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좀 그렇지만, 그런 작품 아니에요 [K콘텐츠의 순간들] 조경숙 (만화 평론가) “제목은 좀 그렇지만, 그런 작품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으레 이런 말을 한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들의 제목이 웹소설 문법에 맞게 문장형 등으로 지어진 제목이 많다 보니, 독자들도 왠지 낯선지 이런 말을 꼭 덧붙이곤 하는 것이다. 예컨대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라거나 〈무림세가 천대받는 손녀딸이 되었다〉 등. 글자로만 읽는 건 아무 무리가 없지만, 입으로 작품 제목을 말하는 순간엔 나도 때때로 쑥스러워지곤 한다.이런 방식으로 제목이 지어지는 데에는 웹소설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장르의 한국은행 총재님에게 물정을 알려드립니다 이오성 기자 한국은행 총재가 놀라운 발언을 내놓았다. 4월12일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였다. 이창용 총재는 “기후변화 이런 게 심할 때 생산자 보호를 위해 지금 같은 정책을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농산물) 수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기후변화 등으로 생기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 국민의 합의점이 어딘지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됐다”라고 말했다.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 탓이므로 외국 농산물을 대폭 수입하는 걸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여기에는 언제까지 정부가 국내 농가를 보호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이보그(cyborg)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 기계와 인간의 결합체인 개조 인간을 의미한다. 영화 〈공각기동대〉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의 SF에 등장했던 익숙한 존재다. 우리는 사이보그에 대해 양면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간의 몸에 기계가 결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는 사이보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보면 사이보그야말로 인류의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이 글에서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과 민주주의가 만난다면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AI 시대의 정치이론마티아스 리스 지음, 박성진 옮김, 그린비 펴냄“인공지능은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인가?”‘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현한 이후 세상의 속도가 훨씬 빨라진 느낌이다. 인공지능은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기능으로 인간의 정신적 노동을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치에도 끼어들기 시작했다. ‘내’가 남긴 여러 데이터로 ‘나’의 정치 성향을 분석한 뒤 맞춤형 광고를 보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회적 대립을 고조시키는 내용이지만 격렬하게 재미있는 동영상들을 추천해 나의 정치 성향을 더욱 과격하게 만들어준다. 철학박 “주민들이 다 함께 씩씩이를 살렸습니다” [사람IN] 김다은 기자 두 달 전 태어난 고양이 씩씩이는 얼마 전 죽을 고비를 넘겼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을 가로지르는 20m 높이의 고가도로(내부순환로) 아래에 나흘간 갇혀 있었던 것이다. 홍제천 산책을 나온 주민들이 상공에서 나는 가느다란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씩씩이를 발견했다. 3월16일, 아직 도톰한 겉옷을 입어야 하는 쌀쌀한 초봄이었다. 밤에는 4℃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어미 없는 새끼 고양이가 밥도 물도 없이 홀로 견디기엔 추운 날씨였다.주말 내내 중고거래 앱 ‘당근’의 동네생활 게시판에는 씩씩이를 구조할 방법을 찾는 글이 올라왔다. 며칠 은이 솟구치는 산에서 중남미 사회의학으로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입춘, 경칩, 춘분이 지나도록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봄의 전령사가 도착했다. 백련사 동백도, 산동마을 산수유도, 화엄사 홍매화도 그 주인공이 아니었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황사와 미세먼지야말로 한반도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진정한 전령사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1등이었다는 그날, 거리에는 다시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도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KF 94 마스크를 하나 꺼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열린 한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것이었다.포장지에는 커다랗게 ‘은나노’ ‘ ‘부드러움의 황금비율’ 하이트진로, 소주 신제품 ‘진로골드’ 출시 ADVERTORIAL 소주의 원조 하이트진로가 부드러운 소주 맛의 황금비율을 찾았다.하이트진로는 기존 ‘진로’의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차별화된 주질 및 패키지로 완성한 신제품 ‘진로골드’를 출시했다.