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아이돌 & 캐리돌 방랑을 두려워 않는 혼돈의 히치하이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히치하이킹은 우연과 호의가 만나 일어난다. 운전자는 형편이 닿는 데까지 교통수단을 제공한다. 탑승자는 딱히 교통비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가 제공할 게 있다면 백지상태에서 간혹 인상에 남는 짧은 만남이다. ‘히치하이커’라는 아티스트가 그렇다. 그는 거의 우연처럼 보일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낯선 차들을 타며 기착지에서 기착지로 횡단해왔다.그는 ‘지누’라는 이름의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1996년작 ‘엉뚱한 상상’은 그야말로 1990년대의 해맑고 신나는 청춘 그 자체였다. 그는 이승환, 토이 등 당대 가요계에서 가장 작 보미: 호쾌하게 빛나는 재능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에이핑크 보미를 일반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린 건 프로야구 시구였다. 그의 시구는 속칭 ‘개념 시구’로 불리며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속내가 뻔한 이유로 여성 아이돌을 마운드 위에 자주 올리던 프로야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마운드 앞의 잔디나 최소한 선수가 밟는 투수판 훨씬 앞에서 하는 연예인 시구의 관행을 깨고, 보미는 투수판을 지그시 밟은 뒤 포수 글러브 정중앙으로 묵직한 볼을 던졌다. 특히 화제를 모았던 2015년 시구 영상은 단시간에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며 이후 보미에게 투수 매디슨 범가너의 이름을 딴 ‘뽐가너’ 도전적이고 우아한 달수빈의 음악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달수빈은 걸그룹 달샤벳의 멤버였고, 벌써 만 4년째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피아노를 주된 악기로 풍성한 화성을 구사하는 가운데, 화려하기보다 진지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팝송을 선보인다. 그러나 그의 곡들은 〈K팝스타〉 출전자들처럼 심사위원의 눈빛에 하트를 띄울 법한 노래와는 결이 확연히 다르다. 피아노를 치는 왼손은 날카로운 저음으로 침잠하며 긴장을 자아내고 오른손은 방황하듯 유영한다. 격정을 건반 위로 쓸어내리며 쓰라린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이질적이다. 달샤벳이 한껏 시끌벅적하고 섹시한 느낌으로 들떠 있는 이 박경이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박경은 올해로 데뷔 9년 차가 된 가수이자, 아이돌이자, 프로듀서이자, 예능인이다. 그에게는 ‘뇌섹남’이라는 별명이 있다. tvN의 퀴즈쇼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하는 동안 멘사 테스트에 도전해 IQ 점수 156을 받으며 회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발랄한 아이돌 래퍼였던 그에게 ‘똑똑하다’ ‘머리 좋다’는 수식어가 붙었다.작년 말이었다. 그의 이름이 별안간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그는 개인 SNS를 통해 몇몇 아티스트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이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래 사재기는 물건을 잔뜩 사들여 쟁이는 행위를 오마이걸 그 자체, 유아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멤버 수도, 국적도, 하다못해 활동 연차도 다른 아이돌 그룹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멤버들에게 부여된 확실한 포지션이다. 아이돌이 한국 가요계의 상수로 자리하기 시작한 지도 어언 20년. 지금이 3세대니 4세대니 하는 와중에도 이것 하나만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믿고 고음을 맡기는 튼튼한 성대를 가진 메인 보컬, 곡의 포인트 안무를 설명할 때 말없이 나가 묵묵히 춤을 추는 메인 댄서 등을 기본으로 한 포지션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세분화되었다. 이제는 연기나 예능, 진행 담당 같은 부업에 가까운 역할이나 리더나 막내 반듯한 리더 귀티 어린 수호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아이돌 세계에서는 흔히 ‘배우상’이라는 말을 한다. 아이돌보다는 배우에 어울리는 얼굴이라는 뜻이다. 물론 아이돌이라는 직군에 다양한 얼굴이 있으니 한 가지로 묶어서 생각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모습은 있게 마련이다. 비슷한 식으로 ‘배우 말투’라는 것이 있다면 수호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그의 인터뷰를 보다 보면 어딘지 아이돌보다는 영화배우의 인터뷰 같은 인상을 받곤 한다. 씩씩하고 활달하게 예능감을 얹어 이야기하기보다는 부드럽고 반듯하게 이야기하는 자세 때문이다. 9년간 엑소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멤버들을 대변하는 명언 쏟아내는 ‘인생 2회차’ 태현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방탄소년단의 후속 그룹이자 현재 주목받는 신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약칭 TXT). 청춘의 감정을 영어덜트 장르 소설(YA Novel) 같은 세계관에 녹여내는 팀이다. 메인 보컬 태현은 그 속에서 선명하고 힘찬 목소리로 연기를 펼친다.2002년에 태어난 그는 팀 내 두 막내 중 하나다. 