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운명에 처한 울산, 되돌릴 수 있을까? 이종태 기자 울산은 한국의 제조업을 상징하는 산업도시다. 한국의 기간산업인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이 이 도시에 뿌리를 내리며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울산은 한국 노사관계의 상징이다. 착취와 억압에 분노한 현장 노동자들이 ‘전투적 조합주의’로 굳건히 단결해서 ‘자본’과 치열하게 싸웠다. 이는 한국 노동운동에 압도적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울산은 글로벌 최강의 산업단지와 ‘중산층 노동자’를 겸비한 부자 도시로 발전했다. 울산의 미래는 어떠한가? 지난 10여 년 동안 울산, 거제 등 경상남도 산업도시들에 대한 현장 조사로 〈중공업 가족의 유토 상식과 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자운 (변호사) 노동 사건을 하다 보면 ‘회사가 참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특히 오랜 시간 제 몸 상해가며 헌신적으로 일해온 노동자를 회사가 함부로 대할 때, 회사의 그러한 태도가 ‘부당하다’를 넘어 ‘불법’이라는 판단을 받아내는 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낀다. 수의사 A 사건도 그랬다.A는 어느 지역 축협에 전문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 축협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며 조합원 농가에 출장도 다녀야 했다. 특히 출장 업무가 힘들었다고 한다. 1400여 곳 축사에서 키우는 소 5200여 마리를 살폈다. 거세 시술이나 임신 진단을 할 때는 굳이 폴리널리스트의 길을 가려 한다면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요 신문·방송사 출신 언론인 다수가 각 당의 공천을 받고 있다. 한국에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을 칭하는 소위 ‘폴리널리스트(politics+journalist)’라는 조어까지 존재하는데, 이 용어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에 대한 꽤 부정적인 평가를 내포하고 있다.언론인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을 텐데 정치인이 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일까? 언론인은 민간인임에도 공직선거법에 따라 현직 신분을 유지한 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이해충돌의 가능성 때문이다. 규범적으로 언론인이 추구 “노란버스는 공공재다” [사람IN] 변진경 기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만큼이나 어린이들이 오래 머무르는 곳이 있다. 바로 그곳까지 아이들을 태워 데려다주는 ‘노란버스(어린이통학버스)’ 안이다. 노란버스 없이 대한민국 보육과 교육은 돌아가지 못한다.전국셔틀버스노동자연대(이하 셔틀연대) 박사훈 위원장(66·왼쪽)과 홍수인 사무처장(50·오른쪽)은 노란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 일은 곧 노란버스를 타는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셔틀연대는 전국의 어린이 통학버스 차량 대수를 30만 대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샘 올트먼이 반도체에 도전하는 진짜 이유 주하은 기자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에 최대 7조 달러(약 9000조원)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무엇보다도 비현실적 투자 목표 금액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7조 달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시가총액을 더한 금액(약 6조 달러)보다 크다. WSJ는 샘 올트먼이 아랍에미리트 정부 등 중동 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샘 올트먼이 인공지능(AI) 개발을 넘어 반도체 생산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반복되는 보은성 인사, 총선 후엔 낙하산 투하? 문상현 기자 한 민간 경제단체 회장 직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원회 출신 인사가 선임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정부가 영향력을 가진 민간기업 수장 후보로 이름을 올려오다가 경제단체장으로 선회해 낙점됐다. 인수위 또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장, 단체장 직에 오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임자 임기 종료에 맞춰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대선 공신들에 대한 보은성 인사가 반복되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올해 공공기관 사장 약 150명이 임기 만료에 따라 교체된다. 이 가운데 절반은 교체 시점이 오는 4 노래 만드는 일터, 노들노래공장 [포토IN] 신선영 기자 “오늘은 뭐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볼까요?” 2월19일 오후 노들노래공장(노노공)의 강사 만수씨(35·음악가 이민휘)가 노들장애인야학에 모인 중증 발달장애인 노동자 10명에게 물었다. ‘바다’ ‘친구의 마음’ ‘이사’ ‘고장’ 등 각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제안했다. 거수투표 결과 ‘바다’로 정해지자, 만수씨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바다 하면 뭐가 생각나요? 