하이트진로는 가볍게 마시는 음주문화의 확산으로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과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다양한 소비자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진로골드를 국내 No.1 소주 브랜드 참이슬, 제로슈거 No.1 진로와 함께 소주 시장을 이끄는 브랜드로 성장시켜 소주 명가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이번에 출시하는 ‘진로골드’는 ‘부드러움의 황금비율’ 하이트진로, 소주 신제품 ‘진로골드’ 출시 ADVERTORIAL 소주의 원조 하이트진로가 부드러운 소주 맛의 황금비율을 찾았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진로’의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차별화된 주질 및 패키지로 완성한 신제품 ‘진로골드’를 출시했다.하이트진로는 가볍게 마시는 음주문화의 확산으로 다양해진 소비자 입맛과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다양한 소비자층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진로골드를 국내 No.1 소주 브랜드 참이슬, 제로슈거 No.1 진로와 함께 소주 시장을 이끄는 브랜드로 성장시켜 소주 명가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이번에 출시하는 ‘진로골드’는 기후 공약 살펴보니... “어? 국힘이 달라졌나?” 이오성 기자 이번 총선은 역대 최초로 ‘기후’가 본격 의제에 오른 선거다. 2022년 대선 때 ‘RE100’이 공론화되면서 처음 기후 정책의 물꼬를 튼 이래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등 주요 정당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내놓았다.가장 눈에 띄는 건 국민의힘이다. 말 그대로 ‘괄목상대’할 변화다.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했다. 미세먼지 저감이나 탈원전 정책 철회,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정도를 관련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라기엔 매우 부족했다.2020년 3월 그 냉동 김밥은 어쩌다 미국에서 품절되었나? 김영화 기자 김밥을 생각하면 창피한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20년 전, 당시 초등학생이던 세라 안 씨가 어머니가 싸준 김밥을 학교에 가지고 간 날이었다. 한 친구가 말했다. “으. 그런 걸 왜 먹어? 완전 역겨워 보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한국계 이민자 2세로, 그가 자라난 동네는 한국인은 물론 아시아인도 드문 곳이었다. 그날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된 김밥을 그는 고집스럽게 입에 욱여넣었다. 자부심이 수치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말했다. “엄마, 다시는 김밥 싸주지 마세요. 그냥 샌드위치 싸주세요.” 어머니는 이유 이번 설에도 80년 전통의 대표 차례주, ‘백화수복’과 함께하세요! ADVERTORIAL 〈오래 살면서 길이 복을 누리라〉는 뜻을 지닌 ‘백화수복’은 80년 전통의 대표 차례주로 받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 담긴 제품이다.‘백화수복’은 1945년 출시된 이후 오늘날까지 80년의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100% 국산 쌀의 외피를 30% 정도 도정 후 사용하고, 저온 발효 공법과 숙성방법으로 청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며, 알코올 도수는 13도이다.우리 민족의 정성된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라벨은 동양적인 붓글씨체를 사용하고 라벨과 캡(병뚜껑)에도 금색을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우리나라 대표 차 “이제 그만 드시개” 개식용, 찬반 논란은 끝났지만 김다은 기자 지난해 1월 양성태씨(가명·75)는 충남 아산에서 30년간 운영해온 개농장을 정리했다. 젊을 때 대형 화물차를 몰았던 양씨는 좀 더 안정적인 일을 찾아 시골에 내려왔다. 소위 ‘개 값’이 좋을 때였다. “개 농장을 하겠다고 작정한 건 아니었다. 개를 한 마리, 두 마리 매입하다 보니 어느새 180마리 규모의 ‘개 농장’이 됐다.”합법적으로 운영하려고 지자체에 신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양씨는 개 농장 운영에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세상이 바뀌어서” 개 식용이 곧 금지될 거라는 소문이 들렸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개 농장을 찾 전세가는 어쩌다 10만원 단위까지 거래되고 있을까? 김동인 기자 ‘전세 1억6380만원.’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내걸린 전세 매물 가격이다. 익숙하지 않은 숫자다. 과거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10만원 단위는 통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임대차 시장을 둘러싼 여러 조건이 변하면서, 이제는 수도권 곳곳에서 10만원 단위까지 적힌 전세 물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이러한 전세 매물에는 대개 ‘HUG 보증 가능’ 같은 조건이 달려 있다. 2022년까지 이어진 비아파트(빌라·다가구·오피스텔 등) 전세가 폭등 이후 한국 주택임대차 시장의 문법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각 무례한 시대, 스타도 팬도 함께 울었다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1939년 6월23일, 경기도 인천부 경정 203번지에 사는 소학교 5학년생 유윤순(15)이 돌연 집을 나선 후 종적을 감췄다. 끝내 딸을 찾지 못한 어머니 한씨가 경찰에 수색원을 냈다. 