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던 성범죄들 이은의 (변호사) ‘미투’ 열풍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일반 사람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만큼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판단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씁쓸함이 남는다. ‘지금’은 범죄가 성립되지만, 예전에는 무혐의 결정이나 무죄판결을 받아야 했던 사건들이 떠올랐다. 그때 그 피해 당사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피해를 당하고도 그것을 인정받지 못한,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고 떠난 의뢰인들이 자꾸만 떠올랐다.형사사건에서 무혐의 결정이나 무죄판결이 났지만 재론의 여지가 큰 사건 몇 개를 최근 손해배상으로 다 한 성폭력 사건 변론을 맡은 후 생긴 일 이은의 (변호사) 사무실로 50대 여성이 찾아왔다. 그는 두툼한 서류 가방에서 소송기록을 여러 묶음 꺼냈다. 첫 번째 묶음은 가해자가 강간을 시도하던 중 팔꿈치로 피해자의 가슴을 눌러 가슴뼈라고 불리는 복장뼈에 금이 가 고소한 기록이었다. 상해 부위, 당사자들이 새벽에 헤어진 후 피해자가 병원에 가서 진단받은 정황, 여타 기록 등을 보니 기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가해자에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두 번째 묶음과 세 번째 묶음은 피해자가 불기소처분에 대해 이의 제기를 했던 항고와 재정신청 기록이었다. 네 번째 묶음이 무엇인지 물으 성폭력 사건 법정에서 나는 소망한다 이은의 (변호사) ‘미투가 붐’이라는 둥, ‘미투 시대’라는 둥 호들갑의 이면에, 해저에서 지진이 난 후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처럼 ‘백래시(반발 심리 및 행동)’의 파고가 높다. 자신이 당한 피해를 말하는 피해자들이 등장하고, 사회는 동요했다. 하지만 사회가 귀를 기울이는 것과 사법기관이 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속도다.그러는 사이 인터넷 익명 뒤에 숨어서 성폭력 피해를 입 밖으로 꺼낸 피해자들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평가하다 못해 조롱하는 일들 역시 일상이 되었다. 현실의 미투는 하기 전이나 하고 난 후나 험난하고, 인터넷상의 폭력은 어려움도 피해자가 입을 열면, 소송으로 입 막는 가해자 이은의 (변호사) 젠더 문제를 두고 누군가는 역차별을 말하고, 누군가는 갈등을 경계한다. 미러링이니 반격이니 하는 이야기가 몇 년째 분분하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정말 어떤 변화가 온 것만 같다. 여성들이 주축이 돼 벌이는 대규모 시위는 연일 논란의 도마에 오른다. 이들이 내뱉는 과격한 불만의 언어를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끝나지 않는 논쟁 속에 성폭력 피해자의 삶도, 피해자를 지원하는 변호사의 일상도 덩달아 뜨거워진다. 이렇게 뜨거운 일상을 살면서 정말 ‘위험한 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지 만 3년6개월이 되 여청팀과 경제팀 그 사이를 오가며 이은의 (변호사) 성범죄 피해자라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범죄지 관할 경찰서에서 사건을 담당한다. 주로 여성아동청소년수사팀(이하 여청팀)이 맡는다. 여청팀은 ‘그나마’ 경찰서 내에서 성 인권 감수성 수준이 높고 수사 당사자를 최대한 배려하고자 노력한다.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몇 년간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의뢰인들과 함께 경찰서를 참 많이도 다녔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 과거에는 여청팀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최근에는 여청팀만큼이나 경제팀을 왔다 갔다 한다. 불법 촬영 피해자가 ‘남자’라는 이유로? 이은의 (변호사)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 5월16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최다 추천 청원 제목이다. 5월11일 시작된 청원은 닷새 만에 35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발단은 홍익대학교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발생한 남성 모델에 대한 불법 촬영(몰래카메라) 사건이었다. 여성인 범인은 사건 발생 1주일여 만에 검거됐고, 조사 결과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여론이 들끓었다. 피해자가 남성이라 신속히 처리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였다.경찰의 발 빠른 대응은 피해자가 남성이어서라기보다 세간 옥상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이은의 (변호사) 밀린 서면을 쓰려고 출근한 일요일이었다.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주말에는 사무실로 전화가 와도 잘 받지 않는데, 딴생각을 하다가 얼떨결에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어눌한 한국말이 들려왔다.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상한 전화인가 싶어 끊으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결혼 이주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남편과는 몇 년 전 이혼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었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며 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사장이 계속 성추행을 했고 최근 경찰에 신고한 상태라고 했다. 여러 정황상 사정이 딱 성희롱 피해자가 긴 편지를 보내왔다 이은의 (변호사) 직장 내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성희롱이나 이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내부 관행에 대한 이야기로 사회가 뜨겁다. 도화선이 된 특정 사건들의 내막이나 시시비비를 떠나, 사회가 함께 뜨거웠던 온도는 긍정적인 담론을 가져온다. 성희롱을 고지받은 후 공공기관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정책안이 나올 정도로, 진지한 고민과 담론은 힘이 셌다.얼마 전 맡은 사건 역시 피해자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뜨거운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술에 취한 남성이 야간에 여대 건물에 들어가 여학생을 뒤에서 안고 도망가다가 이를 저지당하자 여학생을 발로 찬 형 ‘합리적 의심’ 뒤에 숨은 ‘불합리한 외면’ 이은의 (변호사) 성폭력 피해자들을 법률 지원하면서 가해자가 처벌받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 피해자들한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뭐가 합리적 의심이라는 거냐”이다.무죄 추정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 아래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 있으면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법리가 불합리하게 적용되면, 뻔한 거짓말을 하는 가해자가 처벌을 피해 간다.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본 피해자에게 합리적 의심 대신 불합리한 외면만 남는다.사회변화에 맞추어 성폭력 사건들이 법정에서 많이 다뤄진다. 이런 성폭력 사건들에서 적용되고 있는 합리적 성폭력 피해자가 받은 질문 “왜 동맥 대신 정맥 그었냐” 이은의 (변호사) 고소 후 조사를 받거나 기소가 되어 재판을 하다 보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받는 질문이 있다. 상담하는 과정에서 미리 점검하는데, 그 질문들을 들여다보면 꽤나 씁쓸하다.“왜 가해자와 단둘이 술을 마셨나요?” “왜 가해자와 밀폐된 노래방을 갔나요?” “왜 문을 열고 도망치지 못했나요?” “왜 좀 더 저항하지 못했나요?” “왜 사건 직후 화를 내거나 항의하지 못했나요?”….유독 성폭력 사건이 그렇다. 피해자는 충분한 정도의 예방조치를 했으며, 최선을 다해 범죄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내용의 소명을 요구받는다. 도둑맞은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