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권’ 가진 교사 ‘결정권’ 뒤에 숨지 마라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그날도 느슨한 자세로 온라인 수업을 듣던 아이가 “으아~” 하면서 방에서 뛰쳐나왔다. 이 닦고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윗옷만) 전광석화같이 눈썹도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학교에서 유일하게 쌍방향 수업을 시도한 어느 과목 선생님이 이날따라 아이들에게 얼굴도 보여달라고 한 것이다. 세상이 자기 앞머리나 코 위 뾰루지에 주목한다고 여기는 중2인지라 쌍방향 수업에도 다들 화면은 암전 상태였는데(내 아이는 실수로 ‘화면 켜짐’을 누를까 봐 지우개 껍데기로 카메라 부분을 가려놓기까지 한다) 대략 5분 뒤 ‘준비’를 끝낸 아이들이 줄줄이 등 ‘시험 없는 챌린지’를 응원한다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처음 개학이 연기되었을 때 아이는 “‘자유학년제’도 있는데 ‘자가학기제’ 못할 게 뭐 있냐”라며 ‘슬기로운 자가생활’을 장담했다. 좋아하는 배구는 못하지만 배그(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 도중 ‘초딩이’로 추정되는 악동들에게 놀림받듯 건건이 ‘팀킬(아군 공격)’을 당하고는 울음보를 터뜨렸다. 질질 짜며 이제는 진짜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 지점에서 위로를 해야 할지….온라인 개학 방침이 발표되고 ‘마지막 숙제’ 같았던 초등 1·2학년 수업 방안까지 아이 보면 한숨 나오는 당신 잘 키우고 계신 거다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분리수거를 하는데 한 아이의 통화 소리가 들렸다. “안 타. 엄마가 태워다준대.” “코로나 위험하다고.” “그래도 빠지지 말래.” “몰라. 문 닫았으면 좋겠어.”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 어느 부모가 학원 버스는 태우지 않고 그래도 학원에는 가게 하는 모양이다. 친구와 나누는 대화 같은데 짜증이 잔뜩 묻어 있다.많은 학부모들이 방학 준비로 혹은 신학기 준비로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학원 스케줄이다. 학원이 주는 효능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불안을 잠재운다. 학습이 부진하면 나아지리라, 그럭저럭 괜찮으면 그대로 죽 괜찮으리라 여긴 “그 집 아이가 어느 대학을 다니는데···”라는 말버릇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누구나 ‘장수생’ 한 명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수능만 내리 몇 년째 보고 있는 젊은이들 말이다. 지인의 아들은 삼수 끝에 붙은 대학이 마음에 안 든다고 군에 입대하고도 휴가 기간을 맞춰서 계속 수능을 보았다. 보면 볼수록 성적이 조금씩은 오르니 말릴 재간이 없다고 한다. 제대하고는 집중해서 한 번만 더 보겠다고 한단다. 또 다른 지인은 성적이 안 좋은 아이에게 전문대학을 권했으나 아이가 곧 죽어도 알 만한 4년제 대학을 가겠다고 우기고 있어서 난감하다고 한다. 두 집 아이들 모두 ‘시야각’이 지나치게 좁은 탓이다.아이는 부모의 한 ‘뺑뺑이’로 대학에 가자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밤 11시. 아이의 카카오톡이 위잉, 위잉 울려댄다. 어지간한 어른도 잠자리에 들 시간에 아이들의 사교활동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대부분 학원 마치고 집에 와서 한숨 돌리는 이 시간이 유일하게 짬이 맞는 때다. 수다 떨고 바로 자면 모르겠으나, 일부는 그러고 또 눈 비비며 학원 숙제를 해야 한다. 고작 중학교 1학년생이 이렇다. 자유학년제 기간이라 학교 시험 부담은 없지만 이참에 ‘바짝 달려놔야’ 하는 것이다. 상당수는 초등 고학년부터 이런 일과를 이어오고 있다.미용 관련업에 종사하는 그이는 아이를 동남아시아의 한 국제학교로 보낸 공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위하여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중학교에는 듣도 보도 못한 교내 대회들이 정말 많다. 내 아이 학교에서는 지난 1학기에만 스물다섯 개였다. 매주 한 개 이상이다. 이런저런 발표나 실험, 글쓰기, 겨루기, 그리기 등은 알겠는데 영어 프레젠테이션, 수학 노래 UCC, 독서 퀴즈, 창의적인 생활 소품, 발명 아이디어, 중국어 홍보물 만들기 등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하다. 그나마 올해는 교장 선생님의 결단으로 줄인 것이란다. 대체 왜 하지 싶은 대회가 난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중학교 내신의 마지막 ‘공그르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고나 과학고 등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아이들은 뛰는데 성교육은 걸음마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아이 아빠가 옷을 고르며 “남자는 핑크지” 했다. 아이가 나무랐다. “그거 편견이야.” 얼마 전 휴대전화를 바꿀 때에도 이 말을 했는데 당시 아이는 시큰둥하고 나만 웃었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은연중에 ‘성별 고정관념 뒤집기’라는 20세기형 의식과 실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씩씩한 여자아이를 격려하고 차분한 남자아이를 칭찬하는 식의.