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문제 있으면 제게 말씀하세요” 장일호 기자 “저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책임자의 모습은 자주 남성으로 상상됐다. 눈앞의 여성은 종종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 가부장적이고 남성 목회자 중심인 한국 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성은 그렇게 배제되곤 했다. 김애희씨(41)는 그 틈을 비집고 나온 ‘모난 돌’이었다. 대형 교회 세습·비리 등 교회 내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개신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 실무자로 2004년 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2013년 ‘평신도, 실무자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사무국장에 발탁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남성 목회자... 조봉암이 떠난 지 60년, 딸의 간절한 염원 정희상 기자 “피고인은 일제강점기하에서 독립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투쟁하였고, 광복 이후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여 (중략)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농지개혁의 기틀을 마련해 우리나라 경제체제의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그 후 진보당 창당과 관련한 이 사건 재심 대상 판결로 사형이 집행되기에 이르렀는바, 이 사건 재심에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대부분이 무죄로 밝혀졌으므로 이제 뒤늦게나마 재심 판결로써 그 잘못을 바로잡고, (중략) 이상과 같은 이유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간첩죄 “그가 왜 죽었느냐”라는 딸아이의 질문 앞에서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엄마, 새벽부터 어디 가?” “누가 죽어서 멀리 가봐야 돼.” “누가 죽었는데?” “전기를 만들던 젊은 오빠가 그만….” “왜 죽었는데?” “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면 열이 나잖아. 그 열로 보일러 물을 끓여서 수증기를 만들고, 수증기로 기계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거든. 그러려면 석탄을 큰 벨트로 옮겨야 하는데, 뭐가 자꾸 끼거든. 그래서 그걸, 사람이 봐야 되는데….” “엄마 왜 말을 안 해?”고 김용균 노동자는 전기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전기를 만드는 일은 국가의 것이다. 원래는 한국전력(한전)이 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초반 백인과 마오리족의 피가 묻지 않은 조약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무게가 12t에 달하는 거대한 카누가 물살을 헤치고 나아간다. ‘응아토키마타파오루아’라는 이름만큼이나 기다란 이 카누를 움직이는 것은 55명의 건장한 마오리족 전사들이다. 179년 전의 그날과 다름없이, 이들의 표정은 긴장과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리더의 외침 소리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노를 젓는 이들의 머리 위로, 전투기 편대가 오색 연막을 뿜으며 날아간다. 해마다 2월6일이면 펼쳐지는 뉴질랜드의 건국기념일 ‘와이탕이 데이’ 풍경이다. 우리의 광복절은 일본이 연합군에 패해 한반도에서 물러가게 된 날을 기념하고, 미국 독립기념일은... 당의 기저 심연을 향하여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또 하나의 개척교회 ‘기독교 페미니즘’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작년에 나온 다종다양한 페미니즘 관련 서적 중에 각별히 중요하지만,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 분야가 있다면 페미니즘 신학에 관한 것이다. 내 눈에 뜨인 책들을 출간일순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백소영의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뉴스앤조이), 조석민의 〈신약성서의 여성:배제와 혐오의 대상인가?〉(대장간), 한국여성신학회가 엮은 〈혐오와 여성신학〉(동연), 테레사 포르카데스 이 빌라의 〈여성주의 신학의 선구자들〉(분도출판사), 강남순의 개정판 〈젠더와 종교〉(동녘).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유독 페미니즘 신학에 손... “다수결에서 지는 소수 위해 기사 쓴다” 장일호 기자 야망은 크지만 천성이 게으른 나는 스스로를 자주 미워한다. ‘망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말 망해버리고 싶지는 않다. 불안과 자책 사이를 서성이다가 집어든 책에서 40년차 프리랜서 기자(편집자)인 저자는 단언하고 있었다. 