바다에 왜 가고 싶어요?” 후반부 가사를 지을 즈음, 바다 주제를 제안했던 황임실씨(47)가 화가 난다며 ‘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가 안정을 되찾자 이윽고 가사가 정해졌다. 알루미늄 회사에서 얻은 ‘절망의 죽음’ 증거들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내가 도대체 이걸 왜 보고 있는 거지? TV 홈쇼핑 화면에 혼을 빼앗길 때가 가끔 있다. 이를테면 화면 가득 확대한 모델의 콧잔등에서 피지를 한 개씩 쏙쏙 뽑아내거나, 종아리에 비누칠을 한 쇼핑호스트가 자신의 가락국수 같은 때를 열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들이 그렇다. 기상천외한 제품의 기능, 인체의 신비, 직업적 성실함의 예상치 못한 조합은 그저 감탄을 자아낸다.최근 나의 감탄 목록에는 3중 바닥에 특수코팅을 장착한 프라이팬 세트가 추가되었다.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진 낙지볶음을 태우고도 물 한 번만 끼얹으면 말끔히 세척될 뿐 아니라 사회적 제도 없이 “배려받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후배가 업무 시간이 좀 더 적은 회사의 사내 변호사로 이직하겠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할 텐데 대형 로펌에서는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을 적게 하고 월급도 적게 받는 단축 근로를 로펌에 제안해보면 어떨까 물었지만, 그는 단축 근로가 공식적 제도로 운용되고 있다면 모를까 자기가 앞장서 그런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대형 로펌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교수가 정의한 ‘높은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의 대표 직종 나쁜 보도를 수사로 응징할 수 있다는 위험한 착각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유난히 언론에 대한 수사가 자주 이루어지고 있다. 언론사나 언론인 압수수색 기사도 자주 나온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둘러싸고 압수수색이 집중됐다. 지금도 일부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2022년 대선 이전에 나온 보도들에 대한 수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 검사 10여 명을 투입해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만들어놓았으니 앞으로도 이런 소식은 계속 들릴 것 같다. 지난달에는 두 인터넷 언론사 대표의 집을 압수수색했다.특별수사팀 명칭처럼 언론이 여론을 2023년 테크 업계, AI가 발전한 만큼 사람들은 행동했다 [테크 너머]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 2023년의 화두는 단연 AI(인공지능)였다. 2022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챗지피티(ChatGPT)가 2023년 1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그야말로 판을 뒤집어엎는 ‘게임 체인저’로 등극한 것이다. 챗지피티는 질문을 입력하면 그게 어떤 물음이든 스스럼없이 답을 내놓았다. 물론 틀린 정보나 아예 없는 정보를 마치 있는 것처럼 전해주는 빈도도 높았지만, 지금까지 본 챗봇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텍스트를 생성하는 챗지피티 말고도 그림이나 사진을 뚝딱 만들어주는 이미지 생성형 AI 서비스도 등장했다.AI 서비스들의 출시 이후 어떤 안전한 세상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김지연(소설가) 어떤 한국 남성들이 각종 매체에 은밀하게 숨겨진 사인(한국 남성의 성기가 아주 작다고 조롱한다는 집게손가락 이미지)이 있다며 그것을 만든 사람을 찾아내 해고하기 위해 힘을 쏟고, 기업과 정부기관이 그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굴복할 때에, 어떤 한국 여성들은 진짜로 죽는다. 죽으면 안 되는 이유로, 죽어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좋은 점으로 안전한 밤거리를 꼽는다. 물론 한국의 밤거리는 안전한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어떤 한국 여성들은 혼자 밤길을 걸을 때 누군가 뒤따라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한다 ‘예산 전액 삭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사람들 [사람IN] 전혜원 기자 경기도 의정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 창구마다 우즈베키스탄·캄보디아·필리핀·타이 등 열여섯 개 나라의 국기가 걸려 있었다. 각 나라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상담사들이 서류를 들고 온 이들의 고민을 그 나라 말로 들어주고 있었다. 이곳 상담사는 8명, 전체 직원은 18명이다. 그런데 이들이 올해 말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 이곳 센터를 비롯한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거점 9곳, 소지역 35곳) 예산이 한 해 70억원인데, 고용노동부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이 센터들의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경기도청 공무원으로 도덕적 주체가 사라진 세계에서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어와 영어로 작품을 쓴 이중언어 작가다. 