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위기’였던 태영건설 워크아웃 김동인 기자 시공능력 16위, 시가총액 약 1200억원 규모의 중견 건설사가 비틀거리자 온 나라가 뒤집혔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이 2023년 12월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했다. 워크아웃 신청 당일 금융 당국은 곧바로 협력업체 지원과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태영건설에 걸려 있는 돈이 수조 원 규모인 데다, 태영건설 사태로 인한 PF 연쇄 붕괴를 우려해서였다.갑작스러운 워크아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태영건설 위기는 금융권에서 어느 정도 예견하던 사태다. 지난해 9월에는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을 함께한 책 [기자들의 시선] 김다은 기자 이 주의 산재아버지와 아들이 노동 현장에서 20년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미장공, 아들은 철판을 가용접하는 취부공이었다. 사인은 추락사. 너무 닮은 죽음을 두고 지난 7월11일, 유가족과 노동단체들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아들 A씨 사망 이후 ‘수상한’ 독촉장도 발견됐다. 법인 대표가 내야 할 4대 보험 체납금 독촉장이 A씨에게 온 게 발견된 것.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조선업계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업체를 폐업하고 명의만 빌려 다른 업체를 세우는 일이 잦은데 노란봉투법 입법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이은기 기자 10년 전 일이다. 2013년 12월, 배춘환씨는 쌍용자동차 노조에 47억원 배상책임을 묻는 1심 판결을 접하고 〈시사IN〉에 편지와 함께 4만7000원을 보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다른 9만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손해배상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고 삶이 파괴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들려오던 때였다. 〈시사IN〉은 이 편지를 2014년 신년호에 실었다. 편지를 본 독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배씨를 따라 4만7000원을 2023년 노동절에 건설 노동자가 분신했다 전혜원 기자 윤석열 정부가 건설 현장 노조 활동을 ‘건폭’이라고 부르며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건설 노동자 양회동씨(50)가 노동절인 5월1일 분신했다. 양씨는 지난 1월부터 네 차례 경찰 수사를 받았다. 4월26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로 한 5월1일, 그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앞 잔디밭에서 몸에 화학성 물질을 붓고 불을 붙였다. 이튿날인 5월2일 숨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1973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난 양회동씨는 42세 때인 2015년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철근공 워킹맘 형틀목수의 꿈, 여성이 행복한 일터 [나는 ‘건폭’이 아닙니다②] 변진경 기자 건폭, 조폭, 깡패, 가짜 근로자, 귀족 노동자, 무법자, 가짜 약자, 민폐 집단…. 요즘 우리 사회가 어떤 부류의 국민을 부르는 말이다.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어(措語)하고 입에 올리면 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단어다. 이 모진 말들이 향하는 대상은 건설 현장 노동자, 그중에서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들이다.머리띠를 두르고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서 집단행동을 벌이는 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가끔 잊는다. 이들의 개별성을. 이들 각각이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고 친구이고, 또 시민이고 국민이라는 사실을. 건설 노동자 한 명 한 MZ 철근공은 왜 노조에 가입했을까 [나는 ‘건폭’이 아닙니다①] 변진경 기자 건폭, 조폭, 깡패, 가짜 근로자, 귀족 노동자, 무법자, 가짜 약자, 민폐 집단…. 요즘 우리 사회가 어떤 부류의 국민을 부르는 말이다. 대통령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조어(措語)하고 입에 올리면 다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단어다. 이 모진 말들이 향하는 대상은 건설 현장 노동자, 그중에서도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들이다.머리띠를 두르고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서 집단행동을 벌이는 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가끔 잊는다. 이들의 개별성을. 이들 각각이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고 친구이고, 또 시민이고 국민이라는 사실을. 건설 노동자 한 명 한 건설노조가 ‘슈퍼 갑’ 건설사들이 ‘슈퍼 을’? [세상에 이런 법이] 하주희 (변호사) 1950년대 초 독일 건설 현장은 ‘노동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독일 건설 분야 기능공들은 ‘마이스터’라고 불린다. 80% 이상이 정규직으로 사회적 명성과 고소득을 누리고 있다. 