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음식 넌 누구냐 왕가의 무덤에서 꽃핀 갈비라니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경남 창원통합시 진해구에서는 벚꽃이 필 때면 군항제를 연다. 군항제는 1963년에 붙여진 이름이고 예부터 진해의 벚꽃 축제는 벚꽃장이라 불렸다. 벚꽃장의 ‘장’은 오일장, 시장 등을 말할 때의 그 장이다. 벚꽃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이 아니다. 먹고 마시고 노는 장이다. 이런 장을 난장이라 한다. 그러니까 벚꽃장은 ‘벚꽃 피는 계절에 열리는 난장’이라는 뜻 함경도 아바이가 이리 질겼을까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흔히들 냉면이라 함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아울러 말한다. 이런 분류는 잘못이다. 둘은 이름만 ‘냉면’이지 면의 재료와 양념법, 맛의 포인트가 전혀 다른 음식이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은 메밀면과 육수의 조화를 중시하는 음식이고, 함흥냉면은 감자 또는 고구마 전분면과 고춧가루 양념의 조화를 중심으로 하는 음식이다. 함흥냉면을 평양냉면과 한 부류에 넣자면 일본 곱창처럼 질깃한 왕십리의 인생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왕십리는 지금의 행정동인 상왕십리동, 하왕십리동 지역만을 뜻하지 않는다. 청계천의 남쪽 땅인 황학동 즈음에서부터 그 청계천이 남으로 꺾이는 지역인 마장동 일대, 그리고 청계천이 합쳐지는 중랑천의 북쪽 땅인 행당동 일대를 아우른다. 대체로 서울의 동쪽 변두리라는 공간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는 조선에서부터 비롯한 것이다.“십 리를 가세요[往十里].” 조선 을지로 골뱅이는 언제부터 유명했을까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골뱅이는 동해에서 나는 물레고둥과의 고둥을 두루 이르는 말이다. ‘동해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횟집에서 내는 ‘백고동’이 이 물레고둥과의 고둥이다. 쇠고둥이라고도 한다. 껍데기가 길며, 죽으면 살을 껍데기 밖으로 내민다. 살이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며 단맛이 난다. 동해 전역에서 이 고둥이 잡힌다.골뱅이는 원래 고둥을 이르는 사투리였다.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2012년, 일류(日流)가 서울을 지배한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서울 홍익대 앞 어느 일식집에서 일본인과 마주앉아 일본 술을 마시다가 이런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의 언론은 일본에서 삼겹살·비빔밥·막걸리가 잘 팔리는 것을 두고 ‘한류 열풍’이라고 보도한다. 여기 홍대 앞을 보면 알겠지만 온통 일본 음식점이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이 일본인들에게 ‘일류 열풍’이라는 보도를 한 적이 있는가.” 그는 곰곰 생각하더니 눈물이 핑 도는 ‘날 것의 전라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홍어는 전라도이다. 홍어는 전라도 음식을 대표하는 것을 넘어, 전라도 사람을 상징하기까지 한다. 전라도 사람을 비꼬기 위해 홍어를 들먹이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그러라고 하면 된다. 그건 그들의 도덕적 수준 문제이지 전라도 사람의 식성 문제가 아니다. ‘전라도 홍어’ 소리에 기분 상한다고 ‘경상도 과메기’니 ‘경상도 돔배기’니 하는 말은 하지 마시라. 똑같 ‘닭 한 마리’ 이름은 누가 붙였을까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한국인이 먹는 육류 중에 닭고기가 제일 싸다. 사료 투여량에 대한 증체량에서 소·돼지와 비교해 월등히 효율이 높아서 그렇다. 고기로 먹는 닭을 육계라 하는데, 이 육계를 식당에서 먹는 닭의 크기까지 키우는 데 30여 일이면 된다. 채소보다 더 빨리 자란다고 할 수 있다.이 싼 닭고기를 한국인은 그렇게 저급한 음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쇠고기와 비교하기는 그렇 겨울에는 평양냉면? “난 서울냉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우리밀살리기운동을 하는 분들에게는 섭섭한 말이 될 수 있겠지만, 한반도의 자연환경은 밀 재배에 적합하지 않아 애초 밀 재배를 많이 하지 않았다. 