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만나서 얘기해볼까?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내가 휴대전화 화면에 집중할 때마다 친구는 단속하듯이 말한다. “트위터 좀 관둬.” 꽤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말이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뾰족한 가시 때문에 나는 번번이 “왜?” 하고 반문한다. 친구가 생각하는 트위터는 ‘나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만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는 편협한 SNS’다. 올해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 지 9년째인 나는 친구의 이런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늘 작은 변명을 한다. ‘사람에겐 때때로 편협함이 필요해!’나는 편협하다. 그건 오늘의 뉴스를 다른 커뮤니티의 필터로 보고 싶지 않다는 김제동 “오해 두렵지만 여전히 웃기고 싶다" 이상원 기자 김제동씨(50)가 신간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펴냈다. 개그맨·방송인인 그는 책 여섯 권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김제동씨는 사회참여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고,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논했다. 2016년 촛불집회 때는 연단에 올라 헌법을 이야기했다. 전작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2018)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의 이런 행보에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3월13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후 여러 보도가 나왔다. 김제동씨가 ‘사회적 발언을 하지 않 OTT, 스포츠 앞세워 일상을 공략하다 주하은 기자 3월20일 오후 5시, 평일 낮임에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앞은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소속 구단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시즌 개막 경기를 보러 온 인파였다. 주한미군부터 일본인 관광객까지 관람객의 국적도 다양했다. 최소 12만원이라는 높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크게 주목을 끈 경기였다.‘한국에서 열린 최초의 MLB 정규 시즌 경기’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주관한 곳은 쿠팡의 OTT인 쿠팡플레이였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 토 세상을 바꾼 자폐 스펙트럼의 역사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패턴 시커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강병철 옮김, 디플롯 펴냄“이들은 하루 종일 체계화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느리지만 의미 있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다양한 증상과 강도가 공존한다는 뜻에서 ‘자폐증’ 대신 ‘자폐 스펙트럼’이라 부르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대중문화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그리는 방식도 그들에 대한 오해를 허무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 성향이 가진 패턴 찾기 능력, 즉 ‘체계화’에 주목했다.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토대로 끝없는 질문을 통해 검증된 시스템을 ‘길거리 싸움’ 평정한 〈좀비 트립〉 시즌 3, 어디로 향하나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가슴에 울분이 쌓여 세상의 어떤 이야기에도 집중하지 못할 때, 나는 유튜브 방송 〈좀비 트립〉을 시청한다. 한때 세계적에서 유명한 격투기 선수였던 정찬성이 길거리 싸움꾼들을 데리고 펼치는 이 기묘한 폭력의 세계는 지역명을 내세운 섬네일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수많은 무협지와 도시 전설에서 배웠듯이 주먹의 세계에는 자고로 지역을 하나씩 꺾는, 이른바 ‘도장깨기’를 하며 천하를 제패하는 서사가 존재한다. 〈좀비 트립〉은 그 룰에 따라 수원·인천·광주·대구·부산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구를 먹은’ 대장을 찾아 그에게 결투를 신청한 박성태·장성철 “김건희 방탄 공천, 한마디로 ‘소리 없는 아우성’” [김은지의 뉴스IN] 장일호 기자 ■ 방송 :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월~목 오후 5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김은지 기자■ 출연 :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국민의힘 공천 상황?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콘셉트는 김건희 방탄 공천”“김건희 특검법에 ‘여사’ 안 붙여서 행정지도? 제대로 된 나라인가? 창피해”“2월29일 쌍특검법 재의결? 민주당 공천 파동 이슈 바꿔보려고 하는 것 아닌가”“쌍특검법 재의결 부결되면 대통령과 배우자의 명백한 잘못에 면죄부 줄 수도”“시 공영방송 KBS의 95분짜리 정치 예능쇼 나경희 기자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2월7일 오후 10시, KBS에서 〈특별대담-대통령실을 가다〉를 방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자와 마주 앉은 건 540일 만이다. 2022년 8월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 이후로 처음이다. 