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함으로써 잊어버리는 것들, 두 개의 〈너의 이름은〉을 보며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영화 〈너의 이름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여기 일본 청소년 두 명이 있다. 17세 소녀 ‘미츠하’는 깊은 산골 이토모리에 사는 신관 집안의 무녀다. 다음 생에는 산골 말고 화려한 도쿄의 남자로 살고 싶다. 또 다른 소년 ‘타키’는 바로 그 도쿄에서 고교 시절을 만끽 중이다. 어느 날 놀라운 사건이 일어난다. 둘의 몸이 바뀐 것이다. 불규칙하게, 자는 동안 몸이 바뀐다. 처음에는 실수를 연발하다가 상황을 깨닫는다. 서로의 생활을 위해 규칙들을 정하고, 몸이 바뀐 날 생긴 일을 스마트폰에 남겨 준다. 이 이상한 현상을 극복 팬데믹 ‘워프’ 통과하며 확 달라진 웹툰 생태계 박인하 (서울웹툰아카데미 이사장) 코로나19 팬데믹이 많은 걸 바꾸었다. 애초부터 바뀔 방향이었지만, 워프(공간 이동) 장치를 통과하듯 팬데믹이 그 거리를 줄여버렸다. 오프라인 연결이 끊겨버린 상황에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경제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인 웹툰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회귀·빙의·환생(이하 회빙환)을 활용해 현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매회 독자들에게 쾌감을 안겼다.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토종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들은 편하게 웹툰을 구매했다. 이미 10년 넘게 축적된 사용자 경험은 팬데 위기의 엔씨소프트, 한국 게임산업의 길은? 이상원 기자 서구권에는 ‘한국인은 게임을 잘한다’는 인식이 있다. 해외 웹사이트에는 ‘한국어 닉네임을 가진 게이머가 혼자서 적을 학살했다’ ‘한국 서버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고수들이 가득했다’는 후일담이 떠돈다. 그런데 한국인 게이머에 비해 ‘한국 게임’의 명성은 세계시장에서 그다지 높지 않다.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전형적 한국 게임(또는 김치 게임)’이란 말을 악평으로 쓴다. 한국 게임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분야였다.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집에서 즐길 수 있 부동산 가격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 신수현 (도시 데이터 분석가) 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매주 혹은 매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선거 분석’이라는 말은 통상 여론조사와 그 결과에 대한 해석, 이를 바탕으로 한 각종 패널들의 정무적 발언과 스토리텔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우리 동네’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동네의 선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우리 동네의 선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시사IN〉과 함께한 이번 분석을 통해 자산가격이라는 변수가 선거에 얼마나 세밀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 집에서 일하려다 ‘산업스파이’ 된 사연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산업기술 유출 범죄, 이른바 ‘산업스파이’는 한국 언론이 가장 악질적 범죄로 다루는 것 중 하나다. 특히 국내 대기업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외국에 팔아넘기려 한 자들을 거의 매국노로 취급한다. ‘최근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위기감을 조성하거나,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그런 보도를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언론이 보도한 사건 속 인물들은 정말 산업스파이였을까. 회사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은 없을까.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를 알기 때문이다. 이 법이 보호하는 산업기술은 하필 그날이 동짓날이라서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가장 짧은 낮츠쯔젠 지음, 김태성 옮김, 글항아리 펴냄“아저씨, 그건 아저씨 탓이 아니라 동짓날이라서 그런 거예요.”“내 글쓰기의 연륜은 단편소설의 연륜과 일치한다.” 작품은 선언과도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 츠쯔젠은 좡중원문학상·루쉰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국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이다. 일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아프고 외로운 작품 속 등장인물의 삶은 충분히 핍진하다. 여기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서사 위에 자연을 포개는 저자의 주특기가 더해져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하필 그날이 동짓날이라, 안개가 자욱한 날이라 벌어지는 사건 ‘AI 선도자’로 꼽힌 MS, ‘중국 위험’ 부각된 애플 이종태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주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회사였다. 