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이 넘쳐흐르는 ‘천국의 도서관’ 우지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천국은 틀림없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 이 말을 남긴 보르헤스는 작가이기 이전에 시립도서관 사서였다. 그는 지하 서고에서 혼자 책을 읽으며 문학적 상상력을 키웠고, 위대한 소설을 남겼다. 나를 비롯해 보르헤스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이 말에는 동의할 것이다. 한 번쯤은 책에 대한 동경으로, 천국의 직업 같다는 로망을 담아,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부러워해본 적이 있을 테니 말이다.그러나 이러한 환상은 A를 만나 깨졌다. 시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던 A는 조곤조곤 자신의 지난 10년을 말해주었다. 전국의 공공도서관 타이완 개혁 세력은 어쩌다 참패했나 타이완·양첸하오 (타이완 프리랜서 기자)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리는 타이완 지방선거는 시장 및 시의원 등 9개 분야 공직자를 한 번에 선출하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지역별로 3~5개 분야 공직자만 뽑기도 한다). 유권자 약 1800만명이 모두 1만1130명에 달하는 공직자를 선출한다. 같은 날 탈원전 폐지 여부, 동성혼 합법화를 포함해 모두 10개 안건에 대한 국민투표도 동시 실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1월24일 선거 전부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투표안이 너무 많고 또 복잡하다. 아예 다 찬성이나 반대를 찍어야겠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 아우라 없는 사진 놀이, 신박하거나 심박하거나 이상엽 (사진가) ‘폴링 스타 챌린지’라는 사진 놀이가 있다. 고급 승용차나 전용기에서 일부러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한 뒤 가방 속에서 쏟아진 자신의 명품을 자랑하는 사진이다. 이런 셀프 포트레이트를 SNS에 올려 자신의 부를 과시한다. 이 놀이는 러시아 출신 모델 나타샤 폴리가 지난 7월, 전용기에서 내리다가 트랩에서 넘어진 듯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에 러시아와 동유럽 유명인들이 패러디를 쏟아내며 급기야 중국으로 넘어가 폭발적인 현상이 되었다.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의 ‘왕훙(인터넷 스타)’으로 불리는 한 여성이 횡단보도에서 넘어 ‘위아래 위 위 아래’ 편견 깨버리기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하니가 웃는다. 웃는 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하니의 웃음은 조금 특별하다. 입을 최대한 벌리고 목젖이 다 보이도록 껄껄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와르르 무너져버릴 것만 같다. 어디 웃는 모습만 그런가. 편안하게 다리를 벌려 앉는 버릇이나, 자유로운 그러나 최소한의 매너를 지킨 생리 현상 표출로, 예능이라면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본 유재석마저 당황시켰던 그다. 생각해보면 하니가 타고난 대부분의 것들은 한국이 아이돌, 나아가 여성에게 원하는 그 어떤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속도와 색깔로 정상 차지 ... 발자국이 크면 무조건 남자라고? 이상희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 교수) 한 쌍의 여자와 남자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여자는 왼쪽 어깨 뒤를 돌아보면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합니다. 남자는 오른쪽 어깨 뒤쪽에 있는 화산을 봅니다. 화산이 폭발한 다음인가 봅니다. 화산재가 소복하게 쌓인 곳을 두 발로 걸어갑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모습입니다. 둘 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걷고 있습니다. 최초의 인류가 두 발로 걸었다는 사실은 20세기 고인류학에서 이룬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다윈이 진화론을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리한 이후부터 인류의 기원은 고인류학자뿐 아니 [카드뉴스] 영 개운찮은 병원, 리스크는 상상 초월 시사IN 편집국 영 개운찮은 병원, 리스크는 상상 초월 - 내년 1월 국내 최초 영리병원이 제주도에 개원할 예정이다.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달았지만 실제 가능할지 논란이 분분하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이 개원 허가를 받았다. 지난 12월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는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지난 2006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핵심 사업 목표로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을 내세웠다. 