대담의 방향성을 유추할 수 있는 제목은 ‘대통령실을 가다’였다. ‘대통령에게 듣는다’였던 첫 기자회견의 제목과 대비된다. 대담 진행을 맡은 박장범 KBS 앵커 역시 “오늘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안내할 예정이다”라고 첫 멘트를 했 시사IN 제858호 - 카페의 ‘쓴맛’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다은 기자 기자들의 시선/이상원 기자 포토IN/68세에 나선 ‘명랑 노년 탐사’COVER STORY IN공멸인가 공존인가, 기로에 선 카페 자영업카페가 치킨집보다 많은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가 커피 브랜드가 흥하면서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출점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ISSUE IN 민주당의 통합비례정당, 연합정치이고 진보일까 공영방송 KBS의 95분짜리 정치 예능쇼 일본식 ‘주가 부양’ 한국에도 통할까? ‘삼성 미전실 디즈니랜드 놀이기구, 누가 만들었을까 [설날엔 디즈니] 듀나 (SF 작가) 설은 정말 특별한가? 이번 기고 글에서 김상욱 물리학자가 묻는다. 뜻밖의 사유가 누군가의 갑갑한 설 연휴를 버티게 해줄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것 말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는 독자들에게 과학자, SF 작가, 〈시사IN〉 기자들이 명절에 즐길 만한 콘텐츠를 엄선했다. 설날과 까치에게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김상욱 물리학자, 박진영 공룡학자의 과학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보여주고, 듀나 SF 작가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남다른 취향을 가진 〈시사IN〉 기자들의 추천작들에서 “올해를 버티게 해줄” “절대로 후회하 나의 쓸 만한 ‘무게’ 증명하는 〈먹찌빠〉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내 몸은 4부터 100까지 모든 숫자를 겪었다. 50㎏일 때 사람들은 “44사이즈 되면 진짜 남자들이 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야”라고 했다. 60㎏이 되자 사람들은 “살만 빼면 더 예쁠 텐데. 왜 안 빼?”라고 했다. 70㎏이 되자 사람들은 “너 뚱뚱해. 심각해. 자기관리 좀 해”라고 했다. 80㎏이 되자 사람들은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했다. 90㎏이 되자 사람들은 “괜찮아. 뚱뚱해도. 당당하면 돼”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해준 충고와 걱정은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나는 먹고 또 먹어서 결국 100 케이팝 헤비 팬덤의 짐, 라이트 팬이 나눌 수 있을까 [K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지난해 1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HYBE) 의장의 말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케이팝의 위기를 거론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라이트 팬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강렬한 몰입과 소비를 보이는 ‘슈퍼 팬’이 케이팝의 확장성에 한계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음악시장을 긴 호흡으로 봐온 이들이라면 일견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였다. ‘굵고 짧게’가 아닌, 넓고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음악가가 많아질수록 신(scene)의 뿌리는 튼튼해질 터였다.그러나 상황은 예기치 못하게 흘러갔 요약본과 쇼츠의 시대, ‘시성비’에서 벗어나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얼마 전 20부작 드라마를 5시간으로 압축해낸 유튜브 요약본을 눈물 뚝뚝 흘리며 봤다. 친구에게 그 얘길 했더니, 친구는 냉정하게 '그건 아무것도 봤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5시간이나 투자했는데 본 게 아니라니. 하루에 주어진 여유시간을 다 쓰고 잠까지 줄여가며 본 것인데! 잠깐 억울해졌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만 해도 신입 교육 때마다 ‘모든 컷, 모든 멘트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나.이제 드라마를 1.2배속으로 보면 양반이다. 우리는 곧잘 주인공 서사의 핵심만 압축한 유튜브 요약본을 보거나, 그도 아니 ‘짧은 머리’ 미스 프랑스, 프랑스 사회를 흔들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2023년 12월16일, 제94회 미스 프랑스 대회에서 북부 노르파드칼레 지역 대표인 에브 질이 '우승'했다. 2003년생인 그는 프랑스 북부 릴 대학에서 수학 및 정보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에브 질의 우승은 프랑스 사회에서 여러모로 화제였다. 그의 어머니는 인도양 남쪽 마다가스카르 인근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섬 출신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랑스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곳이다. 