올해 나이 만 열여덟이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특징인 그는 데뷔 전부터 수십 군데 연예기획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의 회사를 고른 이유로 ‘자신을 위해 힘써줄 것 같아서’라 ‘긁는’ 창법의 성진 그 목소리의 힘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아이돌이자 록밴드 데이식스의 리더 성진은 아이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예쁘장한’ 이미지와 한참이나 거리가 멀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남쪽 사람 특유의 선 굵은 이목구비에서 시작해 서울에 온 지 10년 됐지만 아직 고치지 못한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완성된다.목소리도 그렇다. 드럼 도운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돌아가며 보컬을 담당하는 팀에서 성진의 파트는 언제나 테스토스테론 한 스푼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순간이다. 메인 보컬답게 선이 굵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는 풋풋한 청춘을 그리는 멤버들의 맑고 촉촉한 미성이 만드는 느슨한 포물선의 한 ‘잘생긴 또라이’의 탁월한 보컬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아이돌 세계에는 성취의 기념비가 많고도 많다. 차트나 시상식의 성적이 대표적으로, 몇 회 연속 무엇을 수상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언론과 팬들의 입길에 일상적으로 오른다. 그중에서 육성재는 남들이 좀처럼 얻기 힘든 트로피를 하나 갖고 있다.〈우리 결혼했어요〉의 ‘승자’ 중 하나라는 것이다. 남녀 연예인의 가상 결혼생활을 보여주던 이 프로그램은, 팬들의 원성과 상호 저격이 끊이지 않은 전쟁터이기도 했다. 거기서 육성재와 그의 파트너 조이는 생존했다. 훈훈하고 귀여운 커플로 남은 아주 드문 사례의 하나다. 두 사람은 여느 커플처럼 곧잘 래퍼 문별 멋짐 폭발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마마무는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분명한 그룹이다. 얼굴도 스타일도 아주 다른 멤버들이 뛰어난 기량으로 꾸미는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꼭 네 명의 솔로 디바 합동 공연을 보는 것 같다. 문별은 그런 마마무의 메인 래퍼다. 네 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독창적인 이 팀 안에 문별 역시 견고한 자기 영역이 있다.문별의 매력은 멋짐에 있다. 잘생겼다는 칭찬이 예쁘다는 말보다 더 마음에 든다고 한다. 예능에서는 일명 ‘느끼한’ 캐릭터를 밀고 있다. ‘느끼함’이란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수작을 걸 때 그 방식이 지나치게 자아도취적이라 ‘오글거림’을 유발 겁 없는 무희 ‘사자왕’ 수진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그룹 ‘(여자)아이들’의 메인 댄서 수진은 세상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장소가 어디든 관객이 누구든 한결같이 당당한 눈빛과 거침없는 몸짓은 그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스테이지로 변하는 마법을 부린다.반면 무대 아래의 수진은 다르다. 2018년 데뷔와 동시에 그해 신인상을 모조리 휩쓸어버린 저력답게, (여자)아이들 여섯 멤버는 각자의 개성으로 반짝인다. 걸출한 프로듀서이자 리더인 소연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에너지 덩어리 속에서 수진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거나 가끔 작게 웃음을 지을 뿐이다. 두 눈을 셀럽파이브 신봉선의 울림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어쩐지 그의 주변에서는 웃기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MBC 〈복면가왕〉에서는 너무 놀라 팔을 들어 올리는데 한쪽 팔은 위로, 다른 쪽은 아래로 향한 묘한 그의 자세가 밈(meme)이 되었다. “상상도 못한 정체” 또는 자세를 한글로 본뜬 “ㄴㅇㄱ”으로 잘 알려졌다. 채널A 〈특급주무관〉에서는 흔들다리 위에서 방정맞게 뛰다가 50m 아래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곧이어 휴대전화가 파손되지 않은 걸 보고는 흥분한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울림 엔터테인먼트(러블리즈 소속) 취향의 얼굴이라는 ‘확신의 울림상’이라는 별명도 팬들이 붙여준 것이 AOA의 찬미를 ‘찬미찬미해’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유튜브 하는 아이돌이 부쩍 늘어난 지금, AOA 찬미의 채널 ‘찬미찬미해’가 심상치 않다. 현재 구독자 17만명을 넘긴 채널은 그동안 ‘섹시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에 가려 있던 그의 똑 부러지는 모습으로 가득하다.찬미는 2010년 중학교 2학년 때 고향인 구미를 떠나 서울에 올라온 후, 짧은 연습 기간을 마치고 2012년에 AOA의 막내로 데뷔했다. 연습생 시기에는 데뷔를 못할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특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다리 찢기 동작을 연습하는 등,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열여섯 살을 보냈다.2010년대 중반 AOA의 케이팝 여왕 CL의 도전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씨엘(CL)은 군림하는 아이돌이다. 