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소 폐쇄를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 봉화·김다은 기자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은 태백산, 연화산, 삼방산, 면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경북 최북단 산간마을이다. 석포면은 낙동강이 시작되는 깊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데, 그런 석포면의 정중앙에 영풍 석포제련소가 있다. 공장을 둘러싼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제련소는 산자락 단면이 훤히 보이게 골짜기를 파헤친 자리에 서 있다. 공장 주변을 둘러싼 붉은 암석들은 삭았고 고목들은 바짝 말라 있었다. 신기선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영풍제련소대책위)’ 회장이 그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며 오염된 물 때문에 커다란 죽은 오리들이 말하는 것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오리들케이트 비턴 지음, 김희진 옮김, 김영사 펴냄“인생에 금이 간다는 걸 알면서 왜 여기에 올까요?”캐나다 앨버타의 한 오일샌드 개발 현장에 있던 큰 연못에 죽은 오리 수백 마리가 떠올랐다. 석유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을 걸러낸 물을 그대로 흘려보낸 것이 집단 폐사의 원인이었다. 이야기의 끝에 다다르면, 떼죽음 당한 오리들은 이곳 ‘싱크루트 오일샌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비유임을 깨닫게 된다. 가난이 싫어서 공장으로 온 ‘평범한’ 사람들이 가난보다 더 서늘한 노동권 침해와 성폭력, 산업재해, 환경파괴를 겪으며 공무원 죽음으로 내모는, 무한 악성 민원의 시대 김다은 기자 3월5일 경기도 김포시청 9급 공무원 ㄱ씨가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자신이 맡은 도로관리 및 보수업무로 이른바 ‘좌표 찍기’를 당한 뒤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고인의 자택 컴퓨터에는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장 글이 다수 발견됐다.ㄱ씨는 2월29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김포한강로 강화 방면에서 포트홀(땅꺼짐) 긴급보수 현장에서 일했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이어지던 포트홀 보수 요청과 차량 파손 민원이 평소보다 급증했다. ㄱ씨는 욕설과 비난이 섞 만리타향에서 죽은 남편, 사과도 재발 방지책도 없다 김다은 기자 공사 현장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는 텅 비어 있었다. 니엔 네고 쿠안 씨(사망 당시 35세)의 영정 사진과 작은 향로를 올려둔 테이블 하나, 돗자리 하나가 전부였다. 공사장의 하얀 먼지가 테이블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원청인 동양건설산업 소속 현장 직원은 “매일 아침 이곳에서 분향을 하고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라며 당일 아침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분향소 사진을 보여줬다. 쿠안 씨와 함께 추락해 숨진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한 명 더 있었지만 영정 사진은 없었다. 그의 유가족은 사고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와 합의를 마쳤다.사고가 골목 식당 사장이 범죄자가 된다고? 중대재해처벌법 Q&A 김다은 기자 김종천씨는 공장에서 나오는 분진 등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백필터 교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지난 1월27일부터 확대 시행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다. 2022년 1월부터 50명 이상 사업장(공사 현장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만 적용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50명 미만 사업장(공사현장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에도 확대 시행됐기 때문이다.하지만 김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기 이전과 현재,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12월에 고용노동부에서 팩스가 하나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공멸의 길이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경제학 퇴치 가이드현동균 지음, 진인진 펴냄“‘노동시장의 유연화’는 공멸의 길이다.”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국내 주류 경제학계의 비웃음을 받았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까지도 ‘흑역사’로 여긴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한국인들은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는가? 서방국가의 저명 경제학자와 언론들은 ‘아베노믹스 때문에 일본 경제는 돌이킬 수 없게 망할 것’이라고 10년째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나라 경제는 의외로 멀쩡하다. 혹시 ‘가깝고도 먼’ 두 나라의 최근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 기준 누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벌써 7년 전 일이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제멋대로 종식시키려는 삼성전자에 맞서 시민단체 반올림이 1년 넘게 노숙 농성을 할 때였고, 나는 반올림의 상근 활동가였다. 