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환호작약’ 홍콩인들 ‘의기소침’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지난해 10월24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참석한 가운데 강주아오 (港珠澳) 대교 개통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로 인해 홍콩과 마카오는 다리로 연결됐고, 마카오의 배후 도시인 주하이도 육로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 전이라면 선전을 거쳐 무려 세 시간이나 가야 하는 구간을 한 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국 언론은 환호했고 한국 언론도 덩달아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듯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막상 홍콩인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왜 그럴까. 직접 답사해보기로 했다. 우선 대교를 이용하는 버스 탑승객은 과장을 ... ‘어른이’에게 신나는 놀이터, 섬 여행의 모든 것 고재열 기자 섬 여행은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다. 여행의 시작인 이유는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섬 여행을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또 그만큼 일상과의 단절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일상과 단절된 나만의 시간이다. 섬 여행은 짧은 여행으로도 이런 단절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의 끝인 이유는 전남 고흥군의 연홍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 구본무 LG 회장이 1년에 한 번씩 다녀간다는 집에 묵은 적이 있었다. 그가 민박집도 아닌 평범한 가정집인 이곳에 묵으면서 산책을 ... 부통령직 내던지며 이시영 선생이 한 말 김형민(SBS Biz PD) 조선 선조 때 명신인 오성 이항복의 후손들, 즉 경주 이씨 가문의 백사공파는 정승을 10명 가까이 배출한 조선 후기 명문가로 그 이름이 높다. 대한제국이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던 즈음에도 경주 이씨 백사공파의 직계 후손들은 막대한 재산과 토지를 지닌 최고 명문가로 번영하고 있었단다. 나라가 망한 뒤 이 명문가의 여섯 형제와 그 가족 수십명은 가문의 땅을 다급히 처분해 장만한 전 재산을 들고 식민지 조선을 떠났어.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조상들이 물려준, 또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을 길이 보전해줄 수 있는 기득권을 내던져... ‘골초’ 미국 의사들은 어떻게 담배를 끊었나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을 다룬 기사마다 따라붙는 대표적 댓글이 있다. “통계에 안 잡혀서 그렇지 현실은 더 심하다” “재벌이 문제다” “귀족노조가 문제다” “정부는 뭐 하고 있냐”. 그런데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룬 기사에는 이와 조금 다른 댓글이 달린다. “세상만사가 원래 불평등하다” “이걸 이제 알았냐?” “이딴 걸 연구라고 하느냐?” 같은 일종의 ‘만능 불평등론’이다. 또 다른 댓글 유형은 ‘현실 부정론’이다. 건강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통계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내가 입원해보니 대기업 임원이라는 사람도 똑같은 병에 ... 타는 목마름으로 아랍의 민주주의를 쓰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영국과 프랑스는 중동에서 국가들을 새로 만들어냈다. 오스만제국이 해체된 자리에 새로 만든 국가가 들어섰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국가라 해도 건국 과정에서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물며 급조한 국가는 어떻겠는가? 역사적 맥락도 없이 열강의 이익에 따라 그은 국경 사이사이마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이 숨었다. 이른바 사이크스-피코 협정의 여파는 100년 넘도록 불안정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시사IN〉 제596호 ‘중동 분쟁의 뿌리 사이크스-피코 비밀협정’ 기사 참조). 아랍 청년들의 분노와 회한은 [카드뉴스] 걸크러시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시사IN 편집국 1.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원제 Culottées /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2. 페넬로프 바지외 젊고 경쾌한 감각으로 현재 프랑스 젊은 독자층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프랑코포니 축제를 통해 한국 독자와도 처음 만났다. * 이 책은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블로그에 연재된 웹툰을 엮은 것이다. 3. 책에는 기원전 4세기 산부인과 의사 아그노디스, 아파치 부족의 전사 로젠, 오늘날 여성용 수영복을 고안한 애넷 켈러먼의 이야기도 있고, 4. 노년 여성 생활 공동체를 만든 사회운... 노무사인 내게도 ‘흑역사’가 있다 김민아 (노무사) 공인노무사는 노동자가 임금 체불을 당하면 상담하고 무슨 방법이 있는지 찾아본 뒤 대리해 고용노동부에 진정하는 게 직업인 사람이다. 