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을 꿈꾸는 파업 일기 “복귀하고 나서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 임지영 기자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났던 11월15일 김빛이라 KBS 기자는 회사에서 보낸 문자를 받았다. 재난 방송을 위해 즉각 복귀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9월3일 북한 6차 핵실험 때도 비슷한 문자를 받았다. 같은 날 김민식 MBC PD는 72일 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1월13일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가결한 지 이틀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는 고대영 KBS 사장 퇴진을 목표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 사장은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퇴하겠다며 사실상 ‘버티기 ‘예은 아빠’가 MBC를 응원하게 된 날 김민식 (MBC PD) “오래 살고 볼 일이다.” 10월 24일,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집회가 열린 서울 상암동 본사 로비를 찾아온 ‘예은 아빠’ 유경근씨의 말입니다. 지난 몇 년, 세월호 유가족들은 매일같이 상암동 MBC를 찾아와 ‘진실을 인양하라’ ‘유가족 두 번 울린 MBC 보도 사과하라’고 피케팅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MBC 직원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거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파업에서 이기고 돌아가면 MBC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셨어요. 아이들의 ... “자기 검열 안 할래요 오늘부터 우리는~” 김빛이라 (KBS 기자) 지난겨울, 보도국 야근을 하다가 본 타사 뉴스 리포트가 기억났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50일 넘게 생존해 있다는 소식이었다. ‘에이, 겨우 50일일 수도 있지. 인간 장기 이식까지도 가능해질 거라는 희망이 너무 과하게 섞인 것 아니야?’ 직업병일 수도 있겠다. 뉴스를 모니터하다 선배들과 이따금 숫자에 관한 논쟁을 하곤 했다. 어떤 숫자를 기준으로 ‘의미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장을 떠나 있다 보니, 지금 우리에게 ‘파업 50일’은 ... ‘공공의 적’ KBS, 성우들도 뿔났다 김빛이라 (KBS 기자) “그런 ‘리즈 시절’도 있었더랬지.” ‘한때는 우리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는 KBS의 호시절 이야기를 듣고 지내왔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도 아니고, 내가 몸담고 있는 방송국에서 수년 전까지 있었던 ‘보통’의 일들이라니…. 선배들한테 전해 듣는 일화들이 너무도 생소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한 적도 있었다. 단신에 들어갈 한 단어를 지켜내기 위해 국장실을 열고 들어가 열변을 토한 사건들, 선후배 수십명이 새 프로그램 포맷을 고민하다 밤을 새웠다든지 KBS에서 촬영 나왔다고 버선발로 맞이해주셨다는 제보자들을 만난 이야... MBC 막장 드라마의 쪽대본 작가 국정원 김민식 (MBC PD) 한 배우가 드라마 촬영 중 겪은 황당한 시추에이션을 이야기했다. 대본이 늦게 나와 쪽대본으로 촬영을 하는데, 스튜디오 녹화를 먼저 하고 야외 촬영은 다음 날이었단다. 세트 장면을 찍으면서 국수를 몇 광주리나 바리바리 삶고 있는데 왜 삶는지 이유를 몰라 딸 역할을 하는 배우에게 리허설 중에 슬쩍 물어봤단다. “내가 왜 이렇게 국수를 많이 삶고 있는 걸까?” 극중의 딸도 영문을 몰라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고 한다. 다음 날 야외에서 그 앞 장면을 찍는데, 자신의 대사가 이랬단다. “경사가 났으니 잔치를 벌여야겠구나!” 쪽대본인... ‘우리를 욕해달라’는 KBS 기자들의 호소 김빛이라 (KBS 기자) ‘달라지겠습니다. 꾸짖어주세요.’ 파업 5주차에 접어든 KBS 언론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을 향해 “물러나라” “퇴진하라!” 쉼 없이 외치면서도,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정권에도 휘둘리지 않는 공영방송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은 곧 모두의 자기반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저항과 징계가 이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쓴소리에 귀를 막고 스스로 무기력함을 자처한 건 아니었을까? 제구실을 하지 못한 지난 시간을 회복하는 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쓴소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오... MBC 피디가 눈을 질끈 감은 이유 김민식 (MBC PD) 하나. MBC 예능국의 허항 PD는 〈생방송 음악중심〉을 연출한다. 매년 추석, MBC는 명절 특집 〈아이돌 육상 대회(아육대)〉를 방송하는데, 평소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친분을 쌓은 PD들이 연출을 맡는다. 아이돌들의 숨겨진 매력을, 노래하고 춤추는 무대가 아닌 육상 경기장에서 뽐낼 수 있도록 〈아육대〉를 만드는 것이 올가을 허 PD의 일이다. 허항 PD는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중에서 섭외를 끝냈고, 작가들과 몇 달간 회의를 거쳐 대회 구성안 마련을 마쳤다. 남은 건 녹화뿐이었다. 〈아육대〉처럼 매... 이제 마음의 빚을 갚아야 할 때 김빛이라 (KBS 기자) “라디오 방송에서 ‘폭도들을 진압했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에 학교를 갔던 기억이 납니다. 참…. 마음의 빚이라도 조금 덜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 〈택시운전사〉의 첫 공개를 앞둔 인터뷰, 어렵게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묻는 내게 배우 송강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어려서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고 넘길 수도 있는, 1980년 그날의 아침을 그는 ‘마음의 빚’으로 여기고 살아왔다고 한다. 1년 반 넘게 영화를 담당해오며 수많은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답변이었다. 우연... 김민식 PD의 파업 일기 김민식 (MBC PD)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파업하니 더 바쁘다. 영화 〈공범자들〉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부산·대구·대전 찍고 광주·제주까지 전국 ‘로드쇼’ 다니다 목이 잠겼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너무 열심히 외쳤나 보다. 9월4일 월요일, MBC 총파업 1일차. 오전 10시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상암 MBC 본사 1층 로비가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해직된 선배들도 왔다. 영화 〈공범자들〉로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오른 최승호 선배의 모습에 후배들이 환호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