직업 전망도 밝아서 현장 교육으로 숙련된 인력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사회 정책적 차원 또는 초기업 단위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건설산업 특유의 약점을 극복했다. 법적 재하도급 금지 규정은 없었지만 실제로는 공사 수행 과정에서 원수급자의 책임이 강조되어 재하도급을 허용하는 경 [기자들의 시선] 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현대산업개발 ‘안전 철거’ 어떻게? 나경희 기자 이 주의 논란‘노동자’는 ‘근로자’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성평등’은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11월9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쓰이는 표현이 바뀐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전면 개정된 교과서에서는 ‘성소수자’라는 단어도 삭제된다. 이번 변화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민 의견’을 핑계 삼아 정권의 의도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행보”라며 반발했다. 이 주의 공간20 ‘되는 기사’의 조건을 생각하다 [프리스타일] 주하은 기자 “이게 정말 기사가 될까?” 〈시사IN〉 제778호 커버스토리(홀로 전신주에 올라 감전되고 떨어지고)를 취재하며 스스로 반복한 질문이었다. 대개 ‘되는’ 기사의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충격적일 만큼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든지, 엄청난 부조리가 숨겨져 있든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주제이든지.취재 중이었던 승주노동(전신주에 올라가서 하는 작업) 환경은 그 무엇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승주노동은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가 아니었다. 5년간 17명 사망이 결코 적진 않았지만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릴 만한 숫자는 아니 홀로 전신주에 올라 감전되고 떨어지고 주하은 기자 7월4일 오전 9시40분, 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에 위치한 청년임대주택 공사장에서 40대 남성 고 아무개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고씨는 공사장 입구에 있는 16m 높이의 전신주에 올라 전선 철거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전신주에 둘러맨 안전로프도 사고를 막아주진 못했다. 안전로프는 고씨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찢어져버렸다. 추락 직후 고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시간 후에 사망했다.사고 나흘 뒤인 7월8일, 고씨가 사망한 공사 현장은 임대주택 입주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반면 사고가 일어 윤 대통령 ‘불법 파업’ 낙인, 그는 왜 스스로를 가두었나 거제·나경희 기자 6월22일 오전 8시30분, 유최안씨는 평소처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로 출근했다. 1도크(선박을 만들어 바다로 내보내는 공간)에서 30만t급 원유 운반선을 만들고 있었다. 유씨는 원유를 저장하는 시설인 탱크톱 바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중간에 책상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었다. 그는 몸을 숙여 그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는 휘발성 물질인 시너가 든 통과 유언장이 들려 있었다.유씨는 전날 준비해둔 철판 자재들로 입구를 막았다. 20여 년 동안 용접 기술 하나로 버텨온 하청노동자의 손놀림은 빠르고 꼼꼼했다. 사방이 다 막히자 그는 비로소 안도 납품단가 물가연동제 이번엔 국회 문턱 넘나? 주하은 기자 2022년 상반기, 최대 경제 이슈는 인플레이션이다. 팬데믹 기간에 파괴된 글로벌 공급망이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천연자원과 곡물 등의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물가상승은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지만 그 여파는 불균등하게 배분됐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물가상승의 여파를 자신들이 떠안고 있다고 아우성쳤다. 뇌관은 납품단가였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아 손실을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속공업협동조합 이의현 이사장은 “우리 조합 소속 기업들의 생산원가에서 원 빛 밝히다 꺼져간 ‘한낱 일회용’ 전기 노동자 여주·나경희 기자 평범한 전봇대였다. 얼룩덜룩한 테이프 자국 위로 동네 식자재 마트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손이 닿는 높이에는 교차로 신문을 한 부씩 가져갈 수 있는 파란색 배부함이 달려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앞 사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전봇대와 마찬가지였다.2021년 11월5일 오후, 전기공사 업체인 화성전력 소속 김다운씨가 이 전봇대 근처에 트럭을 세웠다. 한국전력(한전) 여주지사 소속 직원 ㄱ씨가 먼저 와 있었다. ㄱ씨는 ‘작업 담당자’였고 김다운씨는 실제 시공을 하는 하청업체의 ‘작업 인원’이었다. 둘은 2~3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김혜경 의혹' 법인카드 사적 유용 10건 추가 입수 성남·문상현 이은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 ‘의전 논란’과 관련해 경기도청 법인카드가 사적으로 사용된 정황 10건이 〈시사IN〉 취재 결과 추가로 확인됐다. 