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나라, 동독에 대하여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장벽 너머카트야 호이어 지음, 송예슬 옮김, 서해문집 펴냄“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에 갇히다.”동독(독일민주공화국)은 1949년 건국되어 1990년 10월 지금의 독일 연방공화국(이전엔 서독)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사라진 나라다. 한국인에게 동독은, 슈타지(비밀경찰)로 겨우 유지되었고, 서독과의 경계에 장벽까지 세워가며 인민들을 통제하다가 하루아침에 망한 공산국가로 기억될 뿐이다. 〈장벽 너머〉는 이 나라의 일대기다. 히틀러에게 추방당한 독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처음엔 스탈린의 감시 아래서, 나중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독일식 사회주의 국가 늙은 시인이 거듭 죽음을 노래하는 까닭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초가삼간 오막살이〉(브로콜리숲, 2024)는 이문길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다. 1939년 대구에서 출생한 시인은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수료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다. 등단을 하고 나서 시집을 내는 것이 순서이지만 시인은 대구에서 첫 번째 시집 〈허생의 살구나무〉(흐름사, 1981)와 두 번째 시집 〈내 잠이 아무리 깊기로서니〉(흐름사, 1983)를 먼저 냈다. 그러고는 한참 뒤인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가로늦게 등단 과정을 밟았다. 등단이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을 함께한 책 [기자들의 시선] 김다은 기자 이 주의 산재아버지와 아들이 노동 현장에서 20년 차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미장공, 아들은 철판을 가용접하는 취부공이었다. 사인은 추락사. 너무 닮은 죽음을 두고 지난 7월11일, 유가족과 노동단체들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목포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아들 A씨 사망 이후 ‘수상한’ 독촉장도 발견됐다. 법인 대표가 내야 할 4대 보험 체납금 독촉장이 A씨에게 온 게 발견된 것.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조선업계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업체를 폐업하고 명의만 빌려 다른 업체를 세우는 일이 잦은데 장하준의 일침 “윤석열 정부의 자유는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이종태 선임기자 장하준 교수(런던 대학, 이하 호칭 생략)는 1986년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낯선 외국에서 지내는 삶은 외롭고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그러나 영국 음식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고기는 너무 익혀서 질겼고 양념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채소는 너무 끓여서 곤죽이 되어 나왔다.” 그는 잉글리시 머스터드(영국식 겨자 소스)와 소금을 ‘무기 삼아’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버텼다. 한국인에게 식생활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인 마늘은 구하기 힘들 뿐 아니라 영국인들에겐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여겨지는 식재료였다. 그러나 역사는 달라진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독서회 친구들이 올해 역사 공부를 해보자고 한다. 좋다곤 했는데 막상 책을 고르려니 쉽지 않다. 역사란 주제가 워낙 넓고 깊어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득하다. 일단 이제까지 듣고 배워 익숙한 서구 중심의 세계사와는 다른 관점에서 쓴 세계사부터 읽기로 했다. 처음이니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으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타밈 안사리가 쓴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뿌리와이파리, 2011)가 눈에 띈다. 이슬람권을 다룬 역사서는 유진 로건의 역저 〈아랍〉이 있지만 육중한 덩치가 부담스럽고, 타밈 안사리의 책은 조금 편하게 읽을 ‘기다리던 때가 왔다’, 시진핑의 세 번째 중국은? 이종태 선임기자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전대)를 통해 당의 최고 지도부를 선임한다. 상무위원회 위원 7명이 그들이다. 새롭게 선임된 상무위원들은 전대 폐막 다음 날 공개된다. 톈안먼(천안문)광장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기자회견 연단에 상무위원들이 줄을 이어 입장하기 때문이다. 그 줄의 순서가 바로 ‘당 서열’이다. 지난 10월23일 열린 이 행사에 등장한 ‘제20차 상무위원’ 가운데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시진핑이었다. 시진핑이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5년 더 공산당 최고 권력자인 총서기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는 의미였다.덩샤오핑 이후의 끝까지 읽어야만 본색이 드러나는 책 [여여한 독서] 김이경(작가) 끝까지 읽어야만 본색이 드러나는 책이 있다. 엄청난 반전을 숨긴 미스터리만이 아니다. 〈에코페미니즘〉이 그렇다. 