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의 따스한 독서 동물의 고통 위에서 호사 누리는 인간들 허진 (문학평론가) 김훈의 소설 〈흑산〉에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인물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 말 ‘천주교’라는 ‘다른 꿈’을 꾸었던 사람들의 삶을 다룬 이 소설에는 정약전·정약현·황사영·정명련 등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은 명련이라는 딸을 두었는데, 정명련은 조선 후기의 천주교 지도자인 황사영과 결혼했다. 황사영은 1801년 일어난 신유박해의 실상과 대응책을 비단에 적어 중국 베이징의 구베아 주교에게 전달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처형당한 인물이다. 이 사건을 ‘황사영 백서 사건’이라 한다. 〈흑산〉에서 김훈이 정명련의 성 여성의 이름으로 역사를 써야겠다 허진 (문학평론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최영미 시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한 그녀의 글을 페이스북을 통해 읽은 지는 2년쯤 된 듯하다.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그녀가 ‘괴물’을 쓰고 난 뒤에 나는 그녀와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되었다. 내가 그녀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 두 시집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이미’는 그녀가 차린 출판사다. 시집 뒤의 판권 사항을 보면, 2019년 4월2일 출판 등록을 했 코로나19가 두려운 당신에게 허진 어떤 대상을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그 대상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거나, 권유하는 일은 때로 무례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들도 기꺼이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렸을 때 나는 귀신을 무서워했는데, 밤에 화장실에 갈 때마다 변기에서 빨간 손이나 노란 손이 올라올까 봐 가슴을 졸이곤 했다. 환하게 불을 켜놓고 화장실에 가도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어떤 미지의 대상을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그게 왜 무섭니?” “무서워하지 않도록 노력해봐”라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대응이 아닐 수도 있다. 공포는 ‘사법농단’이라는 말이 소외시키는 사람들 허진 (문학평론가) 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일어난 각종 비리를 뜻하는 ‘사법농단(司法壟斷)’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우선 ‘농단’이라는 단어를 나는 일상에서 접하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 처음에 나는 ‘희롱(戱弄)’이나 ‘농락(籠絡)’과 같은 한자를 쓰는 단어일 거라고 짐작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판사들이 대한민국의 법과 사법 제도를 희롱하거나 농락한 범죄를 뜻하는 단어가 곧 사법농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동아 새국어사전〉에 따르면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양승태 사법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