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입법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이은기 기자 10년 전 일이다. 2013년 12월, 배춘환씨는 쌍용자동차 노조에 47억원 배상책임을 묻는 1심 판결을 접하고 〈시사IN〉에 편지와 함께 4만7000원을 보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다른 9만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손해배상 때문에 가정이 해체되고 삶이 파괴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잊을 만하면 들려오던 때였다. 〈시사IN〉은 이 편지를 2014년 신년호에 실었다. 편지를 본 독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배씨를 따라 4만7000원을 6월의 약속, 12월의 약속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파업은 불편한 일이다. 노동조합법의 파업 관련 규정을 보자.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에 나온 대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니 누군가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지하철 노조가 파업하면 승객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시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한다’는 식의 표현은 동어반복일 뿐이다. 불편하지 않은 파업은 없다. 개별 노동자의 힘이 사용자보다는 약하니 단체를 만들어(단결 KBO와 참 다른 MLB의 단체협약과 직장폐쇄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한국야구학회 이사)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12월2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5년 기한의 단체협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단주들은 선수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직장폐쇄를 의결했다. 직장폐쇄 기간에 각 구단은 기존 선수 명단(40인 로스터)을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계약은 이뤄질 수 없다. 협상 결렬을 앞둔 지난해 11월 말 굵직굵직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던 건 이 때문이다.메이저리그 역사상 네 번째 직장폐쇄다. 직장폐쇄에 대응하는 선수 측 수단인 파업은 모두 다섯 번 일어났다. 직장폐쇄와 일진다이아몬드 본사에서 일어난 일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 지난 1월이었다. 집회 도중 인근 음식점 사장이 사회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왜 우리 집 앞에서 난리예요!” 사회자는 “이 아파트에 사는 ○○○ 회장이 직원 임금을 떼먹었어요. 양해 부탁드려요”라고 답했다. 그러고도 그 사장은 한참을 임금 떼인 노동자들을 향해 화를 내고서야 돌아섰다. 원인을 제공한 사용자보다는 눈앞에 농성하는 노동자가 먼저 보이는 탓이었을까. 그때만 해도, 말로 따지는 걸 넘어 ‘소장’으로 응수하는 제3자를 보게 될 줄 미처 알지 못했다.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와 간부 2명 앞으로 ‘146명에게 1인당 84만원씩 저소득층 갈아 넣은 ‘로켓배송’ 특수 전혜원 기자 전미영씨(45·가명)는 코로나19 확진자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4월28일부터 5월25일까지 일했다. 5월26일 새벽,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날 확진되었다. 전씨의 남편과 딸도 다음 날인 5월27일 나란히 확진되었다. 남편은 급성호흡부전과 심정지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전씨와 그의 딸은 입원 중이어서 남편이 이송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140명을 넘어섰다.전씨가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게 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적지 않다. 남편이 다니던 중소 “박정희는 죽이고 박근혜는 은폐했다” 정희상 기자 1979년 10월18일 오후 6시께, 경남 마산시 봉암동에서 목수 일을 하던 유치준씨(당시 51세)는 평소처럼 퇴근길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향했다. 산호동 네거리에 이르렀을 때 시위대를 만났다. 시위대는 “유신헌법 철폐하라” “독재 타도하자” “언론자유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유치준씨는 집으로 가는 길이 경찰에 막히자 자연스레 시위대에 합류했다.이날 저녁 경찰은 강제진압에 나섰다. 분노한 시위대는 공화당 마산지구당사와 파출소에 돌과 화염병을 던졌다. 마산경찰서장은 39사단에 병력 지원을 요청했다. 밤 11시 장갑차 4대가 ‘노조 혐오’ 부추긴 사장님의 직장폐쇄 이창근(쌍용자동차 노동자) ‘한 방에 끝내라.’ 화장실 벽에 붙은 작은 전단지에 눈이 갔다. 노조에서 만든 전단인 줄 알고 천천히 읽다 보니 회사가 만든 것이었다. 이른바 ‘주먹밥 이론’이라며 절차와 과정을 과감하게 건너뛰는 혁신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옆에 노조에서 붙인 ‘총파업’이란 스티커와 묘하게 어울렸다. 회사가 강조하는 어떤 메시지에 가끔 실소를 금할 수 없는데 이 경우도 그랬다.쌍용차 해고 사태 당시 매우 불쾌했던 회사의 구호 가운데 하나는 ‘가장 모범적이고 가장 존경받는 회사’였다. 얼마나 약이 오르던지 몇 번이고 지우거나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이 시사IN 제623호 - 우리는 왜 그와 함께 싸우나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말말말·이 주의 그래픽 뉴스• 기자들의 시선• 포토IN/단군 이래 최대 사업 '흔들'COVER STORY IN1924년생 이춘식이 드러낸 세계강제노동 피해자 이춘식의 끈질긴 법정투쟁은 보편주의의 언어로 한·일 관계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출현을 알렸다. 게다가 이 투쟁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떤 맨얼굴을 하고 있는지 드러냈다. ISSUE IN• 한쪽 눈 가린 홍콩인들, 한국 거리에 서다• "검찰 조서에 외압 내용 기록돼 있다"• '리얼돌'이란 딜레마가 우리에게 던 저널리즘의 신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금융과 회사의 본질 김종철 지음, 개마고원 펴냄 “(주식회사는)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다.” 구멍가게 주인인 철수는 가게가 망하면 그로 인한 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 글로벌 법인의 대주주인 이 아무개씨나 정 아무개씨는 그 회사가 망하거나 엄청난 사고를 쳐도 채무에서 손해배상까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유한책임’이란 제도 덕분인데, 상식과 어긋나지만 아주 일상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다. 