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시민’, 투표권을 획득하다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지난 12월23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28일 통과되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하향하는 부분이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청소년과 함께 치를 수 있다. 대부분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투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02년 4월 이전에 태어난 학생들과는 같은 유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 정말 기대가 크다. 한편에서는 학교가 정치화할 수 있다며 개정안을 취소하라고 하지만 교사로서 보기에 그런 주장이야말로 그동안의 학교 속 정치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학교는 이미 충분히 3학년 2학기 교실의 풍경과 상처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어느 날 학생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친구가 지금 하는 수업은 누구를 위한 수업인지 물었다’며 ‘교사 입장에선 이런 분위기에서 수업하기 어떠냐’라고 물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수업시간은 학교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은 시간이다. 내가 속한 학교는 미디어 관련 특성화고여서 크게 세 부류의 학생들이 있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 수시로만 진학을 준비한 학생,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이 모든 부류 중에서 3학년 2학기 수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단은 없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오로지 수능을 위한 시간이고, 수시를 준비한 학생 인권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딜레마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양자물리학에 대해 좀 아는 사람 있어요?”“대화에 낄 정도만요.”〈어벤져스:엔드게임〉에 나온 이 대사에 공감한 관객이 많았을 것이다. 어차피 전공자에게도 어려운 개념이니 대화에 낄 정도라고 말하면 대충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 할 말이 없으면 어벤져스나 고양이 얘기라도 하면 얼추 낄 수 있다. 그 정도만 해도 왠지 아이슈타인을 넘어서는 것 같은 쾌감도 얻을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니 양자역학을 잘 몰라도 인정은 하고 있는 내가 아이슈타인보단 낫다고 정신 승리를 하게 해줄 수 있다. 물론 우리 대부 서울시교육감님, 이럴 줄 모르셨나요?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머리카락 색과 모양을 자신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곳, 오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국민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곳. 서울에도 그런 학교가 여전히 많다. 학생에게 그러한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데도 지난 몇 년간 어떤 교육감도 조례를 위반하는 학교를 제재하지 않았다.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고 비로소 지난해, 서울시교육감은 두발자유를 선언했다.그 뒤에 이상한 말이 붙었다. 공론화를 통해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교칙을 제·개정하라는 것이다. 자유를 선언하긴 했는데 알아서 하라니. 조례도 있고,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잘 되는 토론, 안 되는 토론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최근 학교에서 두 번의 토론 과정을 목격했다. 하나는 우리 학급의 체육대회 입장 행렬을 정하는 토론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칙을 개정하는 토론이었다.체육대회 때, 우리 학교에선 학급별로 공연의 성격을 지닌 입장을 하고 있다. 우리 반 학생들도 체육대회 몇 주 전부터 입장 콘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의상과 음악을 선택해 안무도 구성했다. 중간에 시험 일정도 있었지만 틈틈이 준비했다.그 과정에서 매우 사소한 것까지도 둘러앉아 토론을 통해 정했다. 어느 시점에 모자를 벗을지, 그리고 다시 쓰는 게 좋은지 아니면 멀리 던지는 게 좋을지 하나하 ‘담임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사립학교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문득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이 상황에서 불편한 것은 내가 이상해서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학교에서 나는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학생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여러 상황에서 학생인권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다 보니 교사들과 부딪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올해는 오랜만에 담임을 맡게 되었다.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교가 학생을 대하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옳지 않다’고 따지는 일도 생기는데 대개 내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대다수 교사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 공정한 입시 따윈 불가능하다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예전엔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는데….”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선배 교사가 이런 말을 할 때 힘이 쭉 빠진다. 저 말을 하는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동일하다. 특히 저런 말을 하고 나서 “그냥 옛날처럼 하면 되는데…”라고 하는 선배와는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진다.시험지 유출 사건과 드라마 〈SKY 캐슬〉의 엄청난 흥행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고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한다. 맞다. 부자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말은 꽤 타당한 수학 시간에 잠 좀 자면 어때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수학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선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시작한다. 오전인데 벌써 지친 표정의 학생이 있다. 몇몇 학생은 엎드려 자고 있다. 하지만 이 교실은 붕괴하지 않았다. 내 수업을 잘 들어주는 학생도 꽤 보인다. 그거면 충분하다. 모두가 수업을 잘 들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모든 학생이 수업을 듣게 하려면 수학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깨닫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인류 역사에 그런 적은 없었다. 결국 수학 교사들은 수학이 입시의 최고 과목임을 주장하며 수학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고 설득한 핵 버튼만큼 막강한 전원 버튼?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추워지고 있다. 추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은 곧 짜증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더울 때와 추울 때가 학교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하다. 당연히 날씨는 죄가 없다. 단지 그 날씨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인내’를 강요하는 학교 분위기가 짜증날 뿐이다. 점점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여름의 시작과 겨울의 시작이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5월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아무리 추워도 12월 전에는 히터를 틀지 않으려 한다.올해 여름에도 그랬다. 5월부터 여름의 날씨는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원성이 커지고 교사들도 더워서 수업을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해서?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역시 프랑스는 대단하다.” 동료 교사가 기사를 보고는 감탄한다. 대체 무슨 기사를 보고 놀란 것인지 물으니, 프랑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한다.‘대체 프랑스가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보다 학생 인권을 훨씬 더 보장해주는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왜 그런 법률이 제정되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이상한 구석이 많았다.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된 것은 7월30일이다. 한국 기사를 검색해보니 그때 이미 여러 언론에서 보도됐다. 그런데 9월 초에 새로운 소식인 것처럼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수업의 가벼움 이윤승 (서울 이화미디어고 교사) 나는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 첫 시간마다 ‘왜 모두가 수학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수학교육론에 따르면 수학을 배우는 이유는 논리적 사고 능력의 배양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주된 대답은 시험과 성적, 진학이다. 학교가 내게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논리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수학뿐 아니라 대부분의 교과 수업은 시험을 목표로 진도를 나간다. 그러다 보니 시험이 끝나면 교사와 학생은 목적을 잃고 만다. 고3 학생들이 수능이 끝난 후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