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부처가 최초의 길고양이 돌봄 매뉴얼을 만들기까지 나경희 기자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건조한 제목이 달린 63쪽짜리 얇은 책자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다. 지난해 12월27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발표한 이 가이드라인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만든, 최초의 길고양이 돌봄 매뉴얼이다. 지금까지는 지자체별로 자체 기준에 따라 길고양이 관련 사업·민원 응대 등을 해왔다. 물론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이번 가이드라인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자체에서 참고할 만한 공통의 기준선이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중앙 부처에서까지 길고양이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사슴을 말이라 우기지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아시아·아프리카 대륙에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혁명이 일어났다. 이런 세계사적 변혁은 1991년 소비에트(소련)가 해체되며 소비에트 영토와 소비에트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된 동구권의 모든 국가에서 재현되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던 현대의 혁명들은 그것을 성취하지 못했다. 오늘의 러시아를 비롯한 옛 동구권과 아시아·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는 장기 집권 중인 독재자가 수두룩하다. 한국의 경우, 4·19혁명(1960년), 6월 민주화항쟁(1987년),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2016년)가 털북숭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 [반려인의 오후] 김영글(미술작가) 고양이를 처음 키우기 시작했을 때, 나를 일컫는 호칭을 두고 오래 고심했다. 많은 반려인이 개나 고양이 앞에서 자신을 엄마 또는 아빠로 정체화하곤 한다. 쓸데없는 자기검열이 작동했다. 무턱대고 스스로를 엄마의 자리에 놓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 대신 고양이를 기르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언니 누나 정도의 표현으로 절충하는 것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였다.쉽게 해결책이 나올 리 없었다. 사실 이건 꽤 철학적인 질문이다. 털북숭이 동물과 그 동물을 살뜰히 돌보아 키우는 인간의 관계는 무엇인가? 그 인간의 행위는 사육과 양육의 사이 어디쯤 위치 둔촌주공아파트에 살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이상원 기자 ‘생태계’라는 말은 인적 드문 곳을 떠오르게 한다. 열대우림이나 초원, 최소한 인근 야산에는 가야 동식물의 터전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도 생태계는 있다. 인간을 피해 다니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인간을 이용하는 생물들이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고 있다. 길고양이가 대표적이다. 고양이는 주차장에서 태어나고 주민들이 주는 사료를 먹으며 화단이나 지하실에서 죽는다. 수 세대 동안 살아온 아파트 단지가 없어지면 사람에게 의존해온 이 동물은 모두 어떻게 될까. 3월17일 개봉한 〈고양이들의 아파트〉(정재은 감독)의 관심 동물에게는 잘못이 없다, 인간의 야만이 있을 뿐 [반려인의 오후] 김영글(미술작가) 요다는 이따금 눈빛이 돌변한다. 털이 복슬복슬 달린 장난감이 코앞에서 흔들릴 때, 가구 모퉁이에 숨어서 몸을 날릴 타이밍을 가늠할 때 요다는 그의 조상이 가졌음직한 포식자다운 표정으로 목표물을 바라본다. 식사로 유독 좋아하는 캔이 나왔을 때, 요다의 얼굴은 정확히 맹수의 그것이다. 그는 외부의 작은 소리에도 항상 귀를 쫑긋 세운다.똑같이 길고양이 출신인데 모래는 좀 다르다. 정제된 사료만 좋아하고, 안전에 대한 감각도 희박해 보인다. 볼일을 보고 흙으로 덮는 것은 배우지 않아도 뇌에 각인된 고양이의 습성이라던데, 모래는 덮는 일이 괴로웠던 기후위기 여론조사, 그래도 희망을 보았다 [취재 뒷담화] 김영화 기자 제747호의 커버스토리 주제는 ‘기후위기’였습니다. 한국리서치와 대규모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요. 결과를 분석하느라 2주 동안 머리를 싸매야 했던, 이오성·김다은 기자입니다.이번 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이오성:‘재생에너지 도입으로 10년 내 전기료가 두 배 이상 올라도 감수할 수 있다’는 데 48.4%가 동의한다는 점이었다. 응답자 바이어스(편향)를 전제하고 보더라도 약간의 희망을 봤다.김다은: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대규모 여론조사가 거의 없었다. ‘없는 수치’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했지만 한 발짝 나아간 질문을 하고 싶었다. 정치인은 망언을 해도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프리스타일] 이상원 기자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을 ‘캣맘’이라고 한다. 쓰레기나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캣맘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화단이나 거리 한편에 놋쇠그릇이 놓여 있으면 혀를 차곤 했다. 그릇에 쥐약을 놓거나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지만 애초 먹이를 주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도 여겼다. 지난해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부터 캣맘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마음이 줄어들었다. 직접 먹이를 주지는 않지만 캣맘의 마음을 이해 못하지는 않는다. ‘공감 능력’이란 걸 타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는 직간접으로 재개발 지역에 남은 영역 동물 고양이 송지혜 기자 4개월령 고양이 ‘코딱지’가 작은 공 하나를 이리저리 굴리며 정신없이 뛴다. 그보다 덩치가 약간 큰 9개월령 ‘미미’가 공을 빼앗다가 코딱지를 깨물고 혼자 발라당 넘어지며 한 바퀴 굴렀다. 