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세상 50년 전 아프간의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 이상엽 (사진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의 수도 카불로 재입성했다. 2000년대 초 당시 아프간을 지배했던 탈레반은 9·11 사태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넘겨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로 인한 미국의 침공으로 쫓겨났다가 20년 만에 권력을 되찾은 것이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 탄압 등 상상을 초월하는 중세로의 반동 정치를 통해 아프간 시민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시킨 바 있다. 이번엔 민간인 학살은 물론 교전도 없이 무혈입성했지만 카불은 공황에 빠졌다.사진을 보면 직관적으로 과거의 것인지 현재 또는 미래(예컨대 SF 영화의 스틸컷)의 것인 완벽한 A컷보다 ‘굴욕 사진’에 공들이는 요즘 연예인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이 탄생한 부유한 중산계층은 자신들의 모습이 귀족이나 상류층 사람들처럼 초상화로 드러나길 원했다. 자신의 모습을 돋보이게 만드는 초상화는 상승된 중산계층의 지위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사진의 발명은 이런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멋진 모습의 초상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제공한다. 모르던 사람도 자주 사진 이미지로 접하면 그 자체에 ‘의미’를 붙이게 된다. 이른바 ‘스타’들은 이런 방식으로 대중에게 접근한다.영국의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은 자신의 모습을 세상에 잘 드러내지 않 사진, 예술 작품이기 전에 그저 실제 세계의 투영이다 이상엽 (사진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사진의 고귀한 가치를 알려주는 흔치 않은 영화다. 그 고귀함 역시 영화 제작 자본의 욕망으로 어느 정도 분칠이 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 월터 미티와 사진가 숀 오코넬의 대화를 곰곰이 들어보면, 사진은 고귀한 동시에 하찮은 것이다. 눈표범을 발견한 순간 셔터를 누를까 말까 머뭇거리는 숀에게 월터가 “언제 찍을 거예요?”라고 묻는다. 숀은 “어떤 때는 안 찍어.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난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네. 그냥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네”라고 답변한다. 혹자는 사진가인 정말 간직하고 싶은 순간이라면, 카메라를 내려놓으세요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찍지 못한 순간에 관하여〉(윌 스티어시 지음)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유명한 사진가들이 찍지 못했지만 기억하고 있는 소중한 순간이 글로 적혀 있다. 너무나 사랑해서, 너무나 안타까워서, 혹은 너무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서 셔터를 누를 수 없었던 순간의 기록이다. 나도 그런 순간이 있다. 아들이 군 훈련소에 들어가는 날,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다. 핸드폰으로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한동안 헤어져 있을 아들의 얼굴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기억하고 싶었다. 그 순간에 몰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여행 전문가 김민철은 말한다. “나에겐 타임 공룡 언론사의 생떼 “찍은 건 당신이지만 우리 거 할래” 이상엽 (사진가) 포르투갈의 사진기자 프란시스코 롱은 세계적인 통신사 AFP에서 14년 동안 일했다. 그런데 어느 날 AFP가 롱에게 “너의 사진은 단순한 사건 보도용으로 창의적이지도 독창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저작권의) 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면 어떻게 될까? 요즘처럼 사진저작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더욱이 이 분쟁은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었다.2019년 AFP를 퇴사한 롱은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는 도중 그 작품들에 대한 저작권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FP의 사규로 좋은 사진 찍고 싶나요? '스토리'를 그려보세요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학교에서 학생들의 과제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하는 비평 시간에 대다수 선생님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이다. 사진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해보라는 요구다. 필자는 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발표라는 것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유학 시절, 교수들로부터 ‘자네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하는 질문을 받으면 무척 곤혹스러웠다. ‘내가 왜 사진을 찍었지?’라는 벽에 부딪히고 말았던 것이다.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뷰파인더를 바라볼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 사진을 통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사고 친 〈조선일보〉, 언론이 사진을 다루는 위험한 방식 이상엽 (사진가) 〈조선일보〉가 큰 사고를 쳤다. 