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타인, 동물과 ‘연립’하는 삶 김원영 (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활동지원사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급여를 받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사람을 말한다. 덕분에 많은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와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다만 활동지원사와 관계를 맺는 일이 현장에서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상호 존중하고 합리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받는 관계가 적지 않지만, 갈등도 많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기에 장애인 이용자는 활동지원사에게 종속될 수 있고, 반대로 장애인 이용자를 통해 일자리를 얻은 활동지원사가 이용자에게 종속될 수도 있다. 인격과 인격이 자존심을 걸고 충돌하기도 하며, ‘아름다움’이라는 문제 앞에 선 사이보그 김원영 (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고 황건성 한양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내가 두 살 무렵부터 나를 진료해서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주치의였다. 목소리가 굵고 풍채가 좋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명절이 되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로 내 안부를 묻는 엽서를 보내주었다. 그는 30대 중반 의과대학 교수 경력 초기에 나를 만났는데, 내 신체는 그에게 중요하고 흥미로운 사례였다. 수많은 정형외과 레지던트들이 병실에 찾아와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다리를 만지고 사진을 찍었다.10여 차례 수술을 받으며 내 상태는 차츰 안정되었다. 1년에 한두 번은 정기 검사를 위해 서울 주변의 존재자와 결합하는 사이보그 김원영 (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2011년 가파른 경제성장의 궤도에 올라 있었다. 비 온 뒤 도심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다음 날까지 남았고, 유목 생활을 접고 올라온 사람들의 판잣집이 도시 입구에 줄을 서듯 길게 들어섰지만, 현대식 건축물과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활력이 넘쳤다. 그해 8월, 몽골에 장애인 인권을 위한 사회·정치적 인프라를 놓기 원하는 인권운동가들이 울란바토르에 모였다(당시 나는 로스쿨 학생이었다).한국·몽골·네팔·타이완·일본·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장애인·비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거리에서 장애인 이동권 캠페인을 펼 나는 채치수에게 맞서고 싶었다 김원영 (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자 친구들이 모두 말렸다. 우리 학년에는 외모, 책임감,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슬램덩크〉의 채치수를 닮은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리 욕심에 회장 출마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열다섯 살에 처음 구매한 휠체어로 특수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중학교 과정을 마친 후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일반 고교에 진학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장애가 없는 아이들 990여 명과 교복을 입고 함께 학교생활을 시작하자, 일상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어떤 종류의 어려움을 돌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아예 더 어려운 일에 맞서보는 장애가 시작된다는 것의 의미 김원영 (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18만원짜리 대형 휠체어에 처음 앉은 날은 열다섯 살 가을이었다. 작은 몸에 휠체어가 지나치게 컸다. 푹 들어간 몸으로 양팔을 치켜올려 팔꿈치를 직각으로 만든 후, 간신히 바퀴에 손끝을 댈 수 있었다. 첫 휠체어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품으로 무거운 철제 프레임, 낡고 두꺼운 가죽으로 이뤄진 등받이와 시트,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울퉁불퉁한 디자인의 플라스틱 핸드림(휠체어 바퀴를 따라 부착되어 손으로 바퀴를 움직이게 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애초부터 직립보행을 하던 사람들이 처음 휠체어에 앉으면, 그들은 태어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