우리는 저런 제도에 대해 개인적으로 납득되지 않아도 그냥 순응하고 넘어간다. 금융과 회사라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 질서를 구성하는 지... 손배·가압류 소송은 어떻게 희망을 빼앗나 장일호 기자 “우리가 경찰 헬기 망가뜨렸다니까 고철이라도 좀 주면 좋겠어. 그거 팔아서 손배 갚는 데 보태게.”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농을 건넸다. 도성대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이 바로 맞받았다. “고철을 팔긴 왜 팔아. 망가진 헬기 그거 받아다 까짓것 고칩시다. 평택에서 서울 올 때마다 타고 다녀.” 둥글게 모여 앉은 사이로 잠시 왁자한 웃음이 터졌다. 만들고 고치는 건 ‘좀 하는’, 공장에서 뼈가 굵은 이들만이 할 수 있는 농담이었다.멀게는 경상북도 구미에서부터 가깝게는 아산·화성·평택에서 온 노동자 다섯 명이 1월8일 노조 파괴 뒤에 현대차가 있었나 김동인 기자 현대자동차가 협력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5월19일 현대차 직원 4명과 현대차 법인(회사)을 노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원청인 대기업이 법률적으로 엄연히 다른 회사인 하청업체의 노동조합을 파괴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이번 기소는 2011년 5월 유성기업 아산·영동공장 직장폐쇄 이후 6년간 계속되어온 ‘유성기업 노조 파괴 사태’에서 주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유시영 유성기업 대표는 지난 2월에 이미 노조 파괴 혐의 등으로 유죄판결(징역 1년6개월)을 받은 ... 끝나지 않은 작전 이명익 기자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지난해 법정 구속되었다. 혐의는 ‘노조 파괴 행위’였다. 지난해 여름, 회사의 제1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전직 경찰이나 특전사를 채용해서 제2 노조를 설립하도록 사주했다. 그다음에는 노조 간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 회사 측은 2014년, 노무법인과 컨설팅을 통해 ‘대(對)노조 전략’을 짰는데, 그 시나리오가 일부 실행된 상황에서 154일의 농성, 154대의 버스 송지혜 기자 충북 옥천나들목 옆 광고탑에 ‘하늘 감옥’이 열린 지 5개월째다. 8㎡ 남짓한 바닥에 합판을 깔고 바람 막아줄 벽 하나 없는, 지상으로부터 22m 떨어진 곳에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이정훈 영동지회장(50)이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13일, 유성기업 유시영 대표의 구속을 요구하며 고공에 올랐다. 칼바람을 이기지 못한 펼침막은 찢어진 지 오래고 거대한 광 법원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해제' 가처분 인용 뉴시스 법원이 한국일보 기자들이 사측의 편집국 폐쇄조치를 해제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한국일보사는 기자들의 편집국 출입 및 기사 작성을 위한 전산시스템 접속을 허용하고 해당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 강형주)는 8일 한국일보 기자 151명이 한국일보사를 상대로 낸 취로방해금지 및 직장폐쇄해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소송당한 MB, 법원에 답변서 제출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3월19일 〈경향신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27일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데 (노조가 파업을 해 사측이) 직장폐쇄를 한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귀족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없다. 참 안타까운 그들은 왜 자꾸 철탑에 오를까 송지혜 기자 노동자들이 하늘로 내몰린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36)의 송전탑 시위를 포함해 11월30일 현재, 전국 3곳에서 노동자들이 칼바람 속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11월20일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에 올랐다. 한상균 전 지부장(51), 문기주 정비지회장(52),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36)이 30 대법 "삼성기사 삭제 '시사저널 사태' 기자 징계는 무효" 시사IN 편집국 이른 바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해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은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징계 조치는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7일 시사저널 전 취재팀장 장모(48)씨와 전 사진팀장 백모(57)씨가 시사저널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장씨 등에 대한 무기정직 및 대기발령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파업기간 동안의 임금은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원고 패소 부분은 파기하고 이 부분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업 기간의 해직일기를 마치며 고재열 기자 3개월 전부터 ‘해직일기’라는 칼럼이 〈시사IN〉에 게재되었다. ‘편집권 독립’ ‘낙하산 사장 반대’ ‘정권의 방송 장악 반대’ 등을 주장하다 해직된 MBC, YTN, KBS, 〈국민일보〉의 언론인이 필진이었다. 칼럼 게재 기한은 ‘해직 언 컨택터스, 허가 취소 나흘만에 신규 허가 송지혜 기자 7월27일 새벽 5시께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SJM 공장에 소란이 일었다. SJM 회사 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공장 안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무장한 용역 경비 200여 명이 노조원을 구타하는 장면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SJM 측과 노조는 지난 4월부터 12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벌이던 상황이었다. 제품 생산 외주화 등 콜트공장 지키는 대학생 지킴이 권오균 인턴 기자 인천 부평 갈산동 콜트 사의 빈 공장. 대전에 있는 자회사 콜텍과 함께 한때 전 세계 기타 생산량의 30%를 제작하던 곳이다. 그러나 정리해고와 직장폐쇄 이후 공장은 6년째 비어 있다. 노동자들은 벌써 2000일 넘게 복직 투쟁 중이다. 이 텅 빈 공간에서 대학생 이승욱씨(19·인하대 사학과)가 ‘야단법석’을 떤다. 매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