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신간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의심이 힘이다 배형민·최문규 지음, 도서출판 집 펴냄 “건축은 현실이라는 얼음 바다를 깨는 도끼.” 배형민은 건축 전시 전문 큐레이터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수석 큐레이터,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협력감독을 역임했다. 최문규 건축가는 건축문화대상, 서울시건축상,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이력만 보면 가히 ‘건축의 달인’들이라 할 만하다. 이 둘이 건축에 대해 말한다. 고담준론을 기대할 만한데 의외로 소박하다. 두 천재의 번뜩이는 통... ‘지금도’ 민중음악가 청년 손병휘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1970~1980년대에 20대를 통과한 많은 청춘들이 음악을 소비하던 방식과 지금 20대의 소비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음악의 장르와 재생 매체는 늘 달라지는 것이고, 그걸 제외하면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음악의 사회적 목적성 유무일 터이다. 음악이 한 영혼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도달해 위로해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을 테지만, 그 시대에는 지금과는 다른 음악의 형태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독재정권이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항거하는 각종 집회에서 불리던 이른바 ‘민중가요’이다. 많을 때는 수십만명의 시민이 거리에 ‘서핑 정신’ 지켜낸 파타고니아 CEO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1907년 7월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신문에 ‘파도를 타는 남자, 이목을 집중시키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베니스 비치의 파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는 물 위를 걷는 것처럼 몸을 꼿꼿이 세운 채 바다를 누볐다. 그가 모래사장에 도착한 이후에나 나무판자 위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챘다. 조지 프리스. 하와이 출신의 24세 청년은, 지난 100년간 명맥이 끊겼던 ‘일어서서 물살을 가르는’ 파도타기 기술을 보여주었다. 파도타기는 하와이 사람들이라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즐기던 유희였다. 물론 계급에... 미군정은 왜 임정 고사시켰나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김삼웅은 〈3·1 혁명과 임시정부- 대한민국의 뿌리〉(두레, 2019)에서 당시의 독립운동가들은 ‘3·1운동’을 ‘3·1 혁명’이라 불렀다면서 이렇게 개탄하고 있다. “해방 후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제헌헌법 초안에서는 전문에 ‘3·1 혁명’으로 명시했다. 그러던 것을 지주계급 출신의 한민당 계열 일부 제헌의원들이 국회의장 이승만에게 신생 정부를 뒤엎는 과격한 용어라고 진언해 ‘혁명’이 ‘운동’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 용어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3·1 혁명의 ... 인류 역사에 식인종은 없다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다른 사람의 몸을 먹는 행위는 끔찍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동종포식(같은 종을 먹는 일)은 포유류에서 흔하지 않습니다. 포유류 바깥의 세계에서는 종종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어미 몸을 먹고 태어나는 새끼 뱀이나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거미 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일상의 먹거리를 동종에서 구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거나, 다음 세대를 만들 수 있도록 자기 몸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자신의 유전자 번식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도록 진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포유류에서 보이는 동종포 ‘대박’보다 ‘중박’이 한국 영화의 길이다 고재열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극영화 〈생일〉의 제작과 개봉은 작은 기적이다. 개봉 2주차부터 ‘차트 역주행’을 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아직 상처가 아물었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임에도 상영이 가능했던 것은 이종언 감독의 진정성을 유가족들이 믿어주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때 안산시의 치유 공간 ‘이웃’에서 이 감독이 봉사활동을 했던 인연이 있다. 유가족들은 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을 대변해줄 것으로 확신했다. 이 감독의 뒤에는 주목받는 영화 제작자인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가 ... 