처음엔 실현 가능성 없는 당위를 얘기한다고 여겼는데 자본주의 경제, 역사, 정치, 과학, 의학, 여성혐오와 폭력, 유전자조작과 재생산 기술, 식민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에 이르는 전방위적 논의를 좇다 보니 사고방식이 바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개벽이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책에서 말하는 변화는 크고 깊고 근원적이다.두꺼운 책을 완독한 뒤 앞으로 돌아가 다시 서론을 읽었다. 처음엔 선언적이라 인문학 박사가 편의점 점주 된 사연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반전의 한국사안정준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시대착오적 국수주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담았다.”수천 년 전 이 땅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건조한 문장으로 쓰인 교과서의 방대한 지식에 금방 빠져드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와 타자의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이도 있다. 이렇게 하면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 역사적 사건에 더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학은 본래 국적이 없다”라고 적는다.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생각이 역사관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생산적인 헛소리를 골라봅시다 [편집국장의 편지] 이종태 편집국장 설 연휴 동안 재미있는 제목의 책들을 읽었습니다. 〈똑똑하게 생존하기(부제:헛소리 까발리기의 기술)〉와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입니다. 정치인, 언론, 대기업 등이 어떤 개소리와 헛소리(개·헛소리)로 시민들을 속이는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합니다.선거 기간엔 단연 정치인들이 숱한 개·헛소리를 늘어놓을 것인데, 이 자체엔 어느 정도 관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개인들의 ‘자기 이익 극대화’가 사회 원리인 나라에서 유독 정치인들에게만 ‘조국과 민족, 공동체를 위한 고결성’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개·헛소리가 반드시 동아시아 ‘송곳들’의 지구전 [2021 행복한 책꽂이]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 책은 한국 사회 공론장에서 잔뿌리를 내린 두 가지 통념에 균열을 낸다. 첫 번째 통념은 오늘날 중국인이 전체주의 국가에 동화된 채 비판의식이 실종되었다는 인식이다. 두 번째 통념 역시 정치적 열망의 부재를 탓하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20~30대 청년을 겨냥한다. 부동산 ‘영끌’과 코인 광풍,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 논란에서 보듯, 불안한 젊은이들이 각자도생에 몰두하면서 보편적 정의와 평등에 무관심해졌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저자는 이런 통념을 배반하는 삶을 살았다. 30대 중반이 다 되도록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매진했고, 극영화 〈녹색평론〉이 던져온 질문,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이번 달에 받은 녹색평론사의 우편물은 여느 달의 것과 달리 묵직했다. 봉투를 뜯어보니 〈녹색평론〉 11-12월호와 함께, 30년 전에 나온 창간호(1991년 11-12월호)의 영인본이 한 권 더 들어 있었다. 웬 영인본? 의문은 금세 풀렸다. 이번에 나온 제181호는 〈녹색평론〉 창간 30주년 기념호였다. 아마도 출판사는 30주년을 자축하고 독자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창간호 영인본을 찍은 모양이다. 귀한 책을 만지작거리며 차례를 훑어본 후, 새로 나온 11-12월호를 펼쳤다. 그 속에는 A4 용지 한 장으로 된 편집자의 편지가 들 첫 미·중 정상회담, 웃으며 끝났지만 속내는 ‘오리무중’ 양수연 (재미 언론인·월든 코리아 대표) “경쟁 관리 차원이었다.”11월15일(미국 워싱턴 시각), 영상으로 이루어진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은 그렇게 요약됐다. 공동성명 없이 3시간30분에 걸쳐 이루어진 회담 이후 미·중 양국 모두 만족스러운 회담으로 자평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어떤 합의를 도출하기보다 대화 자체만 이뤄져도 성과인 것으로 양국 정부가 기대했기 때문일 터이다.몇 주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중국이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리라 짐작하긴 어려웠다. 최근엔 실제로 전운까지 감돌았다. 지난 10월 초, 타이완해협에 중국 전투기가 출몰했다. 지구 온도 1.5℃ 상승해도 되돌릴 기회 있다 이오성 기자 기후과학자와의 대화는 뜻밖에 책으로 시작됐다. 김백민 부경대 교수(환경대기과학)의 연구실 책상 위에 〈6도의 멸종〉이 놓여 있었다. 이 책은 기후위기 분야에서 꽤 알려진 저작이다. 지구온난화로 펼쳐질 ‘디스토피아’를 섬뜩하게 그려내 여러 기후위기 관련 콘텐츠의 바탕이 됐다. 저자 마크 라이너스도 문제적 인물이다. 과거 GMO(유전자 조작 또는 변형 농산물) 반대운동에 앞장섰으나 “GMO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라며 돌연 입장을 바꿔 전 세계 농민·환경운동계로부터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았다.김백민 교수가 말했다. “첫 문장부터 보세요 막스 베버와 마르크스, ‘더럽게 어렵지만’ 읽어야 하는 이유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길 출판사에서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arx-Engels-Gesamtausgabe·MEGA)〉과 〈막스 베버 선집(전 10권)〉의 출간을 시작했다. 