애플은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각각 자사의 주력 제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제품 자체보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테크(tech) 기업들의 가치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서비스들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얼마나’ ‘어떻게’ 결합시키고 있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2월13일 현재 MS가 시가총액 3조85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이런 사람은 국회의원 ‘안’ 됩니다 [기자들의 시선] 이오성 기자 이 주의 명단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80개 시민단체가 모인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가 2월19일 ‘1차 공천 반대 명단’을 발표했다. 총선넷은 반개혁 입법 추진, 인권침해 및 차별·혐오 발언, 정부 실정 책임, 국회의원 자질 부족 등을 기준으로 세우고 최종 공천 부적격자 35명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26명, 더불어민주당 7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 등 현역 의원 35명이 낙천자 명단에 포함됐다. 시민사회가 낙천자 명단을 발표한 것은 20대 총선 이후 8년 만이다. 공천 부적격자로 최다 추천된(6건) 인 공동체가 만드는 세바시 유니버스 [사람IN] 문상현 기자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은 매년 초 분야와 관계없이 등장하는 경영 화두다. 지속가능성은 급변하는 환경 속 안정적 유지를 가능케 한다. 확장성은 도태와 정체를 막고 새로운 기회를 준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은 두 가지 키워드가 결합돼 성장해온 브랜드다. 출범 13년 차인 현재까지도 세계관을 계속해서 넓히고 있다.〈세바시〉는 2011년 CBS 사내 벤처로 탄생했다. 단순 콘텐츠, 프로그램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시청률 대신 매출로 평가받았다. 2017년에는 독립 법인이 됐고, 지금까지 꾸준히 흑 이태원 참사 혐의 공직자, 첫 실형 선고 받았다 [기자들의 시선] 김다은 기자 이 주의 판결이태원 참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공직자에게 첫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2월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태원 참사 직후 ‘핼러윈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직무 규정에 따른 일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하여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어렵게 한 데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의 사람들 틈의 귀신을 잡아라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명탐정의 창자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내친구의서재 펴냄“여기에 귀신이 있다!”‘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유령이나 절대자, 좀비, 부활 등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이 실존한다고 전제한 가운데 이 세계관의 논리에 맞춰 사건을 풀어가는 장르다. 산촌의 연쇄방화 사건에 대한 탐정과 조수의 논리 경합으로 시작된 도입부가 갑자기 ‘쓰야마 사건’ ‘제국은행 사건’ ‘아베 사다 사건’ 등 20세기 초반 일본의 흉악 범죄 가해자들을 지옥에서 지상으로 소환하는 오컬트로 돌변하더니, 사람들 틈에 숨은 인귀(人鬼)들을 잡아내는 수수께끼 풀이로 “사칭 광고 탓에 전 재산 날렸다” 이상원 기자 〈시사IN〉은 소셜미디어(SNS)의 유명인 사칭 사기를 보도한 바 있다(〈시사IN〉 제847호 ‘일확천금 유혹하는 SNS 가짜 유명인’ 기사 참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유명 인사를 가장한 광고를 올리고 ‘주식 리딩방’으로 이끄는 수법이다. 보도 한 달이 지난 뒤 제보가 들어왔다. 실제로 사칭 광고에 속아 거액을 사기당했다는 내용이다.제보자 이성민씨(62·가명)는 계약직 버스 기사다. 출퇴근 시간 통근 버스를 운전하고 월급을 받는다.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2015년 운전 일을 시작했다. ‘직영 기사’가 되는 게 그의 꿈이었다. 검찰의 음모론과 압수수색, 언론 자유는 어디로 갔나 이종태 기자 검사와 기자는 ‘동료 시민’인가? 수사를 당할 때 두 직업의 행태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검사는 스마트폰에 20자리의 비밀번호를 설정해뒀다가 수사기관에 알려주지 않는 것으로 압수수색을 무력화한다. 함께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은 검사들은 신기하게도 거의 동시에 한결같이 스마트폰을 분실(?)한다.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어올 예정이면 데스크톱을 초기화해버린다.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기자들은 대체로 유순하게 수사에 협조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6일, 이진동 〈뉴스버스〉 발행인 겸 대표기자(이하 호칭 생략)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말이 칼이 됐다, 극단의 ‘알고리즘’ 정치 나경희 기자 새해가 시작되고 이튿날, 야당 대표가 칼에 맞아 쓰러졌다. 1월2일 오전 10시29분,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이동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를 향해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왕관 모양의 종이를 머리에 쓴 남성이 다가왔다. 1957년생 김 아무개씨로 밝혀진 이 남성은 “사인 하나만…”이라며 인파를 뚫고 이재명 대표에게 다가가 18㎝ 길이(날 13㎝) 흉기를 휘둘렀다. 