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숨은 미술관 스위스에서 ‘세계 최고의 광대’를 만나다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인구 1000여 명인 마을의 극장과 박물관이 그리 감동을 줄지 몰랐던 것이다. 스위스 티치노 주의 베르치오는 겉보기에 조용했고, 죽기 전에 요양차 오면 좋을 만한 곳이었다. 로카르노에서 차로 1시간 거리. 봄날의 태양이 사라질 무렵 도착한 마을에서 만난 이라고는 자전거를 타고 가던 아이 2명뿐이었다. 우리 일행은 극장을 제대 샌프란시스코는 젠체할 만하다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전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불행하게도 항공기 불시착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 며칠 앞서,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미국인의 화젯거리로 떠올라 있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에 대한 차별을 규정한 연방결혼보호법과 동성 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 주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이 결정을 가장 반긴 도시가 샌프란시스코였다 ‘도박왕’이 모은 자동차들 허태우 (〈론리플래닛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한국 사람이 네바다 주에 대해 가진 선입견은 사막과 도박, 이 두 가지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다. 심하게 말해서 이게 다 라스베이거스 탓이다. 1931년 네바다에서 도박이 합법화되고 십수 년 후, 마피아의 보스 중 한 명인 벅시 시걸은 사막 위에 거대 휴양 도시를 세우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그때는 거의 미친 짓이었다. 포커 한 판을 위해 이곳은 차라리 파티장이다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자포니즘(Japonism).’ 19세기 중반부터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유럽에는 일본풍이 불었다. 일본의 철학이나 사상을 깊이 연구했다고 하기에는 좀 과하고, 그들의 독특한 시각적 이미지를 좋아했다는 게 적절하겠다. 그때 인기를 끌던 이미지 중 하나가 우키요에(일본 에도 시대의 풍속화)다. 원근을 무시한 배치와 단순화한 선과 색은 미술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편 마차가 달리던 그때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이하 줄여서 프랑크푸르트)은 독일 금융계의 수도다. 유럽 중앙은행과 독일 중앙은행 본부가 이곳에 있고 독일의 증권거래소 DAX도 여기에서 열린다. 돈줄이 흐르는 도시이기에 오가는 사람도 부지기수.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기차역은 유럽에서 가장 바쁜 터미널 중 하나이고 매년 무려 5만 건 내외의 박람회와 콘퍼런스가 이 도시에서 펼쳐진다. 바이킹은 우아합니다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노르웨이 정부의 연기금(GPFG) 규모는 약 719조원. 세계 1위의 국부펀드라고 한다. 1인당 GDP가 10만 달러(약 1억1200만원)에 육박하는 나라다운 위세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부국에 오른 노르웨이는 사실 20세기 중반까지 유럽에서 알아주는 빈국이었다. 19세기에는 스웨덴에 강제로 합병까지 당한 비운의 나라였고 15~18세기에는 덴마크가 노르웨이 아시아의 진주, 계단에 뿌렸다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전 세계에서 홍콩만큼 난장인 나라는 없다. 문화적으로 보나 인구밀도로 보나 클래스가 다른 난장이다. 일단 홍콩의 악명 높은 인구밀도를 살펴보자. 홍콩의 면적은 약 1100㎢로, 서울보다 1.8배 넓다. 인구는 약 700만명. 서울 인구보다 적다. 이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많은 이가 당혹스러워할 것이다. “아니 그럼 홍콩 액션 영화에서 보던 그 깨알 같은 아 ‘뱅크아트’, 요코하마를 살리다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거리의 불빛이 무척 아름답네요. 요코하마,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 당신과 둘이 행복해요.”‘블루 라이트 요코하마’라는 노래가 있다. 일본 가수 아시다 아유미가 불렀던 이 곡은 1970년대 초반 한국의 청춘이 일본 가요에 관심을 갖게 만든 노래였다. 이 노래 덕택에 일본 요코하마는, 밤을 밝힌 불빛이 비춰주는 낭만의 도시로 여겨지곤 했다. 그런데 정작 요코 헤르만 헤세의 집 ‘카사 카무치’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유럽의 부호가 좋아하는 휴양지라고 하면 지중해에 접한 모나코나 프랑스의 코트다쥐르를 떠올린다. 파티가 열리는 초호화 요트를 타고 와서 내리자마자 다시 파티를 찾아갈 수 있는 곳. 한데 지중해의 휴양지는 너무 잘 알려져서 탈이다. 여행객도 많고 파파라치가 눈에 불을 켜고 있어 수시로 스캔들이 터진다. 이를 피해 부호들은 외딴섬으로 숨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잘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찬가’를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바셀로나~ 바셀로나~.” 희한하게도 ‘바르셀로나’ 하면 이 가사가 먼저 떠오른다.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와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가 부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공식 주제가였을 뻔했던 노래 ‘바르셀로나’ 중 한 구절이다. 그는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칠 공연을 꿈꾸었다. 하지만 에이즈라는 공포의 복병이 기다릴 줄이야. 1991 맨해튼, 후끈거리는 예술과 임대료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뉴욕은 뉴욕 시티 내 5개 자치구 중 하나인 맨해튼 섬일 것이다. 