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작은 집 ‘나만의 집’… 설계비 확 줄여주는 리빙큐브로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30분쯤 대화를 나눴을 때다.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말했다. “나는 집을 몰라요. 그러나 집을 짓고 싶어요. 그러니 당신을 믿겠습니다. 계약서를 씁시다.” 건축주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계약금을 송금했다. 서로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첫눈에 서로를 알아봤다. 원주 젓가락집은 그렇게 한달음에 지어지게 됐다.원주축산농협에 근무하는 건축주 이주훈 상무는 오래전부터 도시의 아파트를 떠나 한가한 주택을 지어서 살고 싶었다. 종갓집이라 친척들이 와도 여유로운 집에서 사는 게 꿈이었다. 고질병인 비염도 이유였다. 일단 원주 주중엔 도시, 주말엔 제주에서 사는 삶 김주원 (하우스스타일 대표) 주말과 주중을 나누어 도시와 시골을 오가며 사는 것. 누구나 꿈꾸어보았을 법한 삶의 방식이다. 이제 아무도 한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겠다고 마음먹지 않듯, 집을 꼭 한곳에만 두고 살아야 한다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언젠가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1년을 3등분해 4개월은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에 머무르며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4개월은 리우데자네이루 네 명의 예술가 가족이 사는 집 ‘NO.9’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24년 전이다. 결혼 1년차 부부인 두 사람은 경기도 남양주 능내역과 다산유원지로 소풍을 왔다. 남한강가에 있는 능내역은 풍광이 수려했다. 두 사람은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사실 세 사람이었다. 엄마 뱃속에서는 딸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그 뒤로도 부부는 아들딸과 함께 넷이서 가끔씩 능내역을 찾곤 했다.일곱 번째 아파트에 살던 어느 날이었다. 부부는 20년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만의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예술을 위해서다. 아빠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고, 엄마 역시 화가다. 딸은 동양화를 전공하고, 아들은 건축학도다. 네 명의 막걸리의 본고장 사람 사는 향기 나네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한울타리집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에 금정산성마을 전체가 진동할 지경이다. 한울타리집은 각기 다른 주택 4채가 한 울타리에 둘러앉은 집이다. 정희네, 민서네, 악동이네, 평상풍경집이다. 그중에서도 악동이네는 금정산성마을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다. 집 안에 계단 언덕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열댓 명이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을 우르르 오르내리면 우당탕 쿵쾅 소리가 금정산성마을 전체에 울려 퍼진다.한울타리집에서는 아빠들이 밤새 퍼마신 금정산성 막걸리 냄새도 진동한다. 금정산성마을은 금정산성 막걸리의 본고장이다. 마을 서울의 옆모습을 품고 시간을 견뎌내다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제대로 지어진 집이 아니었다. 누군가 설계한 집도 아니었다. 우연히 그곳에 생겨나버린 집, 어쩌다 보니 60년 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꿋꿋하게 버텨낸 집이었다.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9-541번지에는 1958년 무렵에 생겨난 이름 없는 2층집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식 집짓기를 체득한 목수들이 이화장과 낙산 한양성곽 사이의 이화동 산비탈에 지어놓은 여러 채 가운데 하나였다.경사가 45°나 됐던 낙산 아래 산동네는 이내 슬럼화됐다. 난개발의 시대가 시작됐다. 서울 중심가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산동네로 흘러들어 오면서 인구밀도가 높아졌 마주 보며 함께 요리할 수 있도록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공동대표) 집을 짓는 일이란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꿈을 이루는 일이다. 명색이 건축가인 우리 또한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일단 땅이 있어야 하는데 전국 곳곳의 좋다는 땅을 여기저기 가서 보았지만 여기다 싶은 집터를 만나지 못했고, 살고 싶은 집의 구체적인 이미지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마도 우리가 집을 짓는다면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동네인 속초나 경주 집 짓는 나무꾼이 꿈꾸는 건축 공동체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건축사무소 아백제(a0100z)의 성상우 소장은 요즘 몸에 없던 근육이 붙었다. 산에서 직접 나무를 해오기 때문이다. 성 소장은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집으로 이사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두창리에 위치한 ‘문턱이 닳는 집’이다. 중정이 있는 ㄷ자형 2층 가옥이다. 성 소장은 집 한쪽에 구태여 황토방을 하나 만들었다. 아궁이에 땔감을 넣어서 구들장을 데우면 아랫목부터 서서히 뜨거워지는 구식 황토방이다.황토방을 온전히 데우려면 하루 종일 걸린다. 산에서 나무를 해온다. 장작을 팬다. 불을 작은 집에 산다는 건 동화가 아닙니다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김동희 KDDH 건축사무소 소장은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2년쯤 전에 경기도 동탄 투이재(透貳齋)의 건축주 가족을 처음 만났을 때다. 노부부는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아버지는 건설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을 해 자식들을 키웠다. 김동희 소장을 처음 찾아온 건 막내아들이었다. 막내아들은 독일계 자동차 부품 회사의 고위 임원이었다. 독일 본사 발령을 받은 상태였다. 떠나기 전에 노부모와 누나 부부를 위해 집을 지어주고 싶어 했다.김동희 소장과 가족회의를 열었다. 어머니는 직접 해온 수수떡을 내놓았다. 노부모는 집이 주는 위로 그 아늑한 토닥임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아내는 겨우내 고뿔 탓에 아팠다. 남편은 일을 나가야만 했다. 홀로 남겨진 아내를 간호해준 건 집이었다. 장종철 부부는 지난해 추석 무렵 새로 지은 연희동 주택에 입주했다. 살아보니 직접 지은 집은 단순한 삶의 도구가 아니었다. 겨우내 아픈 아내 곁을 지켜준 수호신이기도 했다.아내는 2층 침실에 누워 지냈다. 사실 2층 침실은 건축주 부부와 건축가 서승모 ‘사무소 효자동’ 소장이 마지막까지 승강이를 벌였던 곳이다. 서 소장은 2층인 연희동 주택의 내부 문을 다 없애버렸다. 작은 집인데 구획까지 하면 옹색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아내는 집 안에서 만나는 하늘과 우주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태린이는 우주에서 온 아이다. 매일 밤 3층집 꼭대기 다락방에 올라가 천체망원경으로 저 멀리 우주를 바라본다. 가끔은 1층 영화감상실에서 영사기로 아빠가 좋아하는 〈스타워즈〉를 같이 볼 때도 있다. 3층에 있는 태린이 방은 〈토이 스토리〉의 우주비행사 버즈 라이트이어로 장식돼 있다. 친구들이 책상에 코를 박고 숙제하기 바쁠 때 태린이는 우주를 올려다보며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끊임없이 상상한다. 태린이는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 ‘별 헤는 집’에서 산다.별 헤는 집은 조남호 솔토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지은 단독주택이다. 조남호 대표는 용인 도연명의 시를 닮은 시골마을 ‘한칸집’ 김주원 (하우스스타일 대표) ‘삶을 살되 삶을 잊게 하는 집.’ 이번 호에 소개하는 ‘한칸집’을 설계한 건축가 김개천이 던지는 집에 대한 화두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이 집은 ‘삶을 잊음으로써 다른 삶을 살게 하는 집’이라 말하고 싶다. 이 집 주인 이내옥 관장의 이야기가 딱 그렇다.몇 년 전 어느 날, 집주인은 건축가에게 도연명의 시집을 건네며 조선 선비의 사랑방처럼 작고 검박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