가라앉는 경제 어떻게 살릴까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세계경제가 가라앉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1분기 전 세계의 성장이 정체되었으며, 며칠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7%에서 3.3%로 낮추었다. 불황의 전조인 미국의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여전히 이전의 성장 추세에 미치지 못하며 전망도 어둡다. 일본과 독일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 경기둔화 앞에서 연방준비제도도 급히 스탠스를 바꾸었다. 지난해 내내 통화정책 정상화와 금리 인상을 강조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금리 국채수익률 역전, 경기침체 전조인가 이종태 기자 원래 남에게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는 법이다. 그런데 이자를 받기는커녕 웃돈까지 얹어주면서 돈을 맡기고 있다면? 예컨대 100만원을 빌려주면서 90만원만 상환받기로 하는 경우다. 이런 돈의 규모가 세계적으로 10조 달러에 이른다. 또한 길게 빌려줄 때 더 많은 이자를 받는 것이 금융시장의 법칙이다. 최근 10년 장기 대출의 이자가 불과 3개월 대출의 이자보다 낮게 형성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여러 나라의 국채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들이다. 이런 사태의 원인과 의미는 무엇인가? 국채란, 국가가 ... 고사리 꺾기의 치명적 즐거움 김서정 (동화작가∙평론가) 한 번도 안 꺾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꺾어본 사람은 없다. 고사리 말이다. 제주에 내려가 임시 둥지를 튼 지 한 달째, 4월을 맞았을 때 나는 사람들이 고사리, 고사리, 노래를 부르다시피 하는 걸 그저 흘려들었다. 그러다 얼결에 끌려가 고사리 꺾기를 한번 해본 뒤로는, 나도 노래를 부르다시피 하게 됐다. 그렇게 고사리 꺾기는 치명적인 중독성이 있다. 몇 시간을 쭈그린 채 기어 다녀도 허리 다리 아픈 줄 모른다. 고사리 꺾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어 구조대가 출동했다든가, 몇 날 며칠을 종일 밥도 안 먹고 고사리만 찾아다니는... [아이돌&캐리돌] 옥주현 음악 행로 20년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2018년은 옥주현의 데뷔 20주년, 그리고 뮤지컬 배우 데뷔 10주년이었다. 20년의 전반 10년을 최고 인기 걸그룹 핑클의 멤버로 살았고, 또 후반 그만큼의 시간을 새로운 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살았다. 지금은 대극장을 매진시키는 티켓파워로 유명하다. 큰 키로 무대를 누비며 압도적인 성량으로 홀을 채우는 그는 대극에 특히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다. 단독으로 콘서트를 열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있는, 몇 안 되는 여성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의 자리에 결코 쉬이 오르지 않았다. 늘 유명했지만, 그 명성이 곧 고이 사랑... ‘성년’에게 날리는 ‘미성년’의 한 방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영화 속 각종 범죄 현장에 그가 있었다. 때로는 형사로 (〈추격자〉), 때로는 범인으로(〈황해〉), 기필코 잡고야 마는 집념의 사내였다가 (〈거북이 달린다〉),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악의 화신(〈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으로 돌변했다. 그와 같은 편이면 안심했고 그를 적으로 둔 자들은 겁에 질렸다. 김윤석은 그런 배우다. 제압할 수 없는 상대이자 넘을 수 없는 산이면서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아저씨, 아니, 아버지. 감독으로 첫 작품 찍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벌써 오금이 저리는 것 같았다.... 두 군인의 성관계가 국가에 피해를 주었다고? 황도윤 (자유기고가) 당신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국가가 당신을 가둔다면? 당신이 침실에서 파트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미 몇 달이 흘러 그 기억이 희미해질 때, 그날의 섹스 때문에 나라가 망할 것 같다며 당신을 가둔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가? 2017년 육군은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기 위해 함정수사를 벌인다. 육군은 ‘게이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군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접근한 뒤 얼굴 사진 등 신상 정보를 얻어내 ㄱ씨를 체포했다. 그 후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아 ㄱ씨가 다른 군인과 성관계한 증거를 찾고 강압으... 아모레퍼시픽, 안티폴루션 연구센터 개소 ADVERTORIAL 아모레퍼시픽이 미세먼지 등 유해환경에서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연구·개발 노력을 집대성해 ‘안티폴루션 연구센터(Anti-pollution Research Center)’를 개소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 신설되어 올해 4월부터 운영 중인 안티폴루션 연구센터는 유해환경과 그로 인한 다양한 피부 변화를 연구하고, 전 세계 고객의 피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품 개발 등 여러 영역을 총괄한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 오염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일상을 위협하는 재난이자, 사회적으로 대책을 고민하는 관심사가 되었다. 