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인데, 가족이 아닙니다 [편집국장의 편지] 이종태 편집국장 한 시대가 바뀔 땐 사회 구성원들 간에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변혁이란, 특정 집단의 권력과 부(富)를 다른 집단으로 옮기는 일이니까요. 기득권 집단은 자신들을 지킬 힘을 갖고 있습니다. 변혁을 지향하는 저항자들에겐 돈도 권력도 없습니다. 가진 것은 오로지 대중을 운동에 동원·조직할 수 있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뿐입니다. 운동이 요절하지 않고 일정 단계까지 성숙하려면, 그 이데올로기가 대중으로부터 ‘맹목적 신봉’을 얻어내야 합니다. ‘맹목’은 결코 흐뭇한 용어가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적 변혁들을 되짚어보면 그 순간순간엔 언 쉽고 재미있는 정신분석학 이종태 기자 ‘아재’답게 옛날이야기나 할까. 정신분석학이 맹렬하게 유행했던 적이 있다. 1990년대 초 기존 사회주의권의 해체로 당시 대학생들의 ‘교양필수’처럼 여겨졌던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서서히 퇴조하게 된 이후부터다.자크 데리다, 루이 알튀세르 등을 필두로 이른바 ‘포스트(post)’를 단 유럽산 사상이 물밀듯 흘러들었다. 문제는 ‘읽어도 무슨 얘긴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감히 고백하건대, 1장(어떤 책은 서장)을 무사히 통과해보지 못했다. 나름 고심하다가 ‘정신분석학을 먼저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다수의 ‘포스트’ 저자들이 호찌민 풍경이 바로 평양의 미래? 호찌민·글 이상원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한국 친구들에게 ‘베트남 산다’고 하면 오지에서 고생하는 줄 알아요. 한번 보세요. 누가 여길 후진국이라고 하겠어요?” 현지 가이드인 최덕영씨가 창밖을 가리켰다. 호찌민 시내의 비텍스코 파이낸셜타워 49층 전망대에서였다. 동서남북에 퍼진 마천루가 최씨의 말을 뒷받침했다. 여느 대도시처럼 고급 주택가와 호텔, 외국계 회사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호찌민은 평양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북한이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식 개혁·개방 모델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이머이’ 이후 도대체 뭐임? 이종태 기자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이며 저서 〈베트남 역사(Vietnam, a History)〉로 퓰리처상을 받은 스탠리 카노는 1995년 베트남을 방문해 전쟁 영웅 보응우옌잡 장군을 만났다. 보응우옌잡 장군은 프랑스를 베트남에서 축출한 디엔비엔푸 전투(1954년)를 이끈 신화적 지휘관이다. 베트남이 통일된 뒤에는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지냈다. 카노 기자는 “마르크스주의는 어떻게 된 거요?”라고 질문했다. 베트남공산당이 ‘도이머이(혁신)’를 선언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때였지만 마치 천지개벽이 일어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투철한 마르크스 “러시아혁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정희상 기자 11월7일은 20세기 인류 역사를 뒤흔든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11월7일은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그레고리우스력 기준의 날짜이고 당시 러시아가 쓰던 율리우스력으로는 10월25일이어서 10월혁명이라 불린다). 1917년 11월7일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당의 노동자 군대가 러시아 임시정부 거점이던 겨울 궁전을 점령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공산주의 정부가 탄생했다. 러시아혁명은 러시아를 넘어 20세기 내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러시아혁명으로 탄생한 소련 체제는 74년 만인 1991년 해체됐다... 시진핑, 1인 권력 강화의 길로 들어서다 서상문 (고려대학교 한국전쟁아카이브 연구교수) 10월18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중국공산당(이하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가 열렸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는 공산당이 견지할 이념 문제를 다루고, 전대(前代) 지도부의 성과를 평가한다. 또 차기 임기 동안 추진할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과 정치국원 등의 차기 당 지도부도 선출한다. 당 대회의 안건과 결의 내용을 파악하면 중국의 현재 상황을 가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공산당이 대회 개막 전에 공표한 공고에 따르면, 이번 당 미국의 배설구에서 반미 국가로 거듭나다 박정훈 (중남미 연구자) 쿠바는 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땅이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7년에 발표한 소설 〈소유와 무소유〉는 수도 아바나를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동이 틀 무렵의 아바나를 본 적이 있는가? 거지들이 건물 벽에 기댄 채로 아직도 잠자고 있고, 술집으로 얼음을 실어 나르는 차들조차 보이지 않는 그때를 본 적이 있는가?” 