앞서 다수 언론들은 김혜경씨를 수행한 별정직 공무원들이 김씨 등에게 전달할 소고기 값을 자신의 개인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다음 날 다시 식당을 찾아가 취소한 뒤 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에 〈시사IN〉이 새롭게 입수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정황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시사IN〉은 김혜경씨 ‘의전 논란’을 폭로한 제보자 재개발조합 비리 없애야 제2의 ‘광주 붕괴 참사’ 막는다 광주·이은기 수습기자 8월5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작업복을 입은 경비원들뿐이었다. 두 달 전인 6월9일, 철거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해 근처를 지나던 버스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한 뒤로 공사는 모두 중단됐다. 이 현장에선 김정경씨(가명)가 “빠르게 잊힐 참사에 대한 기억이 두려워” 사고 현장을 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학동4구역을 둘러싼 문제는 한국 사회에 축적된 문제의 축소판이다”라고 말한 김씨는 6월9일 붕괴된 건물 아래 깔린 버스에서 사망한 ㄱ씨의 딸이다 광주 건물이 무너져 내린 이유 광주·나경희 기자 7차선 도로가 3차선으로 좁아졌다. 경찰이 쳐놓은 통제선 앞을 지나는 차들이 서서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사고 현장 앞을 지나는 운전자마다 고개를 길게 빼고 무너진 흙더미를 올려다봤다. 큼직한 건물 잔해는 치워졌지만, 입자가 작은 모래는 사고 당시 흙더미가 쏟아진 모양을 그대로 보여주며 아스팔트에 점점이 박혀 있었다. 검은 도로 위로 하얗게 퍼져 있는 넓은 모래 자국으로 사고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6월9일 오후 4시22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1590㎡(약 480평)짜리 5층 건물이 무너져 내 미얀마와 포스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혜원·김영화 기자 미얀마 항쟁 사망자가 500명을 넘기면서, 미얀마 군부를 주저앉힐 방법을 찾는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군부의 자금줄을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의 철강그룹 포스코의 자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비난받고 있다. 미얀마의 외화벌이 통로가 석유와 가스인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4대 가스전 중 하나인 슈웨(Shwe) 가스전을 최대 주주로서 운영한다. 슈웨 가스전의 수익금은 55%가 미얀마 정부에, 45%는 지분을 가진 여러 회사들에 배분된다. 슈웨 가스전의 지분은 포스코인터내셔널 51%, 미얀마 국영석유가스회사( 공정위가 놓아버린 ‘대통령 제1호 민원’ 정희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님, 제1호 민원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월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소기업 ㈜서오기전을 운영하는 김성수 대표의 읍소가 올라왔다. 현 정부 들어 두 번째다. “기술개발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몰락한다면 양질의 고용도,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없습니다. 중소 하청업체들이 집 팔고 땅 팔아 대기업들을 도와주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당선 뒤 서울 광화문에 국민인수위를 설치하고 불공정거래 민원을 접수받았습니다. 1년 후 대통령께서 국민인수위에 억울한 민원이 외나무다리를 안전하게 뛰라는 세상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딱 이맘때였다. 2018년 12월27일, 국회의 회기 만료를 앞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해 12월10일에 터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망, 유가족의 애타는 호소, 노동자와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빗발친 후에야 겨우 가능했다.하필이면 추운 겨울날, 산재 유가족들이 또다시 국회 앞에서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법)을 2020년 연내에 입법하라고 말이다. 민주당은 대표가 나서서 입법을 약속한 것만도 벌써 여러 차례다. 정의당은 선제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좀처럼 호응할 제주 제2공항 건설 뒷감당은 누가 하나 제주/글 나경희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열세 살부터 전복을 땄다. 남편도 같은 마을 사람이었다. 덕분에 평생 제주 신산리 앞바다를 떠날 일이 없었다. “여기로 돌고래가 넘어가거든. 한참 물질하고 있으면 돌고래가 옆에 와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로 살림을 꾸렸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은 모두 육지로, 해외로 떠났지만 강형년씨(75)는 여전히 신산리 앞바다에서 물질을 한다.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면 활주로가 시작될 곳이다.아침 일찍 바다에 들어가 정오 무렵에야 뭍으로 나온 강형년씨는 취재진이 띄운 드론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무마개로 귀를 막고 있어도 헬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