건강검진, 재활, 휴양 기능을 특화한 휴양단지다. 이 프로젝트의 일부가 녹지국제병원 설립이다. 녹지병원 설립을 둘러싼 가... [카드뉴스] 대학 매체의 가능성을 믿는 당신을 위해 시사IN 편집국 아직도 대학 매체의 가능성을 믿는 당신을 위해, 〈시사IN〉 대학기자상의 열 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지키고자 분투해온 대학 언론인들을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한 상입니다. 응모 기준: 2017년 12월1일부터 2018년 11월30일까지 대학 매체에 실린 그 매체 소속인의 기사·사진·음향·영상 및 기타 기록물 응모 기간: 2018년 12월20일(목)까지 상금: 대상 200만원, 각 부문상 100만원 award.sisain.co.kr [카드뉴스] 장면 장면이 빛나는 화려한 흑백영화 - 로마 시사IN 편집국 장면 장면이 빛나는 화려한 흑백영화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 멕시코시티의 콜로니아 로마 지역. 아홉 살 꼬마 알폰소 쿠아론이 열 살이 되어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기억했던 모든 게 영화에 담겨 있다. 그를 키워준 유모이자 집안 살림을 도맡았던 하녀가 주인공이다. 영화에선 클레오라고 부른다. 감독이 어릴 적 실제로 쓰던 가구들로 채운 집안 세트를 벗어나 클레오가 거리로 나가면, 감독이 기억하는 그 시절 멕시코시티의 소음을 꼼꼼하게 재현한 사운드 디자인이 햇살처럼 영화에 쏟아진다. 19... 반환된 듯 반환 안 된 서울 안의 미국 땅 고재열 기자 ‘11월30일 오후 1시까지 캠프킴으로 신분증을 가지고 오세요.’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소속 사무관에게서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 안내 문자가 왔다. 한국 땅이지만 신분이 확인되고 미군 측의 허락을 받은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 용산 미군기지의 현실을 실감하게 하는 문자였다. 국토교통부는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주둔지로 수용된 후 114년 만에 되돌려 받은 것을 기념해 6차례에 걸쳐 용산 미군기지 버스투어를 기획했다. 기자는 1990년대 후반 용산 미군기지에서 2년 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다. 집합 장... 핀란드 저널리스트가 미국서 깨달은 역설 천관율 기자 핀란드에서 태어나 성장한 아누 파르타넨은 유력 매체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녀는 하필 미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핀란드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자기는 영어를 할 줄 알지만 그 남자는 핀란드 말을 못하니까. 이건 해볼 만한 거래처럼 보였다. 복지는 잘되어 있지만 춥고 따분하고 알코올중독자가 많은 핀란드에서, 역동적이고 기회와 혁신이 널린 미국으로. 하지만 그녀는 이 거래가 꽤 이상하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아이를 낳은 엄마에게 휴가를 제대로 주지 않고, 경쟁원리가 교육을 더 좋게 만들어준다... 노란 조끼를 입은 난해함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문재인 정부 발밑의 함정 문정우 기자 환경 보전이나 난민 대책을 위한 국제기구 회의를 취재할 때마다 마음에 남는 일이 있었다. 회의를 주재하는 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대개 경제적으로 여유 있어 보이고 세련된 백인이었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상투적이었다. 보편적인 인류 공통의 가치, 나이·종교·성별·인종에 상관없는 인간의 기본권, 열린 사회, 다원화, 언론의 자유, 지속 가능한 발전 등등. 그들은 마치 밀린 숙제라도 하듯 언제나 이런 단어들을 빠르게 조합했다. 모두 중요한 얘기임에 틀림없지만 공허하다는 느... 트럼프가 씩씩거려도 무소의 뿔처럼 간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정말이지 그를 선택한 게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미국 경제사령탑이자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을 겨냥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다. 파월 의장과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위험수위를 넘나들면서 미국 월가에는 오랜 세월 정치적 외압을 견뎌온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연준은 1913년 창립된 이후 역대 행정부로부터 통화정책과 관련해 이런저런 정치적 외압을 받은 적이 적지 않다. 이런 외압에 연준 의장이 그대로 따른 것은 아니다. 이를... 탐사보도 없는 곳, 민주주의도 없다 나경희 기자 언론 자유를 감시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국경없는 기자회’에 따르면, 아시아 언론자유지수는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이다. 일본 67위, 중국 167위, 한국은 2016년 70위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43위로 회복세다. 