그가 두 개 언어로 작품을 쓰게 된 이유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 일어나면서 부모를 따라 망명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노플, 런던, 베를린, 파리를 떠돌아다녔던 그는 ‘V. 시린’이라는 필명으로 시, 희곡, 소설, 평론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에미그레 사회’(러시아 망명객 사회)에서 유명해졌다. 파리 생활을 끝으로 1940년 5월 미국에 정착한 그는 여러 유명 대학에서 러시아·유럽 문학을 강의하면서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8년 간신히 출간된 〈롤리타 미술관으로 숨어들어 만난 사람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형이 세상을 떠나자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으로 취직한 저자는 하루 여덟 시간 동안 조용히 서서 고대의 조각품을 바라본다. 아침마다 500명 넘는 경비원들의 이름을 모두 아는 밥이라는 남자가 “브링리, A(중세)구역!” 혹은 “R(근대)!” “K1(그리스·로마)!” “F(아시아)!” “I(19세기)!” “G(아메리카)!” 하고 순찰 구역을 ‘밥통’ 출범 10주년, 출동하지 않는 그날이 올 때까지 [포토IN] 신선영 기자 “든든하게 잘 먹었습니다.” “따뜻하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던 그릇을 싹 비워낸 이들이 인사를 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하 밥통)의 박민선 상근 활동가와 밥알단(자원 활동가)의 표정도 밝아졌다. 11월16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 속을 든든히 채운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영하의 날씨에 문화제를 열었다. 어두워진 농성장 옆 밥통의 노란 차가 환한 조명을 켜놓고 있었다.노동자, 장애인,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와 한 끼의 식사로 연대해온 밥통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밥차’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쌍용자동차 오픈AI 쿠데타, 변곡점일까 해프닝일까 주하은 기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쿠데타가 ‘5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챗지피티(ChatGPT)로 일약 인공지능 분야 선두주자가 된 오픈AI는 11월17일 금요일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의 깜짝 발표 이후 실리콘밸리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해고 사유에 대해 추측과 뜬소문이 나돌았다. 11월20일 월요일, 올트먼의 복귀 협상이 무산되자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를 인공지능 연구팀 리더로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I 직원 대다수는 올트먼과 함께 이직하겠다고 회사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노란봉투법 ‘생애사’ 전혜원 기자 이번 21대 국회 들어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통과시켰다(이전에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랫동안 ‘잠자던’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깨어나 국회를 통과했나. 그 과정에서 법의 방점은 어디로 이동했나. 그리고 어디에서 왜, 막혔나. 노란봉투법의 ‘생애사’를 들여다보면, 정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노란봉투법’의 탄생노란봉투법은 같은 이름의 캠페인에서 시작한 법이다.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 소년소녀가장과 노란봉투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가족돌봄 아동’과 ‘소년소녀가장’. 뒤의 말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정부는 2014년부터 공식 문서에서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이름을 지웠다. 변진경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고서야 알았다. 왜 그랬을까. 아동에게 가장의 역할을 부여하는 게 정서적 아동학대일 수 있다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아동은 돌봄의 주체가 아니라 돌봄의 대상이어야 하므로, 소년소녀가장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문제는 그다음이다.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용어가 있을 때 취약 아동을 발굴·지원했던 시스템 중 교사에서 기후운동가로, 이 노년이 사는 법 [사람IN] 이오성 기자 여기 좀 특별한 ‘어른’들이 있다.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나선 60세 이상 어른들이다. 이름하여 ‘60+기후행동’. 고도성장의 한복판에서 청장년기를 보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기후위기를 초래한 당사자가 된 세대다. 물론 닥칠 위기를 피할 길 없는 세대라는 점에서 이들 또한 명백한 피해자이기도 하다.이들은 지난달 세계노인의날(10월1일)을 맞아 ‘신노년 선언’을 발표했다. 행동하고 연대하며, 표현하고 향유하는 새로운 노년이 되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었다. 한국에도 서구처럼 기후운동에 앞장서는 노년 세대인 ‘그레이그린(Grey Green)’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