불법 성매매 기사에 일러스트를 함께 실었는데, 조국 교수 부녀의 모습이 담긴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변요한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일러스트가 자사 지면에 서민 교수가 쓴 ‘조민 추적은 스토킹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칼럼에 이미 실렸던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일러스트를 재활용한 것이다.이 사건에서 내가 궁금했던 점은 〈조선일보〉의 자사 이미지 라이브러리의 운영 방침이었다. 사건 직후 〈조선일보〉는 일러스트의 재활용을 금지하겠다고 했지 [사진세상]카메라가 부쩍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 이상엽 (사진가) 망치 하나와 루페(돋보기)만 갖고 걸어 다니는 지질학자, 삽과 줄로 한 장소에 끈질기게 붙어 있는 고고학자, 카메라를 든 채 걷고 머무르기를 반복하는 사진가는 공통점이 있다. 기록하거나 기록을 수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그 기록을 해석해서 역사를 재구성한다. 지질학자는 47억 년 지구 역사를 지층을 통해 알아낸다. 고고학자는 고분을 발굴해서 문헌에 글로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해석한다. 사진가들은 도서관과 박물관, 심지어 개인의 앨범 등에 묻혀 있던 사진을 발굴해 그동안의 사회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사진 고고학’ [사진세상]그냥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 나가서 ‘서성거리라’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는 익숙한 사회적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낯설게 보는 것을 가리켜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정의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는 노력은 사진가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는, 이면에 잠재된 아름다움이나 관계를 발견하는 것은 사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사진적 상상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많은 사람이 촬영을 위해 집을 나서서 몇 블록 걷다가는 곧바로 ‘이런, 아무것도 찍을 게 없네!’ 하며 낙심하고 발길을 돌린다.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갖고 여기저기 [사진 세상]누구나 마음껏 찍을 수 있지만 민주적이지는 않은 이상엽 (사진가) 아버지 세대는 6월 하면 ‘전쟁’을 떠올린다. 내게 6월은 ‘민주주의’를 떠올리는 뜨거운 달이다. 1987년 이후 한 세대를 통과하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6월은 인상적인 사진 몇 장과 함께 당대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초중고 교과서에는 민주주의를 대변하듯 6월항쟁 사진들이 실려 있고 거의 매년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에도 사진들이 등장한다. 사진은 수많은 구호와 연설, 성명서 문건들을 압도하는 상징성으로 6월의 민주주의를 대변하고 있다. 다만 사진은 민주주의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순간을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사진세상]우량아 선발대회, 거기에는 ‘완벽한 아기’만 있었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1962년 2월23일 〈조선일보〉 1면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남자아이 하나가 옷을 벗고 앉아 있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다. ‘전라’의 아기는 지탱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커다란 메달을 목에 걸고 대형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은 당시 대구에서 열린 우량아 선발대회를 후원했던 한 유제품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된 광고 이미지였다. 대회에서 선발된 ‘우량아’는 아기를 가진 많은 부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우량아 선발대회는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차원에서 출범했지만, 이후의 경제성장과 국민인식 변화에 따라 1980 [사진세상]조선 최초의 사진을 찍은 사람은 영국인이었다 이상엽 (사진가) 올해는 신미양요가 일어난 지 150년 되는 해다. 그리고 조선에 처음으로 사진이 등장한 지도 150년이 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조선의 첫 사진은 우리가 찍은 것이 아니라 외부인이 우리를 찍은 것이다. 바로 신미양요를 일으킨 미 해군을 따라 들어온 한 영국 사진가에 의해서다. 공식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조선이 등장한 것은 신미양요가 일어난 1871년 6월10일로부터 3개월이 흐른 뒤 미국 잡지 〈하퍼스 위클리〉의 지면에서다. 하지만 당시에 망판 기술이 없어서 인쇄에는 사진을 복제한 판화가 쓰였다. 바로 이 사진을 찍은 영국 사 사진계의 '레전드' 로버트 카파 뒤에 그녀가 있었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로버트 카파.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벅찬 시절이 있었다. 내가 뉴욕 국제사진센터(ICP)로 사진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학교가 로버트 카파를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펼쳐지던 디데이의 모습을 실감나게 촬영한 사진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중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어딘지를 직감하고 그 속으로 목숨 걸고 뛰어들 용기를 가진 사진가였다. 그가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 것은 물리적인 거 ‘슬픈 사진’이 ‘아주 좋은 사진’인 이유 이상엽 (사진가) 요즘 오래된 필름을 정리 중이다. 정확히 직업 사진가가 됐던 1992년부터 서른 살이던 1996년까지다. 