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배구 수업, 호호 체육관을 아십니까? [시선] 신선영 기자 땅을 보며 일하던 ‘언니들'이 하늘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손목이 벌겋게 부어오를 정도로 힘껏 쳐낸 공들이 바닥에서 튀어 올랐다. 10월20일 서강대학교 체육관에서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호호 체육관’ 배구 수업이 진행됐다.호호 체육관은 문화연대 대안체육회에서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에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기치로 스포츠에서 소외된 노동자, 여성, 이주민, 성소수자를 초대했다. 이들의 스포츠 권리를 찾고 사회적으로 인식시키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2020년 6월 스포츠계 “어떤 변화는 누군가의 희생에 빚지고 있더라” [사람IN] 김영화 기자 축제가 한창인 캠퍼스에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다. 축제 여파로 “말도 못하게” 일거리가 쌓였다고 성토하던 윤화자씨(66)의 얼굴이 밝아진 건 무대 앞에서였다. 10년 전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던 중앙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이 있던 자리다. ‘10년’이란 숫자에 감회가 새로웠다. 2013년 9월27일 윤화자씨는 당시 용역업체의 비인격적 대우에 항의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청소·경비 노동자 10명이 모인 자리에서 “얼떨결에” 분회장으로 뽑혔다는 그는, 그해 12월부터 이어진 파업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현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 유튜브 시대에 돌아온 사랑과 전쟁 [K콘텐츠의 순간들] 복길 (자유기고가) 지난봄 JTBC에서 방영한 〈닥터 차정숙〉은 의대를 졸업했지만 20년간 전업주부로 살아온 차정숙이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로 복귀해 커리어를 재개하는 이야기다. 초반에는 ‘아줌마’ 레지던트를 달가워하지 않는 동료들 사이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실수를 거듭하지만 정숙은 가사에 전념했던 지난 20년의 경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환자에게 정서적 안정과 세심한 돌봄을 제공하는 훌륭한 의사로 성장한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정숙의 삶만 반듯하게 발라낸, 위의 요약을 읽고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왜냐하면 〈닥터 차정숙〉이 18%라는 높은 누가 양공주를 멋대로 규정하는가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한국 텔레비전 역사상 최고 시청률(65.8%)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KBS 2TV의 드라마 〈첫사랑〉(1996~1997)이다. 무명 배우 손현주가 밤무대 마스터 주정남 역할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 극중에서 부른 노래가 인기를 얻자 앨범도 냈다. 그중 ‘내 이름은 순이’라는 노래가 히트했다.“내 이름은 순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에레나예요/ 그냥그냥 십팔번으로 통한답니다/ 술이 좋아 마신 술이 아니랍니다/ 괴로워서 마신 술에 내가 취해서/ …/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캬바레에서/ 보았다는 뜬소문도 거짓이에요.”군대 갔다 온 박지원, “국민의힘 서열? 1위 윤석열, 2위 전광훈, 3위 김기현” [정치왜그래?] 장일호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격주로 〈정치왜그래?〉에 출연합니다(코너명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박 전 원장은 4선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 정치의 자리를 두루 경험한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입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정치 현안을 두루, 또 깊이 톺아봅니다. 해당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진행 : 장 찐개는 맞고 나서 만터우를 먹었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우리 동네 살던 친구 ‘찐개’가 내민 건 만두였다. 오래된 중국집 홀에서 맡던 냄새가 나던. 녀석이 한번도 내게 주지 않았던 만두. 나는 만두를 정말 좋아했다. 찐개 같은 ‘짱꼴라’가 먹는 만두가 진짜라고들 했다. 내 호기심은 더 높아져갔다. 찐개에게서 최초의 진짜 중국 만두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1977년도 쯤이었을까. 그와 내가 옆 동네에서 신나게 얻어터지고 난 후였다. 친해지기 어려웠던 찐개랑 그날 비로소 친구가 되었다. 