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절실한 ‘잠정적 유토피아’ 전혜원 기자 “정권을 잡을 가능성을 보아서 행동 강령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을 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가 행동 강령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에른스트 비그포르스가 남겼다는 이 말을 읽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비그포르스는 20세기 스웨덴에서 사회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보수파는 시장의 자연치유를 기다리고, 마르크스주의는 혁명의 그날을 기다릴 때, 비그포르스는 ‘지금 여기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 결론이 ‘잠정적 유토피아’였다. 비그포르스는 사회민주당(사민당)이 궁극적으로 우리는 김대중 체제를 살고 있다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첫 정권 교체. 초등학교 4학년은 아버지가 환호해 좋은 일로만 기억. ‘우리는 김대중 체제를 살고 있다.’ 인상적인 첫 문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10주기 커버스토리를 쓴 전혜원 기자입니다.첫 문장 의미는?‘87년 체제’라는 말을 많이 쓰고,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1998년은 ‘IMF 체제’로 규정하는데 신자유주의 체제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죠.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복지제도나 남북관계의 토대가 그때 만들어졌으니 ‘김대중 체제’로 호명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첫 문장에 담았습니다.김대중 체제에서 특별히 복지에 주목한 이유는 추천위원이 꼽은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올해에도 <시사IN>은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질게 졸라야 했다. 자고 일어나면 깜짝 놀랄 만한 대형 사건이 터지는 한국 사회에서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차분하게 올해의 책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우를 비웃듯 추천위원들은 분야별로 다양한 책을 ‘강추’해주었다. 시중의 베스트셀러 순위와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 올해의 화두는 복지국가와 스티브 잡스 송지혜 기자 2011년 인문·역사 분야 화두는 크게 두 묶음으로 압축되었다. 복지국가와 스티브 잡스. 그중 올해 예열된 복지국가 논쟁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린 홍기빈의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가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 비그포르스는 1932년부터 17년 동안 스웨덴 재무장관을 지내며 탁월한 이론가이자 정치가로 활약했다. 김경집 가톨 그 놀라운 집중력과 순발력 고미숙 (고전 평론가) “어떤 논쟁에도 다 그렇지만, 사자가 토끼를 쫓는 데 전력질주를 하는 느낌이 그의 논쟁 태도에는 있다. 결코 방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쟁점을 단순화하는 특기가 그에게는 있다. 표적을 하나나 둘로 집약시켜간다. 지엽적인 것은 잘라내 버린다. 쟁점이 여러 갈래로 흩어질 땐 순식간에 원점으로 되돌리는데, 그 솜씨는 가히 눈부시다. 정말 명인의 솜씨라 ‘스웨덴 모델’을 만든 이 남자 김경집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 교수) 부자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이 합리적인가? 마치 돈 있는 아이는 돈을 내고 먹는 게 옳다는 듯한 논리다. 그게 아주 공정한 일이라는 듯. 물론 무상교육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그러면서 복지가 거지 근성을 만들거나 불요불급한 일에 예산을 낭비하는 듯 몰아붙인다.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의 논리다. 부자 아이는 돈 내고 먹어라, 그게 공평하다? 바보 같은 논리다. 올해 주목할 만한 필자, 김어준 안철수 순 변진경 기자 ‘나꼼수 열풍’은 출판 편집자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1년 가장 주목한 저자 혹은 내년에 가장 잡고 싶은 필자로 많은 출판 편집자가 김어준·주진우·정봉주·김용민 등 ‘나꼼수 일당’을 꼽았다. 그들 전체를 언급하는 출판 편집자도, 개개인을 주목한다는 편집자도 있었다. 〈시사IN〉 기사를 도마에 올리다 이숙이 기자 9기 독자위원이 11월29일 두 번째 만났다. 이미 낯을 익힌 데다 매주 리뷰 지면에서 만난 터라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리뷰에서는 ‘용서’가 없었다. 예비군 복무 탓에 첫 모임에 빠졌던 박종오 위원도 금세 어우러졌다. 이번 모임에서는 제216~219호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복지국가가 궁금해? 비그포르스를 봐!” 이종태 기자 초·중·고교 무상급식, 실질적 무상보육, 0~3세 유아에 대한 아동수당….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캠프 공약의 원형이었던 ‘서울시의회 예산안’(2010년 9월)의 내용이다. 뭔가 파고 세워야 ‘제대로 돈 썼다’고 여겨오던 한국 지자체로서는 놀라운 예산안이었다. 시사IN 제217호 - 농협 회장이 뭐길래... 시사IN 편집국 [커버스토리]농협회장은 '만석꾼' 농민은 '빈털터리' 11월18일 열리는 제5대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에서 최원병 회장이 연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등에 업고 회장이 된 그의 재임 기간에 각종 사고와 비리, 특혜가 연이어 불거졌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읽어도 이해하게 써달라” 고제규 기자 대학 새내기인 정인하씨는 열아홉 살이다. 