아무래도 젊은 시절이라서 뚜벅이로 어찌나 바쁘게 돌아다녔는지 필름이 수천 롤에 이른다. 오래전 사진들이라 지금 당장 급할 것은 없으므로, 코로나19 시대에 참으로 적당한 일감을 찾은 듯하다. 삼십 년 가까이 된 내 필름을 보는 감상은 ‘남의 것을 보는 느낌’이다. 기억도 잘 안 나고 지금과 스타일도 많이 달라 정말 남의 필름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내 것’이라는 감정 따위 없이 천천히 감상하고 쓸 만한 것을 아카이브 삼아 스캔 마음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다면?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투시 카메라는 외피를 뚫고 그 안의 뭔가를 들여다보는 기능을 갖고 있다. 과거엔 SF 영화에서나 등장했던 이 기술이 현실에 구현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적외선 투시 카메라 기능을 탑재한 회사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과학의 발전은 우리 상상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초월하기까지 한다.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사진 기술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19세기 말 발명된 엑스레이는 그 이전엔 관찰할 수 없었던 인체의 내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사진의 엄청난 잠재력을 입증했다. 당시 “사진 채색이 아니라 역사를 날조한 것이다” 이상엽 (사진가) 컬러필름이 없던 시절에도 컬러사진은 있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솜씨 좋은 화가들이 흑백사진 위로 채색을 해서 팔았다. 색깔은 사람이 입은 옷이나 소유한 물건의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다. 컬러필름이 발명된 이후엔 사진에 색깔을 입힐 필요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 ‘사진 채색’은 21세기 들어 부활한다. 19세기의 흑백사진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색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잘 만들어진 채색 사진은 한 세기를 훌쩍 건너뛴 오늘날에도 방금 찍은 듯한 생생함을 전달해준다. 영화계에도 영향을 줬다. 20세기 초반의 흑백영화가 컬러영화 검은 천을 뒤집어쓴 엄마들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이 발명된 직후 가장 각광받았던 장르는 단연 초상화다.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초상화는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특권층만의 향유물이었다. 화가에게 의뢰해서 만들어지는 초상화는 가격이 높을 뿐 아니라 제작 기간 또한 길어서 며칠, 몇 주에 걸쳐 완성되곤 했다. 화가의 실력에 따라 그림의 완성도 또한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물을 거의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 다게레오타이프(19세기 중반을 풍미한 최초의 대중적 사진술)가 완성되면서 초상 사진은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으로 부상했다.문제는 긴 노 디지털 작품도 원본이 중요할까? 이상엽 (사진가) 일단 NFT가 뭔지부터 알아야겠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에 문외한인 사람은 NFT 역시 모를 가능성이 높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는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한 디지털 자산을 의미한다. ‘NFT 아트’는 이 기술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든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어떤 작품이 복제품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오리지널(원본)’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이런 작품은 이더리움 형태로만 발행되고 암호 화폐로 사고판다. 이 부문에서 NFT만이 유일한 기술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 ‘증거’로서 사진이 가지는 의미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진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종류의 시각적 증거(visual evidence)를 우리에게 제공한다.가장 기초적인 단계에서 사진은 그 속에 담긴 사물 자체를 보여준다. 이 경우 사진은 사물이 존재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다. 우리는 존재하는 사물 없이 사진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사물의 시각적 증거인 사진은 촬영 행위와 함께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다.두 번째 단계에서 사진은 그 작품을 만든 사진가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전통적 예술사에서 작품은 예술품이라는 범주를 넘어 그 작품을 만들어낸 예 못 찍는 걸까, 못 찍는 척하는 걸까 이상엽 (사진가) 미국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당선자 신분이었을 때 세계적 패션지 〈보그〉의 표지로 등장한 적이 있다. 여론이 보그를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그의 얼굴을 너무 하얗게 표현했다는, 이른바 ‘화이트워싱’ 논란이다. 사진계의 반응은 좀 달랐다. ‘사진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충 늘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분홍색 천 배경은 물론이고 스튜디오 인물사진에서 사용하지 않는 렌즈 화각으로 카멀라 해리스를 참으로 볼품없게 만들었다. 화이트워싱은 차치하고, 일단 사진을 너무 못 찍었다는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사진 에디터들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