가까운 지인이 내게 말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냐.” 그도 반올림의 싸움이 옳다는 건 알았지만, 어차피 이길 수 없는 무모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회운동 전반을 냉소하는 태도도 보였다. 당시 나는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고 다른 방법이 있지도 않다”라고 답했다. 다소 무기력한 답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다. 더 분명하고 힘 있게 말해야 했다. 교육 현장의 갈등과 격차, 로봇이 해소할까 키울까 변진경 기자 학교 안으로 로봇이 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을 만나면 영어로 인사하고 말을 건네며 외국어 학습을 돕고, 학교 사각지대 구석구석을 훑으며 방범· 순찰 활동을 벌인다. 급식 시간에 조리실 튀김 솥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나눠줄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학교 내 필요한 인력은 늘어나는데 교육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에 주어지는 예산을 앞으로 더 줄이려는 사회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인력 채용에 따른 고용 유지와 산업재해 위험도 교육 당국이 피하고 싶어 하는 부담이다. 학교에 들어간 로봇들은 과연 교육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할 산재보상 방해해도 ‘멀쩡한’ 사업주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오늘의 퀴즈. 다음 중 가장 무겁게 처벌받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부정한 방법으로 산재보상을 받은 노동자 A.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사장 B. 산재보상을 위한 재해조사를 방해한 사장 C. 답은 A다. 최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산재보험법 제127조 3항). B는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산업안전보건법 제170조 3호), C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전부다(산재보험법 제129조 3항 4호). 말하자면, 부정한 방법으로 산재보상을 받은 노동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게 한 사장보다 독자 리뷰 시사IN 편집국 임선희 (2022년부터 종이책 구독, 서울)〈시사IN〉 제832호(사진)에 SPC 노동자 사망사고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SPC그룹 계열사인 SPL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SPC그룹은 안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동안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SPC그룹은 다시 한번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의심스러울 뿐이다. 매일 일터에서 죽는 노동자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는 평가절 샤니 사망사고, 일차 책임은 회사에 있다 주하은 기자 SPC그룹에서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택시 SPL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지 열 달 만이다. 이번 사고는 또 다른 SPC그룹 계열사인 샤니의 성남공장에서 일어났다. 사고가 발생한 8월8일 피해자 A씨(55)는 공장 2층 치즈케이크 생산라인에서 주간 근무 중이었다. 낮 12시33분 끼임 사고를 당한 A씨는 26분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이틀 뒤인 8월10일 사망했다.사고가 발생한 기계는 ‘반죽 분할기’였다. 이 기계는 리프트와 분할기로 구성된다. 리프트는 반죽이 담긴 볼(Bowl [단독] 샤니 성남 공장, 2년 전에도 같은 종류의 기계에서 ‘끼임’ 사고 발생 주하은 기자 8월8일 샤니 성남 공장에서 끼임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노동자 A씨가 사망했다. 사고 발생 이틀 만이었다. 〈시사IN〉 취재 결과, 샤니 성남 공장에서는 2021년에도 같은 종류의 기계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A씨가 사고를 당한 기계는 ‘반죽 분할기’다. 이 기계는 반죽 통(보울·Bowl)을 퍼올리는 리프트와 반죽을 잘라내는 분할기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다. 대규모 제빵 공장에서는 한 번에 많은 반죽을 분할하기 때문에 리프트로 반죽 통을 올려 분할기 안으로 붓는다.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 직업병’이 다 해결됐다고?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신정범씨는 25세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로 일했다. 신규 라인 셋업 작업을 맡아 ‘서브팹(Sub-FAB)’이라는 공장 하부 공간에도 수시로 출입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화학물질·가스·전력을 공급하는 설비, 그 라인에서 배출된 유해 물질을 정화하는 설비 등이 밀집된 곳이었다. 생산라인보다 더 위험할 수 있었지만,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이었다. 정범씨는 그런 곳에서 주 평균 60시간 근무하는 과로에도 시달렸다.정범씨는 32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동일 연령대 백혈병 발병률은 전체 백혈병 폭염 노동, 과학적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극한 기후, 극한 노동 ⑥] 전혜원 기자 6월19일 코스트코 경기 하남점 주차장에서 마트 카트를 관리하던 29세 남성이 쓰러져 숨졌다. 