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배구 수업, 호호 체육관을 아십니까? [시선] 신선영 기자 땅을 보며 일하던 ‘언니들'이 하늘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손목이 벌겋게 부어오를 정도로 힘껏 쳐낸 공들이 바닥에서 튀어 올랐다. 10월20일 서강대학교 체육관에서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호호 체육관’ 배구 수업이 진행됐다.호호 체육관은 문화연대 대안체육회에서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기치로 스포츠에서 소외된 노동자,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를 초대했다. 이들의 스포츠 권리를 찾고 사회적으로 인식시키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2020년 6월 스포츠계 소아청소년과 의사, 링 위에서 한국 챔피언벨트 차지하기까지 나경희 기자 루틴은 단순했다. 줄넘기 10분, 섀도복싱 8라운드, 샌드백 8라운드 그리고 러닝. 이렇게만 운동해도 챔피언이 될 수 있느냐고 묻자 서려경 선수(32)는 조건을 달았다. “집중해야죠. 쉬엄쉬엄 오래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글러브가 샌드백에 꽂힐 때마다 폭죽 같은 소리가 터졌다. 손정수 천안BEAT손정오복싱클럽 관장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펀치가 타고났죠?”7월14일, 국내 복싱 단체 중 한 곳인 한국복싱매니지먼트(KBM)에서 주관하는 한국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전이 열렸다. 경기 종료 1분23초를 남겨두고 편견의 ‘허들’ 넘어 국가대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다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2023년 7월5일은 한국 축구사에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 23인의 명단에 케이시 유진 페어라는 이름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콜린 벨 감독은 2007년생인 페어를 월드컵 공격진의 일원으로 선택했다.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페어는 한국과 미국 복수국적자다. 아버지가 과거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중 어머니를 만났고, 미국 뉴저지로 건너가 정착한 뒤 페어가 태어났다. 여섯 살에 축 신도시에 대한 밀레니얼의 애증 ‘05학번 이즈 히어’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완공되지 않은 신도시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건설이 한창인 신도시의 공포스러운 평온함을 좋아한다. 건물은 높고 도로는 넓은데 사람도 차도 없고, 모든 시설이 새것인데 주인이 없다. 외로움과 불안을 그곳보다 안전하게 관광할 수 있는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 입주가 예정된 사람들은 그 텅 빈 공간을 기대감으로 채우며 디데이를 기다리겠지만, 이런 곳에 살아본 적도 없고 살 거란 기대마저 희박한 나는 신도시의 그런 허무하고 황폐한 풍경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J: 너 이런 얘기 부동산 카페 아무 게시판에다 올려봐. 중년이지만 혼자 삽니다, 행복하게 삽니다 김다은 기자 6년 만에 신작을 낸 것치곤 소감이 독특했다. “ 〈이상한 정상가족〉의 독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지 모르겠다.” 김희경 작가는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아동 인권을 중심에 두고 가족과 가족주의 문제를 분석했다. 한국 사회에 팽배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부조리를 고발했음에도 책 출간 이후 ‘가족 전문가’로 불리게 된 그다. ‘가족 전문가’가 이번엔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책을 낸다? 게다가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 최악의 저출생 시대다. 1인 가구가 저출생 원인인 듯 비판하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그는 이렇게 “우리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데 어떻게 일본 사죄를 받겠나” 김다은 기자 어머니는 밑창이 다 닳은 검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열네 살 양금덕이 고향 나주 땅을 다시 밟은 건 1945년 10월22일 밤 11시40분께. 광복이 된 줄도 모르고 일본 공장에 남아 일하던 이의 늦은 귀가였다. 어린 딸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고무신은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다. 해방이 되자 하염없이 딸을 기다리며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역을 오간 탓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건 ‘암시랑토 않다’고 했다. “너 이제 왔으니까 나는 맨발로 가도 된다. 밤이라 누가 욕도 안 하니까 염려 마라.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아버지 기다리신다.”마 난장이들의 곁에서 떠난 적 없던 나의 선생님에게 김중미 (작가·기찻길옆작은학교 상근자) 우리 가족은 내가 중학교 때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동두천을 떠나 인천으로 왔다. 