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에 없는 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외로웠다. 밥을 먹어도 외로웠고 TV를 봐도 외로웠고 게임을 해도 외로웠다. 하품은 전염된다는데 덩달아 하품하는 친구가 곁에 없는 것도 참 외로웠다. 소파에 혼자 앉은 자기 모습이 텅 빈 화면에 반사되는 게 싫어서 얼른 다시 TV를 켰다. “외로우신가요?” 자막과 함께 나오는 반려로봇 광고. 바로 주문. 택배 도착.즐거웠다. 같이 밥을 먹어서 즐겁고 TV를 혼자 보지 않아서 즐겁고 2인용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즐거운 추억을 더 쌓고 싶어 바다에 갔다. 물놀이가 끝난 뒤 나란히 해변에 누워 기분 좋게 낮잠도 잤다. 집에 가 카카오 먹통 사태가 남긴 세 가지 질문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2022년 10월15일 오후 3시19분 경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다. 3분 뒤 전원이 차단됐고, 곧이어 이 센터에 입주해 있던 카카오·네이버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한 시간이 채 못 된 오후 4시께 뉴스 댓글 서비스의 복구를 시작으로 저녁 8시 쇼핑 검색까지 모든 서비스를 정상화했다. 카카오는 그러지 못했다. 이튿날 오전이 되어서야 카카오톡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제외한 메시지 수발신이 가능해졌다. 다음과 카카오의 메일, 카톡의 톡채널과 톡서랍은 사흘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카카오의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뉴욕·신웅재 (사진가) 9월11일 세계무역센터 빌딩 자리에는 ‘프리덤 타워’로 불리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One World Trade Center)가 우뚝 솟아 있다. 인근 9·11 추모공원에는 유족과 시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2001년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테러 희생자 유족과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9·11 피해자 지원금 펀드’도 고갈되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법안은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 위한 중동 판짜기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지금까지 중동 분쟁을 당사자들의 관계와 내부의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고질적 분쟁,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종파 갈등, 부족과 종교 그리고 국가가 부딪히는 정체성의 투쟁, 이슬람 내부의 노선 논쟁 등 다양한 갈등선을 다루었다. 중동 분쟁을 설명하면서 외세 변수를 빼놓을 수 없다. 외세는 식민지 내재적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고, 직접 전쟁에 개입하는 등 분쟁 당사자이기도 했다. 특히 열강의 개입은 안정보다는 중동의 정치 질서를 어지럽히는 방향으로 작동했다.100년 전 1차 세계대전 당시 사이크스-피 기자들의 시선 시사IN 편집국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이 주의 국민청원 청와대가 9월11일 ‘어린이집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 강화’ 국민청원에 답변을 내놓았다. ‘23개월 아이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으로, 41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지난 8월부터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이 아동학대를 한 경우 법원의 양형 기준을 강화했다”라고 말했다. 중상해는 최고 징역 12년형, 사망 시 15년형까지다. 엄 비서관은 구형에 비해 선고 형량이 낮다는 사실을 밝히고, 제도를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박홍규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로만 이해하는 시선은 여전하다. 〈군주론〉의 유명한 문장 ‘군주는 사랑받지 못할 바에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게 낫다’ 등에서 기인한 이미지다. 정치와 도덕을 분리해낸 텍스트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지만, 현실주의자 마키아벨리에 대한 인식은 남아 있다. 저자는 마키아벨리 사상의 핵심은 〈군주론〉이 아닌 〈리비우스 강연〉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로마사 전반을 다룬 마키아벨리의 강연을 해설하면서, 마키아벨리가 혁명적 민주공화국을 외쳤다고 주장한다... 테러 대량생산 시대의 탄생 천관율 기자 ‘라마단’이 핏빛으로 얼룩졌다. 이슬람국가(IS)는 테러를 라마단 기간에 집중시키며 이슬람의 성스러운 전통을 극적으로 비틀었다. 이슬람 달력으로 9월인 라마단(올해는 6월6일부터 7월5일) 기간에 무슬림은 금욕 생활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신에 헌신하는 전통이 있다. IS는 이교도를 죽이는 것이야말로 신에 헌신하는 길이라는 논리를 세계의 급진주의 무슬림에게 퍼뜨렸다.크고 작은 테러가 세계를 연타했다(IS의 테러 수출, 동쪽으로 한걸음 더 기사 참조). 예멘 무칼라의 자살 차량 폭탄 테러(42명 사망. 6월27일), 터키 아타튀르크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한국 원전 잔혹사김성환 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2013년 6월, 원자력발전소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 케이블이 설치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전 업계의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원전 비리 사건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기자인 저자도 기사를 썼다. 어느 날 한수원 직원의 아내에게서 편지가 왔다.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데 대한 답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탐욕의 울타리박병상 지음, 이상북스 펴냄소고기를 많이 먹는 미국인을 일컬어 ‘움직이는 콘칩’이라고 부른다. 소가 옥수수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몽골의 소처럼 목초만 먹었다면 질겨야 마땅한데 도축 5개월 전부터 옥수수 사료를 집중적으로 먹은 미국의 소는 부드럽다. 한우도 다르지 않다. 인간의 울타리, 특히 산업축산의 울타리에 사는 동물들 삶의 실상을 ‘환경운 가만히 있지 않도록 가르칠 수 있다면 김은남 기자 전 세계 대안교육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민주교육회의(IDEC·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가 지난 7월27일~8월3일 경기도 광명에서 열렸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IDEC 개막 연설의 주인공은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미국의 대표적 대안학교인 알바니 프리스쿨에서 40여 년간 교사·교장으로 재 바보야, 문제는 부동산이야 신기주 (〈에스콰이어〉 기자) “지난주에도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썼어요. 