풍경을 송출하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 왼쪽 하단에는 실시간 채팅창이 분주했다. “애국 동지 힘내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광화문광장에... 이란 저런 사정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