왼쪽 목을 찔린 이 대표는 쓰러졌고, 주위에 있던 당직자들이 김씨를 제압했다.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이재명 대표는 헬기로 이송돼 2024년 세계정세를 흔들 5가지 이슈 이종태 기자 2024년, 미국은 시험에 들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짜인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는 나름 이상적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다. 모든 국가들에 국제사회의 일원이라는 자격이 부여되었다. 이 질서에서 국가들은 크든 작든 국제연합(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1국 1표’의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작은 나라들의 주권도 형식적으로나마 존중되었다. 강대국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평화의 보증자 노릇을 했다. 적어도 19세기처럼 강대국들이 멋대로 주변 소국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규정하고 그 나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침략 2초 만의 성범죄, 딥페이크가 ‘엔데믹’이 된 이유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학교에서 돌아온 6학년 딸이 “오늘 큰일이 있었다”라고 말을 꺼냈다. 같은 반 아이 A와 옆 반 아이 B 사이에 싸움이 있었다. 두 아이가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하던 중 다퉜고, 학교에서 만나 얘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처음엔 말싸움었지만 곧 몸싸움으로 번졌다. 옆 반 아이들 여럿이 나와 B의 편을 들면서 A를 때리고 밀쳤다. 일부는 핸드폰을 꺼내 A가 맞아서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은 뒤 그것을 스냅챗에 올렸다.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퍼지면 몸만 다치는 게 아니라 마음도 다친다. 딸은 A와 가까운 친구는 아니지만 이 오픈AI 이사회는 해야 할 일을 했다 이종태 기자 세상의 어떤 기업 이사회가 최근 엄청난 업적을 세운 CEO를 갑자기 해임할 수 있을까? 심지어 대주주와 해당 업계, 심지어 여론의 압박과 비난까지 감수하며 당초의 결정을 고집할 수 있을까?오픈AI의 이사회가 그렇게 했다.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MS의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이사들이 남달리 꿋꿋한 인물들이라서가 아니다. 오픈AI라는 회사의 지배구조가 당초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상업적 이익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오픈AI는, 이번 ‘샘 올트먼 해임’ 사건의 관련자들인 올트먼(전 CEO), 그렉 브록 은행을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그 청년의 말을 듣고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김동인·주하은·박미소 기자가 영국·미국의 ‘금융 이해력’ 교육 현장을 취재하고 돌아왔다. 금융이 발달한 두 나라에서는 학교 혹은 비영리단체에서 어떻게 금융 교육을 할까?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그 취재의 결과물이다.2021~2022년 동안 국내에서 했던 취재가 쌓여 이 기획을 하게 되었다. 부채 문제를 취재하던 김동인 기자가 2021년 초에 금융 상담 현장에 있는 전문가에게 ‘악성 채무 문제로 찾아오는 청년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불법 사기대출 피해가 많았다. 혹시 ‘작업 대출’이나 ‘내구제 대출’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는가? ‘압수수색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필독서 [기자의 추천 책] 김은지 기자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압수수색 소식이 들리는 요즘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압수수색이 잦았나 싶다가,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까지 뻗어나가면 괜스레 마음이 어수선해진다.스마트폰 시대, 휴대전화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휴대전화 확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무와 사적 친분이 뒤섞인 대화, 포털사이트 검색 기록, 유튜브 시청 리스트, 온라인 쇼핑 목록 등. 국가가 들여다본다니, 무엇 하나 간단히 넘어갈 수가 없다.그러니까 의심받을 짓을 하지 말라 개가 떠나고 달리기 시작했다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개가 떠나고 빈 시간 동안 무얼 했느냐고 물으면 어리둥절하고도 머쓱해진다. 그러게요, 전 대체 뭘 한 걸까요. 아무리 찬찬히 돌이켜봐도 별로 한 일이 없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변명거리는 안 되겠지만 그나마 하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달리기를 좀 했다는 점이다.스마트폰에 기록된 걸 보니 이번 10월에는 105㎞를 달렸다. 올해 들어 달린 걸 합치면 757㎞이고 78시간쯤 된다고 한다. 꽤나 달린 줄 알았는데 고작 78시간이라니, 개를 돌보던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적어서 대체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한 건지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