맨해튼 외 다른 자치구는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로, 이곳들은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뉴욕이라는 도시와는 연결 고리가 없는 듯이 여겨진다. 브루클린이나 퀸스 등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맨해튼 외 나머지 자치구는 그저 변두리다. 맨해튼에서 브루클린으로 넘어 만약 당신이 파리에 가게 된다면…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파리에 갔을 때의 경험이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머물렀던 호텔을 보여주겠다며 안내에 나선 파리 관광청 홍보 담당자에게 “기내에서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담당자가 너무나 진지하게 물었다. “그래요? 어땠어요?” 예의가 아니라, 진심으로 답했다. “파리를 정말 아름답게 보여주던데요.” 그 영화에서 파리는 끝내주게 낭만적이고 홋카이도를 여행한다면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맑디맑은 하늘과 푸르디푸른 초원이 가득한 여름. 혹은 희디흰 순백의 눈으로 세상이 뒤덮이는 겨울. 바로 일본 ‘홋카이도’ 하면 떠오르는 그림 같은 풍경이다. 우리나라의 약 80% 면적에 550만명이 사는 섬 홋카이도는 요새 유행하는 ‘힐링 여행’을 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그저 이곳의 자연을 바라보기만 해도 혈관의 찌꺼기가 10%는 빠져나가는 듯하고, 지산지 방콕 여행자는 하루 동안 무료!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11월부터 건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여행자가 대거 몰려온다. ‘원 나이트 인 방콕’을 하고 파타야·푸껫·치앙마이 같은 섬으로, 밀림으로, 혹은 또 다른 도시로 이동한다. 한국의 2배 규모인 연간 약 2000만 방문객을 자랑하는 타이의 사정은 이렇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최고의 여행 성수기다. 적절한 모더니즘과 오리엔탈리즘이 섞인 분위기 보르도에서 귀족의 유산을 만나다 허태우(〈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보르도. 한때 단골 소주방이 한 달 새 와인바로 바뀔 만큼 국내에 와인 열풍이 불던 시기, 보르도 와인은 늘 상한가를 쳤다. 어처구니없는 이윤을 남기고 팔아도 사람들은 보르도 와인을 찾았고 신대륙의 와인이 아무리 드잡이를 놓아도 늘 와인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었다. 덩달아 보르도라는 고유명사는 상류층 문화를 은연중 표현하기도 했는데, 알다시피 한 회사에서 낮술 한 잔이 관습인 도시에서 만난 박물관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포르투갈 리스본은 여행자에게 두 가지 첫인상을 건넨다. 하나는 항공 촬영이라도 하려는 듯 낮게 비행해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직전까지 눈앞에 바투 펼쳐지는 도시의 광경.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항 내 짐을 찾는 장소에서부터 여행자의 무료함을 달래주려는 듯 애교스럽게 서 있는 간이 매점이다. 유럽 내 어느 나라의 수도에서 이런 특색을 목격할 수 있을까. 리스본은 아시아의 ‘아트 허브’가 되겠소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코리아〉 편집장) 지금 세계 미술시장을 이끄는 돈줄은 바로 아시아다. 그중에서 신흥 부자로는 중국이 단연 원톱이다. 미술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아트 프라이스(Art Price)’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세계 미술 경매 시장 수익의 41.4%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약 2배, 프랑스에 비해선 무려 10배나 큰 규모다. 바야흐로 아시아 예술 시장의 어처구니 없을 만큼 미술관이 많은 섬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여행도 산업이다. 무역과 서비스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 한 지역이 여행 산업으로 흥하려면 매력적인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뿜어 나오는 석유처럼 방문객을 분출하는 아이템을, 다른 곳에는 없는 그 무엇을. 물론 이것도 유행을 탄다. ‘운때’도 맞아야 한다. 요새는 ‘길’이 최고의 여행 아이템이다. 올레길을 비롯한 수많은 테마 길이 마지막 불꽃 여기는 바스크, 진짜배기 바스크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프랑스 남부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혹시 (또) 프로방스?” 물론 프로방스가 별로라고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프로방스와 지중해에만 몰두한다는 점이 아쉽다. 시야를 조금 넓혀보자. 프랑스 지도에서 약간만 고개를 돌려보면 180도 다른 프랑스가 등장한다.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역사를 지닌 바스크 지방이다. 왼쪽으로 ‘피카소의 여인’이 살고 있던 그 미술관 허태우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 “문 닫을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요. 10프랑만 내세요.”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미술관에서 입장료를 할인해주다니. 물론 폐관 40분 전에 헐레벌떡 도착했기에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곳은 꽤 명망 있는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이었다. 게다가 수만 분의 1초라도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투르비용(중력에 따른 오차를 보정하는 장치)을 만드는 나라 스위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