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꺼칠 자식 잃은 부모들이 스무 날을 굶었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어릴 적부터 사촌 동생과 친하게 지냈다. 내가 외동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녀석과는 참 각별했다. 같이 놀고, 같이 여행 다니고, 서로의 인생에 중요한 시간에도 함께했다. 그런 동생이 2008년, 스물다섯 나이에 사고로 황망하게 죽었다. 아직도 그날 새벽 4시에 그 녀석의 여동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기억한다. “오빠, 우리 오빠 죽었어. 빨리 좀 와줘.” 사람이 온종일 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정사진은 내가 카메라 연습한다고 그 녀석을 동네 놀이터에 세워놓고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만 보면 눈물이 터져 나... 누군가는 표현하고, 누군가는 반응한다 신윤영 (〈싱글즈〉 ‘디지털 스튜디오’ 팀장) 어쩌다 보니 월간지 형태의 콘텐츠 만드는 일을 꽤 오래 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종이 매체의 관리자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라는 난해한 숙제를 막 펼친 참이다. 모르긴 해도 역사상 모든 세대가 자신들이 ‘애매하게 낀 세대’ 혹은 ‘격동의 과도기’ ‘의 마지막 세대’라며 종종 장탄식하지 않았을까? 60대인 엄마는 “우리가 시부모를 모시고 산 마지막 세대”라 말하고, 외환위기 직후 취업을 해야 했던 대학 선배는 “우리 학번이 버블경제의 과도기에서 가장 불행한 세대”라며 억울해했다. 나는 요즘 부쩍 내가 ‘... ‘가만히 있으라’더니 이제 ‘그만하라?’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 칼럼에 영화 〈터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 검열이었다. MBC 라디오에서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녹음할 때였다. 3년 넘게 ‘미드나잇 스포일러’라는 코너에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터널〉이었다. 한참 줄거리를 소개하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정말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터널〉은 세월호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습니다.” 〈터널〉과 세월호의 유사성을 말하면서 소심해진 건 오직 자기 검열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었다. 이렇게 말하지 않는 게 속 편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세월호는 자기 다채로운 색깔이 사라진 가능성의 무덤 이승한 (칼럼니스트)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겠지만, 글쓴이를 직접 겨냥한 분노의 댓글을 접하는 일이 갈수록 잦아진다. 내가 비판한 작품을 좋게 본 이들, 혹은 내가 칭찬한 작품을 안 좋게 본 이들이 내게 “왜 그렇게 보았느냐”라고 묻는 것이다. “말씀하신 그 장면은 오히려 주인공의 고뇌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인데요, 평론가라는 사람이 작품을 그렇 악에 복무하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김숙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를 뒤늦게 보았다. 현성병원라는 가상의 종합병원이 배경인 이 드라마에는 무수한 의학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천재 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문제는 주인공 이영오(장혁)가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거나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독하게 훈련받은 대로 사람들의 표정과 신체 반응 및 변화를 미세하게 북가좌동에서 바라본 삶의 풍경 백상웅 (시인) 우리 부부는 서울 북가좌동에 신혼집을 얻었다. 5년 전 연애 시절에도 우리는 북가좌동에서 살았기에 낯설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서울 생활을 1년쯤 했을 때였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15만원인 다가구 주택 옥탑방을 얻었다. 아내의 집은 옥탑방 창문을 열면 보이는 골목 저편에 있는 빌라였다. 중간에 경기도 파주에서 2년을 살다가 결혼해서 북가좌동에 돌 농담을 보면 지능이 보인다 신윤영 (〈싱글즈〉 피처디렉터) 1년 전쯤 어느 50대 남성(편의상 그를 ‘ㄱ 선생님’이라고 부르자)에게 무척 흥미로운 ‘칭찬’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처음엔 너 페미니스트인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요즘 젊은 여자들과는 다르게 속이 깊더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아, 감사합니다만 이걸 어쩌죠. 페미니스트 맞아요, 저.” 어떤 사람의 정신세계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 한국에는 없는 ‘오답 노트’ 임재성 (평화 연구자) 진상조사위원회는 7년에 걸쳐 정부 문서 15만 건을 분석하고, 최고 권력자였던 이를 포함해 120여 명의 증언을 청취했다. 기밀문서 공개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으로 1년간 예정되었던 조사 기간이 7년으로 늘어났고, 사용경비 역시 150억원에 달했다. 조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자 여러 불만이 제기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진상조사위원회가 외부의 강압 그 댓글, 처음엔 무시하려 했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글 쓰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조언 중 가장 흔한 건 아마 “댓글에 일일이 신경 쓰지 마라”일 것이다. 