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어 이민경 (작가) 서지현 검사의 ‘미투(Me Too)’로부터는 석 달, 미투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_내_성폭력 운동’으로부터는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미투 앞에서 크게 둘로 나뉜다. 미투를 지겨워하는 쪽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쪽. 얼마 지나지 않아 각각은 이렇게도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미투를 실패라는 단어로 곧장 호명할 쪽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이후를 끊임없이 궁금해할 쪽.나 역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미투는 실패했을까. 미투라는 이름으로 떠오른 개별 사건에 주목해서 보면, 미투의 등장과 동시에 우리는 말한다 “이런 시대를 끝내자” 이민경 (작가)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이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말했다. 남성들 사이에서 팬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아이린의 사진을 태우거나 자르고,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이럴 수 있느냐’라는 반응도 나왔다. 말 그대로 난리였다. 같은 날 동덕여대 학생들은 하일지 교수 파면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그가 수업 중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를 모욕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그가 지금껏 일삼았던 온갖 여성혐오적 언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여자들은 자신을 강간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장애인은 성관계를 하는 것만으로도 고 여성의 마음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세상 이민경 (작가) “마음이 떠나서 남자친구랑 헤어졌어.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만 왜 헤어졌느냐고 물어. 마음이 없어져서라고 말했는데도 못 들은 것처럼 다시 물어봐. 진짜 그게 다냐고.” 친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착하고 좋은 사람인데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져도 되는 걸까?” 다른 친구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왜 헤어졌어? 혹시 여자 생겼다니? 솔직히 말해도 돼. 그냥 그랬을 리는 없잖아.” 생각 끝에 이별을 결정했다는 딸에게 엄마가 물었다. 여성과 남성이 맺은 연애 관계가 끝났을 때, 여성을 둘러싼 주변인들은 으레 이유 ‘유아인의 용기 있는 페미니스트 선언’으로만 남은 사건 이민경 (작가) 경찰이 가정폭력 피해 쉼터를 찾은 가해자를 두둔했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결국 퇴사했다. 한양대에서 총여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폐지 요구를 받는다. 어제까지 어떤 싸움도 명쾌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오늘 싸움이 또 시작된다. 주된 싸움터는 유일하게 목소리 낼 수 있는 피난처이자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온라인이다. 응답 없는 현실에 차오르는 절망, 새롭게 등장한 가해자에게 치미는 증오, 기약 없는 기다림이 모여 있는 곳. 가상세계로 불리는 이곳에서 실재하지 않는 싸움은 단 하나도 없다. 전부 현실에 발 딛고 모두 알고 있었다 다만 말하지 못했을 뿐 이민경 (작가) 최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 에바 그린, 레아 세이두, 카라 델레바인과 같이 고발자들의 이름이 화려하다는 점에서 한층 주목받았다. 이들의 화려한 이름은 단순히 흥밋거리로 다루어질 일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개인이 아무리 높은 위치까지 올랐다고 하더라도 명성과 재력, 영향력을 비롯한 그 모든 것이 ‘여성’이라는 성별 앞에서 무력했다는 사실이다.고발이 시작되고 반응은 다양했다. 젠더 폭력을 겪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더 필요한 이유 이민경 (작가)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가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도를 넘은 비방과 공격에 시달렸다. 페미니스트 교사를 학교 밖으로 내보내라는 요구도 거세다. 교사란 무릇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모든 주장은 정치적이다.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갈 구성원을 교육하는 기관으로서 학교 역시 언제나 그러했다. 정치적이지 말라는 목소리야말로 가장 정치적이다. ‘열렬히 행동함’만이 정치적인 게 아니다. 비정치성을 강조하는 태도가 결국 무엇이었는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경험했다.정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성범죄를 부르고 이민경 (작가) 지면에 글을 싣는 차례가 돌아오는 한 달 동안은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 내내 고민한다. 날짜가 다가올 때까지 끊임없이 주제를 바꾼다. 이번엔 유독 더했다. 처음에는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쓰려고 했다. 그를 애써 비호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한 중학교에서 수업 중 벌어진 학생들의 집단 자위 사건을 쓰려고 했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위계관계보다 강력한 성별 위계관계를 짚고 싶었다. ‘그럴 수도 있다’라는 누리꾼의 말이나, ‘집단적이거나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장난이었다’라는, 절대로 반어관계에 놓일 수 없는 말로 여성의 삶을 대신 말하는 오만한 남자들 이민경 (작가) 며칠 전 SNS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봤다. 직원이 대부분 여성이며 임원도 거의 여성이고, 직원들은 3일씩 주어지는 생리휴가를 남발하는 반도체 회사가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A라는 한 페미니스트 직원이 유독 남자 직원들을 괴롭게 했다. 남자 화장실에 피에 전 생리대를 붙여두거나, 포스트잇을 붙이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그렇게 문제를 일삼던 A는 어느 날 남자 직원들에게 또다시 공격적인 행동을 했다. 이번엔 가방에 든 물건들을 던졌는데, 얻어맞고 보니 소지품의 정체는 차례대로 페미니스트 배지, ‘입트페(입이 트이는 페미니즘)’라 불리는 저 사람은 ‘콜라남’이라고 불릴까? 이민경 (작가) 대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SNS를 켜니 생소한 듯 생소하지 않은 단어 하나가 화제였다. ‘안경 몰카.’ 한 걸그룹 멤버가 자신의 팬 사인회를 찾은 남성 팬의 안경을 벗게끔 유도했다. 해당 남성은 몰래카메라 기능이 있는 안경을 쓰고 팬 사인회를 찾았는데, 걸그룹 멤버가 그걸 잡아냈다. 나는 솔직히 ‘안경 몰카’ 사건 전만 해도 그가 속한 걸그룹을 알지 못했다.나는 이번엔 볼펜·단추·리모컨같이 온갖 물건으로 위장한 몰래카메라에 딱히 분노하지 않았다. 대신 그 짧은 순간에 안경 몰카를 알아채고, 그러고도 화내거나 얼어붙지 않고 그래서, 절대 결혼 안 해 이민경 (작가) 어쩐지, ‘육아 예능’에 이어 가상 결혼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늘었다 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의도’로만 만들어졌다고 볼 순 없지만 순전히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만도 없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제13차 인구포럼’ 보고서를 보면 심증은 굳어진다.휴학이나 해외 연수처럼 불필요한 스펙을 쌓게 해서 채용에 불리하게 하기, 가상현실 배우자 탐색 기술을 대학에 보급하기, 하향 선택 결혼을 하도록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되, 무해한 음모 수준으로 진행하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거센 비판을 받았고, 논란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