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항상 함께한다는 느낌 은유 (작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엠티에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는 문자가 ‘콩(공유정옥 활동가)’에게 왔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1023일 농성을 마친 기념으로 농성장을 지켰던 이들이랑 강릉 바닷가에서 2박3일 편안하게 쉬다 올 예정이란다. ‘시간이 되나’ 머리를 굴려본다. 시간과 돈을 거래하는 시대. 시간이 화폐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돈으로 보상되는 일 위주로 시간을 살뜰히 썼구나 싶다. 그건 잘 살았다기보다 초조하게 살았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건 다르다. 사적 여행도 아니고 공적 11년 만에 약속 지킨 ‘유미 아빠’ 장일호 기자 이종란 노무사가 쓰레기 더미 앞을 서성였다. “그래도 이건 가져가고 싶은데….” 방진복 입은 사람 모양의 작은 팻말에는 ‘No More Death in Samsung’ ‘직업병 책임져라’는 손 글씨가 적혀 있었다. 망설이던 이 노무사가 결심한 듯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사무실로 옮겨갈 짐 위에 팻말 두 개를 얹었다. 잠시 그늘에서 쉬고 있던 김시녀씨가 벌떡 일어났다. “아유, 안 돼. 버려, 버려. 이런 거 챙기면 우리 또 (농성)해야 돼.” 옆에서 천막 철거를 돕던 다른 활동가가 한마디 보탰다. “버릴... ‘우리’의 수준 고제규 기자 9월12일 황상기씨 앞에 케이크가 놓였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둘째 딸 유미씨의 산업재해가 최종 확정되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포기했다. 7년간의 싸움이 마침표를 찍었다. 그 축하 자리에 정애정씨와 정희수씨는 없었다. 애정씨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배우 장소연씨가 연기한 실제 인물이다. 남편 고 황민웅씨와 함께 삼성전자에 근무했던 이재용, ‘삼성 무노조’ 원칙 고수할까? 고제규 기자 삼성은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삼성이 드리운 어둠은 빛이 있으면 으레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인지 불법 로비·불법 승계 의혹도 검찰-특검-법원을 거치면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어둠도 70여 년간 짙게 드리우고 있다. 노조가 필요 없을 만큼 복지에 충실하다는 이면에는, 노조 설립을 막으려는 해고와 감시가 뒤따랐다. ‘삼성 백혈병’ 이제 다시 시작이다 고제규·장일호 기자 5월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삼성 백혈병’에 대해 사과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2007년 황유미씨 죽음이 불러일으킨 ‘삼성 백혈병 논란’ 이후 7년 만의 첫 사과였다. 사과와 함께 권 대표는 “가족 등과 상의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어 보상 기준과 대상 등을 정하면 따르겠다”라고 밝혔다 유족들이 가장 먼저 그녀를 찾았다 고제규 기자 삼성 백혈병으로 황유미씨가 사망한 지 6년 만에 삼성전자와 유족, 그리고 시민단체 반올림이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 12월18일 열린 1차 교섭에 반올림 소속 이종란(37) 노무사도 참석했다.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노무사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삼성전자 쪽은 “반올림은 실체가 없으니 이해 당사자로부터 위임을 받아오라”거나 “위임받지 않은 반올림 활동가들은 나가 ‘죽음으로 입증한’ 반도체 백혈병 산재 고제규 기자 2013년 3월14일 오후 3시30분 대전시 둔산동 대전질병판정위원회 사무실. 이은숙씨(가명·40)는 다섯 살배기 아들 정민(가명)이를 데리고 출석했다. 이씨와 함께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소속 이종란 노무사도 두툼한 자료를 챙겨 동행했다. 이씨의 남편 김진기씨는 2011년 5월28일 밤 10시47분 강남성모병원 백혈병동 중환자실에 서울대 로스쿨의 산소 같은 남자 배준용 인턴 기자 서울대 로스쿨 내 인권법학회인 ‘산소통(산업재해 노동자들과 소통하는 학생의 모임)’이 태어난 건 2011년 여름. 당시 로스쿨 1학년생이던 오정민씨(26)는 ‘산소통’ 창립멤버가 되었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에서 실무 수습을 받고 온 로스쿨 선배가 권유해서다.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방법을 찾아보자며 로스쿨 이마트, “화장실 가면 미행조에 연락해” 고제규·김은지 기자 한밤중 퇴근길, 흰색 승용차가 따라붙었다. 이마트 수지점에서 일하던 최옥화씨 일행은 미행을 직감했다. 며칠 전부터 계속된 미행이었다. 수지점에서 집까지 거리는 1.6㎞. 차로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최씨는 평소 다니지 않던 길로 핸들을 돌렸다. 의심쩍은 차량이 더 바짝 붙었다. 경기 65허2675. 렌터카를 확인한 최씨 일행은 차를 세우고 일회용 카메라로 ‘삼성 백혈병’ 산재 판정까지의 대장정 고제규 기자 6월23일 서울행정법원 203호. 서울행정법원 14부 진창수 판사가 주문을 읽어 내려갔다. “원고 황상기(고 황유미씨 부친), 이선원(고 이숙영씨 남편)에 대하여 각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삼성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한다는 판결이었다. 방청석 맨 앞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원고 정애정씨는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훔쳤다. 김은경씨가 그런 정씨 손을 부여잡았다. 황상기·송창호 씨는 꼿꼿하게 버티며 판결문 내용을 들었다.