잘 팔리는 기획이나 취재 잘하는 비법 같은 걸 알고 싶다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Popeye〉와 〈Brutus〉에서 현대미술· 건축·디자인 취재를 담당했고 일본 각지의 기묘한 명소를 찾아다니며 〈Roadside Japan 진기한 일본 기행〉 등 사진집 수십 권을 펴낸 저자는 여전히 현장에... 너무나 인간적인 보이시한 ‘정연’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보이시한 미인.’ 장신에 쇼트커트를 한 트와이스의 정연을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트와이스는 데뷔 당시부터 비주얼 그룹으로 유명했지만, 아직까지 멤버들이 창작자로서 목소리를 내거나 그들의 입체적인 면면을 부각시켜주는 기획은 별로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성격을 눈여겨보는 팬들이 아니고서야 정연은 그저 ‘보이시한 미인’이라는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한다. 정연은 그렇게만 치부되기에는 너무도 ‘인간적’이다. 팀에서 내로라하는 장난꾸러기이면서 다른 멤버를 살뜰하게 돌본다. 다인승 자전거에선 짧은 치마를 입은 멤버 대신 기... 프랑스는 마크롱 믿지 않는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수그러드는 듯했던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대의 열기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새해 첫 주말인 1월5일 토요일, 8차 시위를 위해 프랑스 전역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 5만여 명이 거리에 나섰다. 이날 시위대는 지게차를 이용해 파리 그르넬 거리에 위치한 정부청사 출입문을 부수고 진입했다. 뱅자맹 그리보 정부 대변인을 비롯한 몇몇 직원은 급히 집무실에서 대피했다.프랑스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각 지역 원형 교차로에 있는 시위대의 활동 거점을 강제로 진압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콩코르드 광장에 온 시위대 대표 [카드뉴스] 인도의 착한 기업 ‘타타’를 아십니까? 시사IN 편집국 1. 인도의 착한 기업 ‘타타’를 아십니까? 2. 지난해 연말 한국 언론은 ‘릴라이언스’라는 인도 통신 재벌가 딸의 초호화 결혼식을 보도했다. 이 결혼식에는 글로벌 IT 업체들과 금융기업인,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3. 팝가수 비욘세가 축하공연을 펼쳤으며,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4. 인구의 상당수가 절대빈곤에 처한 나라에서 우리 돈으로 약 1100억원짜리 초호화 결혼식을 하는 이들이 그 일대 주민 수천명에게 음식을 나눠줬다는 이야기가 미담 사례로 소개된 것이... 문재인 정부의 2기, ‘도약기’가 될 수 있을까 이상원 기자 2017년 7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국정과제 3단계 이행계획’을 밝혔다. 대통령 임기 5년을 혁신기·도약기·안정기 세 단계로 나눴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개월간의 혁신기를 마치고 도약기가 시작되는 해가 2019년이다. ‘공식적인 2기’가 시작된 셈이다. 1기인 혁신기의 주된 업무는 적폐 청산이었다. 국정기획위는 “적폐 청산, 반부패·권력기관 개혁, 경제민주화”를 과제로 꼽았다. 혁신기가 ‘정상화’ 과정이라면 도약기는 정책의 성과를 내는 시기다. “일자리, 4차 산업혁명,... 경원선 기부왕 이종만을 생각하다 김형민(SBS Biz PD)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개항한 항구는 부산, 인천 그리고 원산이었어. 지금은 북한 땅인 강원도 원산과 서울을 잇는 경원선 건설에 열강은 침을 흘렸지. 경의선을 탐냈던 프랑스에 이어 독일까지 경원선 부설권을 요구했다고 해. 그러나 대한제국 내장원에 설치된 서북철도국은 1899년 9월, 박기종 등이 설립한 ‘대한국내철도용달회사’에 경원선 부설권을 주었어. 부설권을 얻었지만 이 회사는 자본과 기술 모든 것이 달렸지. 이 점을 파고들어 1903년 실질적인 부설권을 장악한 일본은 경원선을 건설하기 시작했어. 러일전쟁이 끝나고 경원선 ... 중동 패권 꿈꾸는 ‘비아랍 3국’의 부상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중동(中東)’ 하면 자연스럽게 아랍이 떠오른다. 아랍은 인종이나 종족과 같은 혈통 공동체가 아니다. 중동이 지리적 공간을 지칭한다면, 아랍은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통칭한다. 언어 공동체 아랍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민족 개념과 결합하며 정체성을 획득했다.학자에 따라 규정에 차이가 있지만 중동에는 대략 25개 국가가 있다. 그중 아랍이 22개국이다. 절대다수다. 비(非)아랍은 3개국에 불과하다. 터키, 이란, 이스라엘이다. 그만큼 아랍의 존재감이 도드라진 지역이 중동이다. 아랍 민족은 아라비아 반도와 레반트 [카드뉴스] 이토록 슬프고 파워풀한 영화 ‘가버나움’ 시사IN 편집국 1 이토록 슬프고 파워풀한 영화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제593호에 실린 ‘김세윤의 비장의 무비’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2 수갑 찬 아이가 법정에 들어선다. 자인 알 하지. 복역 중인 소년범인데, 녀석이 오늘 서 있는 곳은 피고석이 아니다. 