공인노무사인 내게도 ‘흑역사’가 있다.대학생 시절 서울 신촌 맥줏집에서 한 달 정도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임금을 받지 못했다. 노동법 수업을 두 학기나 들은 법대생이 임금을 체불당했는데도 억울한 마음만 컸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방법을 알았다고 해도 지금처럼 진정서를 쓱쓱 작성해서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고, 사용자와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또박또박 대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요즘도 고용노동지청 근로개선지도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카코포니 음악이 나왔다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㉛ 카코포니지난해 데뷔 앨범 〈화(和)〉를 발매한 스물다섯 살 여성 싱어송라이터 카코포니는 이제 막 분출하기 시작한 화산 같은 뮤지션이다. 정확히 1년 전만 해도 그는 음악과는 관련 없이 그저 아픈 어머니를 간호하던 보호자였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그는 단 보름 만에 정규 앨범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 그 후 6개월 만에 정규 데뷔 앨범을 발표했으며 뮤직비디오 네 편을 제작했고 그중 두 편에서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무(無)에서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지는 데에는 채 1년도 ‘장자연 사건 증언자’ 윤지오는 왜 이 책을 썼을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009년 3월7일, 한 신인 여배우가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드러나지도 처벌되지도 않았던 이 사건은 여배우의 10주기를 맞이한 올해,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진실규명을 기다리고 있는 고 장자연 사건과 그녀가 남긴 ‘장자연 리스트’ 이야기다. 이 사건은 2011년 11월, 여배우의 죽음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김성훈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사장이 항소심에서 폭행 혐의로 고작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경미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경찰과 검찰은... 블랙리스트,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임지영 기자 수업 시간, 한 학생이 토론수업 주제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가져왔다. 그는 ‘코드 인사라고 하는데, 권력자면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요지로 강변했다. 수업을 진행하던 심용환 작가는 깜짝 놀랐다.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위법과 합법적인 권력 행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용환 작가는 최근 영화 〈1급 기밀〉을 봤다. 방산 비리와 관련된 공익제보자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사회적으로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에게 박한 세상이라는 ... [카드뉴스] 이 주의 숫자 : 20 시사IN 편집국 이 주의 숫자 : 20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604호 ‘이 주의 그래픽뉴스’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실내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식물로 파키라와 백량금, 멕시코 소철 등이 꼽혔다. 초미세먼지가 ‘나쁨’(55㎍/㎥)인 날, 20㎡ 공간에 총 잎 넓이가 1㎡인 화분 3~5개를 두면 4시간 동안 초미세먼지를 20% 정도 줄일 수 있다. 이 식물들은 대체로 잎 뒷면이 주름 형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가 정기공채를 폐지한 진짜 이유 전혜원 기자 현대·기아차가 올해부터 정기공채를 폐지했다. 10대 그룹 중 최초다. 이전에는 1년에 두 번 상·하반기 채용을 진행했다. 이제는 필요할 때마다 뽑는다(상시 채용). ‘공개 채용’이라는 틀은 유지하며, 채용 규모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방점은 ‘직무’에 있다. 구성모 현대차 HR운영2팀 과장은 이번 결정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범용 역량에서 직무 역량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범용’이란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종전에는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는’ 인재를 뽑은 뒤 회사 상황에 따... 미국 시스템을 뿌리째 뒤흔드는 ‘민주사회주의자’ 이종태 기자 “지금 대통령이 끔찍하긴 하지만, 트럼프는 훨씬 더 깊은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증상’일 뿐이다. 트럼프를 제거한다고 해서 그를 옹위하는 전체 집단의 기반을 허물지는 못한다. 트럼프를 지원하는 검은 돈, 그의 세력을 부추기는 온라인의 (극우적) 급진화, 그가 다시 살려내고 강화한 인종주의 같은 것들 말이다. 