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반사회성은 재미를 위한 도구 [프리스타일] 이상원 기자 대학 시절 친구 한 명은 일베저장소(일베)를 한다. 2010년대 초반부터 종종 일베 이야길 했으니 ‘올드 멤버’에 속한다. 이 커뮤니티 성격이 어떤지, 어떻게 변해왔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몇 해 전부터 친구는 일베가 변했다고 투덜거렸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기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박사모’로 추정되는 고연령대 회원(실제로는 더 비하적 표현을 사용했다)들이 대거 유입된 것. 박 전 대통령 무죄 주장이나 총선 부정선거론이 게시판에 도배되는 바람에 ‘재미’있는 글은 묻힌다고 했다. 재미없는 일베 트럼프를 향한 외침 “박근혜를 풀어달라” 나경희 기자 태극기가 자주 시야를 가렸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눈앞의 태극기를 걷어내며 움직여야 했다. 가로 길이만 2m가 넘는 것부터 손바닥만 한 것까지 여러 크기의 태극기가 나부꼈다. 태극기로 만든 양산·모자·스카프·넥타이·가방까지 ‘태극기 패션’도 다양했다. 우리공화당의 당색인 ‘태극기 화이트’에 맞춰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늘에는 애드벌룬에 매단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과 트럼프 대통령의 윙크하는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6월29일 오후 1시, 서울역 광장 한편에는 ‘우리공화당 입당 접수처’ 천막이 세워졌다. 그 옆에는 ‘박근혜 ‘판문점 훈풍’에 맥을 못 추는 김문수 이상원 기자 5월9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앞 출근길 인사에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흰 점퍼 차림이었다. 붉은 점퍼를 맞춰 입은 구청장·구의원 후보들과 대비됐다. 크게 박은 이름 석 자와 달리 당명은 주머니 위에 작게 적었다. 붉은색은 새누리당 시절부터 써온 자유한국당 색깔이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의 장점이 붉은 옷에 묻히는 감이 있어 바꿨다. 원 오브 뎀(여럿 중 하나) 이미지를 벗으려고도 했다”라고 말했다. 야당 후보들의 최대 험지가 된 서울에서 흰 점퍼는 원정 경기 유니폼처럼 보였다.유세 현장에서 김문수 후보를 만난 시민들은 재판장 빼곤 다 졸았던 박근혜 결심공판 김연희 기자 “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 4월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박근혜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렸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삼성 정유라 승마 지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와대 문건 유출 등 18개 혐의 가운데 16개가 유죄로 인정됐다(왼쪽 인포그래픽 참조). 지난 2월 최순실씨 1심 선고와 닮은꼴 판결이었다. 형사합의22부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재판도 담당했다. ‘박근혜·최순실 법정중계’라는 이름으로 107회... 태극기 부대가 변했다 [프리스타일] 이상원 기자 고백하건대 박근혜·최순실 재판은 몹시 피로한 취재였다. 늘 같은 표정의 박근혜 피고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최순실씨는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만 했다. 변호인들과 검찰은 증인에게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주 4회 재판 기록을 받아 치면 A4 용지 120쪽 정도. 같은 업무를 한 지 반년쯤 지나자 멍해지는 일이 잦았다. 혼자 느낀 감상은 아닐 것이다. 재판 중 한숨을 쉬는 타사 기자들이 점점 늘었다. 지금은 주인 없는 기자석이 대다수다. 소송 관계인이나 기자들보다 방청객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 예닐... “최순실, 말 너무 못해서 놀랐다” 정리·김연희 기자 2월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최순실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8개에 이르는 범죄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다. 〈시사IN〉은 2017년 1월5일 첫 재판부터 최씨의 국정 농단 재판을 빠짐없이 보도했다. 재판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법정 중계 방식을 택했다. 1년 넘게 법정에서 최씨를 지켜본 기자들이 모였다. 기사에는 담지 못한 재판 뒷이야기와 이번 판... 기사 후~폭풍 차형석 기자 이상원 기자가 쓴 ‘문제는 궁중심리야’ 기사가 〈시사IN〉 페이스북 계정(facebook.com/ sisain)에서 주목을 받았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이 보석을 신청했는데 법원이 기각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와글와글 인터넷’ 코너에 실린 이 글은 뉴스를 비틀고 풍자한다. ‘파천한 의왕 궁중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웃음을 자아냈다. 