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남도 섬 진정한 휴식은 외딴섬에 있다 윤미숙 (전 전라남도 섬지원센터 전문위원) 여기저기서 섬, 섬, 섬과 ‘썸’을 타느라 요즘 들어 부쩍 섬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 정부는 8월8일을 ‘섬의 날’로 정했고, 지자체들도 섬에 주목하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섬 개발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이 자주 거론되고 개발 방향과 방법론에 대한 담화의 자리도 제법 늘었다. 누구는 공격적인 개발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들은 조심스러운 발전을 염두에 두고, 어떤 이는 유원지화된 섬을 꿈꾸고, 다른 이는 섬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동상백몽’이다. 그러나 그 담론의 장에서 가장 앞에 두어야 할 것은 섬 주민이다. 무인도가 아닌 ... 오색 꽃 만개한 비밀의 화원 김민수 (섬 여행가) “여수는 참 부지런한 도시인갑소.” 새벽녘 수산물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중앙선어시장의 분주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객선터미널 건너편 교동시장 역시 아침 여섯 시가 채 되기 전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섬으로 가는 백패커들은 굳이 배낭에 식재료를 채워 내려올 필요가 없다. 목포는 항동시장, 통영은 서호시장 그리고 여수는 교동시장. 여객선에 오르기 전싱싱한 해산물이며 채소 그리고 고기까지, 원하는 재료는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으니 스스로 꾸며가는 섬 밥상이라 한들 어디 하나 모자람이 있겠는가? 여수항에... 아득히 그림이 되어버린 그곳 김민수 (섬 여행가) 거문도는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3~4월부터 10월까지는 배편 예약이 어려워서, 또 나머지 달에는 기상 악화가 잦은 탓에 결항률이 높아서 힘들다. 수없는 시도와 포기를 오기로 치부하고 비로소 11월 하고도 중순에야, 배편의 여유로움을 핑계 삼아 절정에 달한 가을을 찾아 거문도로 떠났다. 여수에서 쾌속선으로 두 시간 반, 도중에 나로도와 손죽도 그리고 초도에 기항한 후 도착했다. 거문도는 크게 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도·서도·고도.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로, 서도와 동도는 거문대교로 이어져 있다. 그중... 전복 좀 실컷먹어볼까 김민수 (섬 여행가) 여객선이 섬으로 다가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여객선 대합실 지붕 위에 얹어놓은 커다란 생일 케이크 모형이었다. 생일도와 관련하여 ‘섬사람들의 성품이 순수하고 착하니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 이는 이름과 연관 지어 찾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인 듯하다. 생일도는 행정구역상 유서리, 봉선리, 금곡리 이렇게 세 마을로 나뉜다. 그중 유서리는 유천마을과 서성마을을 포함하는데 서성마을은 선착장과 대합실은 물론 면사무소, 농협, 초등학교, 중학교, 부녀회관 등에 식당과 마트가 있는 생일도의... 파랗게 물들 듯한 물빛을 보라 김민수 (섬 여행가) 여서도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배는 이미 선착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얼마나 마음에 두고 그리던 섬이었던가?’ 떠나는 배와 작별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넓은 물양장과 그 뒤쪽으로 우뚝한 마을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신비의 섬 여서도.’ 여서도의 돌담은 오래된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타고 오른 넝쿨이 돌담과 뒤엉켜 한 몸이 되었는가 하면 누렇게 덮인 이끼가 세월의 흔적으로 남았다. 돌담의 높이는 지붕과 거의 나란할 정도다. 비탈을 오를수록 비어 있는 집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산비탈을 일... 맹탕 골탕만 먹이는 섬 김민수 (섬 여행가) 맹골도란 이름은 ‘맹수같이 사나운 바다를 끼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 과거 목포에서 이틀에 한 번씩 여객선이 오가던 시절(6시간30분 소요)에는 파도가 높아지면 맹골도 코앞에서 뱃머리를 돌리기 일쑤였다.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맹탕 골탕만 먹이는 섬’이라 부르며 푸념했다고 한다. 맹골도는 죽도, 곽도와 함께 맹골군도를 이룬다. 동·서 거차도와 맹골군도 사이 해역을 맹골수로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조류가 빠른 곳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서해와 남해가 나눠지는 모서리에 위치한 바다여서 배가 하루 수... 섬에는 인연이 있다 김민수 (섬 여행가) 선착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현대식 건물 하나 없는 오롯한 정취에 대야도는 모두에게 특별한 섬이 되어버렸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낡은 집들과 돌담, 두 집 중 하나는 폐가였지만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마을은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천천히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야도는 신안군 하의면에 딸린 섬으로 행정구역상 능산리에 속한다. 