본선 대회 직전 레위니옹 지역 라디오 '앙텐 레위니옹(Antenne Réunion)'과의 인터뷰에서 에브 질은 “제가 우승한다면 레위니옹의 일부도 우 MZ를 조롱하려면 나부터 이기고 해라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2023년에 달성한 사회적 성과가 있다면, ‘MZ 세대’라는 개념이 청년 담론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 아닐까? 2019년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는 신조어로 탄생해 정치·경제·기술·문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던 ‘MZ 세대’라는 이름은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은 시장의 마케팅 해법,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관습적 수사로 활용되다가 어느덧 세상의 모든 ‘밉고 서툰 것’을 묶어서 부르는 만능 대명사가 되었다.2년 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영지가 말했다. “MZ라면 정말 진절머리가 납니다!” 나 게임을 보랬더니 손가락을 보는 사람들 전혜원 기자 11월23일.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의 뮤직비디오 ‘샤이닝 하트(Shining Heart)’가 공개됐다. 11월25일. 젊은 남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남초 커뮤니티)에서 뮤직비디오 속 엔버의 손동작에 주목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영상에서 엄지와 검지로 ‘집게손’ 모양을 만드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이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성별만 바꾸어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을 내세운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해당 로고는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1 역대 최고 선수 페이커의, 당연하지 않았던 우승 이상원 기자 기현상이다. 게임 대회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 광화문광장에 1만5000명 관중이 모여들었다. 전국 극장의 단체관람관 100여 곳이 매진됐다. 결승 티켓은 10분 만에 다 팔렸고 수백만 원대 암표가 등장했다.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 각국 리그 소속 팀들의 경기였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앞다퉈 한국 리그 소속 우승팀에 축전을 보냈다. 종합일간지가 대회 결과를 보도하고, TV 뉴스 진행자가 대회 해설가에게 ‘게임 잘하는 법’을 물었다.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혹자는 e스포츠 산업의 팽창을, 다른 이는 MZ 세대의 취향을 배경으로 꼽 “석박지를 보면 김홍일 선배가 떠오른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설렁탕 집에서 나오는 석박지를 보면 김홍일 선배가 떠오른다.”윤석열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과 설렁탕 집을 찾았을 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세 동생을 직접 키우면서 석박지를 많이 만들어 반찬으로 먹었다는 것. 12월6일 대통령실이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공성 지켜낼 적임자”로 소개한 김 후보자는 ‘특수통 검사’ 출신. 〈조선일보〉조차 ‘방통위원장까지 검사 출신,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며 비판했다. “검찰은 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정권을 위해 휘두르며 언론 자유를 탄압하고 〈개그콘서트〉, 웃기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웃겨야지 나경희 기자 ‘개콘’이 돌아왔다. 11월12일 밤 10시40분 KBS2에서 방영된 〈개그콘서트〉 1051회는 3년 5개월 만의 무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했던 2020년 6월, 더 이상 공개 무대에서 방청석과 호흡을 맞출 수 없게 된 제작진은 방송을 중단해야 했다. 이 결정에는 〈개그콘서트〉가 유튜브나 OTT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비해 별다른 재미가 없다는 시청자들의 냉정한 평가도 한몫했다.11월1일 관객들의 첫 방청이 이루어지기 전 열린 제작간담회에서 김상미 CP(책임 프로듀서)는 “주말 밤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게 지금까지 존재 자체가 풍자인 사람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한국 코미디는 글렀다. 제대로 된 정치 풍자 하나 못하면서 무슨 코미디언이라고….” 〈개그콘서트〉가 3년 만에 부활한다는 기사 아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제대로 된 정치 풍자’란 대체 무엇일까? 나 또한 〈개그콘서트〉의 코미디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의견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코미디에 ‘정치 풍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한국 코미디의 문제가 정말 ‘정치’ 풍자를 못해서인지 묻고 싶다.코미디언들은 세상의 심기를 헤아리며 장사를 한다. 한국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꺼내기만 해도 ‘불편러’ 청년인구 집중의 핵심 키워드, 20대 여성의 상경 김동인 기자 2017년에 방영한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는 경상남도 남해군 출신 1988년생 윤지호라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속 지호는 반동적이다. 사회적 통념이나 관습을 거스른다는 뜻에서 그렇다. ‘여자는 당연히 집 근처 교대에 가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몰래 서울 대학에 원서를 넣고, 입학식 전날 야반도주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는 친구들과 달리 드라마 보조 작가의 길을 택한다. 월세방을 전전하느라 생계 걱정에 연애를 포기했지만, 수제 맥주라는 자신의 취향만은 포기하지 못하는 캐릭터다. 당시 드라마는 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