이 기사는 6만7737명에게 도달했고, 822명이 공감(좋아요, 댓글, 공유 등)했다. 외부 필자의 글도 반응이 좋았다. 음식문헌 연구자 고영씨의 ... 파천한 ‘의왕 궁중’의 밤은 깊어만 가고 이상원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장외 논란이 뜨거웠다. 2월21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네덜란드의 얀 블록하위선 선수는 “이 나라에서 개들을 더 잘 대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개고기 비판’으로 읽은 누리꾼들이 격하게 반발했다. “소와 돼지도 우리의 친구다”라는 이 분야 단골 멘트에 포털 사이트 공감이 쏠렸다. 여자 팀추월 종목의 논란은 이보다 훨씬 컸다. 2월19일 준준결승전에서 김보름·박지우 선수는 뒤처진 노선영 선수를 그대로 둔 채 전속력으로 달렸다. 노 선수는 지난 1월 “훈련 과정에서 메달권 선수들에 비... ‘아무말 변론’ 이제 사라집니다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지난 5월13일자 〈시사IN〉 제504호부터 최순실·박근혜 법정 중계를 시작했습니다. 지난호가 제528호이니 24주 연속해 지면에 담고 있습니다. 박근혜 피고인의 ‘법정 투쟁’으로 재판이 한 주 휴정되었습니다. 그 덕에 이번 호 법정 중계를 ‘사면’받은 이상원 기자입니다. 그동안 법정에서 박근혜 피고인의 재판 태도는? 최순실씨와 확연히 달라요. 최씨는 증인 말에 집중하고 증인에게 직접 묻기도 하는데, 박근혜 피고인은 정신이 다른 데 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삼자처럼 넋이 나간 듯 그냥 앉아 있어요. 가끔 유영하 변호사와 귓... 박근혜, 2005년엔 “베일 싸인 국정원 예산 견제해야” 전혜원 기자 “국정원이 쓰는 예산 중 불투명한 것이 많다. 베일에 싸여 있는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했던 말이다. 12년이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오른쪽 사진),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왼쪽 사진) 등이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재만 전 비서관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받았다”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영장에는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 박 전 대통령 눈에 비친 운동화 색깔은? 변진경 기자 민트-회색일까, 분홍-흰색일까? 운동화 사진(오른쪽) 한 장이 온라인을 달궜다. 어떤 사람 눈에는 영락없이 민트색 바탕에 회색 끈 운동화이고, 어떤 이 눈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분홍 바탕에 흰색 끈 운동화이다. 온라인 세상에서 예전 ‘파란색-검은색 대 흰색-금색 드레스’ 논쟁을 잇는 ‘색깔 대첩’이 벌어졌다. 저게 어찌 민트-회색으로 보일 수 있는지 납득이 안 되지만(기자 눈에는 분홍-흰색으로 보인다), 싸우지 말지어다. 같은 물체라도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경험을 토대로 색을 유추해 판단한단다. 이른바 ‘기억색’의 차이이다. 다른... 독자와의 수다 임지영 기자 독자 번호:115120005 이름:서동휘(39) 주소:서울시 도봉구 서동휘씨는 부모 때문에 〈시사IN〉 정기구독을 결심하게 됐다. ‘박사모’를 보는 관점 등 사회적인 문제를 해석하는 시선이 많이 달랐다. 답답함을 느껴 집안에 비치해놓기 시작했다. 구독 2년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부모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가족과 정치적 견해나 생각이 달라 갈등을 겪는 이들에게 “다른 거 필요 없이 화장실에 〈시사IN〉을 비치해놓으라”고 권했다. 가까운 사람을 설득하는 게 어렵다는 말에 기자도 공감했다. 즐겨 읽는 코너는 ‘김형민... 긴 여름에 만나는 겨울, [왕좌의 게임]이 왔다 황대훈 (EBS 기자)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피와 섹스가 난무하는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미국 케이블방송사 HBO가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작품 〈왕좌의 게임〉이 돌아왔다. 최근 시즌 7에 돌입했고, 국내 영화 채널 스크린(SCREEN)에서 방영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가 원작인데, 드라마 제목 〈왕좌의 게임〉은 이 책 1부의 부제에 해당한다. 책이나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엘프와 절대반지가 없는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면 된다. 물론 다르다... 당신이 아는 ‘박사모’는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이상원 기자 인터뷰는 그의 집에서 진행됐다. 집 주인이 이상한 음료를 건넸다. 에스프레소 원액에 콜라를 섞은 액체였다. 처음 맛보는 검은 액체가 께름칙했는데, 의외로 놀랄 만큼 맛있었다. 시사와 ‘서브컬처’라는 생소한 조합을 선보여 수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굽시니스트 김선웅씨(36) 본인의 작업과 닮은 음료였다. 2009년 8월 〈시사IN〉 제100호를 시작으로 400회 이상 ‘본격 시사만화’를 그려온 김선웅씨가 단행본을 냈다. 