봉사자들이 꺄르르 웃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이문냥이 프로젝트’ 임시보호소에는 2020년 12월29일 현재 고양이 48마리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저마다 몸을 숨길 수 있는 안전한 집이 있고, 매일 배불리 밥을 먹으며 깨끗한 물을 마시고, 청결한 화장실을 쓴다. 임시보호소 고양이들은 ‘이문 3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왔다. 920여 두 사회학자, 서점에서 미래를 보다 임지영 기자 사회학자다. 교수로 대학에 몸담았거나 현재 몸담고 있다. 서점을 기반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노명우·조형근씨의 공통점이자 두 사람에게 만남을 청한 이유였다.노명우씨가 운영하는 니은서점은 2018년 9월 서울 은평구 연신내 골목길에 문을 열었다. 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전문서점이다.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사람을 북텐더라고 부른다. 그는 ‘마스터 북텐더’다.조형근씨의 활동 근거지인 쩜오책방은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 있다. 협동조합 형태로, 동네서점을 표방한다. 각종 모임과 강의가 이뤄지는 곳이다. ‘마을의 거실’ 노 차라리 고마운 그의 무심한 눈빛 [프리스타일] 나경희 기자 마트에서 망고를 볼 때마다 ‘망고’가 생각난다. 망고는 우리 집 옆 건물에 터를 잡고 사는 길고양이다. 노란 줄무늬가 있는 치즈 고양이인데, 동네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많다. 매일 아침 사료를 챙겨주는 건물 주인, 계절에 맞춰 집을 지어주는 젊은 부부, 매일 밤 아픈 곳은 없는지 약을 챙겨주는 아래층 할머니, 그리고 만날 때마다 간식을 주는 나까지 최소 4명이다. 각자 망고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하루에 한 번은 망고를 봐야 마음이 놓이는 건 다르지 않다. 망고를 찾다 주차장에서 마주치면 서로 멋쩍게 웃곤 한다.배곯을 일이 없는 망 길고양이가 아니고 ‘동네 고양이’예요 나경희 기자 밥을 챙겨주는 만큼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도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이안희씨(가명)를 마뜩잖아 했다. 이사를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실랑이에 지친 이씨는 서울 구로구에서 마포구 연남동으로 운영하던 식당을 옮겼다. 건물주 역시 이씨처럼 ‘캣맘(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돌보던 고양이 일곱 마리를 구조해 함께 이사할 수 있었다. 고양이들은 가게와 가게 앞 잔디밭을 자유롭게 오갔다.7월13일 오전 8시2분, 이씨의 가게 CCTV 화면에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 목장갑 데이터가 들려주는 길고양이의 삶 장일호 기자 〈시사IN〉은 서울시와 공동기획으로 ‘빅데이터, 도시를 읽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의 인구 지형을 살펴본 서울의 맥박(〈시사IN〉 제547호 ‘빅데이터가 잡아낸 천만 서울시민 움직임’ 기사 참조)과 서울의 속살(〈시사IN〉 제551호 ‘서울시 민원 38.8%는 바로 이 문제’ 기사 참조)에 이어 마지막으로 서울의 또 다른 시민인 고양이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봤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퍼시픽루서런 대학에는 기말시험 기간이 되면 훈련받은 고양이가 파견된다. 시험에 지친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양이 ... 여기, 고양이가 있다 장일호 기자 벌써부터 매일 이사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7월 말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해 내년 1월이면 모든 가구가 이곳을 떠난다. 1980년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단지에는 모두 5930가구가 살았다. 대로변에는 5층짜리 낮은 아파트를, 중심부에는 10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배치해 어느 곳에서나 햇볕이 고루 들고 바람이 잘 통했다. 그리고 이제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22년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어디나 마찬가지이지... 내가 동물이라면 인간의 무엇이 싫을까 중림동 새우젓 (팀명) 판매 목적으로 강아지를 대량 번식시키는 이른바 ‘강아지 공장’의 처참한 실태가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사람들은 경악했다.한편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에게 여름은 ‘아깽이(아기 고양이) 대란’의 계절이다. 번식 철이 끝나는 늦봄부터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어미를 잃은 아기 고양이가 줄을 잇는다. 당장 이들의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것도 난관이려니와, 성묘( 6년간의 동거 ‘란아, 보꼬, 명랑’ 시사IN 편집국 우다다, 삼냥이황인숙 지음, 염성순 그림, 오픈하우스 펴냄황인숙 시인의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작의 제목은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였다. ‘고양이 시인’으로 잘 알려진 그녀에게 고양이는 ‘영감을 주는 뮤즈’다. 이 시인이 6년째 동고동락하는 세 마리 고양이 ‘란아, 보꼬, 명랑’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산문집을 펴냈다.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일상 생존이냐, 번식이냐 ‘가혹한 차악’ TNR 변진경 기자 이미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무너진 이상, 도시에서 길고양이를 ‘자연 상태’로 놔두는 일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길고양이 개체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면 길고양이에게나 사람에게나 좋지 않다. 길고양이끼리 영역 다툼이 치열해져 서로 싸우다가 많이 다치기도 하고, 번식을 위한 암컷 길고양이의 아기 울음소리가 한밤중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최근까지 ‘길고양이 대책’이라 불릴 만한 것은 살처분뿐이었다. 길고양이가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며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이 들어오면 동물구조협회 등에서 생포해 유기동물보호소에 몰아넣는다. 일정 기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