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은 피할 수 있고, 피해야만 한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1992년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이라는 저서가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서 그는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은 ‘역사의 종말’을 의미하며 “인류는 이제 이념적 진화의 종착점에 도달해 자유민주주의가 인류 사회의 보편적 정치 모델로 자리 잡게 되었다”라고 단언했다.3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그의 예측은 참담한 오류로 귀결됐다. 서구 자유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고 냉전의 망령은 무서운 기세로 부활하고 있다. 2019년 7월23일 닉슨 기념관 연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 비극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지난 9월21일 밤 9시40분경 북측 등산곶 인근 해역에서 구조를 요청하던 우리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선 소속 공무원을 북한 해군 단속정이 무참하게 살해했다.김정은 위원장은 9월25일 ‘불법 침입자’에 대한 과잉대응의 결과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례적인 메시지이나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먼저 공동 수색을 통해 희생자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여 유족에게 돌려주고, 이를 위해 군사통신선을 복원해 정보교환을 재개해 주한미군 철수 ‘진실의 순간’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1970년 8월24일 닉슨 대통령 특사로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2주 동안 모든 일정을 미루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협상은 원만히 진행됐다. 미군 7사단 1만8000명을 감축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군 장비의 현대화, 장기 군사원조와 함께 2만명 이상의 주한미군 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확약했다.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파탄이 났다. 8월26일 애그뉴 부통령은 “한국군 현대화가 완성되는 향후 5년 이내에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처절한 배신감을 느낀 한국의 입장에서 볼턴의 회고록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공화 구분 없이 미국 조야의 전반적 분위기는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잘못됐다는 양비론이 대세다. 반면 한국에서는 다르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6·25 70주년… 이번엔 볼턴이 나라를 구했다’며 그를 칭송하고 나섰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볼턴 회고록과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정조사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가관이 아닐 수 없다.볼턴은 자신만이 미국과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 독선적 인물이다. 네오콘 중에서도 가장 교조적인 십자군이라 할 수 있 헛다리 짚는 CIA의 평양 분석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30여 년간 미국 중앙정보부(CIA) 공작관으로 일했던 도널드 그레그는 조지 부시 시니어(아버지 부시)의 부통령 시절 안보보좌관과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한 한반도 문제의 베테랑이다. 그는 미국 정부의 만성적인 대북정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로 ‘정보 실패’를 꼽았다. 북한을 악마화하고 붕괴론에 집착하는 CIA 분석관들의 고정관념과 집단사고(group thinking)가 정보 실패를 반복하는 배경이라는 개탄이다.최근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가운데는 CIA 분석관 출신들이 두각을 보인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전략국제문제연 코로나19 시대 한국의 역할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KIST 초빙 석학교수) 2001년 9·11 테러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역시 국가안보의 ‘새로운 일상(New Normal)’을 예고한다. 무엇보다 안보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에너지, 식량, 환경 등의 생태안보도 거론돼왔지만 팬데믹과 같은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안보 논의는 부차적 요소로 취급받았던 게 사실이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둘러싼 논의가 공공보건의 영역에 국한되고 말았던 배경이다.팬데믹 확산은 국가안보와 지구촌 안보의 경계 또한 무너뜨리고 있다. 개별 국가가 아무리 철저히 봉쇄조치를 자애로운 미국, 악의에 찬 중국?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Westlessness.’ 흔히 ‘외교안보 분야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뮌헨안보회의(MSC)가 2월14일 제56차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내건 키워드다. 문자 그대로 옮기면 ‘서구의 부재성(不在性) 혹은 실종 상태’ 정도 될까.주최 측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구축된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다자주의 전통의 쇠락에 더해 미국의 국제 리더십 결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정작 미국의 시각은 달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유럽의 지도자들에게 ‘세계를 지배하려는 중국’에 대한 ‘퍼펙트 스톰’ 예고한 빅터 차 틀렸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이른 새벽, 경제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조선일보〉 11월30일자에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기고한 ‘퍼펙트 스톰’이라는 제목의 칼럼 링크였다.칼럼 요지는 대략 이렇다. 올겨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편으로는 북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을 이유로 주한 미군 축소 혹은 완전철수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핵 정책에 공조를 취하면서 워싱턴 내 지지 세력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주 적게 주고 많이 받겠다고?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아쉬움이 크다. 기대를 모았던 10월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접촉이 성과 없이 끝났다. 하지만 곱씹어볼 대목은 남아 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스톡홀름 실무접촉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극명한 시각 차이다. 김명길 북한 측 대표는 자리가 파하자마자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 없이 빈손으로 회의에 임했다’고 비난하며 ‘역겨운 대화’를 더 이상 진행할 용의가 없다고 못 박았다. 미국 국무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실무접촉에서 나눈 대화가 건설적이었고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들도 제시되었다는 보도문을 내놓았다.이 미묘한 김대중 대통령의 충고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한국은 그동안 특혜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되거나, 아니면 우리 아세안 친구들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7월31일 아세안지역포럼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남긴 말이다.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의 한마디는 정곡을 찔렀다.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한국을 뺄 게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을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한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27개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모두 백인 국가다. 