나의 화교(음식)에 대한 오랜 짝사랑은 그렇게 한 계단 올라섰던 것 같다. ‘짱꼴라’가 준 만두를 먹었으니 나는 왜 소년범을 변호했을까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노동가치 탐구김영용 지음, 도서출판 참 펴냄“게임에서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 다른 이후 관문을 통과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면, 이 게임을 시작한 사람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한때 대학가에서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 읽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도전자’들은 〈자본〉의 초입부에서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상품과 교환, 화폐에 대한 논리가 전개되는 제1권의 1, 2, 3장이야말로, 〈자본〉에서 가장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르크스 특유의 서술 순서로 인해 책 전체를 먼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초입 누가 노가다를 무시하는가 [기자의 추천 책] 변진경 기자 ‘노가다’의 말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노가다의 순화어라는 ‘막일’의 뜻도 마찬가지다. ‘1.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막노동) 2. 중요하지 아니한 허드렛일.’ 〈노가다 칸타빌레〉는 이런 노가다의 정의를 땀 냄새 물씬 풍기는 공사판 체험기를 통해 반박한다. 저자는 전직 기자 출신 노가다꾼이다. 스스로를 ‘글 쓰는 노가다꾼’으로 소개한다. 그는 현재 자신의 업, 노가다를 ‘공간을 만드는 일’로 여긴다. “이 공간을 매개로 누군가 감자탕 보들살은 아무나 못 먹는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인생은 낯선 여행지의 식당 메뉴 같은 거라고 했다. 메뉴판에 적힌 것과 달리 뭐가 나올지 모른다고. 우리는 보통 ‘꼬였다’고 했다. 인생 꼬였네. 군대 생활 꼬였네. 회사 생활 꼬였네. 꼬인 줄을 풀다 보면 어느새 삶은 풀 수 없는 실타래 같은 거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감자탕을 한 그릇 시켜놓고 소주를 마셨다. 그 꼬인 인생들을 생각하면서.종태는 아주 눈치가 빨랐고, 귀신같은 녀석이었다. 종태 뒤만 따라다니면 먹을 게 생겼고 용돈도 챙길 수 있었다. 중학생 때였는데, 우리는 이미 성인영화를 섭렵하고 있었다. 종로 우미관 3층의 개 “왜 우리 학교 도서관에는 사서 선생님이 없나요?” 변진경 기자 “아줌마 누구세요?” 책 빌리러 온 학생이 물었다. “응, 나는 사서 선생님이야.” 송미경(가명) 사서는 내심 속상했지만 표정을 숨기고 대답했다. 학생이 그렇게 물을 만도 했다. 송 사서는 고작 1년에 대여섯 번, 석 달에 두 번꼴로 그 학교를 방문했다. 학생 입장에선 처음 보는 사람이 학교도서관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으니 당연히 궁금했을 것이다. 송 사서는 ‘학교도서관에는 원래 매일 우리 같은 전문인력이 상주해야 하는데 너희 학교는 그렇지 못한 거란다’라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송 사서는 전라남도 학교도서관 순회사서 29명 중 한 매운 돼지곱창에 찬 소주만 마셨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우리 때는 중3이 되면 연합고사 준비를 했다.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15년 연속 기출문제집〉 같은 걸 사서 보곤 했다. 나는 그때부터 좀 이상한 애여서 영어며 수학 쪽보다는 ‘가사’와 ‘가정’ 편을 열심히 보았다. 당시엔 남학생은 상업이나 공업(또는 농업, 수산업, 광업 등 실용 학문) 중 하나가 연합고사 시험과목이었고 여기에 기술은 필수였다. 그러니까 여학생은 가사와 가정, 남학생은 기술과 상업, 공업을 공부했다. 나는 당연히 가사와 가정을 볼 필요가 없었는데 그 기출문제집은 남녀 구별이 없어서 함께 묶여 있었다.가사와 가정은 정 〈일타 스캔들〉과 〈스카이 캐슬〉, 무엇이 서로 닮았을까 [K콘텐츠의 순간들] 김선영 (칼럼니스트) 강남의 한 입시학원 앞, 자녀들을 태우러 온 수많은 차와 늦은 퇴근길 차가 뒤엉켜 한밤의 도로를 무지막지한 소음으로 채운다. 곧 장면이 뒤바뀌면 교복 차림의 한 소년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 학원 건물 옥상까지 쫓겨온 아이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이윽고 땅에 떨어진 학원 홍보 전단을 비추는 카메라가 아이의 추락을 암시한다. 지난 1월 방영을 시작한 tvN 토·일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첫 회 오프닝은 〈스카이 캐슬〉(JTBC), 〈펜트하우스〉(SBS) 등과 같은 대표적인 입시 스릴러를 연상시킨다.그런데 이 살벌한 도입부를 지 종로에서 왕십리까지, 리어카는 기차게 끈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김군,이라고 하겠다. 그는 내 대학 시절 친구였다. 핸드폰도 삐삐(가 뭐냐고 묻지 마세요)도 없던 때 우리를 만나려면 학생식당으로 가면 되었다. 학생 수천 명이 우글거리던, 잠실학생체육관만 한 학생식당에서도 우리 둘은 딱 눈에 띄었다. 나는 5월이 되도록 고등학생 때 입던 교련복 하의에 추리닝 상의였고, 김군은 군용 야상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치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 할 수 없지만 사실 입을 옷도 변변치 않았다.‘같은 옷 계속 입기’로 치면 다른 동기인 이오성 군을 능가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는 입학 때 입은, 아마도 아버지가 그 겨울의 밍밍한 동태찌개가 생각나는 날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아는 선배한테서 문자가 왔다.“○○반점 폐업. 아저씨 암 걸리심. ㅠㅠ”반점은 기름 볶는 요리다. 중국 음식이다.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 ‘한국 식당은 김치’라며 매번 갓 담근 겉절이에 묵은지를 내는 집(중국집인데도 그렇다). 선배에게 이런 문자를 주절거리며 보냈다.