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떨어진 친구가 건넸던 졸업 선물 정지은 (서울 신서고등학교 교사) 나는 친구가 졸업식장에 안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히 안 올 것이다. 올 리가 없다. 내가 그렇게 단정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3년 내내 단짝이었지만 나와 그의 운명은 대학 합격과 불합격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가장 친한 친구는 원하던 대학에 붙었고 자기는 떨어졌으니 당연히 졸업식에 참석할 맛이 안 날 것이다. 절친과 졸업 사진을 찍어야 지긋지긋했던 고등학교 수험 생활이 달콤한 척 마무리될 텐데. 난감했다.졸업식이 끝나면 오지 않은 그에게 뭐라고 위로의 전화를 하지? 갓 스무 살이 된 내가 그런 속 깊은 생각만 한 건 물 수험생 부모들의 안녕을 빈다 정지은 (서울 신서고등학교 교사) 그녀를 봤을 때 나는 헉헉, 하고 숨을 고르는 중이었다. 마라톤 연습을 하다 숨이 차서 잠깐 쉬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들자 내 앞을 지나가는 행인의 티셔츠 문구가 눈에 띄었다. I don’t know.I don’t care.난 모르겠어. 상관 안 해.번역하면 그 정도 되는 심플한 두 문장에서 강렬한 메시지가 읽혔다. 반백의 그녀는 뒷모습으로 추정컨대 60대 초반쯤 되어 보였다. 수십 년간 가족에게 자신의 예쁜 것, 소중한 것을 내준 분이 평균적으로 많이 분포된 연령대. 그래서일까, 간결한 영문 문구에서 홀가분함이 느껴졌다.난 몰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