그러나 인천 송림동 목재단지 안의 사택은 더 나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오죽하면 술 취한 미군과 클럽 언니들의 악다구니로 가득 찼던 보산리가 그리웠을까. 공장이 쉬는 날이면 원목 더미에 올라갔다. 서쪽으로는 제철, 제강, 전기, 제분, 자동차 회사의 굴뚝이 보였고, 동쪽으로는 전자, 봉제 공장의 낮은 지붕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남쪽 판자촌 너머로는 다 쓰러져가는 시립아파트가 보였다. 나의 미래는 그 풍경처럼 잿빛이었다. 엄마가 뺑뺑이를 돌려 선택된 중 김영란, 대법관이기 전에 ‘읽는 존재’였던 사람 김은지 기자 ‘김영란’은 이제 보통명사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의 법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어도, ‘김영란법’이라고 하면 모두가 안다. 2015년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도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변호사로부터 ‘사랑의 정표’로 벤츠를 받은 검사는 처벌할 수 없었다. 인식 전환을 가져온 법에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던 제안자 김영란의 이름이 붙었다.김영란법 이전에는 그에게 ‘최초 여성 대법관’이라는 수식어가 주로 따라다녔다. 김영란 당시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된 시기는 한국 근대문학에도 ‘언니들’이 있었다 [여여한 독서] 김이경(작가) 조지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첫째 동기는 사람들의 인정과 주목을 받고 싶은 ‘순전한 이기심’이라 했다. 이기심이라니 한심하다 싶겠지만 따지고 보면 문학뿐 아니라 모든 예술이, 아니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성취란 것이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자부와 욕망에서 나온다 할 수 있다. 자부심에 가득한 자아는 오웰이 말했듯 “사후에도 기억되고 싶은 욕구”로 쓸 것이며, 상처 입은 자아는 “실패를 앙갚음할 수 있게 해주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쓰리라. 자랑이든 항변이든 그들의 동기는 하나다. 존재 증명. 내가 여기 있다, 시사IN 제 728호 - 20대 여자 그들은 누구인가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시사IN〉에 말걸기 기사 후~폭풍 퀴즈 말말말 이 주의 그래픽 뉴스 기자들의 시선/차형석 기자들의 시선/김다은 포토 IN/ 두 개의 구호COVER STORY IN“약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차별받고 있다”20대 여자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또다시 웹조사를 기획했다. 20대 여성은 능력 차원에선 자신들이 남성에 비해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구조가 성차별적이라고 본다. ‘오조오억’이 남혐 단어? 이대남도 동의 않는다ISSUE IN 경선 주도권 둘러싼 일주일간의 설전 2차 가해 면죄부 배우 고두심에게 제주섬이 건넨 말, ‘살다 보면 살아진다’ 김다은 기자 영화 〈빛나는 순간〉은 70대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과 서울에서 온 30대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의 사랑이야기다.〈올드 랭 사인〉 〈알이씨(REC)〉 같은 퀴어 영화를 연출해온 소준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서울 종로3가와 이태원 대신 제주도를 선택했다.그는 언제나 외로움이 스며든 자리를 살폈다. 그래서 그의 영화엔 늘 사랑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제주는 마치 한 명의 배우처럼 제 몫을 한다. 엄혹한 역사가 일군 제주의 땅 위에서 아픔을 가진 이들은 비로소 애도를 시작한다. 해녀 진옥은 제주의 아픈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미중 카르텔박홍서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한·미 동맹 강화든, 한·중 관계 강화든 그것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신냉전’의 도래를 진단하는 목소리는 익숙하다. 세계적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은 미·중 간 전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한반도와 북방 문제를 연구하는 저자는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미·중 관계를 자본주의 국제질서 안에서 경쟁하는 일종의 ‘카르텔 관계’이자 갈등적 상호의존 관계로 본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미 언니들이 알려준 욕망과 실수의 내 인생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혼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 학원 가고, 과외 선생님이 매주 오고, 유학을 가는 게 무슨 의미인지 솔직히 잘 몰랐다. 혼자서 뭔가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돈을 아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피아노곡을 배우고 싶으면 악보를 뽑아 교회 피아노로 연습했다. 예배를 마치고 다들 밥 먹고 있을 때 조지 윈스턴이니 히사이시 조의 악보를 인터넷 어딘가에서 구해다 주보용 프린터로 뽑아서 쳤다. 아무도 내가 뭘 치는지, 지난주보다 얼마나 잘하게 되었는지 관심이 없었다.