우리가 국가다운 국가로서 치유되려면, 우리 모두가 이런 근본적 원인들에 제대로 대응하는 험한 길을 가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이 3월24일 “지난 미국 대선 당시 ... 화사하게 피어나는 화사의 ‘흥’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매끄럽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마마무 화사의 보컬은 물 흐르는 듯한 매끄러움은 아니다. 미끄러지는 와중에도 덩어리진 소리가 슬그머니 끈적하게 훑고 지나간다. 그런 목소리로 유난히 풍부한 표정 연기를 곁들여 뜨겁게 노래한다. 표현력이 좋은 보컬리스트다. 화사는 또한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살아가는 가수이다. 흥이 넘친다는 듯이 애드리브나 추임새를 곧잘 던지고, 환호하는 관객을 향해 웃어 보인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보다는 좀 더 활발한 대화다. 어려운 대목을 소화한 뒤에는 ‘만족했지? 나도 만족했어’, 과감한 동작... 성검의 복통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카드뉴스] 반복되는 영아 유기 ‘비밀 출산’할 권리 시사IN 편집국 반복되는 영아 유기 '비밀 출산'할 권리 영아 유기 사건은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한다.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 제도는 논란이 뜨겁다. === 3월29일 오후 2시10분. 충북 제천역. 무궁화호 1707호. 열차의 마지막 객실인 4호차의 화장실을 청소하려던 직원이 변기 뚜껑을 열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변기 안에는 탯줄이 달린 신생아가 물에 잠겨 있었다. === 그로부터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3월30일. 충주경찰서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ㄱ씨는 "열차에서 발견된 아이가 내 아이다. 언론 보도를 보... 외국인 투자 촉진하고 환경 보호에 10조 투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중국은 해마다 3월이면 ‘양회(兩會)’라는 커다란 정치 행사가 열린다. 양회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최고 정책자문기구)와 전국인민대표대회(입법기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판 국회의사당인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자문위원들과 대표 인사들이 모인다. 각 지역 대표들도 베이징으로 집결한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성장 목표와 다양한 정책 등을 제시한다. 한 해 중국 국정 운영의 전반적인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올해는 미·중 무역마찰과 경기하강 압박 등 대내외적 변화 속에서 치 위안부 문제에 평생 바친 어느 일본인 여성의 삶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일본 히로시마현 동쪽 후쿠야마시에 사는 쓰즈키 스미에(67)는 지난해 8월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을 졸업했다. 그의 석사 논문은 〈조선인/일본인 외할머니의 여정-가족사를 통해 바라보는 일본과 코리아〉다. 일제강점기 충청북도 제천에서 태어난 쓰즈키의 외할머니(1913~2007)는 1930년대 조선전력주식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던 일본인 남성과 결혼했다. 도쿄 명문가의 외아들로 태어난 외할아버지(1902~1965)는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의 영향을 받아 자유주의 사상을 가진 엘리트였다. 당시 조선전력은 저렴한 전력을 확... 하루하루가 참담한 ‘인공지진’ 그 후 포항/글 김영화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오늘은 번호표 배부가 다 끝났습니다. 내일 다시 오이소.” 오후 1시가 되기도 전에 미리 만들어둔 번호표 120개가 동이 났다. “일찍 온다고 왔는데 우짜꼬….” 이마에 땀이 맺힌 채 깊은 숨을 몰아쉬며 들어온 한 어르신은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사무실 문이 열리기 전인 오전 8시부터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도 간신히 80번대를 받았다. 대부분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었다. 한 손에는 주민등록등본을, 다른 한 손에는 5만원권 지폐 두 장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소송에 필요한 수임료와 인지대였다. 3월25일 포항시 북구 신흥... ‘금융 호러 만화’ 보신 적 있나요 이종태 기자 “돈, 함부로 쓰지 마라. 인생의 지옥은 ‘빚’과 함께 다가온다.” 한쪽에는 갈 곳 없는 돈이, 다른 쪽에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버글거리는 곳. 그나마 가장 유리한 조건(싼 이자)으로 대출할 수 있는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자’와 ‘이용할 수 없는 자’로 계급이 확연히 갈리는 곳. 일본 만화가 마나베 쇼헤이의 작품 〈사채꾼 우시지마〉의 주인공은 이런 사회에서 활개 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다. 우시지마는 빈곤층이나 개인 파산자에게 열흘에 10%, 심지어 하루에 수십%의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대출금의 회수 가능성과 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