또, 한반도에서 밀 재배가 잘 되는 지역이 일부 있다 하여도 예전에는 그다지 많이 심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 민족에게 분식 문화가 아예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밀 대용품인 메밀이 있었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 감자탕엔 왜 감자가 없을까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음식명은 주요 재료와 요리법 또는 완성된 요리의 형태 등에 따라 붙이는 것이 관례이다. 음식 이름만 듣고도 그 음식으로 기대되는 맛을 예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관례일 뿐이지 변칙은 항상 존재한다. 닭채소볶음이라 해야 마땅한 음식을 닭갈비라 부르고, 교과서에까지 계삼탕이라 했던 음식을 삼계탕이라 우겨 말하는 식이다.감자탕도 이 변칙의 한 그릇 2000원, 국밥집을 아시나요?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한민족의 밥상은 밥과 국, 반찬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과 반찬은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는 일에 보조 역할을 한다. 밥상은 국과 반찬을 다 차려내야 할 것이나, 여러 사정으로 그러지 못할 때가 있다.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의 끼니를 내어야 할 때에는 국과 반찬을 따로따로 한 상씩 차리는 일이 버겁다. 밥 한 그릇 맛있게 먹자고 상을 차리는 것이니, 이럴 때에 족발 골목은 왜 장충동일까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족발은 돼지의 앞뒤 발과 그 바로 위 관절 부위까지를 말한다. 족이 발이고 발이 족이니 같은 뜻의 말이 한자어와 한글로 반복되어 있다. 이 족발이라는 단어는 소에는 쓰지 않는다. 소의 그 부위는 ‘우족’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족발은 ‘각을 뜬 돼지의 발, 또는 그것을 조린 음식’으로 나와 있다.대체로, 한자로 사물을 이르면 고급하고 한글로 부글부글 부대찌개, 널 오해했구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용산의 외국군 주둔 역사에는 오랜 ‘전통’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왜군은 한양을 점령하고 용산에 대륙 침략을 위한 보급 기지를 두었다. 1882년 임오군란 때는 청의 군대가 용산에 진을 쳤다. 일제강점기 내내 용산은 일본군의 땅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이 땅에 미군이 다시 들어오고 1953년 정전협정 직후 미군은 용산에 눌러앉았다. 2 신당동 떡볶이와 ‘써니’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정부가 이끄는 한식 세계화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가 떡볶이이다. 정부 예산으로 떡볶이연구소까지 차렸다. 이 연구소에서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떡볶이라면서 개발한 음식을 본 적이 있다. 가래떡에 크림소스니 토마토소스를 넣고 볶은 것인데, 이탈리아의 파스타 조리법에 가래떡을 넣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외국인이 싫어할 것 같은 고추장을 빼고 외국인이 좋아할 것 같은 마포에 돼지갈빗집 많은 이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이 글에서 마포는 서울시 마포구 전체를 말하지 않는다. 마포대교에서 애오개까지 대로를 가운데 두고 그 옆의 상업 지역을 아우르는 것이라 보면 된다. 보통 “마포 가서 술 한잔 하자” 할 때의 마포가 이 언저리이다. 돼지갈빗집이 이 구역의 여기저기에 촘촘히 박혀 있다. 조선시대 마포에 나루가 있었다. 지금 마포대교의 공덕동 쪽 입구 자리이다. 서해안 여러 지 성북동 칼국수집 간판이 보일듯 말듯한 이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곡물의 반죽으로 국수를 만드는 방식에는 납면법(拉麵法), 절면법(切麵法), 압착법(壓搾法)이 있다. 납면법은 중국집 수타면 뽑는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탄력성 좋은 밀가루가 있어야 이 국수 제조법을 쓸 수 있다. 절면법은 곡물 반죽으로 반대기를 만들고 이를 돌돌 만 뒤 썰어서 국수를 만드는 방법이다. 칼국수가 이 제조법으로 만든 대표적 음식이다. 절면법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