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곤처럼,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게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원소기호 18번 아르곤(Argon)은 프리모 레비가 쓴 책 〈주기율표〉 첫 장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 정착한 유대인, 그의 선조들이 아르곤과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공통적으로 정적인 데가 있고, 품위 있는 절제의 태도, 큰 강처럼 흐르는 삶의 대열 변두리로 자발적으로 물러서는 태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감은 유럽의 다른 유대인 공동체들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선조들의 이런 성격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로 첫 장을 채운다.이는 내가 가져왔던 아르곤의 심상과는 많이 다르다. 내게 아 유죄판결 받은 나눔의집, 후원금은 조계종에 남았다 김동인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쉼터인 조계종 나눔의집 파행 운영에 대해 법원이 운영진과 나눔의집 법인의 책임을 인정했다. 지난 1월1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는 안신권 전 나눔의집 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김정숙 전 나눔의집 사무국장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법인)에 벌금 1000만원을 판결했다. 업무상 횡령,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등 검찰이 기소한 내용 대부분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내부고발자들이 나눔의집의 파행 운영 사실을 폭로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 세금으로 유학 다녀온 검사들, 제출한 논문은 표절? 김보경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진동하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눈을 껌뻑였다. 이름과 소속, 취재 취지를 밝히고, 서면질의서를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문자메시지로 보낸 직후였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공보 담당 A 검사는 내게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다.“혹시 취재 목적이 검사 논문의 부실함,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취지이신가요? 제 입장에서 협조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요.”세금 수천만 원을 들여 써낸 논문을 언급하자, 오히려 ‘취재에 협조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동안 여러 공공기관의 공보 담당자와 소통을 해봤지만, 이런 태도는 처음이었 SPC그룹, 푸드뱅크와 ‘기부식품 배송차량’ 지원 MOU 체결 ADVERTORIAL SPC그룹(회장 허영인)의 사회복지법인 ‘SPC행복한재단’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서상목) 전국푸드뱅크와 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식품 기부를 위한 ‘기부식품 배송차량 지원사업’ MOU를 맺었다고 12일 밝혔다.전국푸드뱅크는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의 결식 완화를 위해 전국 450여개 푸드뱅크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부 받은 식품 및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국내 최대 물적 나눔 시스템이다. SPC그룹은 지난 1998년부터 파리바게뜨, SPC삼립, 비알코리아 등 계열사에서 생산한 빵과 식품 등을 전국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푸드뱅크 사 ‘참사의 나라’에 사는 시인의 노래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회복기허은실 지음, 문학동네 펴냄“이제 우리는 서로의 눈빛에 책임이 있어요.”무너지지도, 불에 타지도, 침몰한 것도 아닌데 156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밤사이 사라졌다. “다녀올게, 인사하고/ (중략) / 돌아옵니다 피동태로/ 다녀옵니다 구조되지 못한 죽음으로(‘합동분향소’ 일부).” 이번 시집에 묶은 시는 세상의 슬픔 위에 낱낱이 포개진다. 5·18 민주화운동을, 세월호 참사를, 제주 4·3을, 노동자의 죽음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시인은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회복은 똑바로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일임을, 행간마다 주장한다. ‘참 AI가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낼 수 있을까 변진경 기자 전화벨이 울렸다. 기자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변진경님 맞으시죠?” 젊은 여성 목소리였다. 아래는 그녀와 기자가 전화로 나눈 음성 대화 내용이다.그녀: 안부 확인차 전화드렸어요. 그동안 끼니 거르시지 않고 식사 잘 하셨나요?나: 네.그녀: 다행이네요, 오늘은 뭐 드셨어요?나: 감자탕이요.그녀: 오, 맛있으셨겠어요. 저도 먹고 싶네요.나: 네(웃음).그녀: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나: 별로 좋진 않아요.그녀: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나: 그냥 여러 가지로….그녀: 힘내세요, 곧 좋아지실 거예요.나: 네….그녀: ‘실버 취준생 분투기’의 나머지 조각을 찾아서 변진경 기자 지난해 11월, 온라인 공간에 글 한 편이 돌았다. 