마르크스와 베버가 누구인가. 저 찬란했던 100년 전 독일 사회과학을 창시한 두 대마왕이 아닌가. 책장을 장식해 있어 보이게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굿즈’라고 볼 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흠잡을 데 없이 제작된 책의 외관은 그런 용도를 훌륭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짧은 글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자 한다. 이번에 비로소 한국어로 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두 윤석열의 정체성 혼란 [편집국장의 편지] 이종태 편집국장 올해 ‘여름의 인물’은 단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입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깜짝’ 발언들의 연발로 델타 변이 확산 국면의 시름을 달래주셨습니다. 특히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한 말씀은 가히 인상적입니다.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서 인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2019년 청문회 때도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선택할 자유〉를 꼽으며 “(사회의) 점진적 변화 중시”를 자신의 정치적 성향으로 밝혔지요. 저 같은 사람은 김종철 선생의 비타협적 사상, 그 안에 시(詩)가 있었다 이문재 (시인·경희대 교수) “교수 월급을 반으로 줄이고 강사 월급을 올려줘야 한다.” “와~” 하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10여 년 전,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교양교육 혁신을 준비하면서 김종철(1947~2020) 선생을 초청해 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선생은 위와 같이 말하면서 그리니치 천문대 이야기를 덧붙였다.덴마크 여왕이 별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여왕이 영국을 방문한 길에 그리니치 천문대를 찾았는데,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여왕이 천문대장에게 “내가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부탁해서 과학자들 처우를 개선해달라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페어 플레이 프로젝트이브 로드스키 지음, 김정희 옮김, 메이븐 펴냄“언제 치약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걸 신경 쓴 적은 있는가?”화장실 청소를 한다던 남편은 변기만 청소했다. 세면대와 바닥에 낀 물때나 수챗구멍 속 머리카락은 그대로였다. 화장실 휴지는 비어 있었다. 책의 저자는 ‘보이는 일=가치’라고 주장한다. 남편에게 가사노동 일부를 책임지게 하려면 요정처럼 몰래 화장실 휴지를 채워 넣거나 세면대와 바닥에 낀 물때를 청소해서는 안 된다. 그는 대신 게임을 개발했다. 일명 ‘페어 플레이 프로젝트’다. 가사노동을 적은 카드 10년 전 1인 출판사 여기까지 왔다 이상원 기자 오월의봄을 올해의 출판사로 꼽은 출판인들의 답변에는 비슷한 표현이 여러 차례 나왔다. ‘꾸준하다’ ‘지속적이다’ ‘일관됐다’ 등이었다. ‘가치 있는 책’ ‘인문학 도서’ ‘소수자 서사’를 계속 내는 데에 대한 평가이다. 가치는 있지만 계속 내기 어려운 책을 꾸준히 출간하는 곳. 오월의봄에 대한 출판인들의 평이다. 오월의봄이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출판사로 선정됐다.선정 소식을 들은 오월의봄 박재영 대표는 “저희가 선정된 게 맞나요? 다른 출판사들이 많은데…”라고 되물었다. 직원 6명 모두가 함께한다는 전제로 박 대표는 인터뷰를 수락했 신임 정의당 대표가 ‘사회민주주의’ 문 열까? 전혜원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깨겠다는 ‘진보의 금기’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길게는 20년째 한국 사회에서 ‘도돌이표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들이다.“약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변혁을 요구하는 게 진보다. 그동안 진보정당은 내부의 이해관계자, 특히 ‘조직된 중간계층’이 얽혀 있는 이슈에서는 거의 어김없이 성역에 부딪혀왔다. 연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예전엔 공무원 임금이 낮아서 후불임금 형태로 후하게 연금을 설계했다. 이젠 노동시장이 바뀌었다. 공무원은 고용안정과 임금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중심부인데, 은퇴 뒤 일반 시민보다 후한 연 극우 포퓰리스트에게는 냉소와 유머가 약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수도권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었다. 그 방아쇠가 된 사건이 8·15 서울 광화문 집회였다. 사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으리란 것을 누구든 예상할 수 있었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이제 코로나19가 얼마나 위험하고 어떻게 감염되는지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금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애당초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도 그들은 막무가내로 광화문광장에 모였다.그들이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모인 것은 코로나에 대해 상식적인 사람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