배우를 동경하던 딸이 기어코 배우가 되려고 가출했다며 하소연이다(〈매일신보〉 1939년 7월12일, ‘꿈 많던 처녀시대, 배우를 동경코 가출’).” 윤순은 어쩌다 배우를 꿈꾸게 됐을까? 기사에는 단서가 없다.주소를 보다가 혹시나 싶어 검색을 해본다. 극장 ‘애관’이 인천부 경정 238번지에 있었으니 윤순의 집과 지척이다. 애관이 어떤 곳인가? 1 살아서 대접받지 못한 이를 대접하는 ‘뒷전’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는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한다. 하지만 나는 올해의 책을 뽑는 대신 이 지면에서 다루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쓰지 못한 책을 소개하련다.첫 책은 황루시의 〈뒷전의 주인공〉이다. 얼핏 봤을 땐 ‘뒷간의 주인공’인 줄 알았다. 뒷전이라면 흔히 ‘○○는 뒷전이고’ 하는 식으로만 썼지 이리 떡하니 앞으로 내세운 건 처음 봤다. 도대체 뒷전이 뭐지? 들어가는 글에서 친절하게 설명한다. 뒷전이란 굿판에서 “가장 마지막에 하는 굿”으로, “무속이 신앙하는 여러 신을 대접한 뒤에 철상을 하고 굿청 밖으 곁에 있지만 투명한, ‘돌보는 아동'을 찾아서 변진경 기자 ※기사에 등장하는 아동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열 살 하은이는 김밥을 쌀 줄 안다. 학교 현장체험학습(소풍) 도시락을 스스로 챙겨왔다. 장애를 가진 엄마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아빠를 돌보느라 그 나이에 벌써 청소·빨래·요리에 능해졌다. 여덟 살 미소는 아침마다 오빠(14)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등교한다. 오빠는 중증 지체장애인이고 부모는 모두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오빠에게 배정된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갑자기 일을 그만둘 때마다 미소는 학교를 결석해야 했다. 민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3이 된 지금까지 언어·청각장애인 아버지 17.7%까지 치솟은 프랑스의 생활물가 인플레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국민들이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농업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식료품 자급도가 높은 국가다. 식품 대외의존도가 20%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유럽 주변국과 가격경쟁을 하면서 각종 과일과 채소 등의 수입률이 40~60% 올랐다. 지난해 7월 상원이 게재한 ‘경제주권 재건을 위한 5개안’에 따르면, 주요 소비 품목인 버터와 밀가루 반죽(생지)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밀과 쌀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인도의 수출통제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어온 전기요금 개가 그리울 때면 두오모 성당이 떠오른다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나에게 피렌체 두오모 성당은 폐소공포증의 다른 이름이다. 가본 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당시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때를 회상하면 이상하게 가슴이 갑갑해지고 온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을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쿠폴라(돔) 내부의 그림을 좀 자세히 보고 싶은데 그럴 겨를도 없이 인파에 떠밀려 어어어, 하면서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오른다. 두껍고 완고한 벽이 지나치게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 나 있는 창문은 숨통을 틔워주기는커녕 이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실감하게 할 뿐이다. 게다가 오뚜기 ‘컵누들 마라탕’ 출시 3주 만에 100만 개 판매 돌파 기업 PR ‘컵누들 마라탕’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마라탕을 컵누들에 접목한 제품으로, 칼로리가 높은 마라탕을 부담 없이 즐기고 싶어하는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출시됐다. 150kcal의 낮은 열량을 내세워 별도 광고 없이 출시 초기부터 입소문을 탔으며, 마라탕 특유의 매콤하고 얼얼한 맛을 잘 담아낸 점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해당 제품은 사골국물 베이스에 얼얼한 마라와 고소한 땅콩, 참깨를 더해 진한 국물 맛을 냈으며, 마라탕 전문점 1.5단계 정도의 맵기를 재현했다. 기존 컵누들처럼 밀가루 대신 감자, ‘아무도 사과하지 않아서’ 이태원에 남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 김다은 기자 10월 이태원에는 소슬한 가을바람이 무색할 만큼 나풀거리고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하곤 했다. 이제 이곳에는 흰 국화 송이를 들고 다니는 청년들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10월29일은 이태원 참사 1주기다. ‘벌써’라는 부사가 먹먹한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1년 전 ‘그날’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시 산다. 그 탓에 지난 1년을 마치 10년처럼 산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마음의 조각 옆에 여전히 희망의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이태원 참사 희생자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 생존자 김초롱씨, 상인 남인석씨와 경찰관 윤하성씨(가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