헤밍웨이가 언급한 거지와 술집 이야기는 사실 미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쿠바의 서글픈 모습이기도 했다. 쿠바는 스페인에서 독립하는 순간에 다시 미국의 보호령으로 전락한 비운의 땅이었다. 미국은 쿠바 독립 지... 극단의 시대를 산 최후의 20세기 인물 김형민(SBS Biz PD) 아빠가 존경하는 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20세기 역사를 서술한 그의 책에 이런 제목을 붙였어. ‘The Age of Extremes’, 즉 ‘극단의 시대’. 이 책이 다루는 시기는 1914년에서 1991년까지야. 1914년이라면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 해이고 1991년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던 때다. 이 시기 인류는 가장 많은 인류의 목숨을 바친 파국적인 전쟁을 겪었고 지구를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들을 손에 쥔 반면, 가장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경험했으니 ‘극단의 시대’라고 명명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사건에 생긴 거대한 ‘싱크홀’ 고제규 기자 8월11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417호 대법정. 서울고법 형사9부 이민걸 부장판사는 선고를 내리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양해를 구했다. “헌법이 규정한 바와 같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심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낮은 자세로 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려고 노력했으니 부족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이 부장판사는 2시간 ‘은행 강도’ 스탈린의 활극이 펼쳐진 광장 유재현 (소설가) 독립국가연합(CIS)과 동유럽. 한국인들에게는 한때 ‘철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공포의 땅이었으나, 1990년대 사회주의 몰락 이후에는 전쟁과 학살, 마피아, 경제적 혼란으로 표상되는 나라들이다. 작가 유재현이 지난 6개월여 동안 CIS와 동유럽의 깊숙한 내면을 탐사하고 돌아왔다. 〈시사IN〉은 지금도 방진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야 하는 체르노빌, ‘앨리스의 ‘김일성=어버이, 김정일=어머니’라 불린 까닭 장정일 (소설가) 약간 과장이긴 하지만, 김정일의 죽음과 새로 등극한 김정은에 대한 관심이 한 주를 견디지 못하고 ‘톱뉴스’에서 사라진 현상이야말로 분단 체제의 항구성을 드러내준다. 이것은 남과 북이 그만큼 ‘위험사회’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방증이자, 북한이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상당히 높은 체제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준다.북한 문학 전공자인 B. R. 마이어스가 쓴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시그마북스 펴냄, 2011년)는 북한의 텔레비전 뉴스와 드라마·영화·만화·신문·잡지·문학작품·교과서·벽보·유화·기념물·사진 같은 스웨덴은 어떻게 복지국가가 되었나? 이종태 기자 세계 자본주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번영과 처참한 몰락의 연대였던 1920년대(1929년 뉴욕 증시 폭락 이후 대공황). 당시의 ‘정통파’ 좌우 이데올로기인 시장자유주의와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각축하는 가운데 새로운 사고방식과 정치 연합 창출로 이후 수십 년 동안 ‘황금시대’를 만들어낸 나라가 있다. 이 작은 ‘변방국’ 스웨덴의 진보 정치를 이끌어간 주인공이 사회민주당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이다.‘정통 우파’를 넘어 새로운 불황 처방을 제시하다:불황의 조짐이 현저하던 1920년대 말, ‘정통파’ 시장자유주의 노선의 대안은 임금과 물가를 노동자를 ‘소외당하는 자’에서 ‘영웅’으로 이종태 기자 1930년대 스웨덴 총리였던 페르 알빈 한손(사진)의 꿈은 국가를 ‘인민의 가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 총선 직전의 성명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민당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모든 사회집단을 돕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사회집단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다.”한손 총리는 ‘노동자의 가정’이 아니라 ‘인민의 가정’을 꿈꾸고, 사민당 성명서는 ‘모든 사회집단의 이익’을 위해 싸우겠다고 한다. 같은 시대에 다른 사회주의 정당들이 노동자 계급에게 ‘역사 발 이명박 정부를 ‘파시스트’로 부를 것인가 이종태 기자 경찰 폭력,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극우 세력의 준동. 파시즘을 연상케 하는 현실. 한국은 파시스트 국가로 가고 있는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틀 여전히 유효” 안철흥 기자 지난 6월 초, 합쳐서 1100쪽이 넘는 두툼한 양장본 두 권을 받았다. 〈자본〉 1-1과 1-2. 전체 세 권 중 제1권을 두 책으로 나누어 번역했는데, 2, 3권은 내년쯤 펴낼 예정이라는 게 도서출판 길 이승우 기획실장의 설명이다. 〈자본〉(〈자본론〉)을 받아쥔 느낌은 독특했다. 21세기에 칼 마르크스의 ‘신간’이라니. 1867년 초판이 나온 이 책만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