별 문제 없어 보이는 이 문장은 사실 비문에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케이팝 사전 제1장 1절에 따르면 ‘아이돌은 팬들의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미없는 농담이지만 이 농담은 반쪽짜리 진실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아이돌을 만드는 건 기획사이지만 아이돌을 성장시키는 건 팬들의 아가페적 사랑과 희생에 가까운 헌신이다. ‘팬 없는 아이돌’은 실질적으로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명제다. 팬에 죽고 팬에 사는 특수한 생태계 안에서 태어난 유쾌하고 호방한 ‘우기’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지난해 방송된 엠넷 〈퀸덤〉의 한 장면이다. (여자)아이들의 소연은 ‘주술’을 콘셉트로 신곡을 구성하겠다며 멤버들의 얼굴을 살핀다. 멤버 우기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소연은 “너무 귀여워서 안 돼”라고 잘라 말한다. 장난스러운 장면이지만, 우기가 무척 귀여운 외모라는 점만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베이징 출신인 우기는 동그란 눈매의 강아지 상에 곱슬거리는 머리, 천진하고 장난기 어린 얼굴로, 데뷔 초부터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다.예능에 출연한 우기를 보면 ‘귀엽다’는 세 글자에 그를 가두기는 조금 어렵다. 원더케이에서 공개되는 온 ‘자기 자비’를 실천하는 ‘진’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방탄소년단의 지난 앨범 주제는 ‘Love Yourself’였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탐구하는 건전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들도 나이를 먹은 탓일까. 데뷔 초 ‘No More Dream’같이 어리고 거친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졌다. 현재처럼 자기 자비(Self-compassion)를 말하는 그룹이 되기까지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팀 내부에서 시작됐을 만한 영향으로는 이 그룹의 최연장자인 멤버 진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진은 팀의 맏이지만 리더는 아니다(두 살 아래인 RM이 리더다). 진은 형 같지 않은 형으로 유명하 기다림의 미학 성실함의 가치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세상의 속도에 현기증이 난다. 노래 한 곡이 가진 생명력이, 유행어의 순환 속도가, 벼락 스타가 대중의 망각 속으로 흡수되는 시간이, 가끔은 너무 빨라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어제가 다르고 또 오늘이 다른 이 숨가쁜 속도는 금방이라도 세상 모두를 집어삼킬 듯 거세게 휘몰아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의외로 초연하다. 대부분 살고자 하는 의지로 어느새 그 속도에 적응하거나,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시류에 몸을 맡긴다.2017년 8월, 어딘가 수상한 제목 ‘담다디’로 데뷔한 10인조 보이그룹 골든차일드의 와이(Y)는 이러한 세상의 소모 들으면 들을수록 빛나는 웬디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 레드벨벳은 지금 케이팝에서 가장 보컬 밸런스가 좋은 팀 중 하나다. 처음에는 ‘레드와 벨벳’으로 나뉜다는 팀의 콘셉트가 당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있었다. 지금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쏭달쏭한 끝맛이 남으면서도 어쨌든 강제로 납득해버리기에 이르렀다. 결국 그것은 어느덧 5년 넘게 종횡무진하며 탁월한 존재감을 발휘한 멤버들의 매력과 목소리였다. 이 5인조 그룹에 충실한 기량과 함께 각기 성격과 매력이 뚜렷한 음색을 지닌 멤버들이 포진해 있다면, 이를 이끄는 것은 슬기의 목소리다. 그리고 이 음색의 조합을 매끄럽게 연결 짓는 완벽한 ‘사기캐’ 리사마저도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케이팝 스타는 누구일까? 놀랍게도 한국인이 아니다. 타이(태국) 사람인 블랙핑크의 리사다. 지난 12월 넷째 주 현재 2780만명 넘는 팔로어가 그의 계정을 구독 중이다.리사는 블랙핑크의 메인 댄서이자 리드 래퍼다. 큰 키와 길쭉한 팔다리에서 나오는 힘 있는 댄스가 특징이다. 4개 국어를 구사하며, 영어 랩은 물론 한국어 랩 실력도 여타 한국 아이돌에 밀리지 않는 ‘사기캐’다.고향에서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0년대 말 2PM의 닉쿤이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이 계기가 존재감 뿜뿜 연정의 가창력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이들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천재, 영재가 흔한 스포츠나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수학·과학·문학 등 각종 능력치를 시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걸음마 겨우 뗄 무렵부터 용 취급을 받던, 비슷한 연령대의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숨 막히는 눈치 게임. 그 안에서도 최종 승자는 기필코 가려진다.만약 지금 케이팝 신에서 그 삼엄한 긴장을 단번에 끝내줄 떠오르는 신예 보컬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우주소녀 연정의 이름을 꼽겠다. 국내 걸그룹 최다 인원인 13명으로 구성된 우주소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