섬은 높은 산 하나가 바다에 솟은 모습으로 대부분이 산지이고 마을은 섬의 극히 작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을 뒤로한 채 고개 하나를 넘으면 탄... 인적 없는 곳에서 바람을 마주하다 김민수 (섬 여행가) 수치도에 가기 위해서는 목포 북항에서 하루 세 차례 출항하는 ‘섬드리 비금호’에 오르거나 비금도 가산선착장과 수치도 사이를 운항하는 도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비금도에서 수치도 거리는 약 2.5㎞이다. 졸고 있는 꿩의 모습에서 섬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섬의 모습은 오히려 돼지를 세워놓은 것과 흡사했다. 수치도는 원수치 마을과 가어지 마을, 크게 두 마을을 중심으로 가옥이 밀집해 있다. 마을의 너른 들판에서 벼를 추수하고 나면 그 자리에는 다시 시금치를 심는다고 한다. 섬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넓은 염전 사이로 ... 청명한 매력 한적한 여유 김민수 (섬 여행가) 목포항을 떠난 섬사랑 6호가 도초도를 거쳐 우이1구 진리, 서소우이도, 동소우이도를 지나 우이2구 돈목마을에 도착하기까지는 무려 4시간이 걸렸다. 이미 오후 3시를 훌쩍 넘겨버린 시각, 열일 제쳐놓고 숙영지를 정해야 했다.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우이도에서는 원칙적으로 야영과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특히 돈목해변은 천연기념물 풍성사구가 있는 지역이라 더욱이 그러하다. 마을 안쪽에 있는 폐교는 성수기에는 민박으로 사용된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돈목해변으로 나가보았다. 해변과 어우러진 풍성사구는 여전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을 자... 최상의 자연미 넘치는 ‘먼데도’ 김민수 (섬 여행가) 섬은 무척 한적해 보였다. 몇몇 가구를 제외하고 주민의 대부분은 겨울을 나기 위해 육지로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만재도는 참 먼 섬이다. 오죽했으면 섬의 옛 이름이 ‘먼데도’였을까? 2박3일 가거도에서 거친 바람을 맞고 배낭을 멘 채 내내 걸었던 탓일까? 기력이 빠지고 몸살 기운도 느껴졌다. 게다가 비 소식까지 있다고 하니 선뜻 야영에 나설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선착장을 지나는 아주머니께 물었다. “혹시 민박을 하는 집이 있을까요?” 아주머니는 따라오라고 했고 곧 그이의 집으로 안내했다. “지금 섬에서 민박하는 집은 ... 억겁을 이어온 대자연의 파노라마 김민수 (섬 여행가) 가거도에는 총 3개 마을이 있다. 항구를 둘러싸고 행정시설과 학교, 민박 식당이 밀집해 있는 1구 대리마을, 섬등반도가 있는 2구 항리마을, 등대가 가까운 3구 대풍리 마을이 그것이다. 가거도의 면적은 9㎢ 정도로 여의도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이지만 중심에 해발 639m의 독실산이 버티고 있어서 마을 간의 이동이나 탐방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독실산은 한라산을 제외하고 울릉도 성인봉 다음으로 높은 섬 산이다. 대중교통이 없는 가거도에서 이동수단은 민박 차량이나 낚싯배, 그렇지 않으면 도보에 의존해야 한다. 가거도는 탐방 코스를 ... 섬이 ‘선생’인 이유를 아시나요 홍경찬 (여행작가) 〈밤이 선생이다〉의 저자, 고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목포에서 태어났지만 1950년부터 7년간 비금도 자항마을에서 살았다. 이 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다시 뭍으로 향했다. 그는 유명을 달리하기 전 비금도를 진정한 고향이라 불렀다. 부모가 살았던 곳이기도 했지만, 경기도 포천군 지현리에 서재가 있었고 이 인근 소나무 수목장에 안장됐음에도 이유는 분명했다. 신안군청 이재근 학예연구사는 “비금초등학교 인근 자항마을 동네 주민들이 전하기로, 황현산 선생님이 글을 잘 지었고, 공부를 잘한 기억이 난다. 동네 아이들과 해변에서 잘 놀았고... 역사와 풍광이 어우러져 노닐다 홍경찬 (여행작가) 보길도에서 악연을 이어간 윤선도와 송시열. 두 정치인은 글로써 영원히 보길도에 남아 있다. 윤선도는 명작 〈어부사시사〉를, 송시열은 바위에 새긴 글이라지만 선명하게 흔적을 남겼다. 섬은 스승이다. 이들은 글을 남기고 정자를 짓고 풍월을 읊었고 후대들은 이를 활용할 줄 안다. 윤선도·송시열이 꿈꾸던 삶이 낚싯대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죽어서 관 속에 묻히기보다, 머리를 진흙에 묻고 꼬리를 흔들고 살더라도 대단히 낙천적인 삶을 보길도에서 실현한 셈이다. 섬에서 할 수 있는 것이 한양에서 해왔던 삶이었음에도 불구... 걷다 보면 안다 이 섬의 매력을 정태겸 (여행작가) 여수, 참 멀다. 서울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얘기다. 물론 광주나 목포, 순천, 창원 등지에 사는 분에게는 가까울지 모르겠으나, 서울 사는 사람에게 여수 가는 길은 그리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물론 KTX도 다니고 하루에도 수차례 고속버스가 오가니 무척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킬로미터로 환산해서 표기하는 거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니 서울에서 멀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왜 하필 그 먼 여수까지?”