원고석이다. 3 “제가 부모를 고소했어요.” 판사가 묻는다. “왜 부모를 고소했죠?” 자인의 대답. “저를 낳아줘서요.” 4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죄를 물어 부모를 고소한 소년. 엄마 아빠가 아이의 생년월일도 기억하지 못해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영화로 재현되는 아이의 ... [카드뉴스] 알함브라 궁전의 엠마, 너 좀 답답하지 않니? 시사IN 편집국 알함브라 궁전의 엠마, 너 좀 답답하지 않니? 이 카드뉴스는 〈시사IN〉 593호 불편할 준비 - '한국 드라마 젠더 공부 좀 합시다'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 증강현실 게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도시 곳곳에 출몰하는 적들과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그곳은 철저한 '남초' 세계다. === 물론 그 세계에도 여성은 존재한다. '엠마'라는 이름의 캐릭터는 NPC(Non Player Character)이다. NPC는 게임 개발자가 부여한 역할만 제한적으로 수행한다. === tvN 드라마 〈알함... 아베만 까먹은 6년 전 그 ‘자충수’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2013년 2월5일,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그는 “1월30일 오전 10시경 중국 인민해방군 장웨이 Ⅱ급 프리깃함이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해상자위대 호위함 ‘유다치’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라고 발표했다. 당시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도 “사격용 레이더 조준이 지극히 특이(特異)하며, 유례없는 일이다”라고 논평했다. 이에 앞서 1월19일 오전 5시경 중국의 장카이 Ⅰ급 프리깃함이 해상자위대 호위함 ‘오나미’에 탑재된 SH60 헬기에 사격용 레이더를 겨누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측은 레이더 사용... ‘여풍’ 같은 소리하고 있네 [프리스타일] 장일호 기자 10년 전 수습기자 시절 〈기자협회보〉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다. 입사 동기인 김은지·임지영 기자와 함께였다. 당시 기사는 “〈시사IN〉 공채 2기 수습기자 합격자 전원이 여기자여서 화제다”로 시작된다. 속으로 엄청 구시렁거렸던 기억이 난다. ‘때가 어느 땐데 공채에서 여성만 뽑았다고 기삿거리가 되나.’ 〈시사IN〉이 1기부터 6기까지 공채로 선발한 기자 13명 중 남성은 단 3명이다. 선배들은 “성적순으로 뽑으면” 그렇게 된다고 했다. 〈시사IN〉은 지난해 공채에서도 전원 여성 기자를 선발했다. 이 안에서 여성이라서 차별받는... 스웨덴 공교육은 어떻게 무너졌나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스웨덴 국립 예테보리 대학교 교육대학 초등교육과를 다니는 로버트 카스포 씨(40)와 암리트 질 씨(31)는 최근 인턴십(교생실습)을 다녀왔다.카스포 씨는 늦깎이 학생이다. 교육 현장 경험이 풍부한 그는 교장을 맡으려 하는데 그러려면 자격증(관련 학위)이 필요했다. 카스포 씨가 실습을 나간 A학교의 교육 환경은 그가 재직했던 학교보다 훨씬 열악했다. 학생들에게 간식으로 비스킷만 주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었다.질 씨는 IT 프로그래머를 그만두고 교사직에 도전했다. 그는 A학교와 사회경제적 환경이 비교적 비슷한 B학교에 배치받았다. B학교 박창진, ‘땅콩 회항’ 후 5년의 고통을 말하다 임지영 기자 런던 비행을 마친 다음 날이었다. 시차 적응에 실패한 박창진 대한항공 전 사무장이 전날 잠을 거의 못 자고 〈시사IN〉 편집국을 찾았다. 사회학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엄기호 작가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초면이지만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근황을 나눴다. 박 전 사무장은 최근 엄기호 작가의 신간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읽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파악했는지, 제가 겪었던 상황과 거의 비슷해요.” 그의 첫마디였다. 책은 고통을 ‘마주대하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고통을 겪는 이들... 시진핑 만난 김정은, 어깨가 무겁네 남문희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순이라고 한다. 12월 중순 베이징에는 김 위원장이 조만간 방문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1월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바로 그런 정황을 깔고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신년사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 대목이 신년사에 등장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정전협정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