제목은 ‘실버 취준생 분투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글은 내가 62세에서 65세까지 겪은 취업 분투기다.” 환갑 나이를 넘어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순자 작가(69)는 세탁공장 수건 접기, 백화점·건물 공사장·병원 청소, 어린이집 주방 업무, 가정집 아기 돌보미, 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적었다. 이 글은 ‘2021 매일 시니어문학상’이라는,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이 매년 주최하는 문학 공모전에서 논픽션 부문 수상작 5편 중 하나로 당선되었다. 현대시, 도시를 산책하는 사람이 남긴 흔적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혼자의 넓이〉(창비, 2021)는 이문재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죠. 그의 시는 점점 묵시록이 되어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었다/ 한때 다들 그 섬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섬에 가본 사람이 없었다/ 애초에 섬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이 다른 것이 들어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스마트폰이 있었다/ 아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스마트폰이 있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사이에/ 사람이 있었다 아니/ 스마트폰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사람’).인간의 종말을 불러오는 것은 과학기술 산업·소비주의·방사능 정부는 ‘가족 다양성 포용’ 발표했지만, 여전히 높은 국회 문턱 황두영 (국회 보좌관·⟨외롭지 않을 권리⟩ 저자) 여성가족부가 4월27일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96쪽짜리 문서에 ‘저출산’이라는 표현이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저출산’은 최근 10년 동안 모든 정부 문서에서 가장 많이 쓰인 표현 중 하나다. 재정정책, 노동정책, 주거정책 무엇이든 공무원들은 일단 ‘저출산 대책’이라는 표현을 습관처럼 사용해왔다. 이번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도 물론 출산율 제고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하지만 향후 5년 가족정책 총론을 이야기하면서 ‘저출산’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가족계획의 방향을 크게 전환하려는 정부 돌봄 제공자도 마이크를 쥐어봤던가 김영화 기자 2020년은 의료계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해다. 방호복을 입은 채 땀을 식히고 있는 간호사의 얼굴을 보았고, 정례 브리핑마다 병상이 얼마나 남았는지, 역학조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묻고 답했다. 보건소는 선별진료소가 되었고, 공공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이 되면서 ‘공공의료’의 존재가 새삼 가까워졌다. 의사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를 겪으면서 ‘의사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라는 뜨거운 논쟁의 시간도 가졌다.동시에 코로나19는 그 자체로 ‘사회적 사건’이었다. 청도대남병원, 신천지, 콜센터, 쿠팡물류센터 1호 특별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연 이유 글 나경희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2020년 12월25일 성탄절 아침,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옛 시화병원 건물에 간호사들이 모였다. 시화병원이 더 넓은 건물로 이사를 간 뒤 오랫동안 빈 건물로 남아 있던 공간이다. 지난 이틀 동안 군 장병 70여 명이 청소와 공사를 끝마쳤다. 1층 현관에는 “두려움을 넘어서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고 큼직하게 쓰인 현수막이 새로 붙었다.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간호사들은 동선을 익히고 의료물품을 배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곳에 코로나19 확진자 ‘특별’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열기 전까지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밤에 무지와 편견이 만든 ‘호텔 거지’라는 거짓말 차형석 기자 아이부키는 주거 관련 사회적기업이다. 201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임대아파트 내 유휴 공간을 작은도서관으로 재단장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래서 이름이 ‘아이부키’다.2014년부터는 ‘사회주택’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서울시 조례의 정의에 따르면, 사회주택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 관련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다.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만든 공공임대주택을 뜻한다. 아이부키는 서울 독산동에 홀몸 어르신을 위한 ‘보린주택 [특집] ‘죽음의 미래’- ④존엄한 죽음은 존엄한 돌봄으로부터 김영화 기자 나이 듦, 질병, 돌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도 없다. ‘존엄한 죽음’은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사IN〉은 의사·의료인류학자·환자·보호자·간병인 등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목소리에서 출발해 ‘죽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현장까지 두루 살펴봤다. 