물론 독자와 소통하고 글에 대한 반응을 체크해 다음 글쓰기에 반영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무슨 글을 써도 ‘너는 누구 편이냐’라고 묻는 댓글들과 몇 차례 마주치고 나면 자연스레 댓글을 안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성혐오 이슈에 대해 글을 고작 화분 하나에도 정성이 필요한데 김숙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친구들이 ‘선말손’이라고 불렀다.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손’이라는 뜻이다. 무언가 정성 들여 가꾸고, 키워내고 살려내는 건 나와는 영 거리가 먼 능력이었다. 고양이들은 배가 고프면 밥을 달라고 보채거나 사료 봉지를 찾아내 뜯어먹기라도 하지. 그런데 벌써 몇 년째 텃밭을 가꾸는 친구가 종종 SNS에 자랑 삼아 올리는 사진을 보며 조금씩 마음이 동했다. 내가 “나라 전체가 썩은 배로군” 백상웅 (시인) 〈조선왕조실록〉에는 세곡을 운반하는 조운선(漕運船) 침몰 사고가 곳곳에 기록되어 있다. 태종 때는 조운선 34척이 침몰되어 쌀 1만여 석을 잃었고 사람 1000여 명이 죽었다. 수색 작업 중에 섬에서 한 사람을 발견했는데, 그는 도망가기 바빴다. 쫓아가 까닭을 물으니 “도망하여 머리를 깎고, 이 고생스러운 일에서 떠나려고 한다”라고 대답했다. 임금은 이에 단언컨대 그게 폭력이다 임재성 (평화 연구자) 한국 평화운동의 역사는 길지 않다. 연구자들은 대부분 1990년대 중·후반을 시작으로 보는데, 이렇게 20년이 안 되는 한국 평화운동의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단체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평박’)라고 할 것이다.평박은 1999년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출발했다. 2000년 위안부 피해자 문명금·김옥주 ‘무시’도 전략이다 신윤영 (〈싱글즈〉 피처디렉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가 2014년에 쓴 칼럼에 이런 얘기가 있다. 독일 어느 도시에서 인종우월주의자들의 집회가 열리자 주민들이 집회 장소에 나가 등을 돌린 채 이들을 에워쌌다고 한다. 그리고 집회가 끝날 때까지 그들을 완벽하게 무시했다. 독일 언론도 기사화하지 않았다. “결국 주민·언론·경찰이 인종우월주의자들의 집회를 막는 대신 ‘무시의 장막’ ‘순수성’을 따지는 이들에게 이승한 (칼럼니스트) “순수한 추모가 아니라 죽음의 정치적 이용이다.” 서울 강남대로 노래방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석하는 프레임으로 ‘여성혐오’가 호출되는 게 불편한 몇몇 이들은 지난 며칠 내내 이렇게 외치고 다녔다. “여성들이 날 무시했기에 아무 여성이나 죽이고 싶었다”라는 범인의 말은 광인의 말이라 신빙성이 없고,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것이 아닌데 왜 이 비극을 순 오늘의 눈물이 여성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김숙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20대 중반 때였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고 있었다. 집까지 7분은 더 걸어야 하는 지점, 낯선 중년 남자가 접근해 내 귀에 이상한 말을 흘려넣었다. ‘언어 성폭력’에 해당하는 말이었다. 놀라서 한마디 저항의 말도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그를 피한 뒤 걸음 속도를 늦췄다. 그를 먼저 보내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남자는 천천히 저 앞으로 걸어갔고 어 어린이날, 섬 소년과 대통령의 ‘현문우답’ 백상웅 (시인) 때는 제94회를 맞은 어린이날이었고 장소는 청와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초등학생 3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어린이날 봄나들이’ 행사를 열었다.이 자리에서 전라남도 완도군에 살고 있는 한 어린이가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작은 섬이기 때문에 발명가가 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쉬 계속된 인권 침해는 새롭지 않은가 임재성 (평화 연구자) 출소한 지 10년이 되는 날, 이 글을 쓰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1년6월의 형을 받고 서울구치소·충주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다 2006년 5월4일 출소했다. 출소를 환영한다며 감옥 철문 앞에 모인 친구들이 두부를 사왔기에 한 입 베어 먹었는데, 함께 오신 어머니가 화를 내셨다. 죄도 없는 네가 왜 두부를 먹느냐고.남들 다 가는 군대를 왜 못 가겠다는 매너가 문명을 만듭니다 신윤영 (〈싱글즈〉 피처디렉터) 회사에서 이따금 마주치는 중년의 영업맨이 있는데, 이분의 매너 있는 화법에 매번 감탄하게 된다. 일단 상대가 누구든, 어떤 경우든 통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점심식사는 맛있게 했어요?” 그리고 상대가 여성일 경우 외모를 칭찬하되 그게 평가처럼 들리지 않도록 선을 유지한다. “화이트 원피스가 참 화사하네요” 정도에서 멈추지, 절대 그 원피스 안에 든 몸 비열한 협박 이승한 (칼럼니스트) 언제나 문밖엔 늑대가 있었다. 언제 문을 부수고 들어올지 모르는 늑대와 맞설 준비를 해야 하기에, 집 안에 있는 모두는 다소간 불만이 있더라도 참고 견뎠다. 견딜 수밖에. 왜 누구는 밥을 많이 먹고 누구는 허기만 면할 정도로 먹느냐는 질문에도, 왜 우두머리 혼자서 편하고 넓은 방을 쓰고 나머지는 좁은 방 안에서 한뎃잠을 자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왜 불침번은 우리 시대에 너무나 드문 감정 김숙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5년 전 텔레비전에서 이육사 시인의 생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 〈절정〉을 보고 이육사 시인의 삶과 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관심이 가지를 치다 보니 윤동주와 그의 시도 새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자주 접해서 오히려 관심 없던 시인들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관심에서 그들의 시를 읽기 시작하자, 시어에 서툰 내게도 그들의 시가 다가와 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