제8기 독자위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하지만 〈시사IN〉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고등학교 생활을 온전히 〈시사IN〉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고등학교 내내 매체는 〈시사IN〉만 보았다고 했다. 동아투위 해직 기자가 본 〈시사IN〉 이룰태림 (언론인) 〈시사IN〉 제200호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시사IN〉 창간호가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이 2007년 9월25일이었다. 아직 만 4년도 안 되는 짧은 역사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같은 거대 언론사는 “4년 역사가 뭐 그리 축하할 일이냐?”라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른다. 비그포르스 흑백사진 좋았다 오수진 (제8기 독자위원) 제197호 스웨덴 복지국가를 이룩한 ‘비그포르스’ 커버스토리는 지난 호에 나온 진보 대통합과 최근 이슈인 복지국가라는 개념을 아우르는 주제였다. 하지만 표지의 ‘비그포르스’라는 이름과 흑백사진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힘이 약했다. 기사 내용은 알찼다. “김진숙 기고문이 나를 울렸다” 고제규 기자 독자 번호:2002011021074독자 이름:임종철(35)주소:서울 강남구 서초동임종철씨는 10개월 된 아이의 아빠이다. 아들 이름은 지환. 〈시사IN〉을 정기구독한 지는 3개월 남짓. 거리 판매대에서는 간혹 사서 보았다. 집에서 보는 일간지는 〈한겨레〉이다. 그는 현재 대기업에 다닌다. 스웨덴 비그포르스에 주목한 이유 김은남 편집국장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올라 있는 김진숙씨가 보내온 글을 읽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크레인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는 대목 때문이었다. 크레인 위에서도 상추를 기르며 희망을 키우던 그이가 어쩌다 이토록 깊은 절망을 토하게 된 것일까. 스웨덴은 어떻게 복지국가가 되었나? 이종태 기자 세계 자본주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번영과 처참한 몰락의 연대였던 1920년대(1929년 뉴욕 증시 폭락 이후 대공황). 당시의 ‘정통파’ 좌우 이데올로기인 시장자유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각축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고방식과 정치 연합 창출로 이후 수십 년 동안 ‘황금시대’를 만들어낸 나라가 있다. 이 작은 ‘변방국’ 스웨덴의 진보 정치를 이끌어간 주인공이 사회민주당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이다.‘정통 우파’를 넘어 새로운 불황 처방을 제시하다:불황의 조짐이 현저하던 1920년대 말, ‘정통파’ 시장자유주의 노선의 대안은 임금과 물가를 진보세력이 복지 담론에 소홀한 이유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근래 복지국가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원래 복지국가는 진보 세력의 담론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유주의 계열 정치권에 의해 달구어지고 있다. 정작 노동운동, 진보 정당 등 진보 세력은 자신의 전공 분야가 민심의 중심에 등장했음에도 복지국가 담론을 펴는 데 소극적이다. 복지국가 논쟁에서 진보 세력이 ‘방어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복지운동 연대기구를 만들자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협의 자리에서 복지국가 담론을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왜 ‘복지국가’ 담론을 꺼리나이러한 소극성의 첫 번째 배경에는 주류 보수의 ‘의제’ 빼앗아 진보의 정책 만들다 이종태 기자 20세기 접어들어 스웨덴의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21세기 초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출산율 저하’는 ‘보수 꼴통’의 의제였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스웨덴 민족이 사라질 것’이라며 피임·낙태를 규제하는 등 강압적 출산장려 정책을 고집했다. 그런데 이 의제를 가로채 진보 정치의 의제로 바꿔버린 인물이 있었다. 197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노동자를 ‘소외당하는 자’에서 ‘영웅’으로 이종태 기자 1930년대 스웨덴 총리였던 페르 알빈 한손(사진)의 꿈은 국가를 ‘인민의 가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 총선 직전의 성명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민당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모든 사회집단을 돕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사회집단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한손 총리는 ‘노동자의 가정’이 아니라 ‘인민의 가정’을 꿈꾸고, 사민당 성명서는 ‘모든 사회집단의 이익’을 위해 싸우겠다고 한다. 같은 시대에 다른 사회주의 정당들이 노동자 계급에게 ‘역사 발 복지국가 스웨덴의 설계자 ‘비그포르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진보 통합이 화두다. 과연 진보 정치는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 현대사의 아름다우나 덧없는 에피소드로 남을 것인가. 〈시사IN〉과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소장 홍기빈)는 ‘진보 정치 도약’의 경험을 찾아 1930년대 대공황기 스웨덴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곳에서 오늘날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자 비그포르스를 만날 수 있었다. 1930년대는 ‘지금 여기’와 마찬가지로 지구적 시장자유주의가 발흥했다가 폐허만 남겼고, 당대의 정통 이념이 실천적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대안 부재의 시대였다. 이런 상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