호흡기 질환과 ... 하늘의 제국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조각 작품보다 흥미로운 간판 강홍구 (사진가·고은사진미술관장)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가보았던 도시는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가게마다 가득 찬 상품과 더불어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간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함석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입체적으로 글씨를 크게 써 걸어놓은 대단치 않은 간판이었다. 당시에는 좋은 읽을거리이자 구경거리였다. 상회, 공작소, 제과점, 식당, 제화점… 간판들이 줄지어 있었다. 가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간판도 있었다.도시에 나와 살면서 간판은 공해의 일부가 되어갔다. 시내 중심가나 새로운 상가 건물이 들어서면 어느 곳이나 간판으로 도배되는 속 반민특위 위원장 김상덕의 헌신 김형민(SBS Biz PD) 고령은 경상북도의 작은 군이야. 대가야 시절의 유적이 즐비하게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지. 가야금의 명인 우륵이나 고려 시대 〈제왕운기〉를 쓴 이승휴,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의 호남 진격을 가로막았던 의병장 김면 등 여러 인물을 배출했어. 임진왜란 당시 영남 3대 의병장으로 꼽힐 만큼 맹활약했던 김면은 병약한 몸으로 전장을 누비다가 병들어 쓰러지고 말았어. 그의 유언은 사뭇 비장해. “나라가 있는 줄 알았지 내 몸이 있는 줄은 몰랐도다(只知有國 不知有身).” 김면과 비슷한 말을 되뇌며, 그 심경을 절절히 느끼며... 종교인만 빼고 네 이웃처럼 과세하라 이상원 기자 종교인은 일반인보다 퇴직소득세를 적게 내도 될까? 지난 3월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를 통과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그렇다. 종교인이 받는 퇴직금 중 2018년 이후 발생분에만 소득세를 매기는 게 골자다. 예컨대 일반인과 종교인이 똑같이 30년 근속 뒤 지난해 말 퇴직했다면 종교인은 일반인 퇴직소득세의 30분의 1가량만 부담하게 된다. 종교인 과세를 명문화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2015년 개정되어 2018년 1월1일 시행됐다. 일각에서는 ‘50년 만의 과세 도입’이라고 한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산불이 꺼지면 시작되는 것 [프리스타일] 김영화 기자 “기자들이 제발 그 영상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3월25일 찾은 경북 포항시 흥해읍 재난심리지원센터에서 상담사가 간곡하게 부탁했다.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한동대학교 건물의 벽돌이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을 기록한 영상이었다. 긴박했던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까닭에 ‘포항 지진’이 언론에 언급될 때마다 화면에 등장한다. “그 영상을 보면 그때가 다시 떠올라요. 일종의 트라우마죠.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하다가도 11월15일 그때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날도 상담소를 찾은 이들이 있었다. 1년 반이 지... 잡지의 통찰을 만끽할 수 있는 종이 잡지 클럽 김영화 기자 처음 종이잡지를 콘셉트로 한 공간을 열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김민성씨(33)를 말렸다. “요즘은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대세지” “잡지를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 어느 ‘잡지광’의 허무맹랑해 보였던 꿈은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 지하에서 현실화되었다. 국내외 종이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종이잡지 클럽’을 열었다. 서점 매니저로 일하며 만났던 단골 두 명과 뜻이 맞았다. 매달 종이잡지를 다섯 개씩 정기 구독하는 ‘잡지 덕후’들이었다. 〈필로(Filo)〉 〈모노클(Monocle)〉 〈보스토크(Vostok)〉... 남자 평교사들, 공포심 때문에 교장 된다?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나는 강원도 탄광촌 벽지학교에 근무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 31.97㎞, 40분을 운전해서 간다. 일반인은 이 상황을 두고 ‘출퇴근 거리가 멀어 불편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교사끼리는 ‘벽지 가산점 따려고 갔구나’ 하는 판단이 먼저 선다. 맞다. 나 역시 3년 전 관내 학교 이동을 신청할 때 승진 가산점을 얻기 위해 시골 학교에 지원했다. 벽지학교 근무 가산점이 없으면 사실상 교감 연수 대상자 순위에 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교육전문직 시험을 통한 방식은 예외로 한다). 교장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장기간 준비해야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