커서 보니 ‘남들’이 어릴 때 흔하게 했다는 수영·태 시사IN 제 677호 - 방역 파괴자들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수다·기사 후~폭풍·퀴즈 말말말 이 주의 그래픽 뉴스 기자들의 시선 포토 IN/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살아남은 곳COVER STORY IN방역의 사회적 비용 누가 지불하는가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은 모두가 평등하게 치르지 않는다. 거리두기 2단계냐 3단계냐 하는 질문은 결국 자원배분을 조율하는 문제, 즉 가장 고전적인 정치의 문제가 된다. “교회 간 불평등이 한국 극우의 모체 됐다” 비(非)코로나 의료공백 진료 순서 효율화로ISSUE IN 의사의 소득은 얼마여야 정당한가 자산시장 과열 속 공매도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홉스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교양인 펴냄“홉스의 일생 중 상당 기간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애덤 스미스 하면? 보이지 않는 손! 토머스 홉스 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공교육 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우리는 거의 조건반사로 내뱉을 수 있다. 그러고는 이 위대한 사상가들이 어떤 문제와 씨름하고 어떻게 위대해졌는지 거의 생각할 일 없이 살아간다.이럴 때 훌륭한 해결책이 있다. 전기다. 사상가들이 살았던 시대, 그들이 해결하려 했던 당대의 과제, 그리고 이들의 인간적 기질과 약점까지 이해하게 해주는 전기는 위대 주목하지 않았던 ‘소문자’ 여성의 삶 임지영 기자 저자 김은화씨의 어머니 박영선씨 같은 분을 나도 알고 있다. 그는 많이 먹어도 여간해서 살이 찌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다이어트 같은 행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이 없어 쉬는 날엔 집안에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된장을 담그든 반찬을 만들든 밀린 빨래를 삶든. 평일에 있는 제사 음식도 혼자 다 하는데 그게 걸려 죄송하다고 하면 “돈 버는 일이 훨씬 중하다”라고 한다. 사회가 늘 그래왔듯 스스로도 자신의 가사노동에 값을 매기지 않는 60~70대 여성이다. 이쯤 되면 독자 누구나 주변에 비슷한 인물이 한 “모든 폭력의 완성은 성매매였어요” 김영화 기자 카메라가 그림자를 향해 셔터 음을 냈다. ‘봄날(활동명)’은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다 문득 레이철 모런을 떠올렸다. “저도 레이철 모런처럼 얼굴 내놓고 멋있게 활동하고 싶은데 한국 사회가 참 어려워요.” 아일랜드 출신의 반(反)성매매 활동가인 모런은 10대 때부터 7년간 자신이 겪은 성매매 경험을 바탕으로 〈페이드 포,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이란 책을 냈다. 반(反)성매매 활동가인 봄날도 지난해 11월 자신의 생애사를 담은 책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냈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방지법은 성 구하라가 떠난 세상 남은 자들이 할 일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한 달여 만에 또 한 편, 젊은 사람의 부고를 쓴다. 너무 이르다. 비통함이라는 말로도 다할 수 없는 감정이다.구하라는 부단히도 열심히 살았다. 환상을 직조하는 아이돌 산업의 플레이어였음에도,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이기도 했다.구하라는 이름처럼 그가 중간에 합류한 걸그룹 카라를 ‘구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는 실로 복덩이였다. 그와 강지영을 영입하고 재정비한 카라는 마침내 무명기에서 벗어나 대형 스타가 되었다. 팬들의 지지로 서서히 인기를 얻은 성장 서사나 한 작곡팀과의 긴밀한 작업으로 연속성을 보여준 디스코그래피( 두 교사가 일으킨 ‘교육 혁명’ 엄기호 (문화 연구자) 〈독서 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학교도서관저널 펴냄)는 홍천여고 서현숙·허보영 교사가 독서토론 교육을 이끈 3년을 기록한 책이다. 책 부제(함께 읽고 토론한 홍천여고 3년의 기록)에 ‘기록’이라고 적혀 있지만 연대기적 서술은 아니다. 두 교사가 제안하는 방식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매뉴얼’ 형태로 기술됐다. 중간 중간에 두 교사의 조언도 실려 있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 교육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다.교육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본다면 두 교사가 한 일은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교사 ‘비혼들의 비행’은 오늘도 계속된다 임지영 기자 ‘뭔 계기를 묻고 그런다냐.’ 봄봄(닉네임· 47)이 걷기 운동을 하며 투덜거렸다. 미리 받아본 질문지에 ‘비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묻는 대목이 있었다. 자주 받는 질문이기도 했다. 걸으며 생각해보니 답변이 달라지는 시기인 것 같았다. 서른 즈음 결혼보다 중요한 건 경제적 독립이었다. 그걸 이루고 나서도 결혼보다 중요한 게 많았다. 40대에 접어들 무렵 또다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결혼에 적합한가.’ 정서나 취향, 성격을 고려했을 때 아니었다. 30~40대를 지나는 동안 그의 곁엔 늘 비혼 여성들의 공동체 ‘비비(비혼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