라고 묻는다면, “여수 밤바다보다 중독성 강한 여수의 섬이 거기 있어서”라고 답을 드리겠다. 여수의 섬은... 자꾸 아른거리네 노랗고 파란 그 풍경 정태겸 (여행작가) 길 따라 땅끝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완도가 나온다. 국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청정 해역을 가진 섬. 이제는 다리가 연결돼 육지와 섬의 경계가 모호해진 완도는 작지만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진 부속 섬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50분을 타고 들어가는 청산도도 그중 하나다. 봄이면 청산도로 향하는 발길이 부쩍 는다. 아름답기로 말하자면 그 어느 곳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풍광이 펼쳐지기 때문. 청산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꼭 다시 가고 싶은 섬”이라고 말한다. 청산도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던 지인에게 물었다. ... 꽃길만 걷게 해줄게 박찬은 (〈매경 시티라이프〉 기자) 하화도는 늦봄에 가장 걷기 좋다. ‘아래꽃섬’이라,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붙인 이는 누구일까. ‘아래’ ‘꽃’ ‘섬’. 뜯어놔도 모두 겸손하고 곱다. 여수의 ‘365개 생일섬(생일과 지역 섬을 짝지은 것)’ 가운데 해마다 동백과 섬모초, 진달래가 몸을 뒤덮어 많은 이들을 황홀하게 하는 하화도를 걸었다. 배를 대기 좋은 항구가 있고, 섬만이 지닌 고즈넉함에 폭 안기고 싶은 꽃섬이다. 꽃길만 걷다 보면, 시끄러운 세상살이쯤 한나절 잊히겠지. 여수신항이 있는 돌산도 방향이 남해를 오목하게 끌어안고 있는 왼팔이라면, 하화도는 그 오... ‘쥬라기공원’ 찍고 막걸리 익는 섬으로 박찬은 (〈매경 시티라이프〉 기자) ‘이리 낭(狼)’자를 쓰지만 ‘물결 낭(浪)’자를 써야 할 듯 낭만 가득한 섬 낭도는 서해 바다에 띄운 연서 같았다. ‘사랑이 맺어지는 낭도’라는 카피에 한번 웃으며 배에서 내리면 ‘어서 오세요. 여기는 사랑과 낭만이 있는 섬 낭도입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이 객들을 맞는다. 낙원은 쉽게 지루해지지만 조약돌의 ‘자그르르르’ 소리가 정겨운 섬은 늘 새로운 풍경이다. 100년 된 막걸리가 큰 독 안에서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낭도와, 한때는 공룡이 걸었을 섬, 사도를 찾았다. ‘싸목싸목’은 ‘천천히’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그러나... 역사를 품은 ‘검은 산’의 기억 고재열 기자 흑산도 동백나무 숲길을 걷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다. 어디서 많이 본 동백나무 숲 같아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강진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가는 길에 본 숲과 많이 닮았다. 그랬다.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는 같은 이유로 유배당했고 비슷한 풍경의 동백나무 숲길을 걸었을 것이다. 동백나무 숲길이 시작된 마을의 이름은 소사리였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달린 마을이다. 섬에서는 드문 풍경이다. 예전에 소사리마을 사람들은 항구 마을에 땔감을 가져가서 팔고 쌀과 생필품을 구입해 마을로 돌아왔다고 한다. 소사리마을을 가... 800m 해변이 오롯이 나의 것 천소현 (여행 매거진 〈트래비〉 팀장) 유달산이 멀어지고 있었다. 목포대교 밑을 통과한 배가 바다로 몸을 밀고 나아갔다. 목적지는 전남 신안군 하의면 신도. 하의도 서쪽에 흩어져 있는 부속섬(유인도 9개, 무인도 49개) 중 하나다. 목포에서 이미 2시간 넘게 왔지만 하의도 웅곡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야 했다. 하의도는 한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어서 각광받았다. 그 관심은 곧 옅어졌다가, 2017년 여름 하의도와 상하태도 사이에 삼도대교가 연결되면서 다시 ‘유명’해졌다. 덕분에 여행자도 다시 늘었다. 상하태도는 원래 상태도와 하태도라는 두 섬이었지만... ‘예술 섬’에서 보낸 하룻밤 천소현 (여행 매거진 〈트래비〉 팀장) “나오시마 알아요? 연홍도는 한국의 나오시마 같은 곳이죠.” 안다고 해야 할까? 워낙 유명한 일본의 예술 섬이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그러니 연홍도와 나오시마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육지와 섬만큼이나 동떨어진 비유처럼 들렸다. 어쨌든 좋은 힌트다. 연홍도는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섬이다.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린다. 매끄러운 입도였다. 서울에서 고흥까지, 밤새 달려온 버스는 소록대교-거금대교를 건너 신양선착장에 멈춰 섰다. 연홍도는 거금도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섬 속의 섬’이지만 실상은 거의 육지다. 그곳에서 연홍도까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