기사는 총 5회 연재된다.① 당신은 어디에서 죽고 싶습니까② ‘아픈 몸’을 거부하는 사회에게 - ‘아픈 몸’도 아픈 대로의 삶이 있음을③ 의학은 돌봄을 가르치지 않았다 - “환자 집에 가면 질병이 작아 “환자 집에 가면 질병이 작아 보여요” 글 나경희 기자·사진 신선영 기자 나이 듦, 질병, 돌봄,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도 없다. ‘존엄한 죽음’은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을 발견하고 해석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사IN〉은 의사·의료인류학자·환자·보호자·간병인 등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목소리에서 출발해 ‘죽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현장까지 두루 살펴봤다. 기사는 총 5회 연재된다.① 당신은 어디에서 죽고 싶습니까② ‘아픈 몸’을 거부하는 사회에게 - ‘아픈 몸’도 아픈 대로의 삶이 있음을③ 의학은 돌봄을 가르치지 않았다 - “환자 집에 가면 질병이 작아 기자들의 시선 남문희 기자 이 주의 의미 충만예배당 보증금을 빼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신도들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주겠다고 나선 교회가 있어 화제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씨앗교회는 최근 카페를 예배당 대용으로 이용하고 대신 60평대 예배당 임대보증금 3000만원과 월세 70만원을 어려움에 처한 신도들 가정에 매월 30만원씩, 싱글 가정과 청년에게는 10만원씩 6~10개월간 기본소득으로 나눠서 지급하기로 했다. 송명수 목사는 “예배 장소보다 ‘어떻게 예배할 것인가’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라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떡을 나눠 먹는 게 교회다”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며 ‘시간당 4000원’ 김영화 기자 병원으로 출근하는 간병사들은 손이 무겁다. 달그락거리며 끌고 온 캐리어 가방 안에는 이불, 속옷, 반찬, 세면도구와 여벌옷이 들어 있다. 한 달에 적게는 열흘, 많게는 26일을 병원에서 생활하지만 짐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올해로 21년 차. 서울대병원 간병사 조경순씨(70·가명)는 그래도 병원이 이제 “친정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서울대병원의 간병사 소개소 ‘희망간병’은 노동조합을 겸하고 있어 사무실을 짐 보관소로 쓰고 있다. 조씨는 사물함 속 상자를 꺼내 ‘희망’이라 적힌 주황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상자 주변에는 짐 보따리 나눔의집 이사회의 최종 목표는 ‘이사진 유지’ 김동인 기자 수십억원대 후원금을 부정한 방식으로 운용한 ‘나눔의집’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나눔의집 법인 이사진은 지난 6월2일 서울 광진구 영화사에서 2020년도 제2차 정기 이사회를 열어 나눔의집 실무를 이끌었던 안신권 소장을 사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나눔의집 운영 과정에서 각종 논란을 일으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후원금 운용 방향을 지시한 이사회는 정작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뒤따른다.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나눔의집은 지난 5월 직원들의 내부고발(〈시사IN〉 제663호 ‘나눔의집에서 그들만 ‘코로나19×폭염’이 남길 치명상 김연희 기자 코로나19와 함께 세 번째 계절을 맞고 있다.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경험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여름 초입부터 찾아온 무더위는 또 다른 재난을 예감하게 한다. 우리 앞에 ‘코로나19×폭염’이라는 또 하나의 난제가 떨어졌다.지난 4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1880년 기후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2020년이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74.7%라고 발표했다. 역사상 가장 더운 연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확률은 9 ‘나눔의집’에서 그들만 배가 불렀다 김동인 기자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중요한 물리적 거점이다. 나눔의집 공간은 크게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생활관과 이들이 경험한 전쟁 성범죄 역사를 아카이빙한 역사관(박물관)으로 나뉘어 있다. 생활관 정면에는 이곳에 머물다가 고인이 된 할머니들의 흉상이, 생활관 뒤쪽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조성되어 있다.2020년 5월 기준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8명, 이 가운데 6명이 나눔의집에 머물고 있다. 정치인들을 비롯해 피해 할머니들이 겪었을 폭력에 함께 마음 아파하는 평범한 시민들도 진보 세력의 잣대 ‘외롭지 않을 권리’ 송지혜 기자 보좌진으로 국회에서 일하는 7년 동안 그가 ‘모시는’ 의원이 카메라에 담기는 것만 봐왔다. 황두영 작가는 사진기자가 요구하는 포즈를 취하다 금세 얼굴이 발개지고, 민망한 듯 폭소를 터뜨리다가 어색하게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는 국회에서 처음으로 ‘생활동반자법’ 명칭을 짓고 내용을 구상했다. 생활동반자는 두 성인이 합의하에 함께 살며 서로 돌보자고 약속한 관계다.2014년 그가 보좌하던 진선미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 (생활동반자법)’ 초안을 마련했지만 발의하지 못했다.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 관계를 더보기