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는 이미 그런 구분 자체를 넘어서 있는데 말이다. 내가 “그냥 아재 개그”라고 하자, 아이가 “아재가 무슨 죄냐”며 “솔직히 엄마 개그가 더 구리다”라고 덧붙인다. 쩝, ... 학교 일에 낄낄빠빠, 학부모 지혜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학부모 보람교사 활동을 하러 갔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학교를 돌아다니며 아이들 생활지도를 하는 일이다. 한창 뻗치는 아이들이 ‘딴짓’을 못하게 존재 자체로, 정확히는 조끼 자체로 어필하는 역할이랄까.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아이들 구경하면서 학교 분위기를 느껴보는 정도이다. 시간에 맞춰 갔더니 학년 초라며 학부모 대표도 나와 있었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해 공지해두면 누구든 이해할 텐데 굳이 설명해주겠다고 며칠째 나오는 게 고맙기도 하지만 말이 길어지자 좀 부담스러웠다. 굳이 묻지 않은 ‘학부모 됨’에 대한 충고와 조언... 아이에게 아직 친구가 없다면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새봄, 학부모 처지에서는 어떤 교사를 만날까 궁금하지만 아이들은 머리가 굵어갈수록 ‘선생님은 어차피 선생님. 거기서 거기’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내 아이를 봐도 그렇다. 첫날 학교에 다녀온 뒤 같은 반에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부터 줄줄 읊는다. ‘아는 아이’ 위주다. 희비가 갈린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면 세상 다 얻은 것처럼 든든하고, 옆 반이나 하다못해 같은 층이라는 사실이라도 꼽으며 안심(하고자) 한다. 앞으로 몇 년간 내 아이를 키우는 8할은 친구일 것이다. 혐오 문화가 원초적으로 작동하는 ... 아직 젖을 떼지 못한 대학생들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대학병원 인턴·레지던트의 부모들이 조를 짜서 간식을 넣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유명 대학병원일수록 부모의 ‘뒷바라지’가 극성이라고 한다. 대학 공부 마치고 월급도 받는 멀쩡한 성인에게 부모가 간식 당번이라니. 놀라는 내게 지인은 “유명 의대 다닌 잘난 자식이라 더 ‘이유(젖떼기)’를 못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병원 근무가 바쁘고 힘들다지만 그대로 받아먹는 자식들은 또 뭔가, 싶었다. 대학생인지 유치원생인지 혀를 차게 만드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학점을 놓고 부모가 교수에게 따지거나, 심지어 “아이가 오늘 아프다”며 부모가 ... ‘중2병’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닐까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착한 아이는 □□다. 한 동네에 오래 살면서 내 아이와 또래의 성장을 지켜본 편이다. 유아 시절에는 이 네모 칸에 ‘예쁘’다,라고 썼을 것이다. 초등학생 때에는 살짝 안타까운 마음으로 ‘치인’다,라고 쓰게 된다. 아이가 중학교 진학을 앞둔 요즘은 복잡한 심경을 담아 이렇게 쓴다. ‘아프’다. 유독 순해서 눈에 담기던 아이가 있다. 6학년 2학기가 되면서 그 아이는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엎드려 잠만 잔단다. 종종 밤 12시 넘도록 학원 숙제를 해야 해서란다. 축구를 해도 골키퍼만 하려던 아이였다. 달리면서 다른 아이의 공을... 아이를 키우는 놀이터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급기야 아이가 도시락을 싸서 놀이터에 가겠다고 한다. 금요일 오후 청소년수련관에서 하는 발레 수업과 저녁에 하는 시민회관 합기도 수업 사이에 집에 들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녁 먹으러 오가는 시간도 아껴 내처 밖에서 놀겠다니, 서둘러 유부초밥(같이 노는 동네 동생 것까지 2인분)을 만들어 담으며 이 아이를 키운 건 8할이 놀이터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는 옷과 도시락을 가방에 욱여넣고 신이 나서 나선다. 불타는 금요일, 놀이터에서 생수 병나발 불며 꽥꽥 놀아줘야 한 주의 마무리가 잘 된다나. 우리 동네 중앙공원 놀이터에는 그런 ... 기억하자, ‘Yes is Yes’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초등학교 5~6학년 남자아이들의 뇌를 그려보면 90% 이상은 성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비슷한 어감의 단어만 나와도 얼굴 붉히고 킥킥대느라 정신이 없다. 가령, ‘석수고등학교에서 농구 시합이 있다’ ‘그것 참 기발한 아이디어구나’ ‘아, 김용기 학생 있나요’ 이 세 문장을 듣고 특별히 연상되는 게 있으신지. 아이들은 뒤집어진다. 곧바로 섹스고등학교, 발기하다, 앙기모띠(일본 야동에 나오는 ‘기분 좋아’ 쯤의 감탄사)를 떠올린다. 초등 5학년 정도면 야동 안 본 남자아이가 드물 것이다. 지금 학부모들이 어릴 때에도... 아이의 ‘카톡 가입’ 반대한다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초등 고학년 반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아이가 튀는 행동을 일삼았다. 아이돌 팬클럽 행색으로 등교하거나 우울하다며 안락사 방법을 묻는 식이다. 