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벌써 7년 전 일이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제멋대로 종식시키려는 삼성전자에 맞서 시민단체 반올림이 1년 넘게 노숙 농성을 할 때였고, 나는 반올림의 상근 활동가였다. 가까운 지인이 내게 말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냐.” 그도 반올림의 싸움이 옳다는 건 알았지만, 어차피 이길 수 없는 무모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회운동 전반을 냉소하는 태도도 보였다. 당시 나는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고 다른 방법이 있지도 않다”라고 답했다. 다소 무기력한 답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다. 더 분명하고 힘 있게 말해야 했다. ‘퀵 실버’에 노출된 노동자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프리모 레비의 에세이집 〈주기율표〉에는 단편소설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 한 편은 프랑스 혁명과 반혁명이 이어지던 19세기 무렵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시대, 이름마저 ‘적막섬’인 외딴섬에서 벌어진 사건을 그렸다. 퇴역 군인인 주인공의 아내가 섬에서 즐겨 찾는 동굴은 미심쩍은 곳이다. 동굴 바닥은 복통이 일어난 것처럼 꾸르륵 소리가 나며 뜨거워지고, 바위틈에서는 유황 냄새가 나는 김이 뿜어져 나온다. 아내는 이곳에서 실재하지 않는 것을 듣고 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동굴에서 알록달록한 진사(辰砂·수은으로 이루어진 황화광물)를 발견하 ‘삼성 반도체 직업병’이 다 해결됐다고?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신정범씨는 25세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로 일했다. 신규 라인 셋업 작업을 맡아 ‘서브팹(Sub-FAB)’이라는 공장 하부 공간에도 수시로 출입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화학물질·가스·전력을 공급하는 설비, 그 라인에서 배출된 유해 물질을 정화하는 설비 등이 밀집된 곳이었다. 생산라인보다 더 위험할 수 있었지만,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이었다. 정범씨는 그런 곳에서 주 평균 60시간 근무하는 과로에도 시달렸다.정범씨는 32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동일 연령대 백혈병 발병률은 전체 백혈병 삼성과 싸우는 변호사 전혜원 기자 임자운 변호사(41·법률사무소 지담)가 삼성과 5년 넘게 이어오던 소송전이 ‘일단락’되었다. 소송의 구체적 상대는 고용노동부 또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였지만 실질적 상대는 삼성이었다. 지난 4월19일, 비슷비슷한 제목의 기사 20여 개가 쏟아졌다. ‘대법, “삼성전자 반도체 작업환경 보고서 일부만 추가공개”(〈연합뉴스〉).’ 그뿐이었다. 4월28일 이건희 회장 유족이 사재 출연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상의 시선은 온통 삼성 일가가 납부할 상속세와 ‘사회 환원’의 규모에 쏠렸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이하 작업환경 2022 프로야구, 10개 구단 강점과 약점 톺아보기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한국야구학회 이사) 4월2일 KBO리그가 막을 올렸다. 시범경기가 열리는 3월은 희망의 기간이다. 4월부터 현실과 마주쳐야 한다. 한껏 달아올랐던 기대가 4월 꽃샘추위 속에 차갑게 식곤 한다. 그래서 봄은 야구팬들에게 조울증의 계절이다. 올해 10개 구단의 강점과 약점을 숫자로 정리했다.KT 위즈 (지난해 정규시즌 76승 59패 6무, 한국시리즈 우승)15.5=지난해 KT 선발투수진은 WAR(대체선수 대비 추가승수) 15.5를 기록했다. 삼성(14.9)만이 그 비슷한 성적을 거뒀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에 협동조합 만든 초등학생들, 무엇을 배웠을까? 이은기 기자 여기 출자금이 100원인 협동조합이 있다. 서울시 노원구 상천초등학교 6학년 학생 51명이 운영하는 생태 협동조합 ‘판다와 사자’다. 유기농 작물, 목공예품, 폐기될 물품을 재활용한 수공예품 같은 친환경 제품들을 판매한다. 무슨 재료로 어떤 제품을 만들지 결정하고 직접 제작하는 것부터 홍보·판매 전략을 세우고 이를 위한 블로그를 만들며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업무까지, 상품의 기획·제작·주문·유통 모든 과정을 열세 살 조합원들이 해냈다.6학년 2반 은예솔 학생은 ‘판다와 사자’ 텃밭팀 임원(팀장)을 맡았다. 텃밭팀 친구들과 돌아가며 매 화학물질 노출 산재 인정, 영세기업에선 아직 먼 일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한 반도체 공장에서 11년 동안 일한 뒤 파킨슨병에 걸린 여성 노동자가 산재 불승인되었다가 이후 행정소송에서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 파킨슨병이란 신경이 퇴행해서 생기며, 노인에게 흔한 병이다. 영화 속에도 나온다. 신경과 의사 겸 작가인 올리버 색스의 회고록을 토대로 만든 〈사랑의 기적〉이라는 영화에서 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직이지 못하던 환자가 엘도파라는 약물로 치료를 받고 나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완치란 없다. 