예상을 깨고 삼성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해달라는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났다. 함께 소송을 낸 삼성 백혈병 비밀 밝혀낸 택시운전사 고제규 기자 쉰여섯 살 황상기씨는 택시 운전기사이다. 강원도 속초에서 30년째 운전대를 잡고 있다. 요즘 벌이는 손님이 많으면 하루 10만원선. 그마저도 공치는 날이 많다. 걸핏하면 운전대를 놓고 서울로 올라가기 때문이다.그가 운전대를 놓은 건 2007년 3월6일 딸을 잃고 나서다. 1남2녀 가운데 둘째 딸인 유미씨는 그가 운전하는 택시 안에서 숨졌다. “저렇게 일했다면 내 남편 왜 죽나” 고제규 기자 공판 시작 15분 전부터 법정이 분주했다. 피고 쪽 변호인단이 프레젠테이션 예행연습을 했다. 노트북을 꺼내고 테스트를 했다. 변호사가 4명이나 법정에 나와 변호인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법정 경위가 변호사 대기석 책상까지 옮겨 변호인석 옆으로 붙여준 뒤에야 4명이 모두 앉을 수 있었다. 변호인단 맞은편에 비친 프레젠테이션 바탕화면에는 삼성 로고가 선명하게 찍 근로복지공단은 삼성관리공단? 장일호 택시운전사인 황상기씨(고 황유미씨 아버지)는 10월 들어 운전대를 채 열 번도 잡지 못했다. 황씨가 10월20일 이른 아침 눈을 뜬 곳은 강원 속초의 집이 아니었다. 근로복지공단 민원실 바닥 위에서 그는 밤새 잠을 뒤척였다. 잠을 뒤척인 것은 황씨 뿐만이 아니다. 강원 춘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딸 한혜경씨를 병원에 놓고 어머니 김시녀씨 역시 &lsquo ‘삼성 백혈병’ 논란 제2라운드 점화 장일호 기자 삼성전자가 삼성 백혈병 논란에 대해 재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재조사 참여 여부를 두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삼성전자는 기흥공장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또 이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인 조수인 사장은 전격적으로 “국내외의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 학술단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벌 삼성 백혈병 논란 개인질병? 직업병? 장일호 기자 '꿈의 공장' 삼성반도체에서 '또 하나의 가족'이 백혈병으로 죽어나갔다. 지난 3월31일 박지연씨가 숨지면서 삼성반도체에서 일했던 노동자 가운데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9명이 됐다. 삼성 떡값 500만원과 ‘또 하나의 가족’ 목숨값 500만원 장일호 기자 3월31일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박지연씨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하다 끝내 눈을 감았다. 어머니 황금숙씨가 20분간의 짧은 면회시간을 마치고 나올 즈음이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닷새만이었다. 스물 셋, “오래 살고 싶다”라던 지연씨의 소원은 그렇게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연이가 다 됐다.” 어머니는 대성통곡하며 제대로 걸음조차 꿈의 공장에서 죽어가는 또 ‘하나의 가족’ 장일호 기자 “엄마, 나 오래 살꺼야”박지연씨(23)는 그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어머니 황금숙씨는 “그래, 고생 한만큼 좋은 일 있을꺼야”라는 대답으로 딸 지연씨를 안심시키곤 했다. 그러나 현재 지연씨는 “엄마”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한다. 지연씨의 깡마른 몸과 퉁퉁 부어오른 얼굴 아듀! 2009, 하루 특별취재반 취재 고제규·김은지·장일호 기자 / 김경민·김재욱·김수지·박초롱·허은선 인턴기자2009년이 저문다.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4대강, 세종시 논란 등 숨 가빴던 한 해가 진다.지난 1년 시사IN은 현장에 천착했다. 현장에서 만났던 24명의 하루를 다시 취재했다. 아듀! 2009. 이들에게 2009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0시 : 용찬 참사 유가족 권명숙, “2009년은 ‘불행’이다.”용산 참사로 남편 이성수씨를 잃은 권명숙씨는 찬 맥주를 들이켰다. 피붙이보다 더한 유족들과 이별연습을 치렀다. 권씨는 “다섯 가족은 형제 아닌 형제가 “삼성전자 노동자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변진경 기자 ⓒ시사IN 안희태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이종란 노무사(32)는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이 노무사가 기다리는 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한 사람들의 제보 전화. 삼성전자는 질병의 업무 연관성을 부인한다. 하지만 이 노무사는 “화학약품이 바닥에 떨어지면 고무장갑만 끼고 그냥 닦았다”와 같은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증언을 들으면서, 잇 삼성 무노조 신화 무너질 것인가 이오성 기자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깨질까? 수없이 던진 질문이지만 돌아오는 건 ‘아직’ 메아리뿐이다. 노조를 만들던 자도, 노조 만들기를 도왔던 자도 모두 지쳤다. 지치지 않은 건 삼성뿐이다. 지난 2월 삼성SDI 과장급 직원으로 구성된 ‘삼역모’(삼성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사람들의 모임)’가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내부 균열이 생기며 자진 해체를 결정한 것이 커다란 상처였다. “지금 생각하면 삼역모가 반공개로 활동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럼으로써 끊임없이 삼성 측에 신호를 보낸 거다. 일부 언론도 함께 당했다고 본다. 언론 노출 한 번 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