“사라지는 노포, 마지막 날에는 모든 단골이 모여서 꽃다발도 좀 안기고, 추억의 음식도 실컷 먹고, 주인이 혼신의 힘으로 마지막 주문을 만들어내고 땀을 훔치면서 홀에 나설 때 손님들이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폐업의 변이라도 써놓 그날 국회는 유족에게 규정을 들이밀었다 주하은 기자 2022년 12월25일 성탄절, 김원준씨의 큰누나 김선아씨(가명)는 오랜만에 녹사평역 인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12월14일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때 김원준씨의 영정 사진을 놓으러 온 이후 첫 방문이었다.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바쁜 일상에도 김씨의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너무 고통스럽게 가진 않았는지, 언제까지 이 참사를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할지….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래도 분향소에 오니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그는 말했다 “경훈아, 엄마가 널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뭘까” [정치왜그래?] 장일호 기자·최한솔 PD 장례를 치르고 집에 왔는데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뜬눈으로 빨래를 돌렸습니다. 빨래 더미 속에서 아들의 속옷이 나왔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아들의 흔적이 얽혔습니다. “엄마"하고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았습니다. 텅 빈 아들의 방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대답없는 질문을 묻고, 또 물었습니다.“아들아, 내 아들아. 네 죽음이 억울하지 않게, 헛되지 않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엄마가 널 위해 마지막으로 뭘 해주면 될까.”고 이경훈. 1995년생. 10월29일 이태원 골목에서 숨진 158명 중 한 명입니다. 어머니의 그 겨울 친구네 함바집의 식탁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고등학교 때 친구 하나가 담임선생님께 불려 나갔다. 선생님은 심각한 얼굴이었다. 녀석은 교무실에서 돌아온 후 가방을 싸서 집으로 갔다. 아버지가 다쳤노라고 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경기도 남부에서 함바집을 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사업에 다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였다. 빚을 내어 권리를 땄다고 했다.그 전에, 그 친구랑 현장에 간 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거길 뭐 하러 갔는지 모르겠다. 황량한 들판에 불도저 같은 중장비가 몰려와 검은 연기를 뿜으며 터 잡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1980년대의 흔한, 택지개발 현 이모는 노동자가 아니니까 그랬나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셰프) 이른바 파출부라고도 하고 일본말로 ‘아라이(洗い)’라고도 하는 직종이 있다. 설거지를 전담하며, 바쁠 때는 파도 썰고 직원들 밥도 하는 그런 일이다. 내가 일하던 서울 강남 어느 식당에서 알게 된 분이 있다. 다들 이모라거나, 찬모라고 부르는. 그러니까 파출부와 아라이의 또 다른 이름인. 그냥 아줌마도 되며 더러 엄마도 된다. 다만 누구도 공식 호칭인 주방보조원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알게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간혹 밤에 이런 문자가 온다. 이 양반은, 데이터 절약을 위해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다.‘세푸님안녕하세요?설명절잘보 왜 김건희 ‘대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인가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어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 대통령의 배우자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씨’를 사용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대통령의 배우자에게 왜 ‘여사’가 아니라 ‘씨’를 쓰느냐는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겨레〉의 ‘씨’ 표기를 두고 이미 세 번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1999년에는 ‘ ‘자가’와 ‘세입자’로 산불 이재민 지원금도 차별? 울진/글 김다은 기자·사진 조남진 기자 집으로 돌아온 김숙란씨(61) 눈에 바싹 탄 생선들이 보였다. 친척 오빠가 두고 간 생선들이 겨우 흔적으로만 남아 있었다. 늘 마당에 말려놓고 요긴하게 반찬으로 먹곤 하던 것들이다. 냉장고도 시꺼먼 형체만 남아 있었다. 이웃이 매실 원액이나 간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냉장고에서 꺼내 갖다줄 테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지인들은 숙란씨에게 ‘우리 마을 제일가는 부자’라고 말하곤 했다. 두 딸과 막내아들이 사준 선물도, 아껴 쓰던 화장품도, 특별한 날이면 꺼내 입던 고운 옷도 어느 것 하나 남지 않은 걸 보고 이재민이 되었음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