진행을 늦추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망간에 노출된 용접 작업자에게 파킨슨병이 발생한다는 외나무다리를 안전하게 뛰라는 세상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 상임연구원) 딱 이맘때였다. 2018년 12월27일, 국회의 회기 만료를 앞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이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해 12월10일에 터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망, 유가족의 애타는 호소, 노동자와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빗발친 후에야 겨우 가능했다.하필이면 추운 겨울날, 산재 유가족들이 또다시 국회 앞에서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법)을 2020년 연내에 입법하라고 말이다. 민주당은 대표가 나서서 입법을 약속한 것만도 벌써 여러 차례다. 정의당은 선제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좀처럼 호응할 삼성반도체 백혈병은 끝나지 않았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10여 년 전 일이라 이젠 기억이 희미하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고 황유미 등 5명에 대한 역학조사 평가위원회에 시민단체 반올림의 공유정옥 활동가와 함께 피해자 측 추천 임시위원으로 참관한 적이 있다. 반도체 산업 공정은 베일에 싸여 있던 시절이라 외국의 학술 문헌, 피해자들의 수첩과 같은 자료들을 읽으면서 반도체 공정의 유해성을 검토했다.황유미의 수첩에 ‘첫 월급, 빨간 내복’이라고 적힌 글자를 읽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 평가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부실한 조사 결과를 들으며 공공기관이 대기업의 작업환경을 제대로 조사하 친일도 모자라 독재 앞잡이 짓까지 한 의원들 김형민(SBS Biz PD) 1954년 5월20일 제3대 민의원(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됐다. 그 시절 이승만의 자유당이 부리는 위세는 대단했다고 해. “자유당은 산하에 국민회, 한국청년회, 농민회, 노총, 부인회 등 단체를 두고 있으며 세포조직인 구인조(九人組)는 애국반(愛國班)적 형태를 가지고 있으므로 유권자인 국민은 거의 자유당원이라고 볼 수 있는, 말하자면 전국적인 조직체(〈경향신문〉 1954년 3월14일)”였으니까. 자유당이 3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의석의 70퍼센트 이상을 점령할 목표로 모든 힘이 동원되리라 일반적으로 추측되고 있는” 상황이었지. 기자들의 시선 나경희 기자 이 주의 논쟁 5월29일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열린 ‘치안정책과정’ 성평등 강의를 받던 예비 간부후보생들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총경(경찰서장) 승진 예정자 51명과 일반 부처 및 공공기관 임원 14명 등을 상대로 강의를 했던 권수현 박사는 6월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별 토론을 알리자마자 15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리를 비웠다.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느냐’는 불평이 나왔다”라며 강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비판이 거세지자 6월3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불쾌하고 무례한 행동이 있었던 것 같... 기자들의 시선 장일호 기자 이 주의 공간5월23일 타이완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동성결혼 특별법(사법원 해석 748호의 해석과 실시에 관한 법률)에 서명하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성 커플이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 5월24일, 254쌍이 등록했다. 이들은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로 자녀양육권, 세금, 보험 등에서 같은 권리를 갖게 된다.이 주의 논쟁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5월20일 ‘장자연 리스트 늦은 악수 사진 신웅재·글 은유(작가) 11년 전엔 괴담이었다. 국내 일류 기업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람이 죽고 병을 얻었다는 외침은 ‘말’이 되지 못했다. 듣는 사람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말’의 형태를 얻었다. 삼성 직업병. 반올림, 황상기, 김시녀, 한혜경…. 세상일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아는 시사용어가 된 단어들. 가장 늦게 알아들은 건 삼성이다. “내 딸을 살려내라”는 아비에게 처음엔 500만원을, 산업재해 역학조사가 시작되자 10억원을 내밀던 ‘검은 손’이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치르는 ‘하얀 손’으로 돌아왔다. 1023일 노숙 농성을 누군가와 항상 함께한다는 느낌 은유 (작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엠티에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는 문자가 ‘콩(공유정옥 활동가)’에게 왔다.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1023일 농성을 마친 기념으로 농성장을 지켰던 이들이랑 강릉 바닷가에서 2박3일 편안하게 쉬다 올 예정이란다. ‘시간이 되나’ 머리를 굴려본다. 