반 아이들 옷차림이나 행동에 대해 “~쩔어” 하며 놀려먹기도 했다. 일종의 ‘관종’ 행세였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은 좋은 무대였다. 어느 날 몇몇 아이가 이 아이를 묵사발로 만들었다. 방과 후 놀자며 모인 자리에서 진실게임을 빙자해 “누구 때문에 학교 오기 싫다” “우리 반에 꼴 보기 싫은 애가 있다” “이 자리에 있다” 식으로 공격한 것이다. 이 사건의 모의 역시 단톡방에서 ... 아이의 ‘관계 근육’ 키우기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소싯적 아이가 한 친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일이 있다. 그 친구 얘기를 하다가 눈물이 흐르는지 눈가를 가리며 끙 하고 돌아누웠다. 여섯 살 아이의 등짝에서 사연 많은 60대 아주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철렁했다. 나는 그때 ‘돌봄 구력(일명 엄마 구력)’이 한참 딸릴 때였다. 첫아이 키우는 처지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다. 안면만 있던 이웃의 ‘선배 엄마’를 길에서 붙잡고 무작정 물었다. 그이가 해준 말. “‘그랬구나, 그렇구나’ 맞장구 쳐줘라.” ‘그 친구가 그랬구나. 그래서 네 마음이 그렇구나.’ 별말 아닌 것 같지만,... 금세 ‘스몸비’ 되는 아이들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이웃을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집 아이에게 “엄마 언제 와?” 전화가 왔다. 여드름이 올라오는 나이에 아직도 살뜰하다고 덕담을 했더니 돌아온 대답. “제가 일찍 올까 봐 그런 거예요.” 아, 네. 이해한다. 아이들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게임을 하고 싶다. 간만에 집에서 실컷 게임을 하려는데 엄마가 일찍 들어오면 곤란하다. 막 ‘틴에이저’가 된 내 아이도 예외는 아니다. 주중에 한 번, 주말에 두 번 40분씩만 하기로 정한 뒤 데스크톱 컴퓨터에 유료 게임을 깔아줬다. 맨땅에 집을 짓고 새로운 세계... 신학기 공개수업에 꼭 가야 하는 이유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공개수업 계절이다. 절대, 무조건 참석하는 게 좋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1~2년에 한 번인 건강검진을 빠뜨려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공개수업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학부모이자 양육자로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손 한번 제대로 못 든다, 발표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자꾸 실수한다, 딴청 부린다, 산만하게 둘레둘레한다, 앉은 자세가 엉망이다, 너무 나대거나 설친다…. 공개수업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걱정하거나 속 터져 하는 모습들이다. 유아기 때는 양육자의 80~9... ‘삽질 비용’이 준 깨달음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아이가 다섯 살 때 유치원 마칠 시간에 데리러 가면 징징대며 영어 수업 교실로 가던 아이들이 보였다. 본 수업은 설렁설렁 해서 쉽지만 추가비용을 내는 방과후 수업은 ‘학부모 니즈’에 맞추느라 수준이 꽤 높다고 원장 선생님이 설명하셨다. 난 당시 막 나오기 시작한 ‘세이펜(단어나 그림 등에 갖다 대면 읽어주는 두꺼운 펜 모양의 도구)’을 구입했다가 본전은커녕 진을 뺀 터였다. 유치원을 통해 할인 구입한 고가의 세이펜은 마법의 방망이 같았다.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가 즐겁게 하리라 여겼다. 꿈이었다. 내가 참을성이 없나 자책도 ... 아이들은 선생님을 일단 좋아하고 본다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전학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귀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다. 늘 노는 운동장에도 없었다. 초조해진 순간 아이에게 연락이 왔다. 교실에서 다툼이 생겨 한 명씩 상담하고 경위서를 쓰고 그러느라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순간 욱해서 “선생님 옆에 계시냐” 했는데, 다행히 안 계셨다. 놀란 학부모의 노이로제와 히스테리를 고스란히 감당할 뻔. 나중에 듣고 보니 즉각 시비를 가려줘야 할 상황이었다. 선생님도 경황이 없었을 것 같다. 귀가 한두 시간 늦는 것은 별일 아닌 동네 분위기도 한몫했다. 내가 첫사랑을 ... 보여주기식 양육의 결과는?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거대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든 엄마가 연신 아이에게 킥보드 질주를 요구했다. 추석 연휴 어느 날 고즈넉한 숲길에서 겪은 일이다. 대여섯 살 남자아이들이 나무 데크 보행로를 씽씽 타고 내려오니 소음도 소음이거니와 걱정이 되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이 아빠는 배경으로 멀리 세워두었다. 한술 더 떠 ‘찍사’ 엄마와 ‘배경’ 아빠는 내 시선을 사뭇 의식하는 듯했다. ‘여보세요, 부럽거나 예뻐서가 아니라 걱정되고 심란해서랍니다.’ 이 가족에게는 숲길의 조용함도 나들이의 즐거움도 뒷전으로 보였다. 잘 세팅된 공간에서 잘 찍은 사진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