그는 2019년 입사해 약 4년 동안 계산대 업무를 하다가 올해 6월 초 카트 관리 업무에 투입됐다. 사망 당일 해당 지역 최고기온은 35.2℃에 달했고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사망 사흘 전인 6월17일 토요일에는 오후 12시부터 9시45분까지 연장근무를 했다. 만보기 앱에 따르면, 그는 이날 4만3712보를 걸었다. 사망진단서상 고인의 직접 사인은 폐색전증, 원인은 ‘과도한 탈수’라고 기록됐다.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고 서울시 예산 삭감은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어떻게 흔들었나 김영화 기자 취약계층 노동자에 대한 권리구제 사업은 서울노동권익센터(이하 노동권익센터)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부당한 일을 겪고도 생업이 바빠 노동청, 노동위원회로 향하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해 무료로 노무 상담을 제공한다. 지난해 노동권익센터에 입사한 김시운 노무사는 경비 노동자에게 연락을 자주 받았다. 한 달 단위로 초단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빌미로 퇴직금을 주지 않는 고용주가 간혹 있었다. 그런데 이 권리구제 사업이 지난 5월 중단되었다. 예산이 삭감되면서다. “싸워볼 만한 사건이 많았는데 제가 해드릴 말은 이제 돈이 없어서 “밥 짓다 열사병 걸려요” 급식 노동자의 숨 막히는 여름나기 [극한 기후, 극한 노동③] 변진경 기자 등갈비찜, 수제 떡갈비, 도라지튀김, 아귀살떡강정, 닭곰탕, 만둣국, 햄모듬찌개, 김말이튀김, 소떡소떡, 왕새우튀김…. 다음 달 식단표를 받아 들면 군침이 도는 대신 공포에 떠는 사람들이 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 노동자다. 이들의 두려움은 여름철에 더욱 높아진다. 무더위 속 고온의 조리 열기에 정신이 아찔해지고 습도 높은 날 환기 성능이 떨어져 매캐한 연기를 그대로 마셔야 한다. 고온다습·고강도 노동에 줄줄이 퇴사가 이어지지만 환경 개선이나 인력 증원 요구가 좀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그림 2〉는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IS 추종자 검거 도왔는데, 1년짜리 임시 비자 주고 끝? 광주·김다은 기자 푸트리 씨(가명)가 국정원 직원 ‘미스터 박’을 처음 만난 건 2018년 1월이었다. 동네 언니 ㄱ씨가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이 와 있으니 잠깐 만나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 ‘안디(가명)’ 때문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폭탄과 총 만드는 영상을 종일 찾아보고 아랍어를 중얼거리며 테러를 암시하는 말을 하는 탓에 동료들이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 IS 관련자인 것 같다’며 무서워했다. 푸트리 씨도 그의 기행을 1년 전부터 들어오던 터였다. ㄱ씨에게 안디에 대한 걱정을 말한 것은 한 달 전이었다.“무서워요. 만나기 싫어요. 나 불법 사람이라 산재 증명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다고?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노동자 A는 직장 상사로부터 은밀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욕설에 가까운 비난이 가해졌고 부당한 업무 지시도 여러 차례 있었다. 참다못한 A는 결국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노동청 조사에서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상사는 그런 적 없다며 잡아뗐고, A에게도 괴롭힘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었다.노동자 B는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에 걸렸다. B는 공장 안에서 인적이 드문 특수한 공간에서 일했고 고약한 냄새를 수시로 맡았다. B는 자신의 병이 산업재해라고 생각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보상 신청을 했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노사 법치주의’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노동자 A는 많이 아팠다. 외국계 IT 회사에 입사한 그는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주말·야간에도 계속되는 업무 지시에 시달렸고, 잦은 업무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우울증,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았다. A는 회사에 병가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업무 능력 부족’을 이유로 A를 해고했다. 명백한 부당해고였다. 근로기준법상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할 수 없는데, A에 대한 해고가 그 기간 안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법대로라면’ 회사는 A를 바로 복직시켜야 삼성과 싸우는 변호사 전혜원 기자 임자운 변호사(41·법률사무소 지담)가 삼성과 5년 넘게 이어오던 소송전이 ‘일단락’되었다. 소송의 구체적 상대는 고용노동부 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였지만 실질적 상대는 삼성이었다. 지난 4월19일, 비슷비슷한 제목의 기사 20여 개가 쏟아졌다. ‘대법, “삼성전자 반도체 작업환경 보고서 일부만 추가공개”(〈연합뉴스〉).’ 그뿐이었다. 4월28일 이건희 회장 유족이 사재 출연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상의 시선은 온통 삼성 일가가 납부할 상속세와 ‘사회 환원’의 규모에 쏠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이하 작업환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