언론자유지수가 언론의 독립성이나 공정성, 저널리즘의 질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시아 저널리즘이 처한 위기의 단면은 확인할 수 있다.이런 위기 국면을 극복하려는 언론사와 탐사보도 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월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탐사보도와 아시아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2018 〈시사IN〉 저널리즘 콘퍼 쓸쓸하고 찬란했던 한국 철도의 기적 소리 김형민(SBS Biz PD) 1889년 미국 공사로 파견됐다가 돌아온 이하영이 고종에게 장난감 기차를 바쳤어. 호기심 충만한 임금님은 태엽 장치를 동력으로 하여 쇠줄로 된 궤도를 달리는 장난감 기차에 마음을 빼앗겨버렸지. “오호 신기하도다.” 실제로 철도를 놓는 일에 관심을 보였던 건 외국인들이었어. 미국은 서울의 관문인 인천과 서울을 잇는 경인선 부설에 욕심을 냈고, 조선에 눈독을 들이던 일본인들 역시 호시탐탐 철도 건설을 계획했으니까. 1893년 일본인들은 경부선 철도 노선 측량에 나섰어. 이런 맹랑한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야. “학술적인 일로 조선의 ... 예나 지금이나 두리반은 밥집이다 고영 (음식문헌 연구자) “여기는 밥집이에요. 굉장한 요리 같은 건 없어요.” 그렇다. 두리반은 밥집이다. 칼국수·보쌈 전문점이다. 재개발 강제 철거에 맞선 세입자 투쟁의 상징이었던 이곳은 이제 인근 주민과 직장인 사이에서 소담한 점심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골, 만두, 그때그때 잘 지져내는 전 종류도 참 맛있다는 소리를 듣는다.그런데 이 ‘맛있다’의 뜻은 유명 음식점의 호화로운 요리에 대한 상찬과는 좀 다르다. 43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도 이 집을 편안히 찾는다는 직장인 김 아무개씨는 이렇게 말한다. “편안해요. 수육·칼국수·감자전을 판검사가 두려워할 역사를 들추다 김은지 기자 김영재·강중인·조평재·윤학기·백석황·이홍규·이정남. 이 가운데 한 명이라도 이름이 익숙하면 당신은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주눅들 것 없다. 1945년 해방부터 1961년 5·16 쿠데타까지 판사·검사·변호사 3005명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분석한 법학자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조차 “한국 현대사에 정통한 독자라 하더라도 태반이 금시초문일 이름이다”라고 말한다. 이들은 해방 전후 한반도 법조계의 최고 엘리트였지만, 잊히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친일은 숨겨야 할 이력이었... 폐지 줍는 할머니의 삶과 빈곤 김연희 기자 다세대주택 앞에 유모차 두 대가 서 있다. 시트를 뜯어내고 골격만 남은 유모차는 아기를 태우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보행 보조기이자 짐수레다. 12월2일 오전 10시10분, 김순자씨(72)는 유모차 한 대를 끌고 집을 나섰다. 재활용 수집을 시작하고 7년간 여러 도구를 이용한 끝에 낙점한 유모차다. 마트용 카트는 방향 조절이 힘들고 더 큰 유모차는 허리가 굽어서 맞지 않는다. ‘리어카’는 “할아버지들이나 끌지” 힘이 약한 할머니들은 끌고 다니기 어렵다. 김순자씨가 사는 인천시 계양구 계산2동은 전형적인 다세대 주택촌이다. 전봇... 손학규 대표를 위한 변명 [프리스타일] 천관율 기자 마감에 쫓기던 12월6일 목요일 오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을 한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논의 없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온 손 대표가 결단했다고. 단식은 즉시 조롱거리가 되었다. 손 대표가 큰 결단을 했으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농담인지 정보인지 알 수 없는 ‘지라시’도 떠돌았다. ‘만덕산의 저주’(그가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할 때마다 더 중요한 이벤트가 터지면서 묻혀버린다는 징크스)라는, 손 대표를 오래 따라다닌 별... 미·중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두 정상의 태도 이종태 기자 올해 들어 격화되어온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이 일단 휴전 국면에 들어갔다. 12월1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을 통해서다. 두 사람은 2시간 넘게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합의에 대해 둘 다 ‘매우 성공적인 만찬’이었다고 평했다.미·중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역 문제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을 ‘잠시나마’ 봉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찬 직후 나온 미국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1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