한국이 빠지고 이제 명실상부하게 ‘화이트 국가들을 위한 화이트리스 영변 핵시설이 핵심이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이제부터 진행될 북·미 실무접촉은 먼저 하노이 회담 결렬을 복기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로의 견해 차이를 재확인하고, 북측이 제안했던 영변 핵시설 전면 폐기와 그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의 디테일을 논의하는 작업이 첫 의제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영변 핵시설이 쟁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6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외 뉴스 통신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전부가 검증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 문재인 정부는 쓴소리를 해야 한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출범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먼저 북한발 딜레마다. 남북한 사이의 접촉이 끊겼다는 점뿐 아니라, 평양이 내보내는 메시지의 내용 또한 심상치 않다. 4월12일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하고, 철도 연결 사업도 과감히 추진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미국에 끌려 다니지 말고 북핵, 당신들의 대안은 뭔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문재인 정부가 동네북이 되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가 마치 한국 정부 탓인 양 비판이 쏟아지더니, 4월11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드세다.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전략도, 준비도 없이 성급히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가 패착을 맞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제재 완화 운운하며 북한 입장만 옹호하다가 한·미 동맹에 금이 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가 자존심을 손상케 하는 대미, 대북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문재인 정부의 전략은 분명하다. 하노이 문정인 특보가 제안하는 북미 협상 해법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협상의 끝은 아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노이 회담이 성공이었으며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수주 안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북한의 대응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3월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볼턴 보좌관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각별히 예우한 것만 봐도 그렇다.지금까지 공개된 사실만 종합해보면, 요컨대 미국의 빅딜(big deal)과 북한의 스몰딜(small deal) 사이의 큰 간극이 결 김정은 신년사 폄하하지 말라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2018년에 비해 깜짝 놀랄 만한 메시지가 없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자립경제와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 전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이루었다는 자평과 더불어, 인민 생활 향상을 새해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다방면의 개혁을 독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군수산업도 민수 부문의 경제성장과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에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 역시 같은 맥락이다.때로는 한 말보다 하지 않은 말이 더 흥미롭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핵 단추, 침략 세력, 전쟁 도발이라는 자극적이고도 상투적인 용어들이 미국의 합리적 태도를 기대하며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최근 한반도 정세가 우려스럽다. 크게 세 가지 쟁점이 한반도를 떠돌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 완화 문제다. 북한은 그간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을 사실상 폐기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부분 해체에 들어갔으며, 미국의 참관하에 나머지 부분도 폐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9월 평양 공동선언 제5조 2항은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에 의거해 상응 조치를 취하면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인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 정도 했으면 미국이 부분적 제재 완화 의사를 밝혀야 하는 거 아니냐 평양 정상회담이 돋보이는 이유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지난 9월18일~20일 열린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로써 필자는 2000년 6월 1차, 2007년 10월 2차에 이어 평양에서 개최된 세 차례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하는 영예를 누렸다. 1·2차 평양 정상회담 모두 성공적이었지만 이번 3차 정상회담은 특별히 돋보였다.우선 형식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북측이 보여준 환대와 배려는 과거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여준 개인적 환대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2박3일간의 북한 체류 기간 내내 김 위원장은 국정을 ‘위장 평화론’을 반박한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얼마 전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필자를 비판하는 칼럼을 신문에 게재했다. 요지는 지난 1년간 이 정부의 대북·대미 정책이 필자의 예언과 예측, 조언대로 이루어졌고, 이는 한·미 동맹과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위장된 평화, 위험한 평화’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수긍하기 어렵다.김 고문이 거론한 ‘예언자 문정인’의 몇 가지 발언을 보자.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라는 샛길을 제시했고 정부는 그것으로 명분을 얻고 시간을 벌었다.”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연합 ‘트럼프 쇼크’, 아직 희망은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잘나가던 한반도 정세가 한바탕 덜컹거렸다. 일단 북·미 관계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5월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김 부상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서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며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일방적 항복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른바 ‘리비아 모델’ 논의에도 쐐기를 박았다. 같은 날 새벽 북측은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고, 5월17일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맥스선더 한·미 공중연합훈련과 판문점 선언, 핵심은 북의 태도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분단, 전쟁, 비극. 오랜 시간 판문점은 그 모든 뼈아픈 역사의 살아 있는 상징이었다. 바로 그곳에서의 12시간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평화의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엄숙히 천명한다.” 지난 한 해 우리가 감내해야 했던 극심한 위기감과 전쟁의 공포를 생각하면, 선언문에 담긴 ‘새로운 시대’는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 초현실적 서사에 가깝다.‘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이제 남과 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