거짓말은 아니죠. 정말 올랐거든요. 3만원.” 어느 방송사의 부동산 담당 후배 기자가 토로했다. 가격상승률이 0.03%로 1억원짜리 아파트가 3만원 올랐다는 식이다. 후배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하는 두건장이 노인의 표정이었다.2014년 설날을 기점으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사들이 일간지 경제면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가격변동률은 소수점 두 자리대였다. 침소봉대였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째에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목매다시피 했다. 부동산 지상 400m 외줄에 서 있는 청년 박정남 (교보문고 전략구매팀 과장) 바쁜 뉴욕의 아침, 한 청년이 지상 400m 외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안전 로프도 그물도 없이 긴 봉 하나를 들고 줄 위에 선 그는 경악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1시간 가까이 줄 위에서 걷고, 뛰고, 춤춘다. 1974년, 지금은 사라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110층 사이를 걸었던 프랑스 청년 필리페 프티의 실제 이야기다.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 피해 가족의 얼굴이 까맣게 변해가고 있었다 진도/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사진 이명익 기자 지난 4월29일 세월호 침몰 참사의 현장인 진도 팽목항에 다녀왔다. 목포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자 분향소와 노란 리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목포에서 팽목항으로 향하는 길에는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었다. 정확히 말한다면, 팽목항은 사고 현장이 아니다. 사고는 팽목항에서 약 30㎞ 떨어진 해상에서 일어났다. 앞을 가로막은 섬들 때 9·11에 대한 감각 공유하기 박태근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인문·사회 MD) 이번 주 목요일은 ‘9·11 사태’ 12주년이다. 이제는 손가락을 꼽아 헤아릴 수도 없이 여러 해가 지났지만, 9·11에 대한 분석과 인식은 테러, 미국과 중동이라는 국제정치의 시선에 머물러 있다. 그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9·11을 바라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도시 연구로 주목받는 사회학자 그레고리 스미스사이언의 〈9·12〉(글항 왜 권력자는 재난 현장에 가나 장정일 (소설가) 1911년에 제정된 클라이스트 상과 1923년에 생긴 뷔히너 상은 독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두 상은 각기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1777~ 1811)와 게오르그 뷔히너(1813~1837)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이름 뒤에 붙은 괄호 속 숫자를 세어보면 그들은 고작 34년과 24년을 살았다. 그런데도 독일문학사를 장식하는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니 작가의 미덕은 고령이 되도록 마냥 펜을 쥐고 버티는 데 있지 않다. 인생은 마라톤일 수 있을지언정 문학은 결코 완주에 박수가 쏟아지는 짠한 테러리스트 ‘섀도우 댄서’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1974년 8월7일 아침, 한 남자가 뉴욕 맨해튼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 꼭대기에 올랐다. 지금은 무너지고 없는 쌍둥이 빌딩의 건물과 건물 사이, 모서리와 모서리 사이에 걸린 외줄 위로 왔다갔다 해맑게 웃으며 45분 동안 머물렀다. 바로 그 남자, 곡예사 필리페 페티의 무모하고 경이로운 모험은 35년 뒤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에서 아주 흥미진진하게 엄청나게 찡하고 믿을 수 없게 짠한 이야기 김세윤 (방송 작가) 청소년에게 인생을 알려주는 방법〈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건 야권 후보들의 ‘아름다운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것만큼이나 애석한 일이다. 톰 행크스와 샌드라 불럭이 주연하고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오른 이 작품을 이렇게라도 소개할 기회가 생겨 천만다행이다. 이야기는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년 후 왜 테러범은 쌍둥이빌딩을 노렸을까 시사IN 편집국 집단 기억의 파괴로버트 베번 지음, 나현영 옮김, 알마 펴냄 1500년 역사의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석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두브로브니크의 항구 도시, 신고전주의 양식의 더블린 법원 건물, 그리고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 이들 시설은 모두 테러로 파괴되거나 훼손된 것들이다. 그런데 왜 이곳이었을까? 건축 저널리스트 로버트 베번은 그 이유가 집단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나치가 독일 안에 있는 시너고그(유대교 예배당)를 파괴한 것도, 탈레반이 바미안 석불을 폭파한 것도, 오스만 군대가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하면 ‘쇼’를 즐기는 현대인의 정신병 장정일 (소설가) 슬라보예 지젝의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9·11 테러 이후의 세계〉(자음과모음 펴냄, 2011년)를 읽으려면 먼저 ‘실재(the real)’를 파악해야 한다. 현실성 내지 사실성을 뜻하는 명사 ‘리얼리티(reality)’에서 리얼(real)만 절단한 이 조어는, 법이나 언어가 배제하거나 그것에 포착되지 않는 현실의 이면을 가리킨다. 낮에는 가스나 짜장면 배달을 하는 모범 청년이 한밤만 되면 일산 자유로를 내달리는 폭주족이 되는 경우가 그렇다. 법과 언어가 배제한 폭주족(the real)은 거기에 종속된 모범적 배달부( 월가에서 광화문 촛불시위를 떠올리다 뉴욕·신호철 편집위원 세계 금융 중심지 월스트리트는 뉴욕 맨해튼 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좁은 거리를 뜻한다. ‘월’이라는 이름은 17세기까지 이곳에 높이 4m짜리 장벽(wall)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300년이 지난 지금 이 거리에 새 벽이 생겼다. 철조 바리케이드로 연결된 이 벽은 경찰이 임시로 세운 시위대 방어벽이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Occupy Wall Street)”라는 구호 아래 모여드는 시민들을 막기 위해서다.미국 시각으로 10월5일 저녁 7시30분 월스트리트 동쪽 입구와 브로드웨이가 만나는 교차로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