〈박4모-박근혜 4년 모음집〉이다. 제목처럼 2012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걸친 박근혜 시대를 다뤘다. ... 시사IN 제507호 - 81만 명의 꿈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 REVIEW IN •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 말말말·캐리돌 만평 • 와글와글 인터넷·김경수의 시사터치 • 포토IN/161번째 금요일에 다윤이가 돌아왔다 COVER STORY IN 81만 명의 꿈 어떻게 실현되나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공약했다. 반면 야당은 공공부문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여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공공기관 평가 방식이 정규직 전환의 걸림돌" • '광주형 일자리'에 노동시장이 반... 2030 박사모 단톡방 잠입기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지난 대선 기간 편집국에 젊은 별동대가 가동되었습니다. 김민수·김형락·전광준·나경희 인턴 기자입니다. 영상도 찍고 취재도 하며 대선 현장 곳곳을 누볐습니다. ‘2030 박사모 청년 포럼’ 기사를 쓴 전광준 인턴 기자입니다. 2030 박사모 단톡방에 가입해 두 달 정도 활동했는데? 인턴 기자 활동 첫 주에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안 인용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앞에 있던 박사모를 인터뷰하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170만명이 조회하고 도달률이 392만에 달했죠. 박사모 카페를 주목했고, 2030 박사모 청년 포럼에 가입해 ... 박정희 동상 앞에서 그들이 통곡하는 이유 이오성 기자 영화 포스터가 찢겨나갔다. 처음 걱정은 박근혜 지지자였다. 포스터를 만들 때 그들 중 누가 봐도 괜찮도록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퍼스트 레이디’ 시절 박근혜의 모습에 꽃 장식까지 갖춘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죽을 만큼 사랑합니다’라는 문구도 들어갔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영화가 처음 공개된 전주국제영화제 현장에서 포스터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이 영화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짐작 이상으로 갈리겠구나 싶었다.영화 〈미스 프레지던트〉를 만든 김재환 감독은 성역과 싸워왔다. 방송사에게 영원한 ‘을’인 ‘애국 청년’은 무엇으로 사는가 전광준 인턴 기자 공지가 떴다. “4월29일 토요일 오후 12시30분까지 시청역 5번 출구 앞 118호 텐트로 나와달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니 태극기를 든 노인 1000여 명 가운데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의 20~30대로 보이는 9명이 있었다.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선글라스를 썼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서 ‘국민저항본부’로 바꾼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cafe.daum.net/parkgunhye)의 20~30대 회원들이다(리더 이군로씨를 제외하고 이 글에 등장하는 닉네임은 모두 가명이다). 440mm 렌즈로 본 박근혜의 표독스러운 눈빛 [취재 뒷담화] 고제규 편집국장 이명익 사진기자는 지난 3월30일 새벽 4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습니다. 그의 카메라에는 회사가 보유한, 가장 큰 440㎜ 렌즈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무게만 4.6㎏. 이 기자는 3월31일 새벽까지 24시간 동안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집중 포착했습니다. 자택을 나설 때 박 전 대통령 표정은? 차를 타기 전 기자들을 한번 쳐다봤죠. 와우! 렌즈로 보던 제가 다 깜짝 놀랐습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눈빛, 표독스러운 얼굴이었습니다. 반면 차 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 땐 웃는 표정이었죠. 새벽... 세월호 참사 빼닮은 노란 리본 수난사 변진경 기자 노란색 EVA 판을 0.7㎝ 간격으로 슥슥 칼로 잘라낸다. 잘려 나온 끈을 한 번 구부려 겹친다. 생수병 뚜껑에 부어놓은 접착제를 이쑤시개로 콕 한 번 찍는다. 끈의 겹치는 부분 사이에 슬쩍 묻힌 다음 손가락으로 꾹 누른다. 가위로 끈 끝부분을 뾰족하게 다듬는다. 마지막으로 구슬 줄을 동그라미에 건다. 지난 3년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족들의 가슴팍에서 또 누군가의 가방 지퍼에서 나부끼던 노란 리본이, 또 하나 완성됐다.매주 수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서울시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의 방 한 칸은 노란 리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