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일기 상처 안에 머무르는 삶 그 울타리를 넘어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9월14일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2009년 6월8일 해고 이후 112개월이 지났으며 3385일이 흘렀고 8만1240시간을 보내야 했다. 불가능처럼 긴 시간이었다. 합의서는 두 장. 3385일의 투쟁을 끝내는 데 672자가 쓰였다. 2018년 연말까지 119명 해고자 가운데 60%인 72명을 복직시키고 남은 해고자는 2019년 6월30일까지 복직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합의문이 발표되던 순간, 쌍용차 서울 대한문 분향소에는 웃음기 없는 박수와 구멍 난 침묵만 흘렀다. 긴 시간 정적이 휘감았다. 내뱉지 못하는 말들과 태풍이 지나간 자리, 농성장만 남았다 김혜인 (금속노조 경기지부 조직사업부장·전 하이디스 노동자) 태풍 솔릭의 경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파인텍 노동자들은 296일째, 조명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전주 택시 노동자는 꼬박 1년, 35m 높이 다리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한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 노동자는 약 한 달째(모두 9월4일 기준)…. ‘간만에’ 이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로 하루 종일 SNS가 들썩였다. 올여름 폭염은 평균기온·열대야 일수 등 모든 면에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역대급이었다.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밖으로 나오면 숨이 턱 막히곤 했다. 밖에 나온 지... 지금 여기에 필요한 노동 프로파일러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나가던 시민이 건네는 말이면 감사한 일이지만 천막 농성장으로 찾아온 노동부 관료의 첫 질문이 이렇다면 정말이지 곤란하다. 그래서 되물었다. “가지고 있는 자료 먼저 보여줄 수 있나요. 어떤 자료가 축적되었는지 말이에요. 적어도 몇 년간의 언론 스크랩 정도는 있겠죠?” “저… 그게. 먼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셔야 저희가….” 대개 대화는 이런 식이다. 여기에 한두 마디 더 섞인다. “제가 이 일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요. 죄송합니다.” 면전에 대고 죄송하다는데 화를 내기도 어렵지만 반복되는 이런 누가 그의 목숨 줄에 칼집을 내었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더워서 가까운 카페 안으로 몸을 숨겼다. 이마에 얼음을 대보고 뒷목에도 넣어봤지만 소용없다. 땀 닦은 수건에선 냄새가 풀풀 풍기고 옷에선 시큼한 과일 썩은 내까지 여름 농성장은 한바탕 냄새와의 전쟁이다. 몇 분만 천막에 있어도 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옷가지는 내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저녁이 되어 해가 져도, 두세 번 옷을 갈아입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바로 내 몸이 이 냄새와 강하게 연루되었다. 몸을 씻는 것이 우선이다.새벽 2시50분이면 청소차가 지나간다. 출발지는 알 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