시간과 돈을 거래하는 시대. 시간이 화폐다.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라서 돈으로 보상되는 일 위주로 시간을 살뜰히 썼구나 싶다. 그건 잘 살았다기보다 초조하게 살았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건 다르다. 사적 여행도 아니고 공적 [단독] 소방당국, 삼성 이산화탄소 사고 예견했다 전혜원 기자 2014년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도 9월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있었다. 2014년 3월27일 새벽 5시9분 수원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이산화탄소 소화설비가 오작동해 이산화탄소가 지하 변전실에 방출되었다. 당시 변전실 인근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김 아무개씨가 방출 1시간6분 만인 오전 6시15분 숨진 채 발견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부검 결과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해 4월10... 밝고 건강했던 한 아이가 신웅재(사진가) 1982년 가족과 물놀이를 갔다가 찍은 사진 속 다섯 살 혜경이는 밝고 건강하다. 혜경이는 1995년 고등학교 3학년 열여덟 살에 삼성전자 LCD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6년간 근무하고 퇴사했다. 퇴사 4년 뒤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과 언어 등에 장애가 생겼다. 7월24일 한혜경씨 등이 속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 ‘중재안 위임’에 합의했다. 조정위원회가 중재안을 내면 무조건 수용하는 방식이다. 11년 만에 약속 지킨 ‘유미 아빠’ 장일호 기자 이종란 노무사가 쓰레기 더미 앞을 서성였다. “그래도 이건 가져가고 싶은데….” 방진복 입은 사람 모양의 작은 팻말에는 ‘No More Death in Samsung’ ‘직업병 책임져라’는 손 글씨가 적혀 있었다. 망설이던 이 노무사가 결심한 듯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사무실로 옮겨갈 짐 위에 팻말 두 개를 얹었다. 잠시 그늘에서 쉬고 있던 김시녀씨가 벌떡 일어났다. “아유, 안 돼. 버려, 버려. 이런 거 챙기면 우리 또 (농성)해야 돼.” 옆에서 천막 철거를 돕던 다른 활동가가 한마디 보탰다. “버릴... “삼성 반도체 보고서 영업비밀 아니다” 천관율 기자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이하 작업환경 보고서)는 영업비밀인가? 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하면 삼성이 축적한 노하우가 유출되어 해외 경쟁사들이 삼성의 기술을 따라잡게 되나. 애초에 이 작업환경 보고서는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작업환경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고용노동부(노동부)의 결정이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전자는 작업환경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핵심 노하우가 중국 등 해외 경쟁사로 유출된다고 주장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은 “30년간 노력해서 축적한 반도체 기술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보수 언론과 경 대학언론 위기에도 편집권은 빛난다 〈시사IN〉 대학기자상 팀(김은남·임지영 기자, 윤원선) 제9회 〈시사IN〉 대학기자상 - 특별상 〈대학신문〉대학언론 위기에도 편집권은 빛난다 〈대학신문〉(서울대)은 지난해 3월13일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전 주간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한 결과였다. 1952년 창간한 이래 1면을 오롯이 비운 채 발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현직 기자를 비롯해 퇴임한 기자들의 사비를 모아 발행한 호외였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16면을 모두 흑백으로 제작했다. 편집권을 둘러싼 갈등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1월 기자들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 ‘반 덜 다치고 더 죽는다? 이상한 산재 통계 김승섭(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교수) 김승섭의 ‘없음’에서 ‘있음’으로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학)가 이번 호부터 격주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회역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을 데이터로 살펴봅니다. 데이터를 통해 ‘없음’에서 ‘있음’으로 가고자 합니다. 문제 해결은 그곳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첫 번째 글은 한국 산업재해 은폐 실태와 실제 규모를 규명합니다. 학생 한 명이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수업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습니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화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